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재 친구분들의 영어 원서 읽기는 어린이 주인공의 경제 생활 분투기 <프론트 데스크>다. 나는 번역서로 읽었는데 주인공 미아네 같은 90년대 중반의 중국 본토 이민자들의 고된 미국 이민 초기 생활이 실려있다. 책에는 또한 많은 면에서 대조되는 모텔 주인 야오 가족이 나온다. 이들은 악덕 고용주, 부유층, 앞선 이민자 가족이라 언어 사용에 유리한 입장이며 무엇보다 대만 출신이다. 


주인공 미아는 야오의 아들과 같은 반이다. 둘 사이에는 오해가 생기고 적대감이 있지만 학교 선생님의 눈에는 "같은 아시안" 학생이다. 선생님의 중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무지와 부족한 배려는 이들을 억지로 묶으려 한다. 부모의 고용/피고용 상황과 중국/대만 출신이라 어색한 아이들은 미국 사회(학교)에서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에 반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Stay True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90년대에 "다른" 중국 출신의 bad behaving하는 이민자들/유학생들에 대해 저자의 대만 출신 부모가 불평하는 장면이 나오고 너무나 다른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선 주변인, 유색인으로 묶여 차별당하는 일이 다수 묘사된다. 


어린이 모험/탐정 이야기는 의례적으로 가출과 반칙, 어른의 법에 반항하는 이야기다. 그래도 <프론트 데스크>에선 만 열 살, 5학년 어린이가 모텔 데스크에서 밤 시간에도 혼자 있거나 위험한 어른들과 맞서는 장면도 많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미아의 가족이 (많은 경우 착취하는 미국인들/선이주자들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몰린) 불법 이민자들을 감춰주고 고용주를 속이는 것이 정의롭게 묘사되었기에 이 책이 금서 목록에 올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누구의 이야기를 금지하는지 잘 보아야 한다.


https://youtu.be/JuGzzR-w5us?si=crCJwTATDsix4u9s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3-11-07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분류는 참 폭력적인데요. 상대는 오히려 ‘왜? 뭐가?‘하고 되물을 것 같기도 하구요.

매일글쓰기46일차 응원합니다. 기대에 항상 부응하시느라 바쁘신 가운데서도, 건강관리 각별히 하시길요 ㅎㅎ 오늘 춥더라구요. 반팔에 자켓 입고 나간 사람 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11-07 18:51   좋아요 1 | URL
제가 기대에 부응하느라 내복 입은 사람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바지가 껴;;;;
 

디즈니+채널에 아가사 크리스티 영화가 올라왔다. 어쩐지 푸와로 탐정의 콧수염의 숱이 성겨진 느낌이다. 


책은 아직 안 읽었고 (아마 안 읽을 것 같고) 영화 본 감상을 적어본다. 


베니스에서 은퇴 혹은 휴가 중인 푸와로에게 친구 소설가가 찾아와서 강령회에 같이 가자고 한다. 심령술사를 믿지 않는 푸와로는 유명한 성악가의 집에 들어서며 (마침 핼러윈 파티 중) 어쩐지 음산한 기운을 느낀다. 그 집은 아이들이 갇혀 죽었다는 괴담을 갖고 있는데다 1년전 집주인 성악가의 다 큰 딸이 집밖 운하로 몸을 던진 사연도 있다. 딸을 못잊어 괴로워 하는 성악가는 유명 심령술사를 초빙해 (핼러윈 파티 후 대부분의 손님을 내보낸 다음) 딸의 영혼과 대화를 시도한다. 딸의 혼령이 찾아왔는지 심령술사(양자경)는 몸을 떨며 자신이 살해당했다고 소리친다.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 적은 혼노지에 있으며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다양한 사연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의심을 받고 세상 냉철한 푸와로가 이번엔 그 집에 깃든 영혼을 느끼고 심지어 대화까지 나눈다. 지나치게 똘똘한 의사의 어린이 아들은 징그럽기 까지 하고 찰스 디킨스는 시시하다며 에드거 앨런 포우의 책을 읽고 있다. 영화 <식스 센스>의 소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 결국 범인은 설마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인간의 감정이 모든 비극과 귀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책 표지의 사과가 실마리를 줄 수도 있다. 영화에서도 여러 번에 걸쳐 사과가 등장한다. 


화면은 내내 어둡다가 끝에 가서야 밝아진다. 의도하지 않게 내 얼굴이 태블릿 화면에 비춰서 곱절로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는 양자경의 포스에도 불구하고... 지루했다. 세네 번 끊어서 다른 책 읽다가 돌아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11-06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책하고 내용이 아주 다른데요?! 😱

유부만두 2023-11-06 21:29   좋아요 0 | URL
그래요? 영화는 1940년대 후반이 배경인데 베니스에서 미국식 핼러원 어린이 파티라 좀 어색하긴 했어요. 베니스 풍경은 마지막에나 나와서 좀 아쉽고요, 책은 재미있었을까요?

단발머리 2023-11-07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재미있을 거 같기는 해요.
벌써 45일차인거에요? 잘 달리고 계십니다, 유부만두님!

유부만두 2023-11-07 15:57   좋아요 0 | URL
격려 감사합니다, 단발님!
영화는 예외나 반전이 없는 정석적인 영화에요. 큰 기대 없이, 양자경 배우의 연기를 즐기신다면 좋아요.

서곡 2023-11-09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디플에 올라왔군요! 봐야겠습니다 양자경 배우 더욱 잘 나가길 기대해봅니다 ㅋ

유부만두 2023-11-10 11:54   좋아요 1 | URL
큰 기대는 하지 말고 보세요. 책에서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는데 그래도 매우 고전적으로 차분합니다.
 
















3년 전에 1권을 읽었는데 3권까지 나와있다. 그리고 오늘 드라마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가벼운 터치의 동물로 그려졌던 환자와 의료인들이 '사람'으로 나와 생활도 하고 연애도 한다는 게 크게 다른 점이다. 그래서 환자들의 병증이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5화의 워킹맘 에피소드에서는 식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우씨. 아직도 이렇게 건드리면 아픈 곳이다. 


젊은이들 연애하고 그러는 건 좀 어색하게 애틋한데 넷플릭스 드라마라 그런지 망상을 겪는 환자의 시각 표현 cg와 자해와 자살 장면이 수위 높게 나온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3-11-05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 원작이 있었군요? 드라마 예고 재밌어보여서 저는 완결됨 보려고요. ^^

유부만두 2023-11-06 07:22   좋아요 1 | URL
드라마는 12회 완결이에요. 원작 1권에 없는 연애 이야기가 큰 비중으로 들어가고요 병원 안 이야기와 바깥 세상의 차별과 편견도 많이 다뤘어요. 그런데 폭력 수위가 꽤 높아요.

은오 2023-11-06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은 책에 만화에 드라마에 온갖 컨텐츠 다 섭렵하시는군요. ㅋㅋㅋㅋ 드라마 마지막으로 재밌게 본게 쿠팡플레이 <안나>인데(얜 넷플릭스에서 했으면 진짜 대박났을듯).... 요새는 재밌는게 없네요. ㅠㅠ 최근에 본 마스크걸은 옛날에 웹툰 재밌게 봤는데 드라마는 실망스러웠고...😫

유부만두 2023-11-06 17:08   좋아요 1 | URL
저도 마스크걸 별로 였어요. 다들 웹툰이 좋았다고 하기에 역주행으로 봤거등요? 그런데 그림이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다 봄;;;)

전 그야말로 잡독 잡청 잡.... 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11-06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드라마 재밌겠어요.
챙겨봐야겠습니다.✍️

유부만두 2023-11-06 17:09   좋아요 1 | URL
연애 장면이나 (동네 길목에서 친구/연인이 투닥거림+노래방 장면) 뻔하게 시간 끌기 장면이나 피 많이 나오는 장면은 빨리 돌리며 봤어요. 책은 1권만 예전에 읽어서 기억도 가물가물인데 드라마 재미있게 봤어요. 내용이 심각하고 슬픈 게 대부분이라 재미라고 하기가 좀 미안하기도 하고요.

- 2023-11-06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4일차 잘한다 잘한다 유부만두! ㅋㅋㅋ

유부만두 2023-11-07 17:21   좋아요 1 | URL
어깨춤 추면서 칭찬을 잘 받겠습니다. ^^

자목련 2023-11-07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만화였네요. 저도 보고 싶은 드라마에요^^

유부만두 2023-11-07 17:22   좋아요 0 | URL
연애 파트는 좀 뻔하지만 환자와 병원 이야기는 (간호사가 쓴 원작) 매우 강렬해요.
 

한 젊은 여인이 이혼 후 아이 한 명을 키우다 운명처럼 한 남자 이유상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동거를 시작하고 반대를 무릅쓰며 결혼했다. 하지만 반년 후 남편이 사라진다. 사랑했던 그의 이름과 신분 심지어 성별까지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고 여자는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받았다. 그래도 여자는 그를 간절히 그리워 하고 있다. <친밀한 이방인>은 사라진 그가 남긴 "책"의 원저자인 화자가 그 "남자"의 자취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그는 누구인가. 


"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

"저를 책망하고 싶으시겠죠. 어떻게 한집에서 지내다가 결혼을 할 때까지 그 사람이 여자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느냐고요.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어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당신 옆의 그 사람이 남자혹은 여자인 것을 확신하느냐고요."

"그 사람은 까다로운 저희 어머니나 제 아이에게도 무척 친절했어요. 호리호리한 체구에 웃는 얼굴이 참 예뻤죠. 어쩌면 그때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유난히 손가락이 하얗고긴 것, 대화에 능숙한 것, 늘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던 것까지, 돌이켜보면 일반적인 남자들과는 너무 달랐죠."


하지만 이유미의 연극은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 그 방향을 튼다. 그가 주인공이 아니었어?


"이 사기극에서, 이유미의 배당금은 얼마나 되는 거죠?"
사기극이라는 말에 진의 몸이 움찔 떨렸다.
"꼭 돈 때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먼저 그사람을 도왔고, 그다음에 그 사람이 나를 도왔죠. 저는 우리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것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해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10-30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3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판타지 소설로도 실력을 뽐내시는 쿠앙 작가.
Rebecca Kuang은 1996년 광저우에서 태어나 4살 때 미국으로 이민, 성장했다. 첫 작품은 대학생 때인 만 19세에 쓰기 시작해 22세에 출판. 젊고 재능있는 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