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의 첫부분이다.

Marley was dead: to begin with. There is no doubt whatever about that. The register of his burial was signed by the clergyman, the clerk, the undertaker, and the chief mourner. Scrooge signed it: and Scrooge’s name was good upon ’Change, for anything he chose to put his hand to. Old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Mind! I don’t mean to say that I know, of my own knowledge, what there is particularly dead about a door-nail. I might have been inclined, myself, to regard a coffin-nail as the deadest piece of ironmongery in the trade. But the wisdom of our ancestors is in the simile; and my unhallowed hands shall not disturb it, or the Country’s done for. You will therefore permit me to repeat, emphatically, that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번역은 이렇다. 먼저, 비룡소판(김영진 옮김).

말리는 죽고 없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말리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목사와 교회 관리인 그리고 장의사와 유족 대표가 각각 사망 진단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스크루지가 서명을 했는데 스크루지의 이름은 상품 거래소('상품 거래소'는 1571년 엘리자베스 1세가 개설한 바 있다.-옮긴이)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로 통했다. 그렇다. 늙은 말리는 정말 죽어서 '대갈못처럼' 누워 있었다.

눈치 챘겠지만 내가 죽음을 특별히 대갈못에 비유하는 것은 무슨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나더러 철물상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 중 죽음을 가장 많이 연상시키는 물건을 고르라고 했다면 관에 박히는 못을 골랐을 것다. 하지만 우리네 지혜로운 조상들은 죽음을 대갈못에 비유했고 나는 내 신성하지 못한 손으로 이 비유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내 멋대로 다른 비유를 지어냈다가는 우리 대영제국이 혼란에 빠져 망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따라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있었다.

이것은 시공주니어 판(김난령 옮김)이다.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 두어야겠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 목사와 교회 서기와 장의사와 상주가 매장 기록부에 서명을 했으니까. 스크루지도 거기에 서명했다. 스크루지의 서명은 금전 거래소 같은 곳에서도 통할 만큼 확실한 것이었다.

말리 영감은 대갈못(머리를 둥글넓적하게 만든 큰 못:옮긴이)처럼 죽어 버렸다.

하지만 주의하시길! 이 말은 내가 대갈못의 죽음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내 딴에는 관에 박는 대못 그러니까 철물점에서 죽어라고 안 팔리는 대못 얘기를 얘기를 꺼내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직유법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내 비속한 손으로 조상들의 지혜를 훼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랬다가는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으니, 나는 여러분이 내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버렸다."는 표현을 강조하여 반복하는 것을 허락하시리라 믿는다.

우연히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른 번역본으로 읽게 되었다. 맨 먼저 읽은 것은 시공주니어판이었고, 오늘 읽은 것은 비룡소판인데, 첫부분에서 딱 막혀 버렸다. 번역자들이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 그랬는지, 원문에는 없는 내용이 너무 많이 첨가되어 있었다. 완역의 의미가 이토록 친절하게 번역자가 원문에 '설명'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장별로 한 번 보자.

Marley was dead: to begin with.

(비) 말리는 죽고 없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시)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 두어야겠다.

There is no doubt whatever about that.

(비) 말리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화자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맞다.

(시)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The register of his burial was signed by the clergyman, the clerk, the undertaker, and the chief mourner.

(비) 목사와 교회 관리인 그리고 장의사와 유족 대표가 각각 사망 진단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때문이다'는 번역자가 임의로 붙인 것이다. ~때문이다라는 이유의 표현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앞문장과 뒷문장을 지나치게 인과로 보아서 이렇게 번역한듯 하다.

(시)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 목사와 교회 서기와 장의사와 상주가 매장 기록부에 서명을 했으니까.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라는 말은 원문에는 없다. 번역자가 덧붙인 것이다.

Scrooge signed it: and Scrooge’s name was good upon ’Change, for anything he chose to put his hand to.

(비) 스크루지가 서명을 했는데 스크루지의 이름은 상품 거래소('상품 거래소'는 1571년 엘리자베스 1세가 개설한 바 있다.-옮긴이)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로 통했다.

(시) 스크루지도 거기에 서명했다. 스크루지의 서명은 금전 거래소 같은 곳에서도 통할 만큼 확실한 것이었다.

*두 번역자가 Change를 각각 다르게 번역했다. 대문자로 쓰인 Change는 영국에서는 거래소라는 뜻이란다.

Old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비) 그렇다. 늙은 말리는 정말 죽어서 '대갈못처럼' 누워 있었다.

'그렇다'는 부분은 없다. dead as a doornail 은 정말 죽어버렸다는 뜻. 이 부분은 좀 길다는 느낌.

(시) 말리 영감은 대갈못(머리를 둥글넓적하게 만든 큰 못:옮긴이)처럼 죽어 버렸다.(문단바꿈)

원문에는 앞문단에 붙어있는데, 시공주니어판에는 이 문장을 독립해서 한 문단으로 처리했다.

Mind! I don’t mean to say that I know, of my own knowledge, what there is particularly dead about a door-nail.

(비) 눈치 챘겠지만 내가 죽음을 특별히 대갈못에 비유하는 것은 무슨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시) 하지만 주의하시길! 이 말은 내가 대갈못의 죽음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둘다 이상하다.

I might have been inclined, myself, to regard a coffin-nail as the deadest piece of ironmongery* in the trade.

(비) 나더러 철물상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 중 죽음을 가장 많이 연상시키는 물건을 고르라고 했다면 관에 박히는 못을 골랐을 것다.

좀 설명적으로 늘어지긴 했지만 없는 말을 집어넣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만족이다.

(시) 내 딴에는 관에 박는 대못 그러니까 철물점에서 죽어라고 안 팔리는 대못 얘기를 얘기를 꺼내고 싶었던 거다.

'철물점에서 죽어라고 안 팔리는'이라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전체 문장 뜻도 원문과는 어긋난다. 지나치게 재미있게 혹은 재치있게 하려는 의역때문에 원문 뜻이 손상되었다.

*ironmongery 철물점

But the wisdom of our ancestors is in the simile; and my unhallowed hands shall not disturb it, or the Country’s done for.

(비) 하지만 우리네 지혜로운 조상들은 죽음을 대갈못에 비유했고 나는 내 신성하지 못한 손으로 이 비유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내 멋대로 다른 비유를 지어냈다가는 우리 대영제국이 혼란에 빠져 망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the wisdom of our ancestors is in the simile를 번역한 부분은 작가의 '해설적 혹은 해석적 창작'이다. the simile은 그러한 비유적 표현 혹은 비유적 표현 정도가 맞겠다..  이렇게 늘려서 해설해 준 것. 직유, 비유적 표현이라는 뜻이다. '내 멋대로 다른 비유를 지어냈다가는 '도 없는 구절

(시) 하지만 직유법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내 비속한 손으로 조상들의 지혜를 훼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랬다가는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You will therefore permit me to repeat, emphatically, that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비) 따라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있었다.

(시) 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으니, 나는 여러분이 내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버렸다."는 표현을 강조하여 반복하는 것을 허락하시리라 믿는다.

therefore를 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으니, 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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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7-2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도 중요하더군요.. 차라리 원서를 보겠다는 분들이 부럽긴 한데, 난 그런 실력이 안되니 좋은 번역가가 책을 옮겨주길 바랄뿐...

감자 2009-11-26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요...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이란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진짜 원서보겠다는 사람들이 부럽...ㅜㅜ
 

이번에 개정판이 나온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앤터니 버커리지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출판사)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 아냐. 그걸로는 안 돼. 우표 상인한테 우표를 보낼 순 없어. 그건 마치... 마치... 뉴캐슬에다 석탄을 보내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뉴캐슬에도 석탄을 보내는 걸. 바로 요전 날 신문에서 읽었으니까 확실해."

-본문 p.120

뉴캐슬은 석탄산지로 유명한 영국의 항구도시다. 아마 본문 인용에서 굵은 표시를 해둔 부분은 숙어적으로 사용되는 carry[take] coals to Newcastle 을 한국으로 직역한 듯 하다. 석탄 산지에 석탄을 보내는 거니, 받는 사람에게는 별도움이 안되는 것을 의미해, '헛수고를 하다'라는 뜻을 쓰인다.

어느 정도 영어에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 이 대목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독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꾸로 이해할 수도 있다. 원문은 '우표 상인에게 우표를 보내는 것'(A)과 '뉴캐슬에 석탄을 보내는 것'(B)이 동일한 뜻으로, A를 B로 설명해주는 구조다. 그렇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영어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A=B라는 구조를 파악하기 때문에, B의 뜻이 우표집에 우표를 보내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럭저럭 이해는 할 수 없지만, B의 뜻을 잘 모르면 바로 뒤에 이어지는 제닝스의 이야기가 별 재미가 없어진다. 뉴캐슬이 무엇인지 몰라서 빚어지는 것이다. 뉴캐슬에다 석탄산지라는 설명만 있었어도 훨씬 뜻이 명확해졌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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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이야기 > 비아트릭스 포터, 프뢰벨행복나누기

원문은 이렇다.

His mother put him to bed, and
made some camomile tea; and she
gave a dose of it to Peter!

그런데, camomile tea를 책에는 '족제비쑥차'라고 번역해두었다.

족제비쑥이 뭔지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 해도, 이미 '캐모마일 티' 혹은 '캐모마일 차'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인데,

굳이 아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족제비쑥차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_-

 

<글로스터의 재봉사> 비아트릭스 포터, 프뢰벨행복나누기

원문은 이렇다.

          "Sieve my lady's oatmeal,
          Grind my lady's flour,
          Put it in a chestnut,
          Let it stand an hour--"

문제는 번역을 이렇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우리 마누라, 보릿가루를 체에 쳐서

우리 마누라, 밀가루를 곱게 빻아서

호두 속에 집어 넣고

한 시간을 재어 두면...

 

전체 번역에 대해 내가 평을 할만큼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어색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바로 눈에 띈다.

oatmeal은 귀리가루로 만든 죽, 혹은 귀리 가루를 만한다.

그런데, 왜 이것이 여기선 보릿가루로 둔갑을 했을까?

더군다나 chestnut는 호두가 아니라 밤이다. -_-;;;

Put A in B는 B에 A를 넣다라는 뜻도 되지만,

B에 A를 섞다라는 뜻도 된다.

과자나 파이 반죽을 만드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볼에 밤이 들어 있고, 거기에 체에 친 귀리와 곱게 빻은 밀가루를 넣어서 섞는 것다.

얼핏 보면 말이 되는 듯 하지만 꼼꼼히 뜻어보면 이 구절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알수가 없다.

chestnut가 밤에서 호두로 둔갑한 것은 아마도, 집어넣다라는 표현 때문인 듯 하다.

호두껍질에 밀가루를 집어넣는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그렇게 번역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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