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뭐 대단한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동네 길 걸을 뿐인데 

땀을 쏟으며 (그래도 이틀 전보단 덜했다. 이틀 전엔, 소나기 느낌) 집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분명 어제는 맥주를 안마셨으니) 오늘부터 16년은 이대로 쭉 술을 마시지 않겠다. 


8시를 조금 넘은 지금 

자기엔 이르고 공부하기엔 늦은 시각이니 

맥주 마시자! 고 환호하는 나와, 그런 나를 말리는 나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어얄지 모르겠어서..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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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즌 전체에서 명장면 명대사 top 10 투표라도 한다면 

아마 이 장면 빠지지 않을 듯. 2시즌 결말로 향해 가면서 네이트와 브렌다가 

감춰왔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싸우는 장면. 격렬하게 싸우고 네이트는 커플 반지 던지고 헤어진다. 이거 처음 보던 때, 오마이

이런 대사와 이런 표정과 하여간 등등 전부... 이런 걸 내가 보고 있다니. 지극히 경탄했었다. 그러고 지금까지 여러 번 보면서, 잘 쓴 대사라는 생각을 볼 때마다 한다. 하도 잘 썼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는 있어보고 싶지 않지만 똑같은 말은 해보고 싶어진다. Real love! What the fuck do you know about real love? : 네이트의 이런 대사. 


3:10 지점부터 네이트의 이 놀라운 대사: 

Oh, fuck you! Life doesn't have to be miserable just because you are. Yeah, I know. 

Weird shit happened to you. But you know what? It happened to all of us, and I am sick 

to death of you using it as an excuse to act like some fucking cunt from hell.



셰익스피어 아님? 이 정도면? ;; 

Weird shit happened to you. 이 한 마디의 힘은 한편 영어의 힘이기도 하다 (우리말로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weird, shit, 이런 단어는 정말 영어의 자산인 단어들). 이어지는 it happened to all of us, 이 말은 또 얼마나 생각을 자극하는지. 이 말도, 여기서 이걸 듣고 난 다음엔 "세상 모두가 겪고 아는 각자의 불운이 있어, 그러니..."로 생각하게 됨. 처음 보던 땐 weird shit이 내게 아주 그냥 밀려들던 시절이었다. 


네이트의 저 놀라운 대사 다음 브렌다는 이렇게 말한다: "와. 언제부터 날 그렇게 미워한 거야? How long have you hated me like this, Nate?" 


이 평범한 한 문장도, 식스핏언더의 놀라운 작가들이니까, 낭비되지 않게 의미심장하게 들리게,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1-5시즌을 전부 보면 더욱 분명하고 그러나 그러기 전에도, 이 장면 나오던 때인 1-2시즌 만으로도, 네이트에게 억압된 분노가 있고 그게 특히 브렌다와의 사이에서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고 알아볼 수 있다. 재능은 승화된 분노... 라고 아도르노가 Minima Moralia에서 말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이성애 남자들이, 그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게 승화된 분노(증오) 아닌가? 


아닌가? 식스핏언더는 이 장면을 통해서 

이성애 관계에도 코멘트를 하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면 착각일까. ;;; 착각일 거 같다. 그러나 어쨌든, 

사랑이라 말하지만 사실은 미움이고 분노인 (아직 터지지 않은)... 사이는 많을 것을 분명히 보게 하는 장면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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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의 40세 생일. 

3남매 유년기 사진들 있는 가족 앨범 넘겨보는 네이트에게 죽은 아버지 나타나고 

둘은, 세월에 대해 얘기한다. 과연 명장면 명대사인가 봄. quotes.net에 이 장면 전체 

대사가 올라와 있다. 


Nathaniel Sr.: The day I turned 40, you were in Europe. I spent the whole day wondering if you'd call.
Nate: Sorry.
Nathaniel Sr.: Oh, don't apologize. You did what you had to do, you little f***er.
Nate: You know, so much crazy shit has happened since these pictures were taken. So much. The idea of 40 more years--
Nathaniel Sr.: The next 40 fly by much faster. It'll be over before you know it.
Nate: 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 huh?
Nathaniel Sr.: No, time flies when you're pretending to have fun. Time flies when you're pretending to love Brenda and that baby she wants so much. Time flies when you're pretending to know what people mean when they say "love". Face it, buddy boy, there's two kinds of people in the world: there's you, and there's everybody else, and never the twain shall meet.



네이트 부친의 마지막 긴 대사. 이것도 식스핏언더가 주력한 대사일 거라 생각한다. 

이미 죽은 사람이므로 격한 생각들도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인물인데 그에게 이런 말을 줌. 

"아니야. 세월은 네가 좋은 시절 보내는 척하다보면 쏜살같은것. 브렌다와 브렌다가 갖고 싶다는 아기를 사랑하는 척하다보면 쏜살같은것. 사람들이 "사랑"을 말할 때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척하다보면 쏜살같은것. 자 아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너, 그리고 나머지. 둘은 결코 만나지 못할 것이다."


종영 후 캐시 베이츠가 인터뷰하면서 "SFU는 TV 드라마의 기준을 굉장히 높였다" 하는데 

정말 그렇다. 기준을 높였다는 건 인생을 거기 비추어 볼 분명한 기준(척도)을 주었다는 것. 식스핏언더에서 나왔으니까 : 이걸 기준으로 판단하는 일이 지금도 일어난다. 네이트 부친의 위의 대사도 그걸 듣고 난 다음 ""사랑"을 말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 척하다가........."로 시작하는 생각 많이 했다. 


흠 언제나 그렇듯이 쓰기 전엔, 

오 이건 꼭 써야 해, 써두어야 해. 였다가 쓰고 나서는 

이게 아닌데....... 이보다 훨씬 무겁고 어둡고 그러나 진실한 얘기를 쓰려 했는데..... 

안됨 안됨. 의도를 실현하는 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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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Writer's Almanac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책. 웬델 베리와 개리 스나이더 사이 편지 선집. 

베리와 스나이더는 이름만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이 350페이지 분량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니까

분명 좋은 분들이며 좋아할 분들이겠다면서 얼른 이름 이상 알고 싶어졌다. 아마존 독자평들도 좋다. 15년에 나온 책인데 2불 근처에 등록된 중고도 있는 걸 보면 많이 팔렸고 재밌겠다는 짐작도 하게 됨. 



















<공기와 꿈> 6장, 292쪽에서 바슐라르가 베를렌을 인용한다. 

나중 <몽상의 시학>에서도 인용하게 되는 그 구절. 바로: 


하늘은 지붕 위로 

저토록 푸르고 고요한데! 


그리고 바슐라르의 코멘트: "라고 감옥 안에서 베를렌느는 채 다 용서 받지 못한 추억의 무게에 짓눌려 탄식한다." 

여기 역자주가 달려 있다. 역자주에 따르면: "친구 랭보를 총으로 쏘아서 다치게 한 혐의로 1873년에 감옥에 갇히게 된 베를렌느는, 여기서 인용된, 젊은 날의 과오를 탄식하는 심경이 잘 토로된 유명한 시편 "하늘은 지붕 위로 Le ciel est, par-dessus le toit..."가 수록된 시집 <예지 Sagesse>를 통해 시의 새로운 방향과 함께 가톨릭 신앙으로의 회심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주석, 포함해 이 책의 많은 역주들 

역자가 바슐라르의 다른 번역에도 포함시킨 역주들 

그것들 외에 주석이라는 것 자체, 주석을 달고 주석을 읽는 인간을 

찬미하고 싶다는 심정이 순간 되길래, 이 포스트를 쓰기 시작함.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에서도 좋지만 

<공기와 꿈>에서 역주들이, 나는 너무 좋다. 좋아하고 있다. ;;; 바슐라르 문장 하나 읽고 역주 하나 읽으면, 바슐라르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당연히) 나보다 더 잘 읽은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같아진다. 역주가 꽤 많은 편인데 (거의 모든 페이지에 있다. 두 개에서 한 일곱 개까지?) 그의 3배 정도 있어도 좋을 것같다. 


미국 작가 윌리엄 H. 개스가 

위대한 예술 작품이 우리를 대면하는 방식은 "완전히, 숨김없이, 당장 (completely, openly, at once)"라고 

쓰기도 했는데 편지를 잘 썼던 이들이 남긴 편지.. 그리고 좋은 주석들을 읽을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정신과 완전히, 숨김없이, 당장 만나는 일. 실제의 사람이 만날 때 그런다면 (완전히, 숨김없이, 당장) 무서울 수도 있을 것같은데 그런가하면, 그 요소가 없이는 우정, 사랑, 연대 이런 것이 불가능하지 않나는 생각도 듬. 어쨌든 좋은 예술이, 책들이, 편지가... 그럴 땐 언제나 좋다고 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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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3장, "유년기로 향하는 몽상"에 이런 대목이 있다: 



<공간의 시학>을 쓰면서, 우리가 보기에 집의 "심리학"을 구성했던 주제들을 취합하던 때, 우리는 사실과 가치의, 현실과 꿈의, 기억과 전설의, 기획과 환영의 변증법들이 벌이는 끝없는 유희를 보았다. 이 변증법들 안에서 검토될 때, 과거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과거가 기억이 되어 복귀할 때, 그 기억은 언제나 같은 특징을 가지며 언제나 같은 빛 속에 있는 기억이 아니다. 과거가 인간적 가치의 그물 안에, 잊지 않으려 하는 사람의 내면적 가치 안에 놓이자마자, 과거는 기억을 담당하는 정신과, 자신의 충실성에서 자양을 취하는 영혼, 이 둘의 이중의 힘과 함께 나타난다. 영혼과 정신은 같은 기억을 갖지 않는다. 그 분리를 알았던 설리 프루동은 이렇게 썼다. 

 

오 기억이여, 내 영혼은 물러선다

놀라서, 너를 갖기가 두려워.



(옮겨 오면서 다시 확인. 바슐라르, 그의 옹고집. 바슐라르가 최고다. 이런 거 그 아닌 누가 했으랴...). 

끝부분이 영어판에선 이렇게 되어 있다: The soul and the mind do not have the same memory. Sully Prudhomme, who has experienced this division, wrote: 


O memory, the soul renounces, 

Frightened, to conceive you. 


<공기와 꿈> 한국어판 보다가 4장에서, "그러한 통합은 공기의 상상력에 관한 이미지들을 통해 용이해진다. 셸리적인 교감들은 여기서 심오한 심리학적 의미를 갖게 된다. 여기서 영혼이 형성된다." 이런 문장을 보고 "여기서 영혼이 형성된다" 이 한 마디가 순간 참으로 심오하게 들려오면서, <몽상의 시학>에서 위의 대목을 기억했다. 기억엔 사회적 기억이 있고 그것은 정신이 담당하지만, 사회와 역사에서 떠난 영역에서 살아가는 영혼의 기억도 있다. <물과 꿈>에서 한 문장, "물의 고통은 무한하다" 혹은 <공기와 꿈>에서 쓰인 구절로 "공기적 존재" "공기적 전도" 이런 것들의 체험이 영혼의 기억. 바슐라르의 문학책들 전부가 영혼의 기억의 탐사에 바쳐진 책이라 해도 아주 틀린 말이 아닐 것인데. 


<공기와 꿈> 4장엔, 정신의 현실주의에 맞서는 시적 초자아(영혼)의 이상주의.. 의 힘을 찬미하는 문장들이 있는데 

중요하고 재미있고 신비롭지만, 이것들도 인용하고 논의하려면 얼마나 어려울까도 함께 알아보이니 

중요하고 재미있고 신비로운데 동시에 좌절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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