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그림책으로 한글을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에 대해 문의를 받는다. 안 봐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림책을 펴고 사이좋게 앉은 엄마와 아이. 엄마는 한자 한자 글자를 짚어가며 그림책을 읽는다. 혹시라도 아이가 빨리 글자를 익히게 하는 바램으로. 여기서 끝나도 좋으련면, 한걸음 더 나아가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는 아이에게 '이건 무슨 글자야?'하는 테러를 가하기도 한다.

한글을 가르치고 싶으면 학습지를 사다가 시키길 간곡히 부탁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한창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있는데. 어떤 손가락이 영화 화면에 떡하니 나타나 글자를 한자 한자 짚기 시작한다. 그래, 뭐 화면이 좀 가렸다고 생각하면 되지..하고 영화에 다시 몰입할 찰나, 손가락의 주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글자 뭐라고 읽는지 아니? 한 번 읽어봐."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귀를 타고 들어온다. 아. 얼마나 포근하고 행복한 시간이랴. 그런데, 난데없이 손가락이 튀어나와 시커멓게 그려진 지렁이들을 짚어댄다. 아, 미운 손가락. 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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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이야기 > 비아트릭스 포터, 프뢰벨행복나누기

원문은 이렇다.

His mother put him to bed, and
made some camomile tea; and she
gave a dose of it to Peter!

그런데, camomile tea를 책에는 '족제비쑥차'라고 번역해두었다.

족제비쑥이 뭔지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 해도, 이미 '캐모마일 티' 혹은 '캐모마일 차'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름인데,

굳이 아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족제비쑥차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 -_-

 

<글로스터의 재봉사> 비아트릭스 포터, 프뢰벨행복나누기

원문은 이렇다.

          "Sieve my lady's oatmeal,
          Grind my lady's flour,
          Put it in a chestnut,
          Let it stand an hour--"

문제는 번역을 이렇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우리 마누라, 보릿가루를 체에 쳐서

우리 마누라, 밀가루를 곱게 빻아서

호두 속에 집어 넣고

한 시간을 재어 두면...

 

전체 번역에 대해 내가 평을 할만큼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어색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바로 눈에 띈다.

oatmeal은 귀리가루로 만든 죽, 혹은 귀리 가루를 만한다.

그런데, 왜 이것이 여기선 보릿가루로 둔갑을 했을까?

더군다나 chestnut는 호두가 아니라 밤이다. -_-;;;

Put A in B는 B에 A를 넣다라는 뜻도 되지만,

B에 A를 섞다라는 뜻도 된다.

과자나 파이 반죽을 만드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볼에 밤이 들어 있고, 거기에 체에 친 귀리와 곱게 빻은 밀가루를 넣어서 섞는 것다.

얼핏 보면 말이 되는 듯 하지만 꼼꼼히 뜻어보면 이 구절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알수가 없다.

chestnut가 밤에서 호두로 둔갑한 것은 아마도, 집어넣다라는 표현 때문인 듯 하다.

호두껍질에 밀가루를 집어넣는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그렇게 번역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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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를 위한 놀이책. 책을 펼치면 집이 된다. 인형놀이를 할 수 있는 인형도 들어 있고, 세간살이들도 다 들어 있는 그야말로 한큐에 끝내는 놀이책이다. 포피는 영국에서 온 고양이 캐릭터. 그림책, 촉감책, 보드북, 입체책 등 종류가 많다. 

종이로 만들어져 있어서, 플랩 부분은 셀로판 테이프로 붙여두는 것이 좋을 듯. 재질이 꽤 튼튼해서 몇 번 가지고 논다고 찢어지거나 구겨지진 않겠지만, 아이들의 '괴력'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 특히, 바닥이 좀 약한 편이라 미리 보수 공사를 하는 편이 좋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지 않으려면.

자.. 그럼 안을 한 번 돌아보자. 이게 앞부분의 모습이다.




 

 


 

 

 

 

 

 

 

 

 

이게 앞부분...


 

 

 

 

 

 

 

 

 

 

 

이게 뒷부분.. 연두색으로 삐져나온 천조각은 나중에 집만들 때 사용하는 것. 찍찍이 천으로 되어 있다. 바닥을 붙일 때 사용한다.


 

 

 

 

 

 

 

 

 

 

 

 

옆부분. 리본으로 묶도록 되어 있다.


 

 

 

 

 

 

 

 

 

 

 

 

책을 펼친 모습. 책의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와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페이지 수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책은 읽기 책이라기 보다는 가지고 노는 책. ^^


 

 

 

 

 

 

 

 

 

 

 

 

가지고 노는 인형이 이렇게 봉투에 들어 있다. 인형을 지지할 수 있는 지지대도 함께 들어 있다. 이렇게 봉투에 들어 있어 보관하기 좋다. 보라색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 주황색 고양이가 주인공 고앙이다. 얘는 주인공이라 입힐 수 있는 옷도 한 벌 들어 있다.


 

 

 

 

 

 

 

 

 

 

 

일동 차렷! 들어 있는 인형들을 모두 세워봤다. 우우.. 너무 귀엽다. 뒷 칠판은 메인 결정 회의의 흔적들... 미처 못지웠네


 

 

 

 

 

 

 

 

 

 

 

 

다 만들어 펼치면 이런 모양. 맨 끝에 있는 것은 포피의 방, 부엌, 응접실, 욕실.. 굉장히 길이가 길다. 왠만한 애들 키정도? ㅎㅎㅎ 펼쳐놓고 보니 흐뭇하다.


 

 

 

 

 

 

 

 

 

 

 

 

포피의 방입니다. 맨 끝에 있는 것은 토이박스. 옷장에는 갈아 입힐 수 있는 옷이 옷걸이(!- 으. 정말 정교하다)이 걸려 있고, 탭(화살표가 그려진 작은 종이 손잡이)으로 커튼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토이박스 확대. 손모델로 수고한 S 출판사 C 씨에게 감사를. 우리 회의한다고 들어가서 이렇게 놀았다. ㅠㅠ 장난감이 앙증맞다.


 

 

 

 

 

 

 

 

 

 

 

 

창문을 열었다.



 

 

 

 

 

 

 

 

 

 

 

 

자기방 창문 앞에서 한 컷. 이것이 옷장에 들어 있는 코트. 책 뒤편도 이렇게 잘 꾸며놓았다.


 

 

 

 

 

 

 

 

 

 

 

 

포피 엄마의 부엌입니다. 세탁기도 움직일 수 있고, 찬장도 열 수 있다. 창문? 당근 열 수 있다. 정말 요리하고 싶은 깨끗한 부엌이다.


 

 

 

 

 

 

 

 

 

 

 

식탁.


 

 

 

 

 

 

 

 

 

 

 

냉장고 열어봤다.


 

 

 

 

 

 

 

 

 

 

 

 

응접실 소파. 진짜 앉을 수 있다. 엄청 푹신한 느낌.


 

 

 

 

 

 

 

 

 

 

 

 

전화기의 수화기, 이렇게 빠진다. 전화걸기 놀이도 가능 ^^


 

 

 

 

 

 

 

 

 

 

 

 

응접실 벽. 텔레비전은 채널이 딱 2개. 지금 보이는 만화랑 탭을 당기면 뉴스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벽시계 안은 열어 볼 수 있고, 시계바늘도 움직여서 시계 익히기 공부도 놀면서 할 수 있다.


 

 

 

 

 

 

 

 

 

 

 

위 사진의 텔레비전과 비교해서 볼 것. 채널이 바뀌었다. ^^;;


 

 

 

 

 

 

 

 

 

 

 

 

욕실. 휴지도 잡아 당길 수 있고, 수건도 뺄 수 있다. ㅎㅎ 부엌하고 욕실이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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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4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음에 듭니다.
일곱 살짜리 딸아이 사줘도 좋아하겠죠?
이건 뭐 어른이 봐도 이렇게 좋으니 말입니다.^^

yukineco 2004-09-1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놀이는 여자의 영원한 '로망' 아닐까요. ^^;; 혹시 구입하시고 로드무비 님이 더 재미있게 가지고 노실지도 몰라요. 색감도 참 선명하고 밝고, 꽤 튼튼하게 만들어져서요 추천할만한 상품입니다.
 

피터 래빗 시리즈 전권이 번역되어 나왔다. 피터 래빗 출간 100주년 기념판을 번역했는데, 100년 전에 베아트릭스 포터가 처음 책을 낸 그 사이트로 책을 냈고, 그림은 보다 선명하게 인쇄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아직 낱권 판매를 하지 않아서, 23권 전권을 한몫에 구입해야 한다는 점과 큰 그림책에 익숙한 독자라면 어른 손바닥만한 작은 사이즈의 책이 성에 안찰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원래 나온 판형이라 그러는데 뭐라 할 수는 없다. 내가 볼 때는 지금 판형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피터 래빗 시리즈는 원서로도 구입할만큼 좋아하던 시리즈다. 피터 래빗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질 바클램의 찔레꽃 시리즈도 좋아하는 것 같다. 포근한 수채화에 재미있는 이야기. 사람들은 피터 래빗 시리즈의 그림이 너무 예뻐서, 글이 얼마나 좋은지 간과하는 것 같다. 영어로 읽으면 영어 특유의 리듬감이 느껴져 노래같다. 피터 래빗 DVD 시리즈도 저번달부터 하나씩 나오고 있는데,  이래저래 피터 래빗 시리즈 때문에 파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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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3번이나 만들어진 작품. 어설프게 영화를 기억하게 있는 사람이라면 원작도 신파가 아닐까 우려할지 모른다. 원작은 영화와는 아주 다르다. 아이가 어쩌면 이렇게 세상을 단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가난 속에서도 올바르게 살려고 하는 윤복이의 노력이 놀랍기만 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기를 엮은 책인데, 책을 읽어보니 일기라기 보다는 선생님에게 자신의 생활을 설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아마도, 이 일기를 읽고나면 그들의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할 듯. 미리 말해주면 엄마와 순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윤복이네 집 형제들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일기를 쓴 사람은 39의 나이로 간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과로로 인한 간암이란다. 여러가지 상념이 들게하는 책이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던 책이다. 외서매장에서 보고 무슨 책이지? 헬로 워크? 하면서 지나쳤는데 번역이 되었다. 13세.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을 위한 일종의 진로 가이드인데, 일단 소개되는 직업이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를 실무적으로 가르쳐 준다.

이를테만 이런 식이다. 여행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직업은 없을까? 대답은 여행작가다. 그럼 어떻게 여행작가가 되느냐. 잡지를 통해 데뷔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그런데 무라카미 류는 다음에 이렇게 조언한다. 여행작가로 먹고 살려면 출판사 편집인들과 안면이 있어야 한다. 왜냐 잡지 원고료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행작가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려면 책의 인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걸작이다. 이미 직업을 가진 나는 각 직업군 뒤에 실린 무라카미 류의 에세이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해온 류의 경험이 녹아있는 각 직업에 대한 그의 조언이 꽤 적절하다.

2권이 나왔다. 분량이 500페이지가 넘는다. 모두 4권이나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중에서는 제일 방대하고 자세한 책이 될 것이다. 장장 2000페이지가 넘으지 지금까지 나온 해리포터 시리즈를 전부 합친 양 정도다. 저자인 수잔 바우어 교수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배워 대학에 진학했고, 자신의 자녀도 직접 가르치고 있다. 홈스쿨의 경험자라서 그런지 설명이 참 쉽고 재미있다. 충분히 깊이와 넓이가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마치 옛날이야기라도 듣는듯-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리고 딱딱한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신화나 전설, 민담 같은 것도 수록해 상식이 굉장히 풍부해진다.

물론, 책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왜 서양애들은 지들 역사에 '세계사'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일까? 서양역사도 뜯어보면 서유럽과 미국의 역사뿐이다. 그나마 유럽에서도 못사는 이베리아 반도나 동유럽, 그리고 주류에 끼어들지 못하고 저홀로 잘하는 피요르드 해안의 나라들의 역사는 나오지도 않는다. -_- 그것은 이 책만의 과실은 아니다. 우리의 세계사 교과서 속에서도 들어있지 않으니 이 책만 그 죄를 묻는다면 그야말로 이 책에게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뭐, 이렇게 궁시렁거리긴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어른인 내가 봐도 이만큼 잘 쓴 세계사는 드물다.

외국에서는 그림책이 베스트나 스테디셀러가 되면 파생상품이 참 많이 나온다. 사계절에서 나온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특별한정 아이템이다. 미니북과 똥을 머리에 얹은 두더지 인형. 가물거리는 기억에 이 그림책 출간 10주년 기념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 다시 우리나라에 나오게 되었다.

인형 자체의 품질이 훌륭하다. 어설픈 중국산이 판을 치는 지금 이 두더지 인형은 특별주문생산된 제품으로 안전성 문제 때문에 단 한 곳의 인형공장에서 꼼꼼하게 만들어낸다. 쥐었을 때 촉감도 좋고, 더러워져도 빨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또, 미니북도 활용도가 높다. 어디든 들고나닐 수 있는 사이즈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미니북이 더 편하니까. 내게 조카가 있다면 어린이날 선물로 꼭 주고 싶다.

E.B 화이트의 책은 미국 아이들은 자라면서 한 권 이상 읽을 이른바 국민 동화책이다. 이 <스튜어트 리틀>을 비롯해, <샬롯의 거미줄>, <백조의 트럼펫>의 대표적인 작품. <스튜어트 리틀>은 동명 영화로 먼저 한국에 알려졌다.

원작은 영화보다 더 과격하다. 영화에서는 리틀 부부가 고아원에서 스튜어트 리틀을 입양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원작에서는 리틀 부부가 5cm짜리 쥐를 낳는 것으로 되어 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쥐를 낳다니... 하지만 이 부부는 태연하다. 스튜어트가 작은 몸으로 이런저런 모험을 하는 이야기인데, 끝부분이 조금 허망하다는 느낌. 뭔가 맺어지거나 정리되는 결론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동화는 결말이 주로 닫혀있는 편인데 이 동화는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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