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하모니
마이클 아리아스 외 감독, 스자키 아야 외 목소리 / 에이스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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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논리적인 분들은 이게 무슨 ㅈ같은 소리냐며 펄펄 뛸텐데 나는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고 봄. 바빌론하고는 굉장히 상반된 이야기이니 둘을 같이 본 다음에 안락사에 관련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예전에 3사 방송에서까지도 한창 거론되었던 이슈였는데, 인구감소가 어지간히도 심각한지 요즘엔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

이전에도 퀴어 잡지를 리뷰할 때 설명한 적이 있을텐데, 그리스 시대부터 동성애는 존재한 게 맞지만 그 사이에서도 레즈는 차별당하는 존재들이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도 그렇게 소년 좋아하면서 레즈는 씹음(내 생각에는 그게 플라톤의 견해였을 거라 보지만.). (시문에서도 나오듯이) 여자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되고 결혼적정기가 될 때까지 남자를 경험해서 사고(...)치면 안 된다나. 그 사고방식을 일본이 이어받아 생각한 건 여학교에 처넣고 여자학생들끼리 뭔 사고를 치던 넘어가자는 것. 그래서 만약 여자들끼리 사랑했다가 어른이 되면 그들의 감정을 참고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게 일반적인 순서임. 미하아는 그런 순서가 싫다고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고, 나처럼 8090년대 때 레즈물(백합물 아님.)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는 정서라고 생각한다. 나도 어릴 때 일본만화를 소개해준 단짝친구가 저런 식으로 자주 자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같이 죽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저렇게까지 거창한 과거는 지니지 않았겠지만, 미하아는 내 시절에는 마을에 한 명씩은 있을만했던 녀석이다. 나도 투안처럼 어른이 되는 게 너무 끔찍해서 자살시도하다 실패한 녀석이고.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냈으면 좋았겠지만, 저 억압이 여성들이 사는 세계의 단면이라고 보면 된다. 굳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여성들은 많은 걸 희생하며 산다. 그걸 거부하면 사회에서 축출되어 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셋 중 한 명이 되겠지. 그런 사실을 SF에 녹여내서 잘 처리했다고 본다.

그러니 유X브에서처럼 '쌍년 하나 때문에 세계가 망하는 이야기'라고 해석되면 곤란하다; 대체 그런 리뷰를 적은 놈은 평소 어떤 정서를 갖고 세상을 사는지 궁금하다. 만나서 이야기하기는 좀 무섭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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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Miss Hokusai (백일홍: 미스 호쿠사이) (2015) (한글무자막)(Blu-ray + DVD + Digital HD)
Universal Studios Home Entertainment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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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일지에다가 쓰고 복붙할 거라 글씨가 좀 작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블루 피리어드에 막 몰입한 후에 바로 이 영화를 보게 되니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더라. 오타쿠 친구에게 4살인지 5살인지부터 영입당해 미술학원까지 다니게 되니 그림을 더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많았다고 할까.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그림을 그려왔다. 어머니가 그 종이더미를 발견해서 모조리 찢어버릴 때까지.. 그 후부터는 그림도 건드리지 않고 입시에 전념했고, 입사 준비를 할 때에도 낙서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가끔 생기기도 했지만 손을 대지 않았다. 입사 준비를 할 때 그림 그리는 데 망설였던 계기는 수도권 대학교를 다닌 경험이 컸다. 오타쿠 동아리에 들어가보니 다들 나보다 실력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더라. 그러나 지금 남동생이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은 후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고 부모님을 내가 부양하게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종이를 다 찢어버린 건 깨끗하게 청소된 집에서 잘 차려진 밥을 먹으며 살고 싶었던 어머니의 그 자신을 위한 선견지명(?) 같은 게 아니었을까. 물론 부양이 강요된 것은 아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부양하거나 혹은 어머니를 부양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아버지만 부양하는 건 사절이다. 

그런 점에서 미스 호쿠사이는 나와는 정반대의 환경이었다. 어머니와 떨어져 살기 때문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집은 매우 지저분하지만, 화가인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으며 자신도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보니 결국 아버지와 같이 살기를 선택한 모양이다. 영화는 상세한 것을 설명해주지 않으며, 아무래도 호쿠사이와 같이 썸을 탔던 듯한 남자들의 등장 장면부터 시작한다. 인생 전반을 설명해주는 애니가 아니라 백일홍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인생의 한 순간을 담은 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에 얼핏 암시되어 있는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인생과 비교도 해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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虐殺器官〔新版〕 (ハヤカワ文庫 JA イ 7-6) (新, 文庫)
伊藤 計劃 / 早川書房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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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고 임윤찬이 연주한 월광을 들었다.

https://youtu.be/l3ykmIo8Fxo 여러분도 꼭 한 번 들어보세요!

1. 셰퍼드 등이 전쟁에서 학살하는 끔찍한 일을 하면서 그 때 일어나는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약을 하는 게 그닥 SF적인 일은 아니다. 당장 대한민국에서도 80년대 때 광주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에게 약을 돌렸다는 썰은 흔하게 나돌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지인 분 중 하나는 그 죄책감으로 인해 술을 매우 많이 마시다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외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 전쟁처럼 보이는 면모라던가, 사라예보가 언급되는 등 작가가 의도적으로 현실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처럼 꾸며놓은 경향이 있다. 지역이 우크라이나로 바뀌긴 했지만 이 일이 설마 현실이 될 줄은 ㄷㄷ

2. 처음 부분이지만 야한 장면이 잠깐 나오며 고어가 빈번하게 등장하니 후방주의를 요한다. 존 폴의 1인칭 시점과 셰퍼드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섞이는데, 존 폴처럼 셰퍼드가 자기 자신의 안에 틀어박혀 죄책감에 시달릴 거란 미래를 암시하는 듯하다. 아무튼 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구분을 못할텐데, 존 폴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다 이해될 것이다. 뭐 어차피 죽은 자의 제국처럼 꿈도 미래도 없는 결말이니 스토리 구성을 상세하게 따질 필요도 없다.. 그나마 거기선 모두가 나름 하하호호 웃으며 끝나기라도 했는데 여기는 정말 재기의 가망조차도 없다; 누가 그림체나 전개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섬광의 하사웨이를 쏙 빼닮았다던데 동감이다.

3. 오타쿠만 알 수 있는 개그드립이 몇 개 나오는데 알아도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웃지도 못하겠다() 뭔지 알아듣지 못하는 말과 드립이 나와도 검색할 필요 없이 그냥 가볍게 넘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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撲殺天使ドクロちゃん 1 (電擊コミックス) (コミック)
오카유 마사키 / 角川(メディアワ-ク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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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밈으로 떠서 유명해진 적이 있는데 원작은 박살천사 도쿠로 짱이다. 어린시절 내 동심을 자극한 파트라슈를 이렇게 망가뜨려 놓았다는 분노와 대체 어떤 정신나간 인간이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가하는 호기심에 검색해보았더니 아는 애니메이션이 나온 셈이다(레어한 연출인 만큼 양키들에게 사랑을 받아 매드무비에 자주 출연하는 편이다. 폭력을 쓰는 츤데레들이나 S 얀데레여주가 출연하는 작품이 일본에서 없는 건 아니나 확실히 대부분의 럽코가 남주를 죽이지는 않잖아.. 그런다고 또 무한 부활하는 남주도 없고.) ㅠㅠ 역시 이 업계 좁다.. 아무튼 고전은 원래 알기만 하고 보지는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하지만, 나는 고전소설 팬이다보니 안 보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ㅋ 이상 우리 짤의 원고장을 찾아서였습니다..

특유의 고어와 개그가 재밌는(?) 애니메이션이다. 서비스씬이 없진 않으며 특히 2기에 많이 나오지만 고어물이니 나와도 의미가 없고.. 대신 후방주의는 물론이고 토가 나오는 등 질척질척한(...) 내용이 많아 비위가 상할 수 있으니 보실 때 TPO를 따지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길 권한다. 원작은 잘 모르겠으나, 애니메이션 감독의 전작이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름이라 그 것의 고어판이란 느낌을 강하게 준다. OVA라서 6화까지밖에 나오지 않은 게 아쉽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서비스씬이 나와도 의미가 없고 원래 고어물이라는 게 반복되다보면 지루해지다보니;; 감독도 그 때문에 열심히 서비스씬을 넣어 TV판으로 방영되길 바랬던 모양이나 결국 리메이크판은 나오지 않고 OVA는 6화로 끝나버렸다.

여주가 성격이 암덩어리라는 사람이 있던데 처리(??)는 시원시원하지 않나요? (응?) 기왕이면 스트레스 받았을 때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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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제국
마키하라 료타로 감독, 호소야 요시마사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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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충격적이지만, 고전소설을 패러디한 게 많아서 고전소설의 덕후인 나로썬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그러나 다소 주제를 표방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라던가 사물(?)의 키워드가 중요하다. 실제인물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오늘은 리뷰 대신 여기서 등장하는 사람 및 사물의 원조격 되는 것들의 알고리즘을 대충 정리해보자.

프랑켄슈타인: 죽은 자를 만든 원인이 된 박사.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대로, 그가 만든 죽은 자는 원한과 살의까지 품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 작품은 그로부터 100년 후의 이야기인데, 그 연구는 초기에 박해를 받기도 하고 3D 직종 및 병사로 사용된다는 데 대한 인간들의 복잡한 감정까지 포함되면서 점점 기록을 잃어버려가던 모양이다. 솔직히 프랑켄슈타인 이후 죽은자들이 영혼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죽은자들을 이용해 여러가지로 이용하는 광경을 보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 영화 생각하는 건 나뿐이냐(중후반부 설정을 보면 랜드 오브 더 데드도 합친 것 같다. 하긴 이 작품의 제목도 영어로 만들면 엇비슷하니..). 그런데 일본답게 또 교훈은 너무 직설적이고, 중반부는 너무 재미없고, 프리데릭 구스타프 버나비 말대로 액션은 대체 여기서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어서 졸릴 지경이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나..

왓슨: 셜록 홈즈의 옆에서 시중을 들었던(...) 인물의 이름이다. 다른 데에서도 자주 쓰이지만, 보통 다른 작품에서는 안경 쓴 순진한 문학가라던가 하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순수 연구광 엔지니어로 등장했다는 게 함정. 이 작품이 SF물이라는 걸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친구를 좀비로 변신시키기 전에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친구가 죽기 전에는 그림자처럼 그의 옆을 졸졸 따라다니던 존재감 없는 인물이었겠지. 그렇다면 현재는 친구를 잃고 변모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프라이데이: 죽은 친구의 좀비화된 형태. 평상시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일을 시키려면 학습이 필요한 듯하다. 왓슨이 그를 프라이데이라고 이름붙인 데서 자신을 고독하게 섬에서 표류하여 생활하고 있는 로빈슨 크루소로 비유함을 알 수 있다. 본인은 개척자의 외로움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연구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온다. 로빈슨 크루소는 지가 표류된 주제에 그 곳 원주민을 식민지 쪽 인간처럼 부리는 천하의 악당이란 것이다() 아무리 목숨의 은인이라고 하더라도 프라이데이가 로빈슨 크루소를 즉각 노예처럼 성실히 따랐다는 데서도 작품 속 죽은 자의 지위를 알 수 있다.

카리마조프: 사실상 이 작품의 주인공.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연구를 거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나, 죽은자들에게 연민을 느껴 그들의 제국을 만들어주기 위해 망명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저 세계는 금방 죽은 자의 제국이 되니 당장 죽은자를 전쟁터에 내보내지 않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의 생각은 헛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왓슨의 명령이 필요하긴 하지만, 어차피 프라이데이도 얼마든지 시체를 죽은 자로 만들 수 있었다. 이미 학습했으니 금방 실력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리고 3D 직종에서 죽은자들이 종사하는 걸 보면, 저 세계 인간들은 조금이라도 병들고 머리 딸리면 죽은자들에게 밀려서 일자리도 잃고 금방 아사할 듯. 그러면 또 죽은자가 되면 되고. 1% 거물들이 살아남아봤자 그네들도 늙으면 불사의 약을 찾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죽겠지. 그렇게 죽은 자의 제국 완성.

아무튼 카리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성격을 모조리 골고루 베껴서 한 인물에 담은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원작소설 카리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처럼 주된 인물은 셋째 알료샤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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