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radio3에서 하는 팟캐스트 중 Arts and Ideas가 있는데 

며칠 전 업로드 주제가 "A Brexit Reading List"였다. 시작할 때 

최초의 "포스트-브렉시트" 소설이라는 알리 스미스의 위의 소설 (올해 8월 출간)에서 인용한다. 


All across the country, people felt it was the wrong thing. 

All across the country, people felt it was the right thing. 

All across the country, people felt they really lost. 

All across the country, people felt they really won. 

All across the country, people felt history hit their shoulder. 

All across the country, people felt history meant nothing.


나라 어디서든, 사람들은 그게 틀렸다고 느꼈다. 

나라 어디서든, 사람들은 그게 옳다고 느꼈다. 

나라 어디서든, 사람들은 이제 졌다고 느꼈다. 

나라 어디서든, 사람들은 이제 이겼다고 느꼈다. 

나라 어디서든, 사람들은 역사가 그들의 어깨를 두드렸다고 느꼈다. 

나라 어디서든, 사람들은 역사엔 아무 의미도 없다고 느꼈다. 


더 이상 단순할 수 없는 이런 문장들도 

곳곳에서 번역의 문제를 제기한단 생각이 새삼스럽게도 든다. 역시 번역은 정말, 심오하고 중대한 일.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 (나같은) 사람이 있고, 예술이자 과학이게 한 사람들이 있고. 


나는 특히 끝의 두 문장에서, 이게 바로 최근의 내 심정.... 이라며 격하게 공감했다. 

역사가 어깨를 두드리는데,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은. 무의미라는 게, 사건들이 향하는 경로나 방향이 없을 것이다의 무의미가 아니라 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같은 것도 아니고, 역사 vs. 개인의 구도면 개인은 순간 소실점을 향해 질주한다 같은 무의미. (털썩). 그를 끌어다 어떻게 도로 출발선에 세울 것이냐. 


저 문장들에 탄복했고 

현역 작가들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출연자들이 제안한 "브렉시트 이후 읽을 책들"엔 다음의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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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얘기 쓰고 나니 

<식스핏언더>에서 그 명대사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1시즌에서 고3인 클레어. 아주 우등생은 아니지만 대학 가려고 공부 조금 시작하려는 클레어가 

가브리엘을 만나고 공부를 등한시하게 됨. 클레어가 몰고 다니는 차, 피셔네 장의사에서 쓰던 장의차에서 

클레어와 가브리엘이 처음 섹스를 하게 되는데 클레어가 가브리엘의 발가락에 집착한다. 그랬다는 게 

가브리엘에 의해 전교에 소문이 남. 모두가 그렇다고 알면서 클레어를 놀리는 가운데, 클레어 차는 낙서도 당함. 

Foot Slut. Toe Sucker. 


그 사실을 놓고 놀리는 남학생에게 클레어가 하던 말: 

야 너 너랑 잤던 파커 맥케나에게 듣자니 

고환이 땅콩만 하다면서? 그것도 하나라면서? 


으 이거 최곱니다. 실제 장면으로 봐야 하는데 

유튜브에서 찾아지지 않는 이걸, 디비디에서 캡처하는 법을 아직도 몰라 (디비디가 오래 전 거라서 안되는 것일 수도) 

올리지는 못하지만 하여튼 최고에요. 그냥 말로 적어선 역부족. 클레어의, fuck you all 정신. 자길 놀리는 남학생만을 향하는 게 아니라 세계를 향해. 조롱하고 반짝이며 맑은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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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어제 받은 책. 표지를 열고 "해설"로 가면, 이런 문장들로 시작한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자연 재난, 혹은 기적이 일어났다는 보고를 듣는다면 

우리가 묻고 싶을 종류의 질문들을 강제한다. 어떻게? 왜? 근거는? 그 근거가 설명불가인 이유는? 


그는 미국의 오리지널이었다 (He was an American original). 그에게 주어진 79년 세월 동안 윌리엄스는 

적어도 두 개의 삶을, 광적인 열기(강도) 속에 살았다. 40년간 그는 의사 -- 산과와 소아과 -- 였고 뉴저지, 러더포드의 

작은 산업 도시에서 개업했다. 그 자신의 계산으로 백오십만 명의 환자를 보았고, 2천명의 아기를 받았다. 이건 1910년에서 1951년 사이의 세월인데, 병원에 자동응답 서비스가 도입되기 전의 일, 주식투자도 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기 전의 일이다. 윌리엄스는 노예처럼 의업에 종사했다. 그 일로 그는 큰 돈을 벌지도 못했고 특별히 높은 지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대신, 그 일이 그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가치의 너머에 있는 다른 삶, 예술의 삶을 주었다."  


누가 또 그랬나는 얼른 생각나지 않지만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같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미국식 금욕, 근면, 정신의 세계가 있는 것 같음. 언제나 어디선가 누군가는, 생업엔 생업대로 그러나 다른 소명에도 헌신함. 혹은 어쨌든 속임수 없이 꾸준히, 자기 길을 감. 그러는 사람들이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것 같다. 







막 맥주 마시면서 올해 시작한 서재질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맥주는 사왔고, 마시기 시작함. 나에게 서재질은... 휴식같은 친구. 

"내 좋은 여자친구는 가끔씩 나를 보면 얘길해달라 졸라대고는 하지. 남자들만의 우정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며 말해 달라지. 그런 때 난 가만히 혼자서 웃고 있다가..." 이 가사, 좀 헷갈리지 않았나? 

그래서 휴식같은 친구가 여자친구야 남자친구야. 남사친 쪽이 분명하긴 한데, 왜 남사친을 찬미해?  

왜 여자친구에게? : 이런 혼란이 이 노래 나온 당시 들을 때 있었다. 


미국 있던 시절 좋아했던 안주 중엔 땅콩, 특히 버지니아주 특산 엑스트라-라지 땅콩 있었다. 

처음 알았을 때, 오오 땅콩이 엑스트라 라지래. 막 대추만한 거 아냐? 엄청난 기대 하며 찾음. 그 정도는 아닌데 

분명 보통 땅콩보다 비범하게 크긴 했다. 땅콩의 그, 목 메이는 느꺼움이 증폭됨. 지금은 살찐다고 땅콩류 잘 먹지 

않지만, 땅콩 안주로 맥주 먹던 그 시절의 어떤 시간이 그리워질 때도 먹지 않지만, 이미지 검색해 보았다. 저런 것.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 이유 중에 좀 이상한 이유도 있는데, 정비된 체제.. 를 향한 갈망. 그것은 '권력의 사유화'가

차단되는 체제. 대학원 안에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기억하게 되는 그것. 힘있는 개인의 횡포, 이것이 아주 작게만 

그것도 드물게 가끔 일어나지 늘 예상하며 수시로 감수할 준비 하고 있을 무엇이 전혀 아니었다 같은. 좋은 제도가 있어야 

그래야만 그나마 간신히, 인간의 악을 억누르고 선을 장려할 수 있다. 같은 생각 하고 앉아있게 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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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ery close conspiracy. 

<존재의 순간들>에서 울프가 바네사와 절친으로 지냈던 유년기 회고하면서 썼던 구절. 

위와 같은 책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얼른 니체 페이퍼 끝내고 울프 페이퍼에 착수하고 싶은데 

그러기 전에, 신입생 대상 영어시험문제 출제 끝내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어서 끝내야할 다른 것들도 있고. 

입주 가정부, 입주 하인들의 임금을 중간계급도 감당할 수 있던 시절, 울프와 블룸스베리는 그 시절에나 가능했던 중간-유한계급에 속함. 전경에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세계는, 삶이나 문학이나, 하인들에 의해 가능했고 지탱되었던 세계. 이 점을 알면 예전처럼 울프를 읽을 수 없게 됨. : 이런 얘기를 최근 어떤 팟캐스트에서도 들었는데 


나는 이런 주장에 그리 공감을 못하겠는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지금과는 다르게 변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 후대의 인간들이 

지금 우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비교적 깨끗한 물과 공기가 무상 천연자원에 속햇던 시대...... 라거나 뭐 등등. 지금 로봇이 대체한 입주 노동은 그 시절엔 경제적 최상층만 인력으로 고용했고 그래서 중간계급이거나 이하인 예술가들은 모두. 하여튼, 울프 세계는 노예 노동이 전제되는 세계... 이거 이렇게 말할 수 없는 것 같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것이 자동 나쁜 예술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울프와 블룸스베리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 문제에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혁신 하고자 하기도 했다. 

그게 이들과 이들의 하인들(......) 사이 관계에서도 보인다, 쪽으로 나는 생각하고 싶다. 

하여튼, 한국에서는 가장 가까운 인간들 사이에서도 드문 유형의 "인간적인 humane" 차원이 있다고. 

적어도, 한국에서 갑과 을 관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무엇들이 있다고. 그 시절 그들보다 지금 우리가 더

불평등하고 야만적이라고. 








불평등, 야만과 싸우는 일에서 

특히 한국같은 상황에선 능력주의, 아주 크게 도움될 것 같지 않나. 

능력주의. 이것만 제대로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이 조직, 저 조직을 놓아보며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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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받은 책들 중 왼쪽의 책도 있다.

하드커버지만 작고 가벼운데 1천 페이지 넘는 소로우 선집. Library of America. 

신입생 영어능력평가 시험 문제 출제를 해야 해서 (만들어서 문제 은행에 넣어둔다. 하여튼), 어제 도착한 책들 중에서

마땅한 문단 있으면 쓰려고 넘겨 보다가 ("해설"이 있다면 그게 좋겠지만, Walden에서 직접 출제해도 좋겠다 생각하면서), "고독" 장에서 아래의 문단을 읽음. 첫문장부터 '이거 번역 어떻게 해?' 으아아아아 하다가, 마침 집에 오른쪽 책이 있어서 오른쪽 책에 실린 번역으로 옮겨 옴. 


사람들과의 교제는 일반적으로 너무 천박하다. 

우리는 서로 너무 빈번하게 만나서 상대에게 새로운 가치를 얻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식사라는 명목으로 세 번 만나, 오래되어 곰팡내 나는 치즈를 서로에게 다시 맛보게 한다. 그 곰팡내 나는 치즈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이런 빈번한 만남을 견디기 위해서, 또 터놓고 싸울 수는 없기 때문에 예의와 범절로 불리는 일정한 규칙들을 따라야만 한다. 우리는 우체국에서도 만나고 친목회에서도 만난다. 매일 밤 난롯가에서도 만난다. 우리는 너무 혼잡하게 살며, 서로를 방해하고 서로에게 걸려 넘어진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장담하지만, 조금만 덜 자주 만나도 중요한 모든 대화를 얼마든지 충분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197쪽). 


왼쪽 책에서는 430쪽인데, 첫문장이: Society is commonly too cheap. 

이 문장의 위의 번역문은 저 정도면 아주 훌륭하지 않나. 하. 하아아. 


이보다 더, 어찌 번역됐을까 궁금했던 문장은 we live thick and are in each other's way. 

"thick" 이건 뭐라 번역할 수 있을까? 끈적한? 방만한? 찐득한? 빽빽한? ..... 그러다 위의 문장으로 "우리는 너무 혼잡하게 살며, 서로를 방해하고 서로에게 걸려 넘어진다"고 읽으니, 이것도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듯. 

















이것도 어제 받은 책. <플로베르와 마담 보바리: 이중의 초상> 

이 책 "해설"에 플로베르의 교우관계에 관한 짧은 문단이 있는데 이렇게 끝난다. 


"그에겐 가까운 세 친구가 있었다. 일찌감치 그의 멘토였던 알프레드 프와테뱅, 

그가 극동을 여행할 때 여행 동반자였으며 Revue de Paris 지 편집장으로서 <마담 보바리>의 잡지 연재를 주선했던 막심 뒤 캉프, 그리고 루이 부이예가 그들이다. 무일푼의 학자-시인이었던 부이예는 플로베르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플로베르가 신뢰한 문학적 조언자였다. 매주, 두 사람은 긴 시간을 같이 작업하면서, <마담 보바리>가 쓰여지는 것과 동시에 소설 속의 단어 모두를 함께 검토했다." 


저런 작업 한번 해보고 싶지 않나. 

세계 일급 작가가 신뢰하는 문학적 조언자와, 세계 일급 작가 자신이 

매주 정해진 긴 시간을 같이 하며 원고를 단어 수준에서 검토하는 일. 

(이라고 조금 더 자세히 상상하니, 조금 덜 해보고 싶어진다.....) 그 중 조언자도 작가도 될 수 없으니 

그런 작업도 할 수 없겠지만, 저 문장 읽으면서 바로... 아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too cheep society도 있지만 

a very close conspiracy도 있지 않은가. 아주 긴밀한 공모, 이런 거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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