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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제이콥 홀브룩이 교도소를 탈출했다. 마쉬왕이, 나의 아버지가.
그리고 애초에 그를 감옥에 보낸 사람이 바로 나였다. (p24)
오랜만에 읽어보는 소설. 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선택한 소설은 공포/스릴러 소설, 카렌 디온느의 《마쉬왕의 딸》이다.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는 '마쉬왕'을 몰랐어서 소설의 배경이 중세시대인 줄 알았다. '마쉬왕'은 '늪을 다스리는 왕'을 뜻한다. 《마쉬왕의 딸》은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들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하다. 카렌 디온느의 《마쉬왕의 딸》에서는 안데르센의 《마쉬왕의 딸》의 내용도 넣어서, 동화 속 소녀 헬가와 묘하게 닮은 이 책 속의 주인공 헬레나를 볼 수 있다.
나의 가족을 돌려받을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직접 아버지를 잡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내 가족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것도,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을 스티븐에게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니까. (p59)
헬레나는 현재 스티븐과 결혼하여 두 딸, 아이리스와 마리, 그리고 개 람보와 함께 단란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한 죄수가 교도소에서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죄수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헬레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던 늪지대에서 어머니와 탈출을 하며 아버지를 신고해 감옥에 보냈다. 헬레나는 스티븐에게 자신의 과거를 아직 이야기 하지 않았고, 이야기를 하려던 때에 경찰관이 찾아와 둘은 위기를 맞게 된다.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화가 난 스티븐에게 헬레나가 그에 대한 사랑을 보여줄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아버지를 잡아야 한다는 것.
다섯 살이 된 나를 표현하자면 우리 어머니를 1.2미터로 자그맣고 통통하게 줄인 다음 아버지와 같이 색을 입힌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p104)
마쉬왕, 제이콥 홀브룩은 한 소녀를 납치한다. 그 소녀와 아버지 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바로 헬레나이다. 늪지대 속 한 오두막에 정착해 살고 있는 세 식구. 아버지는 어머니와 헬레나를 늪지대 밖으로 절대 못나가게 했기 때문에 헬레나는 바깥 세상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늪지대에서의 생활이 보통 생활이며,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라고 생각하며 산 것이다. 헬레나는 그런 아버지를 사랑했다. 늪지대를 탈출해 세상 사람들이 아버지가 그간 했던 것들을 알게 되고 모두가 욕해도, 헬레나 또한 아버지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걸 알았어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한다. 나는 이런 헬레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버지이기에 사랑한다는 헬레나. 미움만 생길 것 같은데 그래도 자신을 12년간 키워준 아버지이기에 사랑의 감정도 한 번에 떨칠 수는 없나보다.
스티븐은 이 세상에서 나를 선택한 유일한 사람이다. 사랑해야 하니까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고 싶어서 날 사랑하는 사람이다. (p179)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탈출한 후 경찰들이 그를 추적할 때 헬레나도 헬레나 나름대로 자신의 아버지를 추적해 잡기로 결심한다. 늪지대에서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들을 총동원해 그를 추적하는 헬레나. 그녀는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잡고, 자신을 여전히 사랑해주는 스티븐, 사랑스러운 두 딸과 행복한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
인간을 사냥할 때는 천천히 행동해야 하는 법이다. (p201)
《마쉬왕의 딸》은 헬레나가 늪지대에서 생활하던 과거와 아버지가 교도소를 탈출해 그를 추적하는 현재가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늪지대에서 행복했던 헬레나의 모습과 사랑했던 아버지를 이제는 자신이 잡아야하는 헬레나의 모습이 번갈아가면서 보여져서, 장면들이 더 비극적으로 보였다. 또한 늪지대의 모습, 헬레나가 아버지를 추적하는 과정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카렌 디온느의 필력에 감탄했다. 특히 추적 과정은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닌 텍스트를 읽는데도 그 긴장감이 크게 느껴졌다. 숨막히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추격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