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보고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치맥을 했다. 하도 열심히 뛰어, 날아 다니고 싸웠더니 목이 탔다. 영화는 80년대 배경에 어울리게 어깨뽕과 부풀린 머리만큼 마구마구 과장과장, 후회없이 터뜨리고 부수고 싸움박질을 한다.
울버린의 짠하게 늙은 얼굴과 퀵실버 뮤직비디오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연상 되는 것들은.... 프레데터, 미이라, 이티, 홍길동, 머드팩, 쓰레기 분리수거, 등등. 엑션히어로 영화에 대한 충성심이 덜해서 난 그저그랬는데, 아이 둘과 남편은 여섯 눈동자를 반짝이며 흥분했다. 나는 치맥이 더 좋았다.
치맥 후 책방에 들렀는데 (네, 저는 취하면 귀가길에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삽니다. 얼마전에 하루키 여행 엣세이도 그렇게 사서 알라딘 굿즈를 못 얻...) 덴당, 내가 찾는 김금희 작가 신간은 없었다. 하늘하늘 표지가 궁금했는데. 한강 작가 책만 잔뜩 쌓여있었는데, 아, 저는 한강 소설은 무서워서 못읽겠습니다. 저는 여리여리한 감성이라 ...(정유정 작가의 피칠갑은 영화처럼 보고 머리 한 번 감으면 덜 무서워 지는데) 한강 작가 소설은 사람 몸과 마음을 꾸욱 눌러서 아주 무겁고 찜찜하게 만들어 버린단 말이죠. 한강 신간 "흰"은 표지가 독특하게 구겨져 보이는 디자인이라 나도 모르게 만져 보았지만 사진 않았고....그리하여, 나는 생뚱맞게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두 권이랑 SF 고전을 한 권 사들고 왔다. 아침에 보니 조금 이상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