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400.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레이먼드 카버)

 

아무 문제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말을 믿고 싶었던 부모들. 그리고 다친 다른 아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는 다른 집 아이가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부모들. 그들은 빵집 아저씨네서 따뜻한 시나몬 롤로 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화를 가진 다음, 아침이 밝아오는 대로 뺑소니 차량 수배에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 무책임하게 차창 밖으로 쓰러진 여덟살 짜리 꼬마를 바라만 보다 그 자리를 떠 버린 그 나쁜 놈을 찾아내서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스커티는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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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400. 피리술사 (미야베 미유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지만 시대극은 영 읽기 불편해서, 이름도 복잡하고 이런저런 역사 관련어들이 헷갈리는데다 거북했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옛이야기" 풍의 짧은 글을 읽고 싶어서 손에 들었다. 시시한 귀신 이야기 쯤으로 취급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흔한 '괴담'을 책으로 묶어내도 찾아 읽는 독자들이 생기는 이유는, 사건과 문장을,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심정을 호흡을 조절해 내가며 풀어놓는 미야베 미유키의 힘이다. (그게 바로 '요재지이' 와 이 책의 큰 차이점이다)

 

원한이 남아서 사람을 씹어 삼킨다, 는 피리술사 이야기는 공포스럽지만, 한강의 괴물처럼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다. 얼굴을 빌려주는 사내 이야기는 어떤가. 꿈마다 친구 집을 찾아가 술래잡기를 하는 꼬마, 그리고 아이의 수명을 지켜내는 어머니의 마음. 이상하게 귀신이며 혼령, 등 으스스한 존재들이 어깨 뒤로 다가올 듯도 했지만, 책을 덮고나면 마음은 따뜻해진다. 그러니 청자로 나선 당찬 아가씨 오치카도 위안을 얻겠지. 말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그런데 나는 읽고 버린다, 와는 조금 다른 독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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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기치장치 저택˝ 읽다가 펑펑 울었어요. 아... 어떡해...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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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3-3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아~~ 궁금하다..

유부만두 2015-03-31 19:57   좋아요 0 | URL
어린시절 산사태로 부모 친구를 잃은 사람이 살아남은 죄책감을 이야기하는데요.... 세월호 이야기랑 겹치는거에요... ㅠ ㅠ
 

140/400. 소설가의 일 (김연수)

 

소설가가 될 것도 아니면서, 소설가가 어떤 과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 그닥 관심도 없으면서, 김연수의 글이니까 샀고 읽었다. 그리고 위로 받았다. 무엇에 대한? 이 엉망진창인 세상, 이 우울한 우주, 이 영겁의 저주 같은 시간에 대한 답이 없다고, 그도 별 해답은 없다고 했지만, 마지막 그 몇 쪽이 이 책에서 최고로 우울하고 슬퍼서 눈물까지 났는데 (아, 왜요? 왜?) 결국 구원이고 희망이고 없다고 하는데도 이 우주의 시간에서 각 개인이 스치는 시간은 찰나이므로 모두의 소원은 이루어 질거라고 개풀 뜯어먹는 소리로 끝나는데. 난 넘어갔다. 그래, 그럴거야. 그래서 나는 마흔이 후울쩍 넘어서도 이 속상하니까 소원성취다, 뭐 이런 허풍에도 미혹되어서 아, 위로 받았어, 라면서 이런 기승전.... 김연수 짱, 같은 독후감을 쓴다. 그리고 그의 책 마지막엔 원고지가, 그것도 김연수의 사인이 가장자리에 다소곳하게 새겨진 원고지가 있다. 자, 당신도 구체적인 문장을, 생각없이 바로 적는 문장을, 플롯 따윈 없어도 시작되는 문장을 쓰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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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400. 헨젤과 그레텔 (그림형제 글, 앤서니 브라운 그림)

 

원동화의 내용도 가볍거나 밝지 않지만 앤서니 브라운은 그보다 더 서늘하고 더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서 헨젤과 그레텔을 밀어 넣었다. 마녀가 바로 새엄마라는 건, 점의 위치도 달라지지 않아서 알아보기 쉬웠다. 그런데, 아빠는, 친아빠는 왜 그리 무능한걸까. 왜 그는 자기 자식들을 지키지 못할까. 알량한 집 한 채나 일거리가 새마누라 손에 달려있었을까. 그런데 마지막 장의 그림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도망치는 생쥐를 잡아서 두건을 만들어 보세요? 생쥐를 죽...죽여야 하나요? 그러자면 우선 그림 안으로 들어가야 할텐데요....저, 그 마녀, 아니 새엄마가 죽은건 확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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