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말컴 커쇼를 찾아온 FBI 요원 그웬은 그가 수년 전에 서점 블로그에 올린 리스트 "8 건의 완벽한 살인"에 대해 질문을 한다. 바로 그 리스트에 오른 클래식한 탐정 소설의 살인 사건과 비슷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고 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평생 덕후였으나 5년전 교통사고로 부인이 사망한 후 더 이상 범죄소설을 읽지 않는 커쇼는 수사에 협조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범인은 아무래도 커쇼 주변인물인 것만 같다. 


소설의 2/3 정도 까지 정신 없이 읽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보다는 그 원본이 되는 8개의 소설들과 여러 다른 소설과 작가들이 언급되며 (배경도 서점이고) 독서광들끼리의 에너지가 폭발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범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정수', 즉 범죄소설의 거장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이다. 모방범이 사회적 밉상, 죽어야 마땅한 피해자를 택하고(작가 피터 스완슨의 히트작 제목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 접근해 (고문 후) 죽이는 방식이 어쩌면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일 수 있겠다. 바로 직전에 읽은 호로위츠와 비슷한 구도이다. 범죄 소설을 너무나 좋아한/싫어한 나머지 범죄를 구상한다. 종이 위에 혹은 이 땅 위에.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커쇼와 (사연 있는) FBI 요원 그웬, 전직 형사 마티 등이 그 8권의 책에서 찾은 원칙과 결말을 들고 협력한다. 커쇼의 친구이자 알콜 중독자, 펄프픽션 작가이며 그 서점의 건물주인 브라이언은 냉소적으로 완벽한 살인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알라딘 책 소개에는 그 8권의 책들이 나와있고 그 중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하이스미스의 소설이 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그래서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다. 책에 대한 책이라 즐겁게 읽으며 장바구니를 채웠지만 이 책의 여러 살인 현장에서 범인이 멀쩡하게 빠져나오는 경우가 허다해서 긴장감이 떨어지는데다 허술하게 느껴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3-11-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범 찾기 전문 독자가 되실 껀가요?^^
요즘 범죄 소설물에 심취하셨군요.

<비밀의 계절> 소설 제목을 접하니 제가 1권만 읽었어서 제겐 아직 미제로 남아 있는 소설이네요.ㅋㅋㅋ

유부만두 2023-11-17 07:30   좋아요 1 | URL
범죄소설 중 이 책은 책에 대한 이야기라 골랐어요. ㅎㅎ 도나 다트는 소설을 너무 길게 늘여써서 선뜻 손이 안가요. 황금방울새 읽고 질렸거든요.

psyche 2023-11-22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은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안 읽은 듯?
재미있겠다 하면서 보니 마지막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허술하다고.... ㅎㅎ 그래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유부만두 2023-11-22 09:07   좋아요 0 | URL
이건 패스하시고 호로위츠로 가세요!! 얼렁 가세요!!
 
[eBook] 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말은 예상보다 강렬했지만 "책 안"에 머물러 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사랑해도 그 밖에 세상이 있고 "사람 있어요". 


액자 소설 구성의 책 속의 책 "맥파이 살인 사건" 의 피해자들도 소설 밖의 피해자(작가 앨런 콘웨이)도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미움을 받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죽음에 슬퍼하기는커녕 잘됐다,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저변에 깔린 여혐과 가부장제에 한숨이 나온다. 작가 콘웨이도 시리즈의 특이한 이름의 탐정 아티쿠스 퀸트를 증오해서 시리즈를 끝맺으며 그를 묻어버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 탐정이야 말로 콘웨이가 대중의 사랑과 돈을 받는 이유였다.


살인 피해자들이 모두가 피하거나 없애버리고 싶어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설정은 애거서 클리스티를 연상시키고 모든 것을 아는 퀸트 역시 푸와로와 닮았다. (실제 인물들을 너무나 많이 품고 있는) 탐정 소설 원고 안팎을 넘나들며 독자/탐정/ 편집자로 활약하는 수전도 집착이 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수전은 푸와로처럼 도덕의 잣대를 멋대로 휘거나 꺾지 않는다. 


사실 수전이 (그리고 우리 독자들이) 진정 분노하는 점은 작가 콘웨이가 대중 독자들의 취향을 경멸하고 탐정 소설 장르를 멸시하며 자신이 다루는 소설 내 인물들을 소홀히 다루었고 이야기 소재에 대한 윤리 의식도 없고 따라서 그의 창작 활동이 퍼즐 풀기나 조립 이상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가 시리즈 아홉 권이나 쓰는 동안, 심지어 그 유일한 '문학 작품'을 쓰는 동안 무엇을 바랐는지 생각하면 그의 문학관과 인생 철학이 얼마나 개똥인가 알게된다. 그러나 그 개똥이 폭로되어 그 속에 담긴 잔인하고 비열한 코드를 만나서, 돈과 시간과 마음을 쓰며 그의 소설을 읽었던 독자들이 똥물을 뒤집어 쓸 필요는 없다. 작가들이 뭐 그리 대단한 종자라고. 그들이 무얼 의도하고 숨기고 주장해도 소설 속 이야기들이 작가의 소유물은 아니잖아. (물론 저작권은 다른 문제. 이 소설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자가 등장한다는 게 흥미롭다) 우리 독자는 우리가 알아서 우리의 취향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식대로 읽고 씹고 맛보고 즐긴다고!!!! 


독자들이 읽는 게 그저 이야기, 재미, 하찮다 말하지 말라고. 이 주장을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외쳐준 수전에게 동료의식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데 아, 안돼요. 이건 또다른 위험 표시. 작가 호로위츠가 이렇게 스마트하다고요. 그러니까 책 속의 이야기에 과몰입하지 맙시다. 힘들더라도. 진짜 힘들어도. 책 밖에 진짜 인생 있고요 다른 책들이 많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90퍼센트 정도 읽었는데 (전자책이라 페이지 수가 없음) 오늘 내로 완독은 하겠지만 12시 전에 감상문 정리가 힘들 것 같아서 일단 서재에 들어왔다. 


<중요한 건 살인>에서 작가가 소설 안팎을 넘나들며 독자를 이끌었다면(혹은 희롱했다면) <맥파이 살인 사건> 역시 독자/편집자가 탐정 소설 주변을 탐색하며 소설 세계, 그 가상 혹은 퍼즐의 조합을 살펴본다. 두꺼운 분량은 그 안에 '거의' 한 권 분량의 탐정 소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첫 시작은 편집자가 유명 탐정 소설가의 원고를 읽기 직전의, 그리고 이 소설을 둘러싼 탐험 이후 자신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어쩌면 독자도 겪게될 상황을 경고하며 바로 그 소설로 넘어간다. 


설정이 많아 다소 지루한 도입부의 원고 '맥파이 살인사건'은 1955년에 영국 소도시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살인 사건과 여러 명의 용의자를 등장 시킨다. 그리고 그중 첫 살인 사건의 범인만 갑자기 밝히며 (방법이나 설명 없이) 툭, 끊어진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없어진 이 소설 원고를 읽던 편집자 수전은 너무나 황당스러운데 더해서 작가 앤디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것만 같다. 책 원고의 마지막 부분이 너무나 절실한 수전은 직접 원고와 작가의 죽음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마지막 10퍼센트의 결말만 남겨둔 지금 내 입장이 수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어서 읽어버리고 싶은 마음, 용의자들 중 몇몇이 더 부각되는데 이러다 엉뚱한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움. 책읽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여러 작가와 책들, 그 책 속의 세계들이 언급되어서 좋다. 그리고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차이에 대한 자조적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지난번엔 아동 문학에 대해서 그러더니... 


자, 나머지를 읽고 마저 생각해 보자. 지금으로선 범인이 아마도 ...  


(조금 긴 버전의 BBC 드라마 예고편. 책 다 읽고 오니까 더 궁금합니다 그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시리즈 5차전.

광클을 한다고 했지만 대기번호 만번대 넘어가서 결국 집에서 경기를 보고 있다. 떨려. 특히 3차전의 난리 부르스 9회초/말 역전 3점 홈런이 계획된 쇼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떨려. 1회부터 에러 하고 있어. 도루는 왜 하고요? 















티켓팅에 실패하고 나서 최훈의 야구 만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기대보다 재미가 없고 폭력(선후배 사이)이 난무해서 3권까지 보고 말았다. 야구 만화의 정석이라는 <다이아몬드 에이스>나 <H2>는 너무 옛날거라 볼 생각이 나질 않는다. 만화 원작인 일드 <드래프트 킹>을 재미있게 봤는데 짧아서 좀 아쉽기도 했다. 우리나라 드라마 <스토브 리그> 생각도 났는데 이거 시즌2 안 만드나요. 우연이겠지만 <드래프트 킹> 주인공 무요 츠요시의 연인 쿠로키 하루가 나오는 야구 드라마가 시작한다고 해서 그것도 궁금하고. 




<하극상 야구 소년>

영상 끝의 대사. "승부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몰라"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11-1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차전으로 끝날 것인가…..!!!

유부만두 2023-11-13 20:13   좋아요 0 | URL
끝내야죠. 아우 식구들 야구 보느라 법석이고 시끄러요 ㅋㅋㅋ 근데 또 에러 대잔치

건수하 2023-11-13 22:55   좋아요 1 | URL
축하드립니다 ^^

책읽는나무 2023-11-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리가 났군요.
만두 님 때문에 저도 괜히 응원하게 되네요.^^
난 노떼였는데...ㅋㅋ

유부만두 2023-11-13 21:13   좋아요 0 | URL
노떼랑 기아랑 엘롯기 트리오 ㅋㅋㅋ
 

김겨울 민음사tv 채널에서 같은 책관련 전시를 홍보하고 있더라. 소전서림의 <구보의 구보>






청담동에 있는 소전서림은 "도서관"이지만 유료이고 연회비 10만원에 매일3시간 이내 이용이며 그 이상은 회원도 시간당 6천원을 내야한다. 비회원의 하루 이용료는 5만원;;; 이런 이용규칙이 도서관이라는 개념과 어울리는가, 에 대해 개관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이용객이 꽤 있는 것 같다. 


두 채널에서 소개하는 바로는 이번 전시는 박태원 작가의 <구보씨의 일일> 연재 9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되었다고. 연재 당시 '바로 그' 이상이 그린 삽화를 살린 특별판도 나왔다. 


민음사tv에서는 전시장 밖 소전서림의 책장에 있는 책들도 소개해준다. 









어쩜 아는 책이 하나도 없어;;;;


우리집에 있는 구보 씨를 꺼내서 읽었다. 정말 몇십 년 전에 시험 공부로나 읽었던 소설이라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서 거의 모든 내용이 새롭다. 아마 예전에 일부만 발췌해서 읽었던 것 같다. 


소설 초반부터 나오는 "늙은 어머니"와 26살 먹은 아들에 헙, 하고 놀라고 말았다. 구보씨가 이렇게 젊었어? 나는 이 늙은 어머니가 밤에 잠 못 이루고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겠는거다. 작년 10월말 이후에 큰애의 귀가가 늦어지면 많이 불안하고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아직 제 밥벌이 못하는 아들에게 장가를 가라는 망언은 하지 않는다. 뉘집 딸 고생 시키는 사태는 아직은 상상할 수 없다. 작년에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 다음에 계속 쓸쓸해 보이기는 하지만, 원래 인생은 그런거 아닐까. 


구보가 쓸쓸하다며 하지만 옛인연이나 옛친구를 만나기는 불편해하며 거리를 쏘다니고 여자들이 예쁘네, 현명하네, 천하네 속으로 평가질을 하고, 다른 커플들이 어울리네 아니네, 하며 예전의 인연을 아쉬워하며 또 친구들의 바람 핀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방"에 간다. 심지어 어떤 여급을 찾아 다른 다방으로 귀찮게도 자리를 옮긴다. 구보는 낮에 집을 나섰는데 이미 한밤중이다. 그런데 이 다방이라는 장소가 찻집이라기보다 술집 그것도 전문 접대부를 고용해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술집, 어쩌면 룸살롱 같아 보인다. 여자의 외모를 평하고 여자가 처녀인지 아닌지 따져보는 이런 주인공에 대해 읽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 소심한 이십대 문인의 하루는 생각보다 꽤 찌질하고 퇴폐적이고 재미도 없고 이미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새로울 것도 없다. 식민지 모더니즘이라고 줄치고 외웠는데. 구보씨, 이럴거면 집에 가. 마지막에 효심 어쩌고 그러지 말고. 이런 류의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홍상수 영화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소설의 북아트 전시회를 서울의 부자동네 청담동에서 한다니 재미있는 조합이라는 생각도 든다. 전시회 내용 중 송승언 작가가 다시 쓴 <구보씨의 일일> 텍스트는 조금 궁금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ersona 2023-11-12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 책 북펀딩에 참여할까말까 엄청 고민했었어요. 이상 삽화 들어간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요즘 압구정 청담 힘들어서 거의 안 가보는데 소전서림 전시 가보고 싶어요. ㅎㅎ

유부만두 2023-11-12 22:56   좋아요 1 | URL
북펀딩 했던 책이군요. 이상의 삽화가 궁금해요.

2023-11-22 0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2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