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까만 애를 두고 '쿤타킨테'라는 별명을 붙여주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야 그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시종일관 진중하게 흐르는 이야기와 엄숙한 분위기에 잠겨서 책을 읽으면서도, 왠지 쿤타 킨테라는 이름만 들으면 쿡쿡 웃고만다. 쿤타 킨테는 오랫동안 미개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남몰래 비웃는 이름으로 내게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힘겹게 읽고 있다. 조금이라도 쉬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의외로 쿤타 킨테의 아프리카 부족과 한국 시골의 모습이 비슷하다. 아직도 쿤타 킨테가 노예로 잡혀 미국에 가려면 100페이지를 더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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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wl0567 2010-04-18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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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시대 - 에리히 케스트너의 삶과 문학 / 클라우스 코르돈 지음, 시와 진실 Die Zeit ist kaputt


우연히 발견하고 기뻤다. 에리히 케스트너의 삶과 문학을 다룬 책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니. 눈에 띄지 않은 책이지만 에리히 케스트너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읽어볼만 하다. 에리히 케스트너 살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독일의 현실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본질적으로 자유를 억압받는 시대에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갈등과 고난은 비슷한 법이다.

작품을 읽고나면, 작가가 궁금해진다. 에리히 케스트너는 <로테와 루이제>, <하늘을 나는 교실>처럼 한없이 유쾌한 작품을 쓴 사람의 인생을 어떨까. 상당히 인생은 꼬여있다. 케스트너는 어느 패거리에도 들어가지 않고, '홀로'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권력에 대해 글과 행동으로 싸운 -그리고 드물게 끝까지 변절하지 않은- 투사의 면모가 있으면서, 개인적으로-특히 여자관계에서는- 한심한 마마보이에 바람둥이다. 그가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정말 '최하'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확실히 여자는 유쾌하고 말 잘하는 '질 나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나 보다.

아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받아 20대에 이미 저널리스트, 작가, 평론가로 문명을 날리며 살았던 에리히 케스트너는 개인적인 삶은 -모든 평범한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불행했다. 에리히 케스트너는 유부녀였던 어머니가 유부남이었던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어 태어났고, 그것때문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와 법률상 아버지는 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 싸운 것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부부로 살게되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냉랭한 무시.. 그리고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집착, 8년동안 사귄 여자에게 버림받는다. 나치의 치하 아래 글쓰기를 금지 당하고, 자신의 작품이 불태워지는 것을 직접 목도한다. 극도의 경제적 궁핍과 목숨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그곳에서 버텼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지만 두 여자와 내연의 관계를 유지했고, 그 중 한 여자가 그의 아들을 낳았다.

처음에는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점점 페이지를 넘길수록 '인간' 에리히 케스트너의 복잡성에 끌린다. 요컨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한길 사람 속이란 거다. 역사적인 사건이나 독일 문학사, 독일사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한마디로 독일색이 강하다는 게다- 읽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에리히 케스트너란 재미있는 인간과 그만큼 재미있던 시절-역설적이든 아니든-이 엮어내는 이야기가 정말 한 편의 소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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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서는 왠지 포토샵으로 음식 사진 이쁘게 만들어주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같다.


엄청 표지가 복잡하다. 영어와 한글이 병기된 제목도 그렇고... 테스트키친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소함에 거기다 지은이의 얼굴이 표지의 1/4을 차지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책내용은 올해 읽은 요리책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었다. 실용적인 면도 있고, 음식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 음식 사진도 무척 예뻤다. 파스타, 와인, 허브, 푸드스타일링-나는 푸드 스타일링이 뭔지도 몰랐다- 등등의 기본적인 상식도 착실하게 일러주고 있고, 초보자가 흔히 할 수 실수도 잘 체크해두었고... 물론 이런 부분은 요리책의 기본이다.


실용성의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책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감상용에 가깝다. 실려 있는 요리도 서양요리가 대부분이라 내가 따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나는 직접 써먹으려고 이 책을 산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요리 사진에 풍기는 아우라가 뭐라 말할 수 없이 사람을 끌어 당겼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지은이의 자세라고 할까..하는 것이 레시피나 에세이 중간중간에 베어나온다. 진지하고 엄격하면서도 유쾌하고 즐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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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지만 불어로 글을 쓰는 샨 사의 신작 두 권이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 전작 <바둑두는 여자>를 워낙 인상깊게 봤던터라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썼을지 기대 만빵이다. 그나저나, 외국어로 그 모국어를 쓰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제대로 된 외국어 하나 구사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부럽기도 하다.

약간 테러블한 일 하나..

전작 <바둑 두는 여자>가 개정판(표지갈이)을 냈다. 중국적인 느낌을 강조하려고 그랬는지, 왼쪽 표지가 오른쪽 표지로 바뀌었다. 전 표지가 작품에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의견.

뭐라고 할까. <바둑 두는 여자>는 추운 겨울, 입김이 하얗게 피어나는 느낌, 아니면 시리도록 맑고 차가운 물방울이 백자 단지에 똑똑 떨어지는 그런 느낌의 소설이다. 반투명한 한지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흐릿함. 하지만 이번에 바뀐 표지는 그런 작품의 여운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나의 영원한 패이버릿 하루키의 책도 나왔다.

 <하루키, 하아오를 만나러 가다>는 대담집. <개똥벌레>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개정판. 문학사상사에서 하루키를 새판으로 바꾸어 내는 바람을 타고, 새롭게 나왔다. 판형이 바뀌었다는 것을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회전 목마와 데드히트>도 새롭게 나왔는데 아직 표지가 올라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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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의 첫부분이다.

Marley was dead: to begin with. There is no doubt whatever about that. The register of his burial was signed by the clergyman, the clerk, the undertaker, and the chief mourner. Scrooge signed it: and Scrooge’s name was good upon ’Change, for anything he chose to put his hand to. Old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Mind! I don’t mean to say that I know, of my own knowledge, what there is particularly dead about a door-nail. I might have been inclined, myself, to regard a coffin-nail as the deadest piece of ironmongery in the trade. But the wisdom of our ancestors is in the simile; and my unhallowed hands shall not disturb it, or the Country’s done for. You will therefore permit me to repeat, emphatically, that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번역은 이렇다. 먼저, 비룡소판(김영진 옮김).

말리는 죽고 없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말리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목사와 교회 관리인 그리고 장의사와 유족 대표가 각각 사망 진단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스크루지가 서명을 했는데 스크루지의 이름은 상품 거래소('상품 거래소'는 1571년 엘리자베스 1세가 개설한 바 있다.-옮긴이)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로 통했다. 그렇다. 늙은 말리는 정말 죽어서 '대갈못처럼' 누워 있었다.

눈치 챘겠지만 내가 죽음을 특별히 대갈못에 비유하는 것은 무슨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나더러 철물상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 중 죽음을 가장 많이 연상시키는 물건을 고르라고 했다면 관에 박히는 못을 골랐을 것다. 하지만 우리네 지혜로운 조상들은 죽음을 대갈못에 비유했고 나는 내 신성하지 못한 손으로 이 비유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내 멋대로 다른 비유를 지어냈다가는 우리 대영제국이 혼란에 빠져 망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따라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있었다.

이것은 시공주니어 판(김난령 옮김)이다.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 두어야겠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 목사와 교회 서기와 장의사와 상주가 매장 기록부에 서명을 했으니까. 스크루지도 거기에 서명했다. 스크루지의 서명은 금전 거래소 같은 곳에서도 통할 만큼 확실한 것이었다.

말리 영감은 대갈못(머리를 둥글넓적하게 만든 큰 못:옮긴이)처럼 죽어 버렸다.

하지만 주의하시길! 이 말은 내가 대갈못의 죽음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내 딴에는 관에 박는 대못 그러니까 철물점에서 죽어라고 안 팔리는 대못 얘기를 얘기를 꺼내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직유법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내 비속한 손으로 조상들의 지혜를 훼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랬다가는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으니, 나는 여러분이 내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버렸다."는 표현을 강조하여 반복하는 것을 허락하시리라 믿는다.

우연히 <크리스마스 캐럴>을 다른 번역본으로 읽게 되었다. 맨 먼저 읽은 것은 시공주니어판이었고, 오늘 읽은 것은 비룡소판인데, 첫부분에서 딱 막혀 버렸다. 번역자들이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라 그랬는지, 원문에는 없는 내용이 너무 많이 첨가되어 있었다. 완역의 의미가 이토록 친절하게 번역자가 원문에 '설명'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장별로 한 번 보자.

Marley was dead: to begin with.

(비) 말리는 죽고 없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시) 우선, 말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 두어야겠다.

There is no doubt whatever about that.

(비) 말리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화자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맞다.

(시)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The register of his burial was signed by the clergyman, the clerk, the undertaker, and the chief mourner.

(비) 목사와 교회 관리인 그리고 장의사와 유족 대표가 각각 사망 진단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이다.

 '~때문이다'는 번역자가 임의로 붙인 것이다. ~때문이다라는 이유의 표현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앞문장과 뒷문장을 지나치게 인과로 보아서 이렇게 번역한듯 하다.

(시)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 목사와 교회 서기와 장의사와 상주가 매장 기록부에 서명을 했으니까.

'말리의 시신을 묻은 뒤에'라는 말은 원문에는 없다. 번역자가 덧붙인 것이다.

Scrooge signed it: and Scrooge’s name was good upon ’Change, for anything he chose to put his hand to.

(비) 스크루지가 서명을 했는데 스크루지의 이름은 상품 거래소('상품 거래소'는 1571년 엘리자베스 1세가 개설한 바 있다.-옮긴이)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로 통했다.

(시) 스크루지도 거기에 서명했다. 스크루지의 서명은 금전 거래소 같은 곳에서도 통할 만큼 확실한 것이었다.

*두 번역자가 Change를 각각 다르게 번역했다. 대문자로 쓰인 Change는 영국에서는 거래소라는 뜻이란다.

Old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비) 그렇다. 늙은 말리는 정말 죽어서 '대갈못처럼' 누워 있었다.

'그렇다'는 부분은 없다. dead as a doornail 은 정말 죽어버렸다는 뜻. 이 부분은 좀 길다는 느낌.

(시) 말리 영감은 대갈못(머리를 둥글넓적하게 만든 큰 못:옮긴이)처럼 죽어 버렸다.(문단바꿈)

원문에는 앞문단에 붙어있는데, 시공주니어판에는 이 문장을 독립해서 한 문단으로 처리했다.

Mind! I don’t mean to say that I know, of my own knowledge, what there is particularly dead about a door-nail.

(비) 눈치 챘겠지만 내가 죽음을 특별히 대갈못에 비유하는 것은 무슨 경험이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시) 하지만 주의하시길! 이 말은 내가 대갈못의 죽음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둘다 이상하다.

I might have been inclined, myself, to regard a coffin-nail as the deadest piece of ironmongery* in the trade.

(비) 나더러 철물상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 중 죽음을 가장 많이 연상시키는 물건을 고르라고 했다면 관에 박히는 못을 골랐을 것다.

좀 설명적으로 늘어지긴 했지만 없는 말을 집어넣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만족이다.

(시) 내 딴에는 관에 박는 대못 그러니까 철물점에서 죽어라고 안 팔리는 대못 얘기를 얘기를 꺼내고 싶었던 거다.

'철물점에서 죽어라고 안 팔리는'이라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전체 문장 뜻도 원문과는 어긋난다. 지나치게 재미있게 혹은 재치있게 하려는 의역때문에 원문 뜻이 손상되었다.

*ironmongery 철물점

But the wisdom of our ancestors is in the simile; and my unhallowed hands shall not disturb it, or the Country’s done for.

(비) 하지만 우리네 지혜로운 조상들은 죽음을 대갈못에 비유했고 나는 내 신성하지 못한 손으로 이 비유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내 멋대로 다른 비유를 지어냈다가는 우리 대영제국이 혼란에 빠져 망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the wisdom of our ancestors is in the simile를 번역한 부분은 작가의 '해설적 혹은 해석적 창작'이다. the simile은 그러한 비유적 표현 혹은 비유적 표현 정도가 맞겠다..  이렇게 늘려서 해설해 준 것. 직유, 비유적 표현이라는 뜻이다. '내 멋대로 다른 비유를 지어냈다가는 '도 없는 구절

(시) 하지만 직유법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내 비속한 손으로 조상들의 지혜를 훼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랬다가는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You will therefore permit me to repeat, emphatically, that Marley was as dead as a door-nail.

(비) 따라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있었다.

(시) 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으니, 나는 여러분이 내가 "말리는 대갈못처럼 죽어 버렸다."는 표현을 강조하여 반복하는 것을 허락하시리라 믿는다.

therefore를 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으니, 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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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7-2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도 중요하더군요.. 차라리 원서를 보겠다는 분들이 부럽긴 한데, 난 그런 실력이 안되니 좋은 번역가가 책을 옮겨주길 바랄뿐...

감자 2009-11-26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요... 번역은 또 하나의 창작이란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진짜 원서보겠다는 사람들이 부럽...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