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도서관에서 제일 먼저 어린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조심스럽게 책을 다루는 것과 다 읽은 책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가정에서도 이 일을 실천하여야 한다.

어린이에게 책은 손상되기 쉬운 물건이라는 점을 이해시키고 책장을 넘길 때도 조심스럽게 다루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은 여러 사람이 보는 공공 물건이므로 빌려 왔을 때와 똑같은 형태로 돌려 줘야 한다고 설명을 해준다.

-<똑똑똑 그림책> P.18  중에서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너무도 지켜지지 않은 기본 원칙 중 하나. 도서관책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에게 팔 책-서점의 재산-도 어린이나 어른이나 참 함부로 다룬다. 가끔 대형서점에 책을 사러 갈 때마다 어린이쪽 매장은 보고싶지도 않다. 우리나라 많은 엄마들은 자기 물건은 소중히 다루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만 남의 물건은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 가르치나보다. 파는 물건을 구겨가면서 보는 엄마(!) 점입가경으로 침을 묻히며 페이지를 넘기는 사람도 많이 있다. 아이들은 책을 아무렇게나 찢고 낙서를 한다. 세상에 팔 물건을... 이러니 어린이 매장을 맡은 직원들은 엄마와 아이들의 몰상식에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녀들이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 아주 쌀쌀맞다. 아이들에게는 거의 야단이라도 치듯 호통을 치기도 하며, 때로는 거칠게 아이들을 밀치기도 한다. 뭐 이런 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매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책을 보는 엄마와 아이를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서점이 도서관화한 것은 이렇게 책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데 책을 볼 곳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동네에서 걸어갈 위치에 도서관이 있다면 이 사람들이 이 공기도 안좋고 북적거리는 지하 매장에서 몇시간이고 앉아서 책을 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위에서 몰상식하다고 비난했던 그 엄마들은 사실 자식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싶은 욕심에 그 곳에 앉아 직원들의 눈치를 받아가며 몇시간이고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이 읽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그러니 정말 부탁하고 싶다. 제발 누구의 책이든 어디에 있는 책이든 소중히 대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책은 쉽게 손상되는 물건이며 소중히 여겨야 함을 가르쳐주었으면 한다.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어느 곳에서 그런 모습을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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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봄마다 책을 정리해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못 입는 옷을 버리듯이 내버려요. 모두들 큰 충격을 받지요. 제 친구들은 책이라면 별나게 구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친구들은 베스트셀러는 뭐든 다 가져다가 최대한 한 빠른 속도로 끝내버려요. 건너뛰는 데가 많을 거다, 하는 게 제 생각이죠. 그러고는 뭐든 두 번 읽지 않으니 1년쯤 지나면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러는 사람들이 정작 제가 책 한 권 쓰레기통에 던지거나 누구한테 주는 걸 보면 펄펄 뛰는 거예요. 그 친구들 주장을 이래요. 책을 사면 읽고서 책꽂이에 꽂아둬. 평생 다시 펼쳐보는 일이 없을지언정 내버리면 안 돼! 양장 제본한 책이라면 더욱더! 저 개인적으로는 나쁜 책보다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없다, 이런 생각이에요.

<채링크로스 84번지> p.88 중에서

나와 비슷한 버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호감이 생깁니다. 저 역시 시시때때로 책을 헌옷 버리듯 버립니다. 지금은 주로 저희 동네 지하철을 애용하지요. 이사올 때 제일 눈여겨 본 지하철 책꽂이. 그곳에 더이상 읽지 않을 책들을 철마다 꽂아둡니다. 그러면 그 책들은 새로운 주인들을 만나겠지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일 수록 책을 빌려주거나, 갖다버리는 데 인색하다는 말은 정말 100% 동감입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 빌려주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물론 저는 절대로 안빌려주는 책이 몇 권 있긴 하지만요. 보르헤스가 그랬던가요? 책은 기억하기 위해 읽는다..라고. 기억이 가물거려서 정확한 인용인지는 잘모르겠습니다. ^^;; 옛날 김영하 씨가 어느 수필에서 책은 꽂아두기 위해 산다고 했지요. 책을 소비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패션 소품(?)이나 체력 단련용(? - 책많은 집 이사도와주신 분이라면 공감하실거에요)으로도요.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읽고 기억하는 거겠지요.

(굵은 글씨는 저자가, 밑줄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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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누구도 소홀히하지 않고 또 반대로 어느 누구에게도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학급이라는 개인들의 집합체에서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하는 '정신적인 체조'라고. 누구도 교사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이것이야말로 교사들이 직업상 날마다 마주하는 현실이라고. 그리고 이런 건 교수법보다는 처신의 문제이며 애정의 문제라고.

<미래의 독자>, 최윤정 p.164 중에서

프랑스의 유명한 동화작가 다니엘 페낙이 한 말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어쩌면 잊고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수법보다는 애정의 문제라는 점이요. 요즘같이 그저 일년 잘 버티기만 하면 그만이다라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선생님이 늘어가는 현실에서는, 가출을 했을 때 몽둥이를 들로 쫓아와 두들겨 패서라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했던 옛 선생님이 그립기도 합니다. 그분들의 교육방식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분들은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의지가 있으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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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1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윤정의 글을 좋아하는 저는 <미래의 독자>도 잘 읽었습니다.
다니엘 페낙의 소신도 참 좋아하며 그의 작품도 좋아합니다. 특히 <늑대의 눈>을요.
저도 공감했던 부분을 다시 보니 반가워서 글 몇자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