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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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의 공포소설이 흔히 그렇듯이, 이 책에서도 일본 공포소설의 짝퉁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안녕, 나디아>에서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채용해왔다. <남의 일>에서 '큐티하니'를 채용해 온 것처럼. 그러나 '큐티하니'만큼의 기발함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캣오나인테일즈>에서는 어딘가 토미에 냄새와 모텔탈출기 냄새가 뒤섞여 나는 듯... 어디선가 이토 준지 냄새가 나는 <사향나무 로맨스>까지. 끝에서 '할머니의 명예를 걸고' 이 글을 썼다는 후기를 읽고는 정말 가지가지한다 싶었다. 아무리 처녀작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베껴오다니... 돈 주고 샀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듯하다. 그러나 <시선>에서는 나름대로 반전을 가미하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더이상은 스포일러이니 생략. 그러나 추리와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읽어야 할 단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가 두 차례나 언급됨은 물론, 소외받는 사람들의 절단된 관계를 다룬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그나마 별 두 개 정도는 가미해주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하도 공포소설을 쓰는 사람이 드물다보니, 이 작가를 나중에 더 만날 기회가 있겠지. 그러나 그 다음 소설도 이렇게 은근한 표절기법을 사용했다면 그 땐 본격적으로 때려칠련다. 괜히 읽다가 화만 났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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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지폐
정문후 지음 / 세니오(GENIO)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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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가는 빈자와 노동자에 의한 유혈 혁명이라도 일어나야 올바로 된 세상이 될 판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꺼지는 지각변동이 필요해."- p. 233

 
   

  뭔가 중간에서부터 약간 수상하다 싶었는데 끝에 가서 정말 골때리는 소설이다 ㅋㅋㅋ 근데 난 이런 결말이 참 좋고(...) 역시 돈더미 앞에서는 선량한 사람이 없나보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생략. 에드가 앨런 포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춰보시길. 가독성이 너무나 좋아서 하루는 커녕 반나절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화폐, 지폐 또는 은행권을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사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위조따윌 해서 범죄의 길에 들어설 생각은 하지 않는 본인마저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엄격한 법령이다. 맘씨 좋은 부산 시민들도 예금된 돈을 돌려받기 위해 은행을 점령하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지? 이 책에서는 일본에서 위조사건 때문에 화폐 자체를 갈아치운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나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싶은 속마음이 있고, 누구나 ’공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3달 전 진짜 지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본인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소개하겠다.

"  물론 처음엔 돈을 미친듯이 찍어내겠죠 ㅋㅋㅋ 몇십억 찍은 뒤에 기계를 부숴서 증거몰수. 그 다음에 돈을 10분의 일로 나누어서 은행에 맡깁니다. 뭐 그렇게 나눠도 양이 양이다보니 수상하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집에 가지고 있는 것보단 불안감은 덜하겠지요. 그 다음 시크하게 학교를 때려치고 강원도 산골에 내려가서 오두막을 짓습니다. 그 다음 그 안에 처박혀서 펴엉생 살겠습니다. 뭐 땅을 살 수 있다면 거기서 농사도 짓고요. 요즘 살길이 막막해서 글쟁이하기가 힘들다는데 저는 거기서 시도 짓고 소설도 쓰면서 살려고 합니다. 먹을 건 제 밭에서 나오는 작물을 먹어서 해결합니다. 살면서 위급한 순간도 있을테니 최대한 검소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다보니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도 입양해서 오손도손 살지도 모르겠네요 ㅎ "

 지금 생각해보면 본인은 정말 천하태평한 인물인가보다(...) 뭐 제대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1억을 분배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이 책의 경지에까지 다다르진 못했지만. ’정말 그 돈을 자신이 가난한 시절 꾸었던 꿈에 쓸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드는 걸 보면 의심론자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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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선아 지음, 김광배 그림 / 현암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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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가 명을 받고 뵙자 천자가 말하였다.
"(...) 내 누이의 재질이 보통 사람과 달라 오직 그대의 베필이 됨직하기에 아우를 통하여 뜻을 통하였더니라. 그런데 혼약한 곳이 있음을 들어 사양하더라 하니, 이것은 그대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
소유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 제가 지금 황상의 명에 따른다면 정 소저는 다른 집으로 갈리 없사오니 평범한 아녀자가 시집 갈 곳을 얻지 못한다면 어찌 왕의 정사에 결함이 되지 아니하리이까." - p. 백오~백육
 
   

 나이가 좀 들어차서 구운몽을 보니 예전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연애를 좀 알게 된 지금 구운몽을 보니 양소유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심을 잘 후리는 법을 알고 있음은 물론, 먼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법을 알고 있다. (더 읽어보면 재상자리를 뿌리치고 정 소저와 결혼시켜달라고 청원하려 계획하기도 한다.) 물론 끝은 ’어ㅅㅂ꿈’일지라도 양소유의 순진하면서도 흔쾌한 성격 때문에 팔선녀를 얻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짐작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술취해서 헤롱거리는 장면은 좋게 봐주려고 해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 혼자 벌주 마셨으면 됐지 왜 첫번째 아내서부터 골고루 벌주를 마시는 거냐... 난양 공주가 머리 아프시대잖아... 현 시대의 우리나라에서 그런 짓 했다간 죽빵을 맞을 듯. 아무튼 과제때문에 읽게 되었지만 예전에 읽던 것하곤 또 다른 느낌이라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우리나라 고전소설들에도 도전할까 생각한다. 김시습의 책은 어렸을 때부터 닳아빠질 때까지 읽어봤으니 숙향전 같은 걸 도전해볼까? 
 P.S  출판사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흠.. 현암사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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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재테크 - 결혼 준비부터 결혼 5년 차까지 돈 모으는 쏠쏠한 재미
류재운.허영미 지음 / 넥서스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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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은 과욕에 의해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자가용이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할부로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도 고급 자가용을 사는 것은 사치를 넘어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 p. 256  
   

 무슨 일이 있어도 빚은 지지 말자는 게 나의 신조다. 대학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많이 손을 벌리게 되서 걱정이긴 하지만, 돈은 꼭 갚았고 오랫동안 미룬 법이 없었다. 물론 키워주신 값은 잊지 않아야 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빚지지 말라는 구절이 반복해서 나오는 책이며, 이 구절이 내 마음에 딱 들어서 원래 이런 책 보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누구 말대로 김칫국물부터 먼저 마시는 일이지만 요즘 본인은 결혼에 대해서 마음이 급하다. 늦어도 20대 후반에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취업은 커녕 졸업도 못했고, 재테크에 대해선 매우 기본적인 상식밖에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본인은 건강문제때문에 30대에 임신이 될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책을 보면서 꼭 참고해야겠다는 상식들은 적어두었다. 역시나 모르는 말이 많아서 긴장된다. 전깃세 절약방법에서부터 소득공제 계산방법까지, 가장 기본적인 목돈 마련 방법을 적어두었는데도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이래서 어른이 되서도 수학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가...
 미래의 남편뿐만 아니라 나도 재태크에 대해 정확히 알고 돈을 모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남자와 여자가 가사를 분담하며 살아가는 시대인데, 재태크 관리도 나누어서 해야 공평하니까. 어떤 언니가 했던 말처럼 ’탈모샴푸회사의 돈만 벌게 해주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가면서 이만큼 노력했다는 만족감은 느끼고 싶달까. 참고로 본인은 투자보다는 절약하고 저장하고 장기적으로 생각해서 목돈을 꾸려나가려 한다. 잘만 올라가던 돈이 반토막나면 쿨하게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아-_-;;; 
 P.S 이 소설의 묘미는 신혼부부가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유혹과 시련이 현실감있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본인도 친구와 친척들에게 선뜻선뜻 돈을 빌려주는 아버지와 삼촌이 이해가 안되고, 몇 번 싸운 적도 있다. 뭐랄까, 물론 같은 가족이지만 돈이 아니라 다른 물질적 정신적 방법으로 도와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물에 빠진 사람 도와주다가 같이 빠져 죽으면 도와주는 보람이 없잖아. 이 글을 쓰신 분은 그 상황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셨지만, 나처럼 돈을 빌려주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신 듯하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 의해 약해지려는 내 주장을 더욱 굳게 다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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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의 우산 도란도란 창작그림책 1
조윤영 글.그림 / 세용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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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살던 악어 둥둥이는 어느 날 자신이 살던 숲의 바닥에 떨어진 예쁜 우산을 좋아하게 된다. 그러다가 둥둥이는 우산을 타고 둥실 떠올라 어느 도시에 떨어지게 된다. 웃지 않는 사람들, 둥둥이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둥둥이는 다시 혼자가 되어 외로워하지만, 종이배와 종이비행기만 끝없이 접고 있는 소녀를 만난다. 우산을 씌워주는 둥둥이의 호의로 인해 둘은 서로를 인식하게 되지만, 둥둥이는 결국 자신이 살던 숲 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림책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지만, 우산을 볼 때마다 둥둥이는 소녀를 생각하고, 비가 올 때마다 소녀는 우산을 씌워주던 둥둥이를 생각할 것이다. 투실한 볼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의 미소는 순박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교육적이기보다는 감정에 짠하게 다가오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녹아내리는 듯한 무지개색 빗줄기가 인상적이었다. 
 책과 공부의 세계에만 빠져 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하긴 지금도 인간보단 책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자칭 사회부적응자이지만... 책 읽느라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늦고 공부하느라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해야 했으니 놀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내가 상당히 재수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오죽이나 뻣뻣하고 수동적이면 머릿속으로 인간 관계를 계산하는 것 같다는 비난섞인 오해의 말을 들었을까. 좀 더 냉철히 말하자면 나란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인간관계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자신의 숲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멍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어린 시절 나에게도 친구는 있었다. 숲 속에서만 살던 둥둥이도 우산을 계기로 아주 귀엽게 생긴 여자친구를 알게 되듯이 말이다.

 어떤 계기로 그 아이를 처음 만났고, 언제부터 사귀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둥둥이가 날아오르는 우산을 잡고서 얼떨떨한 기분으로 하늘을 날듯이, 그 친구와 있는 날들은 나에게 한없이 낯설기만 했다. 단지 이름이 아람이라는 사실, 내 이상한 성격과 심한 투정과 터져나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최초의 아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 아이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엄마아빠는 항상 집에 없었고, 그 아이가 어느 날인가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치과에 갈 돈이 없어서 이가 검게 썩어가고 있었지만 그 아이의 웃음은 나를 웃음짓게 했었다. 문득 이 그림책을 읽고나서 그 친구 생각이 난다. 내 기억대로라면 결국 집세를 낼 돈이 없어서 집주인이 쫓아낸 것 같다. 그 날 아람이는 내 손을 잡고 문방구에 끌고가서 1000원짜리 '친구반지'를 사서 교환했었다. 물론 그 반지를 10년이 지나도록 지닐리가 없다. 하지만 가끔 반짝거리는 은반지를 보면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까... 다음주 월요일날 어린이집 실습가는 날 이 동화책을 챙겨가려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기 전에 아이들 모두가 손을 잡게 할 것이다. 뛰어놀 공터가 없어지는 추운 세상, 친구와 나누는 무지개같은 나날을 아이들이 두터운 이불처럼 돌돌 여미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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