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누구도 소홀히하지 않고 또 반대로 어느 누구에게도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학급이라는 개인들의 집합체에서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하는 '정신적인 체조'라고. 누구도 교사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직업상 날마다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그리고 이런 건 교수법보다는 처신의 문제이며 애정의 문제라고.

<미래의 독자>, 최윤정 p.164 중에서

프랑스의 유명한 동화작가 다니엘 페낙이 한 말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어쩌면 잊고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수법보다는 애정의 문제라는 점이요. 요즘같이 그저 일년 잘 버티기만 하면 그만이다라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선생님이 늘어가는 현실에서는, 가출을 했을 때 몽둥이를 들로 쫓아와 두들겨 패서라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했던 옛 선생님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교육방식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의지가 있으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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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1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윤정의 글을 좋아하는 저는 <미래의 독자>도 잘 읽었습니다.
다니엘 페낙의 소신도 참 좋아하며 그의 작품도 좋아합니다. 특히 <늑대의 눈>을요.
저도 공감했던 부분을 다시 보니 반가워서 글 몇자 남기고 갑니다.^^
 

폴 오스터 작품이라기 보다는 샘 메서의 화집에 폴 오스터가 찬조출연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촉촉한 느낌의 타자기 그림이 계속 이어지는데, 정말 타자기가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어떤 타자기 그림은 좀 삐져보이고, 어떤 것은 미소짓는 것처럼 보이고, 어떤 그림은 주인인 폴 오스터에 대해 조잘조잘 수다를 떠는 것처럼 보인다. 새침한 모습, 우울한 모습, 화가 난 모습... 수만가지 표정을 가진 타자기가 이야기를 건다. 글쎄 말이야.. 하면서...

틱틱 택택 경쾌한 파열음. 그리고 치지 않을 때는 조용히 생각이 떠오르기만을 관조하는 타자기의 모습은 백년 전 영국 집사와도 같다. 절대 수선스럽지 않게 조용히 모든 일을 처리하지만 존재감이 뚜렷한, 까만 양복에 하얀 셔츠, 그리고 단호한 표정을 가진 집사 말이다.

타자기의 제일 큰 장점은 조용함이다. 치지 않을 때는 완벽한 침묵을 지킨다. 혹자는 틱틱 택택하는 소리가 꽤 시끄럽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워드 프로세스의 비인간적인 전자음,  불안스럽게 왜앵왜앵 거리는 컴퓨터의 하드 돌아가는 소리, 둔탁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경망스러운 키보드 소음에 비하면 타자기의 산뜻한 터치음은 기분좋은 타악기 음악과도 같다. 마치 머리 속의 생각들이 그 소리에 맞추어 착착 행진이라도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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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도 일반화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가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광욕 같은 건 좀더 느긋한 기분으로 하면 좋으련만 이 사람들(대개 북유럽에서 일부러 그리스의 햇살을 찾아온 사람들로 추측된다)은 햇빛에 관해서는 매우 진지하다. 마치 태양 전지식 전기면도기가 한곳에 모여 충전을 겸한 신앙 고백 집회라도 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재미있는 것은, 여자가 해변에서 수영복의 윗부분을 벗고 유방을 홀딱-또는 날름이랄까 낼름, 어쨌든 이 행위에 관해서는 나도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드러내놓고 있어도 관광객들끼리는 서로 그런 모습을 빤히 바라보지 않는다.

내가 결혼생활에서 배운 인생의 비결은 이런 것이다. 아직 모르는 분은 잘 기억해 두기 바란다. 여성은 화를 내고 싶은 일이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화내고 싶으니까 화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화내고 싶을 때 제대로 화를 내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게 된다.

그 토요일 아침, 환전 때문에 일어난 우리의 말다툼도(사실 말다툼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ㅐ턴대로 진행되었다. 인생관과 세계관의 차이가 너무나도 분명해서, 거기에는 이미 몇 천 대의 불도저를 동원해도 메울 수 없는 숙명적인 갭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내 뒤에서 그리스 비극의 합창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인생이란 다 그런 것,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노래를 부르고, 아내 뒤의 합창대는 '아니오, 숙명에 맞서 싸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오'라고 노래 부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내 합창대가 아내의 합창대에 비해서 얼마쯤 소리도 작고 열의도 부족하다.

"저 말이죠, 이탈리아 사람들은 먹고 떠들고 여자 꼬시는 일을 제외하면 열심히 하는 일이 별로 없거든요." 어떤 몰타 사람이 가르쳐주었다. "몰타를 폭격했을 때도 고도를 낮추면 고사포에 맞을까봐 두려워서, 아주 높은 곳에서 폭탄을 우수수 떨어뜨리고는 그냥 돌아갔어요."

낮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대중 술집에 가는 사람이 있듯이,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여자와 자는 사람이 있듯이 나는 낯선 도시에 가면 반드시 달린다. 달릴 때의 느낌을 통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세상에는 있기 때문이다.

"무솔리니는 대담하게 나라의 구조를 바꾸는 데 성공한 유일한 정치가였어." 우비 씨는 말한다. "그는 국민들이 찍소리 못하게 만들었지. 그 정도로 강하게 나오지 않으면 이탈리아 사람을 상대로 정치하기 힘들어. 무솔리니는 마피아까지 꼼짝 못하게 했지. 다만 그의 유일한 실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전쟁 능력을 과대평가한 점이야. 이탈리아 사람에게 전쟁을 시켰다가는 끝장이라는 걸 몰랐거든."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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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그리스.이탈리아 여행기 <먼 북소리>가 다시 나왔다. 예전에 나왔던 것은 김난주 씨가 번역한 중앙 M&B판. 이번에 나온 판은 윤성원 씨가 옮겼고, 하루키의 대부분의 책이 나왔던 문학사상사. 예전 책디자인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문학사상사의 북디자인 감각은 참 클래식하다.(뉘앙스는 알아서 판단할 것.) 판형은 <해변의 카프카>의 판형과 같고, 사진은 중앙M&B에 실린 것과 동일하다. 다만, 중앙M&B의 것이 판형이 커서 사진도 크다.

번역도 대부분 동일하다. 크게 문제 삼을 부분은 없다. 다만, 지명과 인명이 약간 수정되었다. 김난주 씨는 일본어식으로 표기된 외국어를 그대로 번역했고, 윤성원 씨는 방겔리스를 '반젤리스'라고 고친 것처럼 원어에 충실하게 번역하려 한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식 지명이 눈에 띈다.

윤성원 씨는 역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핀볼>, <태엽감는 새> 등을 번역했고, 김난주 씨도 하루키의 대표작들을 대부분 번역했지만, 역시 번역의 맛은 김난주 씨가 더 있다. 윤성원 씨와 김난주 씨 번역의 차이는 아내와 마누라의 차이다. 윤성원 씨는 꼬박꼬박 아내로 번역하고, 김난주 씨는 문맥에 따라 재치있게 '아내'와 '마누라'를 번갈아 쓰고 있다.

예전에, 김난주 씨가 번역한 하루키 수필 3부작을 읽었을 때 느꼈던 것이지만, 다른 것은 몰랃 김난주 씨가 번역한 하루키를 읽노라면 그의 유머감각을 최대한 우리말로 바꿔서 살려놓는 듯한 느낌을 든다. 거기에 비해 윤성원 씨의 번역은 너무 정중하다고 할까?

게다가, 의도적으로 '부사어'를 빼먹은 구절도 몇군데 보인다. 예를 들면, 하루키가 방겔리스에서 풍로를 빌려, 생선을 굽는 장면에서 방겔리스가 '독일인이나 프랑스인은 생선먹는 법을 몰라'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김난주 씨는 원서에 있는 '득의'(일본어로 뭐라고 하는지 모른다)를 '우쭐해 하며'로 번역했는데, 윤성원 씨는 이 부분을 생략했다. 이런 대목이 몇군데 발견된다.

또 사소한 부분에서도 조금씩 틀리다. 윤성원 씨가 최대한 매끄럽고 우리말로 의역을 했다면 김난주 씨는 약간 거칠다는 느낌이 드는 직역스타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너무 다듬었다는 느낌이 드는 윤성원 씨의 글보다는 생생한 느낌이 살아 있는 김난주 씨의 글이 좋다. 이것은 어디까지 취향의 문제이니 깔끔하게 다듬하진 의역스타일의 글이 좋다면 윤성원 씨 번역을 읽으면 되고, 원문의 단어를 직역스타일로 옮긴(김난주 씨는 거의 단어 배열도 원본과 동일할 때가 많다.) 것이 좋다면 김난주 씨 것을 읽으면 된다.

그리고, 문학사상사 본을 보면서 조금 눈에 거슬렸던 것 하나. 책 초기에 하루키가 살 집을 지도로 그려서 보여주는 '양송이' 그림이 있는데, 페이지 문제인지, 그림이 원래 있을 자리보다 몇 줄 밑에 들어가 있었다. 차라리 몇칸을 비우더라도 원래 있을 자리에 지도를 넣어주는 것이 독서에 훨씬 좋은데 말이다. 있던 자리에 그림이 없어서 꽤 당황했다.

PS. 그런데 예전에 김난주 씨가 번역했을 때부터 궁금했던 것인데 '페다 치즈'가 도대체 뭘까? 체다 치즈는 알겠는데... 그냥 치즈의 한 종류인가? 일본어 원어로도 페다 치즈라고 표시가 되어 있던데...

PS. 오스트리아의 '굿 다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아마도 오스트레일리아의 '굿 다이'의 오기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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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9-1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다 치즈처럼 치즈의 한 종류래요. ^^

12) 페다(Feta) - 시큼하고 강한 맛과 짠맛을 가지고 있으며 -1∼1℃로 3개월 장기보관 가능하고, 얼리지 않는 것이 좋다. 손으로도 잘 부서지므로 패스츄리나 빵 반죽에 넣어 함께 굽거나 고기스튜 야채수프에 넣기도 하고 계란과 함께 섞어 요리하기도 한다.

panda78 2004-09-1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페타 레인보우 피자니 뭐니 그런 것들 많이 보이던데, 그 페타가 페다 치즈인 것 같네요. ^^;;

 

 


 


yukineco 2004-09-1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렇군요. 판다 님 감사 ^^
 

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사는 게 큰 재미가 없다. 왜 자꾸 과거가 더 재미있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 웃다가 울다가 정신이 없다. 이래저래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스노우캣 말대로 나는 사람이 싫어, 사람은 필요없어, 난 혼자야, 날 내버려둬 하면서 제일 남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인간형이다.

그런 내가 요즘 이것들을 보는 재미로 산다. 보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다. 먼저, <문조님과 나> 한 서른 번은 보았다. 잠들기 전에 꼭 책을 펴서 한 권이라도 읽고 잔다. 이마가의 문조들의 이름과 그들의 베스트 체중, 성격, 애정편력, 좋아하는 먹이, 병력까지 줄줄 외고 있다.

그 다음에는 명탐정 코난 DVD 6장. 이것도 일주일에 2~3번 전체를 왕복하면서 본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 범인은... 이것은 이래서 이런거죠. 이렇게 코난의 말투를 흉내내면서 본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매번 봐도 범인을 잡는 코난의 모습이 너무도 멋있게 보인다는 것. 주제가를 목놓아 한밤중에 따라부르면 왠지 기분까지 시원하다. 다만, 하도 탐정물을 많이 봤더니 밤에 불끄고 자기가 무섭다. 하루에 살인사건을 거의 10건 정도 주구장장 보고 있는 셈이니까.

그리고 섹스 앤더 시티. 이것도 요즘 미쳐 있다. 이제 시즌 2를 거의 다봤는데 나는 네 사람 중에서 자기 욕망에 솔직한 사만다가 제일 좋다. 제일 매력없다고 생각하는 건 캐리. 도무지 인형같아서 정이 안간다. 그리고 너무 전형적으로 남자한테 매달리고 흔들흔들거려서 내 취향은 아니다. 그에 비하면 사만다는 얼마나 씩씩한가. 남자 갈아치우기를 택시 타기보다 더 자주하는 사만다. 아쉽게도 사만다가 시즌 3에서 바람둥이 남자친구와 고정살림을 시작했다니 ...시즌 3을 봐야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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