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명동극장에서 <메데이아>를 관람했다. 이해영 배우의 멋진 연기에도 불구하고 코러스 여인단의 불분명한 대사 전달과 극의 마무리가 실망스러웠다. 자신의 두 아이를 죽여버리면서 남편에게 복수하는 여인. 이미 아버지와 오라비들을 버렸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면서 슬픔에 울부짖지만 당당하게 일어서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여인. 마녀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여인. 하지만 



명동 공연에서 이아손은 좌절하며 쓰러지는 대신 메데이아에 호통치며 코러스 여인들이 그의 명령을 따라 비극의 뒷처리를 맡아 아이들의 피를 닦는다. 이아손이 메데이아의 범죄를 재판하고 전체 극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아손이 된다.



NT 의 메데이아는 헬렌 맥크로리가 맡았다. 남편의 재혼에 괴로워하는 그녀는 민소매 티에 배기팬츠, 담배를 물고 나와 이아손의 부정함과 속물근성을 욕한다. 마침내 아이들을 해치고 나서 그 시신이 담긴 백을 남편이 만지지도 못하게 으르렁거린다. 뱃속에서 끓어나오는 대사를 내던지며 메데이아는 아이들의 시신을 힘겹게 이고 지고 자기 힘으로 다른곳으로 가겠노라고 뚜벅뚜벅 꾸역꾸역 떠난다. 이아손은 울고 소리지르다 엎어지고 만다. 그는 고작 그런 남자, 새로운 질서에 편승하려다 쪽박난 사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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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4-1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17 맥크로리 부고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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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제 다른 책

궁금해 하던 팡팡의 우한일기가 나왔다. 


코로나19의 비극이 처음 터져나온 곳, 그리하여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어떤 사람들은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갈 이 바이러스를 '차이나 바이러스'나 '우한폐렴'이라 지칭하며 거리를 두었던 곳 - 중국 우한에서 일어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한 창궐과 일파만파의 확산, 은폐와 침묵, 고위직들의 안이한 대응과 평범한 사람들의 절규를 목격하고, 그 실상을 낱낱이 기록한 작가의 일기가 출간되었다. (알라딘 책소개글) 



우한 봉쇄 때 트위터에 뉴욕 타임즈 기자의 현장 리포트가 매일 올라왔었다. Amy Qin (@amyyqin)은 결국 중국 정부에 추방되어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리포트 역시 정리되어 기록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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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당시 허술한 군대 실상과 ‘마냐나 정신’ 이야기는 이수은 작가의 책에서도 언급된다. 영화로 나온다면 대단한 블랙 코메디일 것 같다. 숀 팬이 조지 오웰 역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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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1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이지요! 숀 팬이 딱입니다!

유부만두 2020-12-17 18:41   좋아요 0 | URL
숀팬은 그지 깽깽이 시 랍시고 쓰는 ㄱㅅㅋ 이지만 (소설도 썼다네요;;;) 이 역할로 얼굴은 써줄까 싶습니다.

scott 2020-12-1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콧수염 까지 ㅋㅋㅋ
도플갱어 ㅋㅋㅋ
최근 모습 폭삭인데 ㅋㅋㅋ
숀팬이 아버지 쪽이 아쉬케나지 유태계고
엄마쪽이 아이뤼쉬 이탈리아계인데
조지 오웰 쫀독 ㅎㅎ

유부만두 2020-12-17 20:01   좋아요 1 | URL
정말 많이 닮았죠?
 

후식은 저마다 입맛에 따라 골라 먹으라고 세 가지가 나와서, 초콜릿 케이크와, 바닐라 블랑망제와, 달콤하고 거품을 낸 크림을 얹은 파운드케이크. 죽음과 전쟁을 생각할 때는 그렇지 않았으나, 입맛이 당기는 음식이 머리에 떠오르기만 하면 그녀는 눈물이 났고 한없이 괴롭기만 하던 공복은 꾸륵꾸륵 소리만 내다가 멈추지를 않고 이제는 헛구역질까지 일으켰다. 

(25장) 



11월 중순의 어느 날 한낮에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어멈이 묽게 탄 옥수숫가루와, 말린 월귤에다 사탕수수 엿물로 단맛을 내어 만든 후식을 다 먹어 가던 참이었다. 하늘에는 냉기가, 금년의 첫추위가 감돌았고, 

(27장) 


전 어젯밤 11시 40분, 이걸 먹지 않았어요. 다만 묽게 탄 옥수수 차를 한 잔 마셨을 뿐이에요. 매서운 추위가 감도는 아침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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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15 0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껏 <엄마는 외계인>과 <초코나무숲>을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아니네요. 제가 좋아하는 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요!!!!

수이 2020-12-15 12:28   좋아요 2 | URL
우리 엄마는 외계인 ㅋㅋㅋㅋㅋ 에피소드 아시나요? 단발님 ㅋㅋㅋ 저는 저거 자모카 아몬드 훠지에 환장하지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떤 맛일까 문득 궁금하다!!!

유부만두 2020-12-15 16:25   좋아요 1 | URL
하하하 단발님, 책에는 치즈 케익이나 딸기 이야기는 (아직은) 나오지 않는데 어쩜 이름이 저 아이스크림과 찰떡이죠?!

유부만두 2020-12-15 16:27   좋아요 1 | URL
수연님은 자모카 아몬드 훠지.. 팬이시구나. 커피가 들어간 맛이라서요?

psyche 2020-12-15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라니! 미국에는 아마 없을 거야 ㅜㅜ 심지어 베스킨도 한국이 더 맛있는 듯

수이 2020-12-15 12:27   좋아요 3 | URL
프시케님 말씀 듣고 그 실화 떠올랐어요. 배스킨에 우리 엄마는 외계인 이라는 아이스크림이 있거든요. 미국에도 있을까? 없겠지;; 그래서 어떤 청년이 미국 배스킨 가서 우리 엄마는 외계인 아이스크림 주세요_ 했다가 모두 다 뒤집어졌다는 그 에피소드가~ 아 미국 가고싶다 문득 ㅠㅠ

psyche 2020-12-15 12:45   좋아요 0 | URL
코로나 끝나면 직접 와서 확인하세요!

scott 2020-12-15 14:07   좋아요 1 | URL
수연님, 우리 엄마 외계인, 안과 진료 받고 난후 꼭 사먹었던 아이스크림,오늘 먹어야하나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2-15 16:14   좋아요 2 | URL
저희집에 <엄마는 외계인> 있어요. 아까 장보러 나갔다가 사왔어요! 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

유부만두 2020-12-15 16:28   좋아요 1 | URL
아이스크림에 우리 모두 대동단결, 아니 각자의 맛으로 봉기하라, 분위기 입니까?!
여러분, 우리 지구를 지켜야 합니다?

scott 2020-12-15 1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포스팅읽은 순간 바닐라아이스에 에스프레소 부었어요 ㅎ

유부만두 2020-12-15 16:29   좋아요 1 | URL
천상의 조합이군요! 하얗고 달콤한 ‘아이스‘에 진하고 씁쓸한 코오피.
제 취향을 저격하셨고요. 네, 애정 쿠폰 드리겠습니다.

2020-12-15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0-12-15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랑망제가 뭐지? 내가 모르는 달달구리 이름이 있다니!‘ 이러면서 검색부터 하러갑니다.
11시 40분이면 배고플 시간이네요.

scott 2020-12-15 14:29   좋아요 1 | URL
hnine님 푸딩이에요, 푸딩! 전분, 우유, 설탕과 바닐라향, 아몬드를 첨가해서 희고 부드럽게 만든 푸딩 ㅋㅋㅋ
차갑게 먹으면 눈알 두번 튕겨요 ㅋㅋ
티스푼으로 살짝 건드리면 양옆으로 찰랑거리며 흔들려야 잘만든 푸딩 고급진 맛!

유부만두 2020-12-15 16:33   좋아요 1 | URL
세상엔 모르는 달콤이들이 많아요. 이렇게 우리의 미각의 지평은 넓어집니다.
11:40 마의 고개를 잘 넘겼어요. 어젯밤엔.
그런데 오늘 대낮에 폭풍질주(?) 중입니다.

유부만두 2020-12-15 16:34   좋아요 1 | URL
스콧님, 정보 감사합니다 눈알 꼭 붙잡아야 하는 마성의 디져트.
아, 그런 걸 먹던 스칼렛이 이젠 태운 옥수수 차와 옅은 설탕 맛으로 참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