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Writer's Almanac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책. 웬델 베리와 개리 스나이더 사이 편지 선집.
베리와 스나이더는 이름만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이 350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니까
분명 좋은 분들이며 좋아할 분들이겠다면서 얼른 이름 이상 알고 싶어졌다. 아마존 독자평들도 좋다. 15년에 나온 책인데 2불 근처에 등록된 중고도 있는 걸 보면 많이 팔렸고 재밌겠다는 짐작도 하게 됨.
<공기와 꿈> 6장, 292쪽에서 바슐라르가 베를렌을 인용한다.
나중 <몽상의 시학>에서도 인용하게 되는 그 구절. 바로:
하늘은 지붕 위로
저토록 푸르고 고요한데!
그리고 바슐라르의 코멘트: "라고 감옥 안에서 베를렌느는 채 다 용서 받지 못한 추억의 무게에 짓눌려 탄식한다."
여기 역자주가 달려 있다. 역자주에 따르면: "친구 랭보를 총으로 쏘아서 다치게 한 혐의로 1873년에 감옥에 갇히게 된 베를렌느는, 여기서 인용된, 젊은 날의 과오를 탄식하는 심경이 잘 토로된 유명한 시편 "하늘은 지붕 위로 Le ciel est, par-dessus le toit..."가 수록된 시집 <예지 Sagesse>를 통해 시의 새로운 방향과 함께 가톨릭 신앙으로의 회심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주석, 포함해 이 책의 많은 역주들
역자가 바슐라르의 다른 번역에도 포함시킨 역주들
그것들 외에 주석이라는 것 자체, 주석을 달고 주석을 읽는 인간을
찬미하고 싶다는 심정이 순간 되길래, 이 포스트를 쓰기 시작함.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에서도 좋지만
<공기와 꿈>에서 역주들이, 나는 너무 좋다. 좋아하고 있다. ;;; 바슐라르 문장 하나 읽고 역주 하나 읽으면, 바슐라르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당연히) 나보다 더 잘 읽은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같아진다. 역주가 꽤 많은 편인데 (거의 모든 페이지에 있다. 두 개에서 한 일곱 개까지?) 그의 3배 정도 있어도 좋을 것같다.
미국 작가 윌리엄 H. 개스가
위대한 예술 작품이 우리를 대면하는 방식은 "완전히, 숨김없이, 당장 (completely, openly, at once)"라고
쓰기도 했는데 편지를 잘 썼던 이들이 남긴 편지.. 그리고 좋은 주석들을 읽을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정신과 완전히, 숨김없이, 당장 만나는 일. 실제의 사람이 만날 때 그런다면 (완전히, 숨김없이, 당장) 무서울 수도 있을 것같은데 그런가하면, 그 요소가 없이는 우정, 사랑, 연대 이런 것이 불가능하지 않나는 생각도 듬. 어쨌든 좋은 예술이, 책들이, 편지가... 그럴 땐 언제나 좋다고 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