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진과 그림이 재밌기 시작했다. 사진은 예전부터 보는 것은 좋아했지만 굳이 작가의 선호가 없었는데, 얼마 전 지젤 프로인트의 사진 몇 장을 보고나서 이 사람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진의 현장감보다는 차분한 네덜란드 정물화나 인물화를 보는 느낌. 사진에서는 흔치 않은 느낌이다.

구도라든가 인물의 표정이라든가 장면의 연출이라는가 마치 몇날 며칠 모델을 세워놓고 여러 장을 찍은 후 그 중 한 장을 건져낸 듯한 높은 완성도지만,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 굉장히 집중해서 딱 한 장의 사진만 찍는 스타일이란다.. 처음 이렇게 버릇을 들이게 된 이유는 필름값이 비싸서였다고.

제일 마음에 든 사진은 어두운 수녀원 복도를 걷고 있는 수녀의 사진. 한 창문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그 바로 옆을 지나가는 수녀의 모습이 찍혀 있다. 콧날에서 입술까지 햇빛이 윤곽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고, 표정없는 수녀의 얼굴에 빛이 얹히는 순간 억눌려 있는 감성이 폭발하듯 날아오르는 느낌. 지극히 정적이면서도 내밀한 어느 지점에서는 무엇인가가 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박사 논문인 <사진과 사회>를 읽을까 말까 고민중. 서점에 가서 책을 잠깐 보았는데 너무 어려워서 나같이 자동카메라 선호자로서는 용어 자체도 잘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 밖에 검색해 보니 <20세기의 여인들>이라는 책에 잠깐 언급이 되어 있는 듯 한데, 그냥 외서를 검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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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봐도 흐뭇한 질 바클렘의 찔레꽃 이야기 시리즈를 드디어 구입했다. 그동안 망설인 이유는 이 시리즈가 한 번 사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지금 살 수 있는 것은 몇 권 안되지만, 무모하리만큼 대책없는 내 도서쇼핑벽을 볼 때, 분명히 아마존이나 -아니면 기어이 해외에 나가서라도- 이 시리즈 전권을 모우기 위해 분주할 것을 알았기에 그동안은 참아왔던 것.

뭐, 지금이라고 해도 그 성격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분이 좀 가라앉은 분위기라 그다지 쇼핑할 마음도 안생겨서 구매했다. 하지만 본 순간 -_-''' 으.. 내년엔 꼭 런던을 가리라고 불끈 마음을 먹었다. (사실, 이 책을 안봐도 가겠지만..) 피터 래빗과 혈연관계를 가진 책이라고 할만큼, 이야기와 전원 풍경이 흡사하다.

다른 점은 피터 래빗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책인데 비해, 질 바클램은 전 그림과 분위기를 즐기는 책이라는 것.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더 즐겨 읽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 중 하나이고. 몇년전부터 눈독을 드리고 있는 찔레꽃 티세트도 이번 크리스마스를 빌어 저질러 버릴지도 모른다.

이미 크리스마스라고 이것저것 저지른 것이 너무나 많은데... 그래도 저지를 것 같다. 이미 현대백화점 그릇매장에 있는 티세트에 눈이 박혀 버려서... 밀크 저그와 각설탕 통, 귀접시, 찻잔 2개로 구성된 것인데 너무 앙증맞다. 사실, 미니 티세트가 더 가지고 싶지만 (왜 외국 아이들이 인형들과 소꿉장난할 때 먹는 그 티세트, 보통 테이블보와 가방이 같이 구성된다)... 그건 국내에서 구하긴 정말 힘들테고.. 아마 사놓고 보기만 할 터라, 작은 게 더 가지고 싶지만, 그건 내년에 런던갈 때 구입해 와야지..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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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서울도서전에 가서 황금가치에 '스티븐 킹'이 새롭게 번역된다는 말에 가슴이 설렜는데, 이제 책이 나왔다. 스티븐 킹은 참 꾸준하게 번역이 되긴 했지만, 제대로된 번역도 없고 수명도 그지없이 짧았다. 스티븐 킹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소수의 팬에게만 사랑받는 불운의 작가.

나도 <사계 Different Seasons>를 읽기까지는 공포물이나 호러물을 잘쓰는 그저그런 대중작가인줄 알았다. 하지만, <사계> 중 여름편인 '파멸의 시나리오'를 읽고서는 그가 대단히 글을 잘 쓰고, 인간과 사회를 통찰하는 정말 제대로된 작가임을 뒤늦게 깨닫고 이런 저런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물론, '파멸의 시나리오'만큼 감탄할만한 작품은 <샤이닝>과 <캐리> 정도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전집이 나온다니 기쁘기 그지없다. 정말. '파멸의 시나리오'는 읽고나서 일주일은 밤잠을 설쳤다. 얼음송곳으로 심장을 툭툭 건드리는 듯한 작품이었다. '파멸의 시나리오'는 <미드나이트 시즌>(내가 처음으로 읽는 <사계>라는 책은 해적판으로 지금은 구할 수 없다. ㅠㅠ 정말 그때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고 싶었다)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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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빌려달라고도 안하겠지만 빌려주기가 정말 싫은 책이 있다. 책이라는 것은 빌려주면 받을 확율이 무척 낮은 편이고 빌려줘놓고도 금방 잊어버리기 일수. 이 부분은 정말 돈과 차이가 난다. 돈은 10년 전에 누구한테 빌려줬는지 정말 어제처럼 새록새록 생생한데 책은 어제 빌려준 책도 잊어 버린다. 정말 인간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책을 그렇게 좋아해도 돈보다는 관심이 덜가다니 -_-;;;

세노 갓파의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은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로도 알 수 있겠지만, 절대로 베스트도 스테디도 될 수 없는 책이다. 책 내용도 정말 분류하기 힘들만큼 잡다하다. 게다가, 번역하기도 무척 힘들고, 번역판을 내기도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페이지마다 '손으로 쓴 글씨'로 빼곡한 일러스트가 들어 가 있기 때문. 비슷한 류의 책을 예로 들자면, <고서점 그래피티>류의 일러스트다. <고서점...>의 경우에는 아예 그림 부분에 쓰여진 일본어는 원서 그대로 나왔다.

세노 갓파라는 사람의 친한 친구가 바로 몇년 전부터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 -책에 보면 다치바나 다카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둘이 친한 이유가 너무 명확하다. 쓸데없을 정도로 관심분야가 넓고 잡다한 것. 정말 책을 읽다보면 별의 별 것에 관심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대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여행한다.

블루치즈, 모차르트와 똥, 모밀, 터치 앤 필 그림책, 도예, 이오네스코의 코뿔소, 유럽의 맥주잔... 이 글을 읽노라면, 정말 자기 꼴리는 대로 인생을 산 사람의 즐거움이 역역히 느껴지 나 역시 음.. 그래 이렇게 살아도 된다 말이지. 라는 이상한 용기가 솟아오른다.

한국에서는 개인적 삶에 정말 잡다한 간섭을 받는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부터 정치적 성향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집단과 비슷할 것을 강요받고, 불쾌할 정도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정신병이라도 걸릴 듯. 나는 신경이 소심줄마냥 굵고 질긴 편이지만, 잡다한 취향에 대한 간섭을 들을 때면 '고만 하시지'..류의 상소리가 나간다.

게다가 의무교육 기간 동안 염불처럼  '홍익인간'과 같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 -_-;;;만 듣고 자란 평범한 나에게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삶은 어쩐지 남에게는 이야기하거나 보여져서는 안될 어떤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살면서도 떳떳하게 커밍아웃은 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기적'이란 말은 심각한 결점이다. 예컨대, 입사원서에 '제 성격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며 세상의 중심은 나고,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는 것은 매달 들어올 월급으로 음악듣고, 책사고, 공연보기 위해서다'라고 했을 때, 과연 뽑아줄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물론 나도 원서에는 그렇게 안썼다. ^^;;; 게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별 시덥지도 않은 어택이 많이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세노 갓파의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가열차게 나는 나대로의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나는 출세나 명성 따위를 바란 적이 없다. 읽고 싶은 책과 보고 싶은 공연, 듣고 싶은 음악을 보고 듣고 만날 수 있는 시간과 돈 정도가 인생에 바라는 전부다. 나는 정말 그처럼 살고 싶다.(물론 그는 왕성한 활동을 하는 무대예술가이나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정말 인생을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살고 있다. 그것은 인생이 이룩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까? 물론 위인전의 인물처럼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간 사람들의 인생도 훌륭하지만, 나는 적어도 위인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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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나르도 문이 너무나 보고싶다. 바론도 보고 싶고.

과일쇼트케이크처럼 너무도 앙증맞는 이야기에 아름다운 거리풍경. 러닝타임이 짧긴 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얼마나 웃었는지, 나중에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예약주문을 했는데, 출시가 늦추어져 평정심을 잃었지만 (-.-+++), 달력을 준다니 그것으로 참아야지. 그건 그렇고 달력도 참 귀엽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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