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청년들이 출석하는 이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틸리히에 대해 몇 마디 말을 해야하는 건, 그가 선생으로서 가졌던 재능을 내가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보다 더 뛰어난 교육적 재능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들의 반응 앞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무한한 인간성 — 그 인간성과 함께, 그는 대단히 약소하고 심지어 최소 수준의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서도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던 누구든, 그와 함께라면 능력과 지성, 그런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아무 의미도 갖지 않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았을 겁니다. 이런 차이들이, 실제의 인간적 접촉을 통해 어떤 '부정'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하여, 지금 세상에서는 어디서든 그 가능성을 차단 당하는, 제약되고 억압되었던 정신이 (자유롭게) 피어나는 일, 이것이 그의 수업에선 가능했습니다. 나 자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배운 모든 것, "정신의 만남"을 일어나게 하는 능력과 관련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틸리히와 함께 했던 세미나에 빚지고 있습니다..."


틸리히에 대해 아도르노가 엄청난 말들을 세 페이지에 걸쳐 하는 책은

찾아보니 이것이었다. 부정변증법 강의. 65년 11월에 시작했던 강의고, 그 1강에서 하는 말. 

그 몇 주 전에 있었던 틸리히의 죽음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추모하면서 감사와 존경을 바침. 

끝에 가서, "틸리히에게 보내는 존경의 뜻으로 모두 잠시 일어서 준다면 고맙겠습니다. I would be grateful if you would all stand out of respect for Paul Tillich. Thank you." 


세 페이지 전부 옮겨두고 싶지만 

아도르노는 강의도, 책의 문장들과 별 차이가 없는 문장들로 하고 계셔서 

번역이 쉽지 않다. 일단 저 정도만. 처음부터 끝까지, 문장 단위로 오래 생각할 가치 있는 문장들이지만 일단 저 정도만. 


내 능력의 제약이 (제약이 가하는 억압이) 사라지는 일. 

혹은 나와 다른 학생들 사이의 (능력이 규정하는) 불평등이 사라지는 일. 

이건,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하는 능력은 희귀하고, 그걸 가진 사람은 진정 "교사로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사람". 


학생들에게 그런 체험을 하게 했던 틸리히를 

비교급 최상급 ("세상 그 누구보다 더") 말들로 칭송한다는 부조화가 있긴 하다. 이런 점에선 

사실 아도르노를 못 말림. ; 그렇긴 한데 정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남자는 애 아니면 개다' ㅋㅋㅋㅋ ;; 

아니잖음. 어떤 사람은 정말, 비범함. 어떤 남자는 정말,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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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Belles Lettres 시리즈에서 나온 이 두 책, 번갈아가면서 단어 찾고 

그러는 사이사이, 앞으로 3주는 끝이 나지 않을 퀴즈 채점 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이 다 감. 올해 불어 단어장에 1천 단어 이상 입력하기 목표는 달성. 14년 단어장에도 4백여 단어밖에 없었는데 그 단어장에도 1천 단어 이상 입력했다. 13년부터 시작해 올해까지 4년 동안 모두 1천 단어 이상 입력 완료. 


벼락치기에도 성과가 있긴 해서 

문장 성분들을 자르고 잇는 요령, 눈치가 조금이라도 는 것 같고 

어떤 문장들은 그 뜻이 바로 알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바슐라르 책에서 이 페이지. 

맨 위의 인용문은, 그 유명한 "저 하늘 높은 곳에서,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이 아니겠는가?" 


나를 잠시 놀라게 한 건 아래로 내려와서 형광펜 칠한 대목. 

"바슐라르는 시를 사고(사상)의 거푸집 속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 

대신 그는 개념들이, 상상력의 기원적 역학을 드러내 보이는 일에 봉사하게 한다." 


개념으로 (개념의 힘으로) 비개념을 탐구하는 일. 이걸 바슐라르보다 잘 한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바슐라르는 그런 일을 한다고 말하는 문장으로 내가 본 것은 이것이 처음. 역시, 그를 더 잘 이해하는 건 

그래도 그의 동포들일 것일 것인 건지도. 


바슐라르를 불어로 읽고 불어로 (아니면 영어로, 혹은 한국어로 번역해서) 인용하기. 

5년 안에 되려나? 했는데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아지니까, 만사 작파하고 불어 공부만 하고 싶어지기도. 

독어 공부도 하고 싶어지고. 아도르노 독어로 읽는다면서, 책 이미지 찍어 올리고 싶다. 아도르노 독어 전집도 

사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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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세요" 영어로 어떻게 말하냐는 질문은 나도 학생들에게서 받은 적 있다. 

그 뜻 그대로 ("고통 치르다") 말해선 안되고 한국어로도 그 말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특히 학생이 선생에게 아이가 어른에게 하는 말은 아니라고 답. 


아침 먹으면서 올리버쌤 이 동영상 봤는데 

"수고하세요" 번역에 빵터짐. 


Well, work hard and suffer well!


"일을 많이 해라!!!

그리고!!!! 고통 많이 받아라!!!!" : 이 말 할 때가 더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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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 

그건, 인간이 가진 사악함의 능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와 접촉하고자 애씀을 뜻함. 그러는 과정에서 타락하지 않으며. 다시 말해 냉소적이거나 얕아지지 않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사악함과 connect with하라. 

이것도 보기보다 심오한 말, 어쨌든 심화 확장할 수 있는 말. 


영어 구두법에서 롱대쉬(--)와 괄호, 쉼표가 어떻게 쓰이나에 대해

얘기하게 될 때가 수업에서 있는데, 어쨌든 이 셋은 (특히 롱대쉬와 괄호는)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는 얘기도 한다. 그런데 위의 문장에서 롱대쉬는, 괄호로도 쉼표로도 바꿀 수 없음. 

바꾸어선 안되겠음. 


and not to be corrupted -- made cynical, superficial -- by this understanding. 


냉소적, 피상적이 된다는 의미의 타락이 아니라 

극악한 종류의 타락도 있지 않나. 최순실, 박근혜, 우병우 등이 예인. 이들은 "be corrupted"인 게 아니고 

"be born corrupted"인가. 


어쨌든 일반적으로는, 냉소적이고 피상적이게 된다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타락의 거의 

전부를 말할 수 있는 것 같긴 하다. 이런 타락을 겪지 않음(않았음)이 그 자체로 품격... 의 증거일 테고 

그 예로 지금 떠오르는 사람은 노무현, 문재인. 기승전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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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주제로 수많은 저명인들이 명언들을 남겼나 봄. 

파울 틸리히가 출전이라는 위의 말도 찾아지는데, 당연 자명한 말씀이시고 

그거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지만 옮겨두고 싶어졌다. 아도르노 강의록 중 

파울 틸리히를 길게 자세히 회고하는 내용이 있는 강의록이 있는데 ("사회학 입문" 아니면 "부정변증법 강의") 

존경과 감사 보내는 그 회고 읽고 나서, 나도 덩달아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게 됨.  







고독에 대해 스탕달이 한 말(요 아래)도 생각을 자극하는데 

스탕달은 사랑에 대해서도 이런, 매혹적인 말을 남겼군요. "다른 열정들의 경우 거의 그렇지 않지만 

사랑에서, 당신이 가졌고 잃었던 것의 기억이 당신이 미래의 일로 희망할 수 있는 것보다 언제나 더 좋다." 

그런가 하면,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희망하는 힘은 언제나 가졌고 잃었던 것의 기억에 의해 강화되는 것 같기도. 

그래서, 가졌고 잃었던 것의 기억이 더 좋더라도 그 기억에 의해 희망도 더 좋아지는 거라서........... 




여기서 character는 "(단련으로 얻어진) 성품" 같은 의미겠지. 

인간의 성격이란 방어기제의 총합인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 한 적 있는데 

이 말로 스탕달이 그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걸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성품이란 걸, 불운의 일종으로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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