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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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모션증후군' 이란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르려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뿐 그 뜻을 보면 사실 요즘 현대인들에게서 꽤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기쁠 때보다 슬플 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무는 등의 행동을 취하는데 이런 사람들도 민모션증후군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의 주인공인 서윤은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그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양이를 키웠는데 그 고양이마저 죽으면서 감정 장애를 겪게 된다. 그는 미술대학을 졸업 후 첫 전시회를 가졌는데 그림에 감정이 담겨있지 않다는 혹평을 들어 자괴감에 빠졌다가 전시회의 마지막 관객인 유안을 만나고 처음으로 자신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두 사람은 서로 닮았었고 매우 가까워지는데 어느날 유안이 결별을 통보하며 떠나고 그녀를 찾아간 서윤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단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와있듯이 이 소설은 '환생' 이라는 소설적 장치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환생을 소재로 한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더 흥미로웠고 그만큼 흡입력이 강했다. 그냥 단순한 성장 소설인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읽다보면 깨닫는 부분이 참 많았고 다 읽은 후에는 뭉클한 감정까지 생기는 신기한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놀랐던 점은 저자였다. 이 책이 출간된 2016년에 저자 안현서는 18세 밖에 되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글쓰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인데 아직 성인도 안된 저자가 이렇게 짜임새있는 소설을 썼다는 게 참 놀라웠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의심반 기대반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나서는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는 현대인들이 읽으면 딱 좋은 것 같은 소설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싫어지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 현실이 걱정되고 고민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런 마음을 먹는 것에 대한 해결 방법을 알게 되었다.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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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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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란 무엇일까? 생각보다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게 사랑인 것 같다. 전에는 사랑이라는 게 정말 특별한 감정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의 사랑을 보면 '저게 사랑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쉽게 사랑을 하고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식 사랑' 이 익숙한 것 같다. 더 나아가 이런 사랑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이다. <4월이 되면 그녀는> 은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와무라 겐키의 신작소설로 요즘의 사랑에 대해 현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책 속 남자 주인공인 후지시로는 현재 야요이라는 여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던 중 9년 전 후지시로가 대학생일 때 사귀었다가 어떤 한 사건으로 인해 헤어졌던 여자 하루에게서 편지를 받게 된다. 하루는 우유니 소금 호수, 체코 프라하, 아이슬란드에서 후지시로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후지시로도 그 편지를 읽으며 하루와의 추억을 생각한다.

 

<4월이 되면 그녀는> 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주변 풍경에 대해서 중간중간 표현이 되어 있어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색채가 강렬한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이 그려지는 잔잔하고 차분한 느낌의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에 한 가지 답이 아닌 다양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거창한 표현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표현이어서 더 확 와닿을 수 있었고, '사랑에 대해 남, 녀의 관점이 참 다르구나' 라고 생각도 했다.

 

긴장하면서 읽지 않고 물 흐르듯이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던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 후지시로와 야요이의 결말, 야요이의 여동생 준, 직장 동료 나나, 한 때 연인이었던 하루와 후지시로의 관계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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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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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면 역시 '스릴러 소설'!. arte 출판사에서 이번에 출간한 B. A. 패리스의 <비하인드 도어> 는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그동안 내가 접했던 스릴러 소설들은 약간 폭력적인 부분이 많았었기 때문에 '심리스릴러' 가 주는 공포는 또 어떻게 다가올 지 궁금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 밀리를 돌보고 있는 언니 그레이스. 동생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그레이스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는 것을 그저 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공원에서 우연히 밀리와 잘 놀아주는 친절하고 완벽한 남자 잭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약간의 경계심이 있었지만 몇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완벽한 남자였고,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정말 행복 가득한 결혼 생활을 꿈꿨던 그레이스. 하지만 그 꿈은 결혼식을 하는 순간부터 깨지고 만다. 한없이 자상하고 착했던 남편 잭은 180도 바뀌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아니 그보다 더한 '사이코패스' 였다. 잭은 그레이스가 아닌 밀리를 노리고 그레이스와 결혼을 했다.


밀리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그레이스를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서 초조해졌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레이스가 잭에게서 떠나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게 여러번 보여지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때는 그레이스가 참 답답하게 느껴졌고, 스릴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진부하고 지루하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때 그 답답함이 싹 사라졌다. 결말 부분이 좀 더 길게 표현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짧았기 때문에 더 강렬하게 다가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심리스릴러' 이기 때문에 다른 스릴러 소설보다 더 숨이 막혔던 소설이었다. '폭력적인 부분이 없어도 사람에게 이렇게 공포감을 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 <비하인드 도어>. 점점 조여오는 스릴러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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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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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이맘 때쯤 손에 땀을 쥐며 읽었던 스릴러 소설이 있었다. 루스 웨어의 데뷔작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당시에 이 책을 읽었을 때 그녀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사건 구조에 반했었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데뷔작인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를 읽으면서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녀의 다음 작품이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우먼 인 캐빈 10> 은 루스 웨어의 두 번째 추리 소설로써 그녀의 작품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이 책은 올 여름 꼭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가 숲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초호화 크루즈인 '오로라 보리알리스호' 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크루즈가 육지에 정착하지 않는 이상 크루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 소설은 나에게 공포감을 주었다.


여행잡지 '벨로시티' 에서 10년 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 로라 블랙록은 상사인 로완의 출산휴가로 오로라 보리알리스호의 첫 번째 항해를 취재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취재를 앞두고 로라는 강도를 당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지만, 언제까지 밑바닥 기자로만 살 수는 없어 오로라 보리알리스호에 오르게 된다. 멋진 선실과 맛있는 음식들, 그녀와 함께 초대된 유명 인사들을 만나며 로라는 평소에 꿈꾸던 여행을 하고 있었지만, 며칠 전 강도를 당한 것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있어 술 한 잔, 두 잔으로 달래본다.


평소 공황 발작으로 먹고 있던 약과 많은 술로 인해 자신의 선실에서 잠들었던 로라. 로라는 옆 선실에서 나오는 비명 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깬다. 꿈인 줄 알았지만 창문을 통해 옆 베란다를 보니 핏자국이 있었고, 무언가가 바닷물 속에 가라앉는 것을 보고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녀는 승무원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만 그녀가 술을 많이 마셨고, 평소 약도 먹는 상태였기에 착각한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아무도 믿지 못하는 크루즈 내에서 홀로 외롭게 추리를 하게 되고, 마침내 상상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치게 된다.


내가 느끼기에 <우먼 인 캐빈 10> 은 그녀의 전작인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보다 더 강력한 흡입력을 갖고 있는 책이었다. 로라의 1인칭 시점에서 사건을 파헤쳐가며 이야기가 흐르다 보니 나도 로라를 따라 크루즈에 탄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었다. 또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 긴장감이 높아져 주로 조용한 밤에 책을 읽는 나는 그 공포가 더했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추리 소설은 몇 안되지만, 그 소설들 속 주인공들의 활동 범위는 매우 넓었다. 하지만 <우먼 인 캐빈 10> 은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바다 위 크루즈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 그 어느 추리 소설보다 긴장감이 더하고 완벽한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루스 웨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올 여름에 꼭 <우먼 인 캐빈 10> 을 읽어보길 바란다. 다른 추리 소설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찝찝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깔끔한 결말을 보여서 정말 마음에 든다. 또한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억지스러운 장치가 없어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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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의 우울
곤도 후미에 지음, 박재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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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길이 가는 소설책 장르라면 '미스터리' 가 아닐까 싶다. 더운 여름이 다가올 때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다. '미스터리' 하면 '긴박함' 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책은 '일상 미스터리' 란다. '일상' 이라고 하면 '잔잔함' 이 떠오르는데 정반대의 느낌을 가진 '일상' + '미스터리' 라니. 당장 읽어보고 싶었다.


<샤를로트의 우울> 은 '일상 미스터리의 대가' 라고 불리는 일본 작가 곤도 후미에의 최신작이다. 샤를로트는 수술을 받아 경찰견을 은퇴하는 4살의 암캐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우울해있던 고스케, 마스미 부부는 이 개를 키우기로 한다. <샤를로트의 우울> 은 고스케, 마스미 부부가 샤를로트와 함께 지내면서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편안하게 풀어낸 연작소설이다.


샤를로트는 경찰견이었기 때문에 훈련을 잘 받아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마당에서 놀다 자연스럽게 여자 아이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샤를로트의 친구'), 매일 아침과 저녁에 산책을 나가 공원에서 해리스라는 남자 친구를 사귀는 샤를로트를 보니('샤를로트의 남자 친구') 대형견이지만 샤를로트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또한 평소에 부리지 않던 고집을 부릴 때면 괜한 고집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행동인 것을 봤을 때('샤를로트와 고양이 집회')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샤를로트의 우울> 은 읽을수록 '나도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마법의 책이다. 또 샤를로트의 행동과 순수한 어린 아이들의 행동들을 보며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일상 미스터리' 라는 게 무엇인지 감이 잘 안왔는데,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고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와 약간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미스터리까지 합쳐지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샤를로트의 사랑스러움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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