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어서 종일 의식이 혼미했어도 그랬겠지만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은 해도 그래도 의식이 맑은 건 아니고 

시달리며 보낸 여름 날, 그 밤을 맥주 없이 보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실감하면서 

늘 나를 환영하는 주인이 계신 가게에서 맥주를 사온 참이다.  


실현된 날이 아마 하루도 없는, 하루 일과의 이상. 

그건 이런 것이다. 4시에 일어나 아도르노의 한 문단을 읽고 옮겨 둠. 

그러는 사이 커피 두 잔을 마심. 지방 분해를 돕는다는 공복의 블랙커피. 

5-6시까지 새벽의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는 아침을 먹음. 그리고 12시가 될 때까지 

1-2 시간은 다른 일도 하지만 쭉 글을 씀. 점심을 먹은 다음엔 저녁을 먹기 전까지 

쓰고 싶은 글들에 필요한 책들 포함해서 책들을 집중해 읽고 방대한 노트를 남김. 

그러는 사이 바슐라르의 한 문단을 읽고 옮겨 두면서 자극된 생각이 있으면 꼼꼼히 기록함. 

저녁을 먹으면 9시에 자기 전까지, 불어 한 시간 독어 한 시간을 공부함. 


어차피 안되므로 생각으로나 더 더 풍요하게 살아보자.... 일 땐 저녁 전후 시간에 

프루스트 읽기를 꿈꾸기도 한다. 정말 프루스트 같은 작가(라고 쓰니 모욕같다;), 이런 분들은 

다시 읽기 위하여 읽는 분이니까, 처음의 읽기를 잘 기억 못하더라도 이젠 이미 언제나 다시 읽기인 때. 

그런 때에 있고 싶은데 오늘도 이 방향으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아도르노 학자 로버트 훌롯-켄터가 비교문학 전공이던 학부 시절 회고하면서 

"2년 정도 문을 걸어 잠그고 독어와 불어를 공부했고, 독어와 불어 책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새로운 세계가 내 앞에 열렸다" 이런 얘기 하는 인터뷰 있다. 아 나도 그랬어야 한다... (하지만, 좀 기억을 해봐 영어만으로도 허덕였다고!) 하튼 지금이라도 그 비슷하게라도 해봐야 한다.... 자극되던 얘기. 꿈의 일과에서 지금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쉽고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인 게, 독어와 불어 공부다. 잠이 안 올 지경이고 그래서 맥주를 마시고 있을 거면 그러는 대신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많이 스스로를 나무라 보았는데, 이게 또. 맥주 문제는 그게 또....... 


그래도 아침엔 거의 언제나 낙관하니까 

내일 아침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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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클루거의 홀로코스트 생존기, Still Alive. 

여기서 클루거는 친구를,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같이 검토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어제 뭔가 찾다가 저 책 읽고 남긴 한 문장(단 한 문장) 발견. 

오 친구의 정의로 좋고 My Dinner with Andre에서 "내가 지옥을 통과하고 있다면 내 친구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을지 

궁금할 것 아닌가" 월리의 이 명대사와 강력히 공명한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이곳의 야만에 대해 뭐라고 쓰려다가 

내가 하고 싶은(싶을) 얘길 나보다 1만배는 더 잘하고 있는 

모르는 사람의 계정 우연히 발견. 트위터였는데 (알라딘이었다면 계정 발견했다고 쓰지 않을 것같다) 

앉은 자리에서 모든 트윗을 읽었다. 


상상 친구. ;;;;;; 

;;;;;;;;;;;;;;;;;;;;;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안해도 되니 

여기서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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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와 루스. 

둘의 평화롭지 않은 저녁 식사. 

"창녀가 이태리 말로 뭔 줄 알아? / 파스타튜트 pastatute." 


이 시시하고 불쾌한 농담이 루스에게,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게 한다. 

"You're Goddamn right it's not funny! None of this is funny! 

You tricked me into marrying you! You knew you were crazy and didn't tell me, and now 

I have to take care of you for the rest of my life! What did I do to fucking deserve this!"






1시즌에서는 남편 나타니엘이 죽고 나서

그녀를 위로하러 온 친구와 경마장에 가는 장면 있다. 

경마장 입구에서 서로 껴안고 속삭이는 다정한 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을 흐뭇한(?) 미소를 띠며 지켜봄. 우리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사이라 이렇다... 고 말하는 그들에게 루스가 전하는 말: 



"그게 될 때 즐기도록 해. 

그럴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을 테니까.

영원할 거라 생각하겠지만, 결코 아니야.

어느새 같이 있으면 짜증나는 걸 알게 될 것이며,

예전만큼 서로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겠지.

말은 해서 무슨 소용인가, 아니까 안하는 거야.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가 나를 이해했던 적은 없다는 걸 알게 되고

진짜로 이해한 적은 결코 없었던 걸 알게 돼. 그러다 솔직한 얘길 하지 않는 걸 넘어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지. 그리곤, 상황이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고 생각할 때, 그때 갑자기 일어나더니 죽어버린다구. 뭘 하든 결국 나는 혼자, 내가 누구인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채 혼자인 거야...."

 

Just enjoy it while it lasts, which isn't very long. 

You think you have forever, but you don't. Soon you'll start to get on 

each other's nerves, then you don't tell the other person as much as you 

used to, because, really, what's the point? You thought they understood you, but 

they never did--not really. Finally not only you not tell the other person anything real, you 

actively start lying to him. And then when you think it can't get any worse, then he up and dies!  

(...) No matter what you do, you end up alone, not knowing who you are and what you really want." 



*이 장면 찾으려고 유툽에서 별별 검색을 다 해 보았으나 찾지 못함. 

이미지라도 구해보려고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하다가 찾은 것 중엔 이런 것이 있다. 





이모저모로 

최고의 각본이었다. 

조지에게 What did I do to fucking deserve this? 

이 정도 한 마디도 실은 각본 쓴 사람들의 재능과 용기의 증거란 생각까지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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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대학원 시절 잠시 살았던 아파트 근처 담배와 술 팔던 가게에 

내가 맥주를 사러 가면 불쾌함을 표하던 주인이 있었다. 알바 청년들은 그러지 않는데 

주인은 그럼. '얘 또 왔네 알콜중독' '오늘도 우리 동네에 술로 망가지는 인생이 있지만 내 책임이 아니야' 등등 하여간 복잡한데 그 핵심은 난 네가 싫음.. 의 표정과 몸짓으로 계산해주시던 분. 인도계로 짐작되어서 The Simpsons에서 인도계 가게 주인 생각하게 하시던 분. 


지금 사는 동네 가게엔 맥주, 만이 아니라 무얼 사러 가든 완전히 반색하는 주인이 계시다. 

조금 전 그 분의 환영을 받으며 맥주를 사왔음. 그리고 구글에서 'Six Feet Under gif' 검색을 해보았다. 




애청자였다면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을 이 장면. 클레어와 그녀의 여친들. 

미드의 매력 중 하나는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우린 이렇게 보인다"와 "우린 이렇게 보이고 싶다"의 결합에 있는 듯. 하여튼 그 비슷한 무엇이 많이 웃길 때가 있다. 




"지옥은 타인이다" 

이걸 얼마나 어떻게 성찰하느냐에 문명의 척도 하나가 있는 걸지도. 





5시즌 전체를 통틀어 명대사 탑텐을 꼽더라도 들어갈 만한 이것은 

클레어가 가브리엘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사람들이 자기라는 클리셰가 아니었으면." 

한국어로 바꾸어 말해 보면, 술이 다 깰 명대사다 정말. 이 말 하는 클레어는 고교생. 가브리엘은 그녀의 첫 남친. 


옮겨 두고 싶지만 구글에서 찾아지지 않는 명대사 중엔 

결혼에 대하여...... 루스 피셔의 엄청난 한 마디가 있고 또 (아 이건 찾아진다) "조지 퍽킹 부시가 재선된 데 이유가 있어?" 클레어 이모가 04년 부시 재선 이후의 에피에서 술 취하고 주정하던 장면. 마리화나 피우고 행복해진 클레어가 침대에 누워서 ㅎㅎ "왜 대마를 피우고 나면 행복하지? 왜지??? 왜냐고!!"  








이 장면 이 대사도 

그 시절의 진짜의 일부다. 그냥 그대로 내가 살았던 것 같다. 




다시 보니 이것도 참

참으로 잘 쓴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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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서평 팟캐스트 중에선 뉴욕타임즈에서 하는 Inside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가 

특히 재미있다. 진행자의 숨길래야 숨겨지지 않는 개성과 지성. 알고 보면 (알면 알수록) 세상만사에 자기만의 

괴이한 관점과 생각이 있을 것같은 그녀. 이름이 좀 특이하게 "여자 퍼스트 네임 + 남자 퍼스트 네임" 조합, 파멜라 폴. 그녀를 애정함. ----------------------------- 


NPR에서 하는 On Point는 

진행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그것만으로도 나올 '견적'이 지켜지는 곳. 

낭중지추. 이런 일은 진행자 편에서도, 게스트 편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건하고 polite.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도 못할 말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하기도 한다. 

사실 그 점에서, 게스트만이 아니라 청취자와 대화할 때 "이것이 대화다" 느끼게 하는 때도 많고 

그래서 여기도, 재미는 덜하지만 가끔 감사히"배운다"가 일어나는 곳. 


오늘 여기서 다룬 책이 Ego is the Enemy. 

저자가 29세라는데 이미 꽤 유명, 성공적인 저자라고.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영웅이나 천재, 위대한 사람들 중 

자기 에고가 커지지 않게 한 사람들이 많다... 는 얘길 한다고. 

big ego는 행복에도, 성공에도 걸림돌인데 그것이 실은 망상이어서 

자기라 믿는 자기와 실제 자기인 자기... 이 둘 사이의 간격을 보지 못하고 보지 않기로 하기 때문이다. 

"이미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배울 수가 없는 겁니다."


소셜미디어와 사람들의 점점 커지는 에고.

이에 대해서도 꽤 오래 얘기한다. "작가들 중엔 자기가 이런 걸 쓰고 있다고 

소셜미디어에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소셜미디어에 쓰는 거지 작품을 쓰는 게 아니죠."


기억하고 적어두고 싶었던 건 

small ego의 예로 언급된 조지 마셜. 마셜 플랜의 저자라는 조지 마셜. 

그에게 백만불 선인세로 자서전 제의가 있었으나 그는 단번에 거절했다고. 

"내가 알았던 사람들에 대해 써야 할테고 그런다면 반드시 부정적인 얘길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알았던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자서전까지 갈 것도 없이) 

블로그 하고 있는 것 같은 나를 순간 반성하게했다. 아 그렇긴 한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혹시 누가 "이런 대학도 대학인가 대학 소설"을 쓴다면 꼭 등장해야 할 인물일 누구......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는 해야 하는 거 아냐? 


책의 저자가 한 마지막 말은: "지금 난 이 인터뷰를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건 내 방에 앉아 나의 작업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자기에 대해 알리는 일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에 힘을 투입하라. 이걸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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