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라기보다는 음식을 좋아한다. 식재료와 식습관 문화를 좋아하고,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무엇보다 함께 모여있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지금은 어려워진 일. 요즘은 그저 매일매일 습관 처럼 아침엔 떡이나 빵을 데우면서 점심 메뉴를 생각하고 점심은 덮밥이나 국수류를 만들어 아이들을 먹이고 오후 간식을 챙기려 냉장고를 열어 정리도 좀 하고, 저녁 이전에 슥 배송을 받으면 채소를 다듬는다. 부엌일을 하면서 <한국인의 밥상>이나 요리 다큐멘터리를 틀어 놓는다. 김치 감자 수제비를 만들면서 이탈리아의 뇨끼 영상을 본다. 먹는 게 뭐라고, 어쩌면 전부이고 어쩌면 하찮고 시시한 일.
2년 전 6월 앤서니 보데인이 자살했다. 그의 거침 없는 여행기를 좋아했는데 그 뻔뻔함은 백종원과도 많이 달랐고, 그가 가진 많은 것들이, 백인 1세계의 그 거만함이 싫은 만큼 그가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며 먹는 모습을 챙겨 봤다. 다른 곳의 다른 사람들이 먹는 다르고도 비슷한 음식들. 백종원의 작년 우한 미식 탐방기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못 가보겠구나. 장강, 적벽과 가깝다는 그 곳을.
절판 된 보데인의 책을 중고로 사서 읽고 있다. 음식과 식당 주방의 거칠고 상스러운 이야기, 펄펄 끓고 진하고 온갖 차별과 욕설이 넘치는 이야기라 질리는 기분이다. 백종원이 나오는 '맛남의 광장'의 순한 주방과는 달라도 아주 다른 무서운 주방이다.
보데인이 책에서 추천하는 칼을 한 자루 샀다. 백종원 주방에도 있던 칼. 이 칼로 아이들 점심급식을 한참 더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도 이제 유투브 영상 링크 올릴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