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좋다. 이런 책, 이런 만남, 바로 이 책.
책의 아이가 누구인지 어느 순간에 오는지
나와 만나면 어떤 놀이를 할지 알고 있었지.
나이가 들어서 나랑은 안 만나줄거라 생각했는데
책의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얘기를 나눠주고 또 때론 같이 울거나 화내기도 했다.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빈슨 크루소우, 이런 모험담 말고도 우리나라 이야기들도, 만화책들도, 그리고 단편 소설이나 또 설화나 장편 소설들도 (그런데 프루스트는 조금 고민해 본다음에) 책의 아이가 실어오고 책의 집을 짓고 펼친다. 여기, 내 앞에.
여행 중에도 책의 아이를 만났지.
그 유명한 츠타야 서점 타이페이 직영점과 '성품서점' Eslite Spectrum. 카페와 휴식공간도 넉넉하고 백화점 같은 구성에 어린이책은 아동복과 장난감 파는 층에. 우리 작가 번역 그림책은 있었지만 '한국 작가 소설책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점원. 서운하네, 그렇게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데 한국 작가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안궁금한가봐. 국가도서관에는 수험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휴게실에서 컵라면 먹으면서도 열심히 공부한다. 어디나 책의 아이를 잠깐, 혹은 길게 잊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