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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 수상작 Lincoln in the Bardo 를 읽기 시작했다. 티벳 불교에서 죽은이들이 환생과 진짜 죽음 사이에서 머무는 공간이 'Bardo'라고 한다. '연옥'과 비슷한 이 특별한 공간에 오랫동안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적어도 독자에게 자기 소개를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머물러있다. 백 명이 넘는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한 편에선 링컨 대통령 시기의 기록들을 배치해서 기록들과 주변 인물들이 엇갈려 쏟아지는 느낌이다.

 

링컨의 아들, 그가 아끼고 사랑한 아이 윌리가 죽었다. 껑충한 키의 어색한 몸짓의 대통령이 모든 관례를 무시하고 장례 후 아이의 무덤에 찾아와 이미 식어버린 아이의 몸을 꺼내서 품에 안는다. 그가 우는 모습을 주위의 '인물들'이 보고 '이런 적은 없는데....이미 상자에 담긴 우리를 이렇게 찾아와서 따뜻하게 안고 슬퍼하는 사람은 없었지'라며 놀란다. 나 역시 그랬다. Bardo의 링컨 쥬니어는 아직 천사를 따라가지 않았다. 선배들이 하는 '이제 갈 길 가야지' 라는 조언을 듣지만 윌리는 아버지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신과 함께'에서 김자홍이 어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죽은 사람들은 늘 못 다한 말이 있다. 자, 링컨의 아들 윌리가 아버지를 다시 만나서 말을 할 수 있을까? ... 이제 1/4 읽었을 뿐인데 책이 어려워서 조금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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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허무해, 아무것도 아무도 남지 않았어. 마음이 찢어지게 슬퍼.


그래. 책을 던져 버릴만했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https://youtu.be/oOBr8lOTZ6I)


초반엔 나쁜 남자 헨리 중위가 캐서린을 너무 막 대해서 화가 났고, 캐서린의 맹목적인 사랑공식에 화가 났고, (그저 헨리와 하나가 되기를, 옛사랑을 덮기를, 아이를 낳고 다시 날씬해지면 다시 헨리와 사랑에 또 빠지기를, 자기가 죽더라도 헨리가 다른 여자와 같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던 그저 good girl 캐서린. 헤밍웨이는 여자 캐릭터를 참 단순하게 쓰는군.) 후반부엔 계속 조마조마 하며 읽었다. (둘이 다시 잘 만났는데 아직 꽤 남아있어서, 결론이 비극이라는데, 장면마다 고비가 언뜻 언뜻 비치면서 긴장이 풀리질 않아) 행군이나 탈주 장면에선 언뜻 전쟁과 평화도 떠올렸다.

그리고 죽음. 죽음과 이별.

그래도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희망이랄까, 속죄나 아니면 깨달음, 아니면 인간애 같은 것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끝. 인생이, 삶이 그런거래. 모닥불에 던져진 나무 토막에서 살던 개미들 같은 인간. 비가 오는 거리로 나온 탈영병, 차가운 봄비를 홀로 맞는 헨리 중위는 어디로 가야하는걸까. 다소 투박하고 작위적으로도 보였지만 (역시 마스터피스는 ‘노인과 바다’임) 마지막 챕터를 읽고 몰려오는 쓸쓸함에 ....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나쁜 작가. 이토록 잘 써서 독자를 아프게 하다니. 헤밍웨이. 하아....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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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고있는 헤밍웨이. 배경을 떠올리며 에스프레소 한 잔 더 마신다. 건조한 전쟁터, 미묘한 느낌의 캐서린.

‘전쟁과 평화’를 완독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전쟁 소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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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읽기 시작하려는 책은 A Farewell to Arms 무기여 잘있거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너무 좋아해버렸기에, 작가의 미친 마쵸 일화등에도 불구하고 읽기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도 일조했다.

 

 

주인공이 정신없이 읽어내려간 후, 새벽 네시에 창밖으로 던져버린 바로 그 책!

 

https://youtu.be/oOBr8lOTZ6I

 

좀 '긍정적인 엔딩'이 아니어서 버럭해버린 주인공처럼 F-word를 내뱉을만한지, 아니 그전에 밥도 잠도 잊을만큼 몰입하게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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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이야기이지만 매월 소개되는 책보다는 북클럽의 뉴비, Ava의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다. 북클럽 책들은 정말 곁다리라 큰 이야기의 양념으로 보기에도 미미한 정도.

 

Ava의 가족 비극은 어린 시절 여동생과 어머니를 잃고, 결혼후 이십년을 함께한 남편의 배신, 방황하는 딸의 막가는 행동으로 첩첩 산중이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너무 전형적이고 파리에서의 딸 메기의 기행도 뻔해 보인다. 파리에서 글을 쓰겠다고 하고, (21살의 여대생이 헤밍웨이가 자기 Hero라며 그 족적을 더듬는건 ...뭐랄까, 엄마 옷 입은 아이 같...) 우연히 만난 프랑스 남자는 돈많고 예술일을 하고 술과 마약을 .... 앗, 이런거 너무 많잖아요. (피츠제럴드의 '밤은 아름다워라'가 생각나고요...뭐 롤리타 설정도 좀 보이고요) 미국 중부 아줌마들의 판타지 같은거죠. 아들뻘 젊은 남자랑 사랑은 아닌 육체적 관계. 자긴 책을 읽고 프랑스어도 해, 그런데 책 안읽는 아버진 너무 무식해서 싫었어, 이런거요. 독서를 즐긴다는 게 무슨 대단한 특별계급인거 마냥....그러면서 책토론 장면도 너무 무식해 보여...(아 괴로웠어요) 문장들도 참...말이 얄팍하게 많다는 거. 책읽기를 통한 치유...가 안 보이더라구요.

 

에바의 과거 이야기에선 조금 흥미가 생겼지만 먼로나 스트라우트 흉내내는 티가 너무 났다. 그런데 문장과 이야기 마무리가 너무 촌스러워서..특히 마지막 장면...하아....한숨이 나왔다. 그냥 먼로 이야기를 읽을걸 그랬어요. 인생의 책 이야기라며 넣은 마지막 책이 ... 어쩐지 그럴거 같더니만, 딱 고만큼의 쉽고 적당히 감동적인 '파리' 이야기에요. (저자의 로망이 너무 적나라해서 민망함) 행크의 회상에서 샬롯 대신 부인 얘기만 나오는거 우스웠고, 에바 남편의 '다시 우리...'하는 부분은 헛웃음만 나오게 했다. 그러니까 인생과 책을 가지고 뻔하지 않고 아프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먼로나 스트라우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깨닫게 되는 값진 독서였다고 위로를 .... ㅜ ㅜ 궁금하신 분들은 번역본 소개(내 인생 최고의 책)를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책 소개는 정말 혹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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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8-23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가서 책소개 보고 왔잖아. 정말 혹하게 쓰여있네. 근데 인생의 책 이야기 마지막 책은 뭐야? 이것만 궁금하다는 ㅎㅎ
얼마전에 처음(ㅜㅜ) 먼로책 읽었는데 (라로님 처음 만난날 선물로 주셨다는..) 아 좋더라구. 대가가 괜히 대가가 아니었어. 내가 그동안 왜 안읽었지? 싶기도하고 내가 이번에 읽은건 dear life 인데 다른거 추천 좀 부탁해용

유부만두 2017-08-26 17:05   좋아요 0 | URL
실은요.....저도 먼로 책은 사놓기만 하고 ..... 흠....

마지막 책은 가상의 책으로 스토리상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풀어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끝엔 그 다음해 책 주제를 노벨상 수상작가로 정하고, 먼.로. 책으로 시작하기로 하죠. 나름대로 오마주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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