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클래식에서 낸 <소공녀>가 나왔다. 서점에 가서 대충 모양새만 보고 왔는데 일단 삽화와 장정이 너무 훌륭하다. 이번 삽화도 <비밀의 화원>의 삽화를 그린 타샤 튜더가 맡았다. 부드럽고 신비스러운 느낌의 그림이다. 너무 좋다.ㅠㅠ

제목을 <세라 이야기>라고 한 것은 일본번역 '소공녀'를 그대로 따라한 것에서 탈피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너무 익숙해져서 '소공녀'라는 제목에 거부감은 없지만 말이다. 사실, 소공녀는 Little Princess 라는 원제를 일본식으로 그대로 번역한 것이니 우리식으로 하자면 작은 공주님 쯤 되려나? 작은 공주님보다는 세라 이야기가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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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봄마다 책을 정리해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못 입는 옷을 버리듯이 내버려요. 모두들 큰 충격을 받지요. 제 친구들은 책이라면 별나게 구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친구들은 베스트셀러는 뭐든 다 가져다가 최대한 한 빠른 속도로 끝내버려요. 건너뛰는 데가 많을 거다, 하는 게 제 생각이죠. 그러고는 뭐든 두 번 읽지 않으니 1년쯤 지나면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러는 사람들이 정작 제가 책 한 권 쓰레기통에 던지거나 누구한테 주는 걸 보면 펄펄 뛰는 거예요. 그 친구들 주장을 이래요. 책을 사면 읽고서 책꽂이에 꽂아둬. 평생 다시 펼쳐보는 일이 없을지언정 내버리면 안 돼! 양장 제본한 책이라면 더욱더! 저 개인적으로는 나쁜 책보다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없다, 이런 생각이에요.

<채링크로스 84번지> p.88 중에서

나와 비슷한 버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호감이 생깁니다. 저 역시 시시때때로 책을 헌옷 버리듯 버립니다. 지금은 주로 저희 동네 지하철을 애용하지요. 이사올 때 제일 눈여겨 본 지하철 책꽂이. 그곳에 더이상 읽지 않을 책들을 철마다 꽂아둡니다. 그러면 그 책들은 새로운 주인들을 만나겠지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일 수록 책을 빌려주거나, 갖다버리는 데 인색하다는 말은 정말 100% 동감입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책 빌려주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물론 저는 절대로 안빌려주는 책이 몇 권 있긴 하지만요. 보르헤스가 그랬던가요? 책은 기억하기 위해 읽는다..라고. 기억이 가물거려서 정확한 인용인지는 잘모르겠습니다. ^^;; 옛날 김영하 씨가 어느 수필에서 책은 꽂아두기 위해 산다고 했지요. 책을 소비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패션 소품(?)이나 체력 단련용(? - 책많은 집 이사도와주신 분이라면 공감하실거에요)으로도요.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읽고 기억하는 거겠지요.

(굵은 글씨는 저자가, 밑줄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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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습니다 ^^

주변분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에 즐거운 3박4일을 보내고 안떨어지는 발걸음을 옮겨 오늘 서울에 잘 도착했습니다. 자리 비운 동안 제 일 도맡아 해준 영민 씨에게 스페샬 땡쓰~

사진도 많이 찍고 맛난 것도 많이 먹었습니다(절 아시는 분이라면 제가 얼마나 좋아했을지 상상할 겁니다) 머리 복잡한 일이 많아서 동생 핑계로 훌쩍 떠나서 잘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문득 생각해보니,젊음은 탄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멀리 떠날 수록 자신이 싸워야 할 현실로 더 강하게 돌아오게 되니까요.

상관없는 풍경 속에서 며칠을 보냈더니 지긋지긋해했던 이곳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과연 몇살까지 내 현실에 대해 이런 탄성을 가지게 될까요.

그때까지 부지런히 여행을 다녀야 겠습니다. 정말 제일 무서운 것은 그곳도 이곳도 그립지 않은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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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2-2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좋은 데 다녀오셨나봐요?
님의 글을 읽으니까, 저도 어딘가 훌쩍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관없는 풍경 속에서 며칠을 보냈더니 지긋지긋해했던 이 곳이 너무 그리웠단 말...
참.. 멋진 말인걸요.. 지긋지긋해했던 이 곳에서 열심히 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일 테니까요..^^
 

2004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다. 수상작은 김훈의 '화장'.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찬성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구가 붙어있다. 대충 반정도 읽었는데, 참 문장이 아름답다. 어찌 이리도 유려하게 글을 쓸까.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직 이상문학상을 받기에는 좀 미진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주옥같은 전대의 수상작들을 떠올리며 말이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기 시작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국어 시간에 읽었던 것. 그때부터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기다렸다. 한국 문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매년 이 작품집만은 무슨 의식이라도 치루듯 사서 읽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이 책만은 읽어야 된다라는 묘한 의무감이 들게 하는 책이다. 

90년대 후반까지는 좋은 작품들이 이 수상집을 통해 많이 소개 되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좋은 작품들이 참 많다. 양귀자의 '숨은 꽃', 윤대녕의 '천지간', 최일남의 '흐르는 북', 서영은의 '먼 그대'(아 이 작품은 지금도 가끔 꺼내서 읽을만큼 너무 좋아한다.),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 김승옥의 '서울의 달빛 0장' 등은 수상집으로 만난 좋은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드는 삐딱한 생각은 이상문학 수상집마저 별로 재미가 없어진다. 취향이 변화때문일까? 아니면 한국 소설가들이 더 이상 독자들을 휘어잡는 소설을 쓰지 못해서일까? 어쨌든 2000년부터는 한번 읽고는 책꽂이에 꽂아둔다. 그전까지는 우수작들을 보면서 음.. 이 사람 작품집이 나오면 사봐야겠구나... 하는 나름의 품평회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만사가 귀찮다. 무엇보다 작품 자체에 잘 이입이 되지 않는다.

아마 몇년 후에는 이나마도 잘 읽지 않을 것 같다. 시절이 변한건지, 내가 변한건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수상작품집을 볼 때마다 십몇년에 걸친 나의 한국문학 순례기를 떠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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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방법과 어른들이 책을 고르는 방법은 확실히 틀리다. 어른들은 먼저 저자를 보고, 수상경력을 보고, 그의 경력을 살피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했는지도 살펴보고, 책가격도 확인하고, 빌려볼지 살지 고민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독서에 이른다.(물론 사놓고 안 읽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첫눈에 반한 책만 읽는다. 첫눈에 그 책을 읽을 것일지 말 것인지를 결정을 내린다. 교보문고에 가 바닥에 앉아서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을 보라. 그들을 보면 나는 내심 흐뭇하다. 아무런 선입견없이 책 내용에만 폭 빠질 수 있는 행복한 책읽기는 유년에만 가능한 일이다. 어른이 되면 아무래도 이것저것 재게 된다.

그것보면 동화 작가들은 자신들의 독자들에게 이름이 기억되기 힘든 사람이다. 물론, 여기서 어른 독자들은 제외한다. 어른이 되어 동화를 읽는 것은 이미 닫혀진 낙원에 대한 향수라고 생각한다. 동화는 확실히 어릴 때 읽어야 재밌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나쁜 어린이 표> 등을 읽은 아이들 중에서 그책의 작가가 황선미라는 것을 기억하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내가 어린이책을 읽었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책들이 있다. 몇번씩이나 반복해서 읽었던 그 책들의 지은이들의 이름을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클로디아의 비밀>의 코닉스버그, <사과나무 할머니>의 미라 로베, <불구두와 바람샌들>의 우르줄르 뵐펠, <아이들만의 나라>의 헨리 빈테펠트, <마루 밑 바로우어즈>의 메리 노튼, <하이디>의 요한나 슈피리...

그들이 내게 미친 지대한 공헌에도 나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름만으로 기억되는 수많은 작가들보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꼭 들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져 있으며, 삶의 방향에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아주 작은 경험은 어른이 된 후에 큰 결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여전히 철이 없지만, 그래도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여전히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이름은 기억나지 않은 사람들이 쓴 동화들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화는 어린 시절부터 내가 가고 싶은 곳, 있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장소였다. 따뜻한 공간 속에서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와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아직도 나는 삶의 어두운 면 보다는 밝은 면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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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ukineco님, 안녕하세요?
어릴 적 읽은 동화의 힘으로 지금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시는군요.
참 기쁘고 반갑습니다. 삶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바라볼 수 있는 힘,
마음에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