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에 큼직하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적혀있다. 나오키상은 이른바 '대중소설'에게 주는 신인상이다. 이 상은 좋은 작품은 정말 좋은데, 안좋은 작품은 정말 신인의 풋풋한 가능성만 보여주고 끝나는 경우도 있어서 읽기 전에 좀 긴장한다.
열네살 소년 네 명의 1년동안 만난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일종의 성장소설인데, 소년들은 이미 다 성장해 있었고, 다만 어른들의 세계에 적응하고 변해가야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조로증을 앓고 있어, 이미 인생의 반환점을 넘긴 나오토, 겉은 얌전한 우등생의 모습이지만 가슴이 큰 금발 포르노물을 좋아하고, 이미 유부녀와의 불륜(물론 깊은 A까지)까지 경험한 준, 그리고 대식가 다이, 그리고 이야기의 화자가 그 네 명이다.
이들의 생활은 좀 엽기스럽다.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자기밖에 웃지 않는 개그를 하면서 하늘을 한 번 날아보겠다고 4층에서 뛰어내리는 놈이 없나, 몸무게가 49플러스마이너스 19인 거식증 환자인 여학생이 있질 않나, 자기가 고백한 남자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는 여자가 있지 않나... 아무튼 우리 정서에는 좀 충격적이다. 이런 것이 일본적인 걸까?
재미? 물론 있다.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잘 만든 드라마를 보는 느낌. 하지만 소설이 좀더 치밀하게 짜여진 언어 예술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시간을 들여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적당히 자극적인 소재,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 그리고 적당한 인생에 대한 관조. 그런 것이 버무려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