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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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계절 여름!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스릴러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읽어봤을 때 흥미로워 보이는 소설 몇 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다 제치고 제가 올 여름 첫 번째 스릴러 소설로 선택한 책은 바로 《브레이크 다운》입니다. 심지어 이 책은 줄거리도 읽어보지 않고, 작가가 'B. A. 패리스'라는 말에 단숨에 '이 책이다!' 생각했습니다. 패리스 작가의 데뷔작이었던 《비하인드 도어》를 작년 이맘 때쯤에 읽었었는데 너무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신작 《브레이크 다운》은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여름 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교사인 캐시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다른 교사들과 작별인사 후 밤 늦게 차를 몰아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집까지는 40분 거리인데 숲속 지름길로 가면 시간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캐시는 위험하니 그 길로 오지 말라는 남편 매튜의 당부를 무시하고 지름길로 차의 방향을 바꿉니다. 캐시는 몇 분 가다가 서있는 차 한 대를 발견합니다. 지나치면서 보니 운전석에는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습니다. 캐시는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혹시 문제가 생겨 도움이 필요한건가 싶어 그 차 앞에 자신의 차를 잠시 세우고 그녀가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립니다. 그 여자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캐시는 조금 의아했지만 다른 곳에 이미 연락을 하고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생각하고, 집에 도착해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집에 도착해서는 그 사실을 잊습니다.


다음 날 아침, 캐시는 뉴스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어젯밤 자신이 지나온 숲길에서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 캐시는 그 길을 지날 때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 여자를 돕지 않았다는 점과 집에 돌아와서 신고를 안했다는 점 때문에 죄책감을 갖습니다. 거기다가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이 집에 혼자 있을 때 항상 말 없는 전화가 걸려와 그 살인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더 고통을 받습니다. 이제 더이상은 캐시 자신의 기억도 믿을 수가 없고, 믿고 의지하는 남편 매튜와 자매와도 같은 친한 친구 레이철도 지쳐갑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캐시는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브레이크 다운》의 전반부에서는 자신이 행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캐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편 매튜에게 말도 못하고 정신적으로 점점 피폐해져가는 캐시를 보고 있으니 캐시가 참 안타깝고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망상에 갇혀서 주변 사람들을 계속 힘들게 하는 캐시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서 답답한 마음으로 바뀌었고 짜증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을 때, 이야기의 양상은 바뀌고 사이다를 들이킬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그 순간부터는 책도 덮지 못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작년에 《비하인드 도어》를 통해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걸 처음 접했었는데, 이번 《브레이크 다운》도 그와 마찬가지로 심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아도 숨 막히는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심리 스릴러 소설. 이야기의 전개도 전작과 비슷한 것 같으나 저는 이번 신작의 내용이 더 재밌다고 느껴졌습니다. 올 여름에 정말 꼭 읽어야 할 스릴러 소설입니다. 400페이지가 좀 넘는 소설인데 시간 정말 순삭! 밤에 읽기 시작하면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수 있으니 여유로운 시간에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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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타운 기업소설 시리즈 9
니레 슈헤이 지음, 김준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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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소설을 좋아하고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기업소설' 은 이번에 처음 접해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기업소설' 이라길래 '그저 그런 회사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반신반의하며 이 책을 펼쳤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밌다..!


《플래티넘 타운》 은 일본 최대 종합 상사인 요쓰이 상사에서 식료사업본부 곡물거래부 부장을 맡고 있는 야마사키 데쓰로가 주인공이다. 암암리에 인사 청탁이 있는 요쓰이 상사. 데쓰로는 본의 아니게 직속 상사의 인사 청탁을 거절하게 되고, 그로 인해 좌천될 위기에 처한다. 그 와중에 데쓰이의 옛 친구이자 미도리하라 초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구마가와 겐지(통칭 '구마켄')는 파산 직전의 초를 살려달라며 데쓰로에게 미도리하라 초 초장 입후보 제의를 한다. 데쓰로는 처음에 들었을 때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라고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고민이 됐는데, 어이없게도 술김에 수락을 해 결국 미도리하라 초의 초장이 된다.


초장이 되기 전부터 구마켄으로부터 초의 재정 상태를 들었지만, 초장이 되고 난 후 직접 본 초의 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무분별하게 세워진 건물들, 시설 이용도 많이 안하는데 머릿수만 채우고 있는 공무원들 등 여기저기 돈이 빠져나갈 곳 밖에 없어 데쓰로는 막막했다. 그러던 중 요쓰이 상사에서 나오기 전 술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도시개발사업본부에 있는 우시지마와의 대화가 떠오르며 데쓰로는 초를 살릴 계획을 세운다. 데쓰로의 계획은 생각대로 수월하게 진행이 되어 초를 되살릴 수 있을까?


《플래티넘 타운》 은 일본 소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이 배경이기는 하나, 그 모습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소설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한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도시로 이동을 해서 활기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을수록 계속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 점점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현실과 동 떨어진 이야기가 싫으신 분들은 이 소설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플래티넘 타운》 의 배경인 일본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머지않아 초고령 사회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이런 사회에 맞춰서 우리나라 정부는 대책을 잘 세우고 있을까? 미루지 말고 하루라도 더 빨리 대책을 마련하여 훗날에는 모든 세대가 행복할 수 있는 우리나라를 꿈꿔본다.


성공할지 아닐지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같은 건 나중에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성공이라는 건 위험에 도전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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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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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계절과 책의 장르의 관계가 크게 연관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릴러 소설은 여름에 읽어야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가을, 겨울에 읽어도 여름과 또다른 느낌을 주어서 '끌리면 바로 읽자.' 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폴라 호킨스 작가의 두 번째 스릴러 소설인 《인투 더 워터》 에 대한 서평을 쓸까 한다. 나는 처음 접한 작가이지만 폴라 호킨스는 첫 번째 스릴러 소설인 《걸 온 더 트레인》 으로 이미 전세계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험이 있는 작가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리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p7)


벡퍼드를 가로 질러 흐르는 강, 마을 사람들은 그 강을 '드라우닝 풀' 이라고 부른다. 어느 날 넬 에벗의 시체가 그 강에서 발견이 되고, 그녀의 동생인 줄리아 에벗은 그 소식을 듣고 벡퍼드로 온다. 넬 에벗은 죽기 며칠 전 줄리아 에벗에게 연락을 했지만, 언니에 대한 증오감이 가득찼던 줄리아 에벗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넬 에벗의 딸인 리나 에벗은 줄리아 에벗을 이모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반기지도 않는다. 드라우닝 풀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주 전에는 여고생 케이티가, 그보다 전에는 로런 슬레이터, 지니 토머스, 앤 워드 등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곳, 드라우닝 풀. 그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는걸까? 단순한 자살일까? 수많은 여성들을 죽음으로 이끈 드라우닝 풀에 비밀은 무엇일까?

 

'벡퍼드는 자살 명소가 아니다. 벡퍼드는 골치 아픈 여성들을 제거하는 곳이다.' (p128)


《인투 더 워터》 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각각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스릴러 소설들보다 더 빠르게 읽히고, 사건에 대해 이해하기도 수월했다. 나는 500 페이지가 넘는 꽤 굵은 책이어서 '읽는데 좀 오래걸리겠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속도가 붙었고, 중간 페이지를 넘어서부터는 정말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소설 속 넬 에벗은 작가로, 드라우닝 풀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는데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그 원고는 빛을 보지 못했다. 페이지 중간중간에는 그런 그녀의 원고 내용이 적혀있어서 드라우닝 풀에서의 사건들의 내용을 아는 재미도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무들이 사라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벗어나, 강둑을 내려가다 살짝 삐끗, 그러고 나서 한 걸음 한 걸음 물속으로. (p240)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없이 조용한 곳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볼수록 무서운 진실들을 마주하는 벡퍼드. 화목해 보이기만 했던 타운젠드 집안도, 언니에 대한 증오로 가득찼던 에벗 가족도, 딸을 잃은 케이티 가족 등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들에게 난 상처가 더욱 더 깊어져 간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소름돋는 반전까지 있는 《인투 더 워터》. 잔잔한 강물 속의 진실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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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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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홀브룩이 교도소를 탈출했다. 마쉬왕이, 나의 아버지가.
그리고 애초에 그를 감옥에 보낸 사람이 바로 나였다. (p24)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설. 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선택한 소설은 공포/스릴러 소설, 카렌 디온느의 《마쉬왕의 딸》이다.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는 '마쉬왕'을 몰랐어서 소설의 배경이 중세시대인 줄 알았다. '마쉬왕'은 '늪을 다스리는 왕'을 뜻한다. 《마쉬왕의 딸》은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들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카렌 디온느의 《마쉬왕의 딸》에서는 안데르센의 《마쉬왕의 딸》의 내용도 넣어서, 동화 속 소녀 헬가와 묘하게 닮은 이 책 속의 주인공 헬레나를 볼 수 있다.


나의 가족을 돌려받을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직접 아버지를 잡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스티븐에게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니까. (p59)


헬레나는 현재 스티븐과 결혼하여 두 딸, 아이리스와 마리, 그리고 개 람보와 함께 단란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한 죄수가 교도소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죄수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헬레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던 늪지대에서 어머니와 탈출을 하며 아버지를 신고해 감옥에 보냈다. 헬레나는 스티븐에게 자신의 과거를 아직 이야기 하지 않았고, 이야기를 하려던 때에 경찰관이 찾아와 둘은 위기를 맞게 된다.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화가 난 스티븐에게 헬레나가 그에 대한 사랑을 보여줄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아버지를 잡아야 한다는 것.


다섯 살이 된 나를 표현하자면 우리 어머니를 1.2미터로 자그맣고 통통하게 줄인 다음 아버지와 같이 색을 입힌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p104)


마쉬왕, 제이콥 홀브룩은 한 소녀를 납치한다. 그 소녀와 아버지 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바로 헬레나이다. 늪지대 속 한 오두막에 정착해 살고 있는 세 식구. 아버지는 어머니와 헬레나를 늪지대 밖으로 절대 못나가게 했기 때문에 헬레나는 바깥 세상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늪지대에서의 생활이 보통 생활이며,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라고 생각하며 산 것이다. 헬레나는 그런 아버지를 사랑했다. 늪지대를 탈출해 세상 사람들이 아버지가 그간 했던 것들을 알게 되고 모두가 욕해도, 헬레나 또한 아버지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걸 알았어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한다. 나는 이런 헬레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버지이기에 사랑한다는 헬레나. 미움만 생길 것 같은데 그래도 자신을 12년간 키워준 아버지이기에 사랑의 감정도 한 번에 떨칠 수는 없나보다.


스티븐은 이 세상에서 나를 선택한 유일한 사람이다. 사랑해야 하니까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고 싶어서 날 사랑하는 사람이다. (p179)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탈출한 후 경찰들이 그를 추적할 때 헬레나도 헬레나 나름대로 자신의 아버지를 추적해 잡기로 결심한다. 늪지대에서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들을 총동원해 그를 추적하는 헬레나. 그녀는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잡고, 자신을 여전히 사랑해주는 스티븐, 사랑스러운 두 딸과 행복한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


인간을 사냥할 때는 천천히 행동해야 하는 법이다. (p201)


《마쉬왕의 딸》은 헬레나가 늪지대에서 생활하던 과거와 아버지가 교도소를 탈출해 그를 추적하는 현재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늪지대에서 행복했던 헬레나의 모습과 사랑했던 아버지를 이제는 자신이 잡아야하는 헬레나의 모습이 번갈아가면서 보여져서, 장면들이 더 비극적으로 보였다. 또한 늪지대의 모습, 헬레나가 아버지를 추적하는 과정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카렌 디온느의 필력에 감탄했다. 특히 추적 과정은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닌 텍스트를 읽는데도 그 긴장감이 크게 느껴졌다. 숨막히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추격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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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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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가을. 주로 여름에 찾는 분야인 스릴러 소설을 올해는 가을에도 읽어보았다. 더운 여름에 스릴러 소설을 읽으면 등꼴이 오싹해지면서 순간적으로 주변이 싸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점점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에 읽는 스릴러 소설은 어떤 느낌을 줄 지 궁금해 하며 이 책을 펼쳤다.

 

<거미집 짓기> 는 어두운 배경에 어린 여자 아이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표지여서 책을 펼치기 전부터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인물에 대한 과거와 현재가 아닌 서로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만나 이어지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계속 읽어나가게 만든다.

 

현재에서는 범죄추리물을 쓰는 소설가 이재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평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데 그러다가 얼굴 한 쪽에 화상 입은 자국이 크게 있는 한 사회복지사 김정인을 만나게 된다. 그 흉터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졌는지 궁금해진 그는 김정인을 찾게 되고 그가 일하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그의 사생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다가 이재영은 알지 말아야 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한편 과거 이야기 속에는 서희연이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이 된다. 과거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어릴 적부터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생이 되고 결혼을 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의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녀는 고향에서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다. 성인이 되어 그녀를 사랑해주는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까지는 행복해보여 '이제 그녀에게도 봄이 오는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녀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다.

 

<거미집 짓기> 는 지루할 틈 없이 읽을수록 속도가 붙었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장편 소설이지만 읽을수록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 라는 띠지의 문구가 읽기 전에는 잘 몰랐지만 정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을 덮고 나니 확 와닿았다. 솔직히 나는 마지막까지 읽고 명쾌하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마지막 부분을 읽고 또 읽고, 다시 책 앞 장을 펼쳐보기도 했다. <거미집 짓기> 에 대한 결말은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조금 더 명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스릴러 소설은 여름에 읽어야 제 맛이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거미집 짓기> 를 읽고 나니 쌀쌀한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의 분위기와도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흡입력있는 스릴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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