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의 단편을 찾아서 읽었다.

 

금성,은 별이 아니라 경주의 옛 이름이다.  삼국통일 후 당나라에 사신을 동행해 갔다가 십 년이 흐른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는 샌님 자은은 답답한 마음에 불안이 가득하다. 그에게 다가서는 백제 출신 유학생 목인공은 친근하게 굴지만 어쩐지 경계하게 된다. 물고기를 닮았다니 좋을리가 없다.

 

선상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사신단에서는 여지껏 챙기지도 않던 자은에게 살인범을 찾으라 명하고 ... 과연 이들은 금성에 무사히 다다를 것인가. 까만 밤, 까만 바다 위의 자은은 자신의 신분도, 얼핏 들리던 울음 소리에도 불안하다.

 

그리고 ... 재밌게 읽는 독자는 이 짧은 이야기의 뒤를 상상해본다. 20부작의 1부만 보고 난 느낌. 감질난다. 재미있는데 이렇게 똑, 끊어버리면 어쩌란말입니꺄. 세랑하는 작가님. 미스테리아는 소장하고 싶은 잡지다. 다 사 모을까, 생각만 하다가 책장을 쳐다보니 밉살스러운 '어린이과학동아'와 '보물찾기' 시리즈들이 버티고 있다. 저것들만 치우면 어찌어찌 미스테리아를 모실 수도 있을거야. 상상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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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 62화

세랑합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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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이 아니라 구정이, 그도 아니라면 3월 봄학기 시작이 진짜 새해의 시작이라고, 올해엔 정말 바지런한 서재 관리를 하겠노라고 (혼자) 결심했는데, 오늘이 벌써 6일이더라고요? 늦더라도 책 읽은 기록을 남겨야지. 돌아서면 잊기에 맘 먹었을 때 써야 함.

 

쿳시는 처음 읽는 작가다. 이름 스펠링도 어려워. COETZEE . 남아프리카의 백인 작가라 태생적으로 인종 문제와 '죄책감'을 쓸 수 밖에 없다. 또 그는 네덜란드 계 후손인데 전통인 아프리칸스어 대신 영어로 글을 쓰니 이래저래 아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죄책감은 문장, 단어, 호흡 마다 배어 있어서 무겁다. 해법도 없이 계속 파고 들어가니 가벼울 수가 없다. 그의 찌질한 인간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득 고개를 들어서 '사랑'이라든가, '자연' 혹은 '순수'를 말하고 싶어하는데 '여인'을 통해서. 흠, 이건 흔한 전개 같다가....

 

'서머타임'에선 작가 쿳시의 사후 그의 전기를 쓰려는 화자가 네 명의 '인생의 여인'을 인터뷰한다. 여인들을 통해서 인간 쿳시, 혹은 작가세계를 다시 살핀다. 과연. 쿳시의 문학 혹은 쿳시 자신의 뿌리는 어디인가. 그는 가난하고 싱글이고 생활력은 없는데 시를 읊고 책을 쓰고 영국인이 아니면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가르치고 자신을 측은하게 여기는 여자(들)에게 치근거리고 눈치 없이 계속 따라 다니고 그러다 망신을 당하고 그런데 그 망신은 워낙 익숙해.  찌질함으로 포장한 솔직한 고백, 혹은 오만함으로 조근조근 다 적어놓고 모아놓는다. 그래서, 이 사람은 당신/독자와 많이 다릅니까? 하모요, 전 그란 사람 싫어예. 그런데 책은 묘하게 재미있게 읽힌다는 게 신기함. 그 소설 세계가 현실을 그리며 비틀고 계속 주류/비주류, 가해/피해, 변화/전통 을 언급한다. 한없이 고상할 수도 한없이 초라할 수도 있는 소설, 쿳시, 그리고 어쩌면 그걸 읽는 나도. 아니야, 부정하고 싶어.

 

'야만인을 기다리며'가 고갱 그림으로 표지를 삼은 건 흠....이해는 가는데 내가 생각한 줄거리랑은 조금 달랐다. 야만/문명의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드는 화자는 서머타임의 작가 혹은 인물 쿳시와도 많이 닮았다. 가해자인 자신의 아이덴디티를 못버려서 괴롭고 또 그 와중에 가해를 계속 하고 있는. 하지만 구원 받고 싶고, 구원자가 되고 싶어한다. 지 안에서 여러 가치들이 막 부닥치고 법석인데 .... 그는 변태라네. 원주민 어린 여자에게 하는 행동은 읽기 더럽다. 그런데 그게 깨달음과 해법을 주는가? 차마 그렇다고 대놓고 얘길 못하지만 슬쩍 그런 척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막 벌준다. 에잇, 나대더니 꼴좋다, 에잇, 그래도 넌 솔직했쟈나?! 웅장한 양심 해방일지 개쪽을 당할지, 이 밥맛이며 찌질한 백인 변태 아저씨는 ... 하지만! 아주 머리가 좋아서 이 소설 혹은 우화를 독자가 중간에 덮지 않게 만든다는 게 또! 신기함. 우리 세상이 소설 속에 언뜻 언뜻 비추기 때문. 야만은 누구? 어디? 왜? 아, 맞다. 노벨 프라이즈.

 

ps)두 소설 모두 다락방 님을 열받게 만들기 충분함. 그런데 또 패스하고 무시하기엔 .... 아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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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3-0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 쿳시 소설 좋아했었거든요. 다 너무 인상적으로 읽었던 터라..
역시 제가 읽어보는 게 답이겠어요.

유부만두 2019-03-19 10:50   좋아요 0 | URL
각자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게 될 거에요. 쿳시는 꽤 스마트한 작가인 건 확인했어요.
 

세계 곳곳의 다양한 가족들의 일주일치 먹거리를 놓고 생활을 이야기한다.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 흥미롭다.

투나잇, 아임 낫 댓 헝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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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저자의 보편적일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다양한 식으로, 그래도 아무튼 엣세이 식으로 풀어놓는다 (고 생각했다). 비건, 이라는 나의 관심사를 아무튼 시리즈에서 만나니 반가워서 덥석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의 절반 이상의 내용이 '비건'의 내용 정리와 다른 책과 매체들의 요약본이다. 문장과 책 구성은 산만하고 투박하며 평소 저자가 '비건'으로 '당'해온 '부당'한 오해와 처우에 대한 쌓인 감정들을 토로하는 식이다. 화가 많이 나 있음. 기대했던 건 저자의 '개인적 비건 경험과 체험기'인데 그 부분은 약하다.

 

나는 9월 부터 채식을 하고 있다. (100일이 지났으니 웅녀되나요?)나름 동물성 식재료를 피하고 있지만 은근 슬쩍 들어오는 청국장의 멸치육수는 먹기도 한다. 국을 끓일 때는 다시마와 채소 여러 가지로 채수를 만들었고 김치는 동치미 류를 먹다가 얼마전 젓갈이 들어 가지 않은 '채식 김치'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말처럼 완벽한 비건은 힘들다.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저자처럼 생명보호를 위해 비건 방식을 선택한 것도 환경보호를 주장한 것도 아니다. 나 자신의 '개인' 건강을 위해서 여름부터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했고 이것 저것 찾아 읽고 보다가 비건, 이라는 '생활 습관'을 만났을 뿐이다. 처음 체중 조절을 위해 택한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식단은 밥과 떡을 사랑하는 내겐 너무 가혹했고 숙제처럼 먹는 양념 없는 고기는 '맛이 없'었다. 하나씩 포장된 닭가슴살.... 그 퍽퍽함... 과 뭔지 모를 비린 맛. 그 과정에서 새로 배운 여러 정보들로 고기는 내게서 더 맛이 없어졌다. 봄 부터 계속 읽는 운동, 건강, 먹거리 주제 독서들로 내 간접 경험이 넓어졌다. 하지만 비건이라 나 자신을 표현하기엔 뭔가.... 비건 이라기 보다는 그저 '채식 위주 식단'에 정착한 아줌마. 맘 놓고 옥수수, 감자, 고구마, 유제품을 넣지 않은 통밀빵과 떡 종류를 먹는다. 유기농 채소를 찌고 굽고 볶고 조려서 현미밥과 함께 먹는다. 애정 간식은 양갱과 볶은 콩 (써놓고 보니 할머니 같고 그러네).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에서 선택을 할 수 있으니 나는 내 맘과 몸이 편안한 채식을 택했고 그 덕분에 비건의 철학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계속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있으면서 그런 결정을 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배웠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온 말처럼 '연결되었다'.

 

반년새 갑자기 변한 나의 생활 스타일을 서재에 내놓기도 남사스러워서, 그것보다 부엌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외식과 배달 음식을 아주 많이 줄이게 되었기에) 그동안 서재 기록에 뜸했다. (그리고 게을렀지, 솔직히) 서재 친구들이 나를 별나다고 볼까 걱정했다. 실은 내가 '채식주의자'에게 가졌던 생각인데. 난 별난가? 그런가? 독한가?  

 

책의 에필로그에는 저자의 개인 경험이 짧게 들어간다. 그의 글투, 문장이 갑자기 부드러워지고 '가르치려는' 태도는 사라진다. 그리고 참고 영상과 책 목록이 실려있다. 익숙한 자료들을 만나서 반갑기도 했고. 저자의 본문에서 별도 인용 표시나 정확한 수치, 연도 표기 없이 강한 어조로 반복되는 내용을 더 자세히 찾아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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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12-14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나고 독하다 한들, 하나도 부정적인 느낌이 없어요. 저는 그저 부러워요. 저도 건강 상의 이유로 체질한의원을 찾았는데(알고보니 이미 연예인들 사이에 유명햇던 체질감별...) 저는 육류와 밀가루가 아주 안 좋은 체질이었어요. 특히 육류. 그래서 저도 왠만하면 고기를 안 먹다보니, 요즘엔 고기 냄새를 맡으면 좀 역한 느낌이 들어요. 예전엔 ‘고기계‘를 해서 먹으러 다녔던 여자였는데 말이죠. =.=;; 몸이라는게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무튼, 몸이 안 좋을 때는 철저하게 지켰는데 살만하니 또 조금씩 대충 먹고 있어요. 저도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이래저래 높아지고 있어서 반가운 글이에요.

그나저나 아무튼, 시리즈는 기획이 참 신선하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아무튼, 방콕‘도 제 생각보다는 좀 가벼운 편이라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부엌에서 종종 나오셔서 글도 자주 올려주세요. 책 관련이든 음식 관련이든요~

유부만두 2018-12-20 18:22   좋아요 0 | URL
동굴, 아니 부엌에서 자주 나와서 공기도 쐬고 책 이야기랑 먹거리 이야기 남기겠습니다. 부지런해지려고 노력중이에요. ^^

목나무 2018-12-1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거의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먹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는 아프지도 않고 병치레도 없이 무럭무럭 잘 자란 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 하고 혼자 살다보니 고기에 의존하는 식습관으로 바뀌게 되고
그러면서 이래저래 뭔가 몸에 조금씩 무리가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더욱 들어서 저도 어릴 때처럼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100일 동안의 채식 식단을 이어나가는 언니님의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되도록 고기는 적게 채소는 많이 먹으려구요. 오늘 아침에도 고구마 먹었어요. ㅎㅎ

유부만두 2018-12-20 18:23   좋아요 0 | URL
요즘 고구마가 맛있더라~

난 밤고구마가 좋은데, 설해목 씨는 밤고구마? 아님 호박고구마? 어느 쪽인지?
직장 다니면서 식단 챙기기 정말 어려울 것 같아. 나야 머....
그냥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지내자!

psyche 2018-12-2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9월부터 채식이라니! 채식을 하려면 엄마가 진짜 일이 많잖아. 그걸 몇달째 하고 있다니 정말 존경스러워!!!

유부만두 2018-12-23 08:11   좋아요 0 | URL
이젠 손에 익어서 덜 성가셔요.
파스타 자주 해 먹고요, 국물만 미리 내놓으면 된장국은 채소 많이 넣으면 되니까요. 대신 외식이 어려워서 집에서 먹어야 하는 게 귀찮죠.
그래서 예전에 싫어했던 ‘빕스‘ (뷔페식당)엘 종종 간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