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 상 - 아버지의 나라 편
김진 지음 / 제이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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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동이.

엄마를 닮으면 예쁜 아가.

아빠를 닮으면 씩씩한 아이.

- p. 67 (下)

 

 전에 남자친구가 잔뜩 흥분을 해서 본인과 같이 바람의 나라 뮤지컬을 보자고 들떠있었던 때가 있었다. 표도 3만원 정도였나... 그래도 적당히 괜찮은 위치에서 보았다. 상당한 수작이긴 했지만 바람의 나라 자체를 처음 접했던 나로서는 스토리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뭐 바람의 나라도 1부를 다 봐야 겨우 스토리를 다 따라잡을 수 있다 하더만...) 하지만 바람의 나라는 요새 저작권을 좀 엄중하게 관리하는 듯해서 불법다운로드는 엄두도 못 내고 있고, 그냥 애장판이라도 나오면 구입할까 생각중이다. 1순위로 사야지 결심했던 홍차왕자를 지금 엎을랑 말랑 하고 있다. 워낙 오래 전에 나온 만화책이기도 하고 소장가치가 높다보니 덕후로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은가 ㅠㅠ 2부에서는 독백이 좀 많아지긴 했어도 스토리가 여전히 매우 탄탄하다는 친구의 말에 최근 더욱 더 욕심이 부채질되는 중이다.

 그러던 참에 이 소설을 구했고, 내용이 더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길래 빌려서 쭉 읽어보았다.

 

 

안구는 정화되는데 묘하게 질투가 나는 이 오묘한 기분은 뭐지...

이 사람은 대체 왜 그림도 잘 그리고 소설도 잘 쓰는 거지.

그림도 소설도 적당히 병신인 나는 어쩌라고.

내가 이래서 책을 못 내겠어 ;ㅅ;

 

 아무튼 무휼이 무진장 귀엽게 나온다. 클 때는 분노와 질투의 화신이 된다지만... 그래도 연이 살아있었을 땐 아직 괜찮은 타입이다. 내면에 있는 광기와 연에 의해 관리된(?) 외면의 자상함이 섞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적당히 쿨해졌다. 늙을 수록 더욱 더 광끼를 일으키는 아버지 유리에 의해서 덮여진 면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역사적 고증 몇 개를 가지고 상당히 감정이입을 잘 하고 있다. 히스테리 증상을 이렇게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소설이 있다니... 그리고 여기에서도 <악취미들>에서 거론되었던 '크로노스 컴플렉스'가 등장한다. 우리나라 만화계에서나 소설계에서나 좀 파격적인 요소라 할 수 있겠다. 하나의 큰 사건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도 신기하고... 아무튼 꽤 긴 인연을 이어나갈 책인 듯 싶다.

 완결내면 다 봐줄 테니까 제발 소송 빨리 끝내고 27권 마저 출간하시죠 김진님.

 

 

그리고 이 부분도 소설로 나온다! 무휼과 연의 첫날밤 ㅋㅋ

역시 연이는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거리는 때가 가장 이쁘다고 해야 할까? (역시 비운의 여주인공...)

무튼 바람 잘 날 없는 바람의 나라에서 눈을 정화시켜주는 청량제같은 내용.

역시 이런 미묘한 장면에서는 소설을 보는 게 더 나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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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들
김도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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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가 너무 짧아서 사건들에 대한 개연성이 없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래도 애쓴 티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여러가지 생각할 요소를 주었다. 왠지 형식이 바르가스 요사를 닮기도 했고. (그러나 글은 진지의 극도를 달린다.) 크로노스 컴플렉스라는 언어도 독특하다. 프로이트는 왜 오이디푸스랑 엘렉트라만 보고 크로노스는 보지 못했을까? 아마 부모의 심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앞에서 말했던 크로노스 콤플렉스는 악취미들의 마지막에 나온 단편에서 등장하는 병명이다. 배우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잘나가는 배우 아들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다가 질투와 시샘이 나서 결국 살해하게 된다.

 뭐 성차별의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딸이었다면 질투까지는 생기지 않았을지도? 애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크로노스는 확실히 자신의 자녀가 아들이건 딸이건 가리지 않고 잡아먹었었다.

 아무튼 본인이 이 소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두 가지이다. 자식이 여자배우였으면, 혹은 늦은 시각에 '이쁜 여성팬을 집까지 데리고 오지만 않았으면', 아버지는 자식을 죽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결국 자식의 이미지를 소유하려고 하고 이용하려고 한 부모의 도를 넘은 이기심에서 이 사건이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상당히 어려보이는 작품이었다. 이건 욕이 아니라 칭찬.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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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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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가라서 죄송하지만 실제로 허무한 걸 어쩔...

 

 내가 결말만 그렇게 허무하지 않았어도 평가는 이것보단 더 좋았을 것이오... 내가 왜 히가시노 게이코 소설을 안 보는데... 스토리는 좋은데 마무리가 너무 어설퍼서 안 보는 거란 말이다!! 에필로그에서는 더 소설을 쓸 것처럼 해놓았지만, 어차피 출판사에서 예산이 안 되면 접는 경우가 허다하잖아 ㅠㅠ 2편 써도 될 정도로 그렇게 훌륭하게 쓴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베짱이십니까. 아무튼 완결 좀 내달라고요. 주인공은 계속 가게를 하는 거야, 아님 의사가 되는 거야 뭐냐고!!!

 대충 줄거리를 소개해주자면 이렇다. 주인공은 잘난 정신과 의사의 자식으로 아버지와 똑같이 정신과 의사가 되었으나 결국 40대가 되어서 일을 그만두고 조그마한 바 겸 가게를 운영하게 된다. 낮엔 정신없이 자고, 밤에는 가게를 열어 음악을 틀며 술도 마시고 가게 손님들과 대화하는 그런 일상. 그러나 그에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그에게 상담을 털어놓는다. (혹은 주인공이 오지랖 넓게도 그에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사사건건 끼어들어 치유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소설의 포인트는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직장일로 인해 고민하고, 불투명한 앞날을 들여다보려 노력하며 초조해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30대가 되자 그들은 정신없이 살았던 자신의 나날들을 돌아보면서, 풀지 못한 자신의 욕구 때문에 아파하고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아직 20대 중반에 취직도 못 했지만 곧 나에게 다가올 현실같아 이 책을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다소 충동적인 성격, 그리고 부모님과의 갈등은 안 그래도 불안한 독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다행히도 이 책은 논픽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이런 때가 있었을지 모른다. 혹은 앞으로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현 의사는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소설 속에 투영하여 주인공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이 책으로는 뭔가 2% 부족하다. 최대한 언어를 쉽게 소화해내려 노력한 모습은 보이지만, 아직도 심리학의 '심'자도 못 들어본 일반 사람들에겐 난해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후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말을 내고 싶지 않다는 의중은 알겠지만, 마지막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못함으로서 병원을 뛰쳐나온 주인공의 결단을 '40대의 치기' 혹은 '직장 사춘기'로 만들어버렸다. 저자가 완결까지 확실하게 써 준다면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건 안 되건 간에 훌륭한 소설이 될 것이다. 더불어 정말로 서울대병원을 박차고 나와 바를 차려주시는 패기까지 갖춰주셨음 한다.

 

 

 칵테일을 좋아하는 본인에게 바텐더는 로망~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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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2
이인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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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건 인상깊은 구절 중 뭘 갔다 붙여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고로 이 책에서는 평가만 하기로 하겠다.

 일단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권 마지막에서 5명의 주인공들은 4개의 출구를 두고 갈등하게 되는데, 출구를 선택하는 데서 둘로 나눠진다. 하나는 준수가 고른 길 또 다른 하나는 아마도 여정이 고른 길로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책을 반 정도 읽고 난 후에는 꺼꾸로 뒤집어서 뒷부분부터 다시 중간까지 읽어야 한다. 굳이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을 따지자면, 하나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새드엔딩이고, 또 하나는 뒷맛이 씁쓸한 해피엔딩이다. 작가님은 어느 쪽부터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다고 하셨지만, 나는 이왕이면 순서대로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2-2에서 스파이의 작전이 엿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2-1을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아는 사람의 즐거움이라고 할까 ㅎㅎ

 딱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이 스토리의 부수적인 '책'내용이 좀 더 길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탈출 시나리오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감보다는 인간의 심리라던가 그런 정적인 부분을 너무 강조해서 재미가 반 이상 경감되었다. 그리고 인물 시점이 너무 왔다갔다해서 스토리가 연결되기보다는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아이디어 부분을 더 강조했더라면 이렇게 스토리가 두서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해서 미로게임을 만들었더라면 더 재밌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1권에서의 심리적인 스토리는 조금 줄이고 2권 스토리에서 남은 탈출루트 2개를 넣어서 엔딩을 4개로 만든다. 뭐 작가언니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흥행을 고려해서 커플도 좀 맺어주고. 우리나라 게임계에선 은근 고전게임도 먹히는 편인데 '고전팩션게임'을 내세워 동인계열로 만들었더라면 그럭저럭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뭐 작가님이 동인계를 알리도 없고 여기는 어디까지나 내 상상력이지만. 어떤 분이 리뷰에서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을 제시하셨는데, 사실 스토리가 뚝뚝 끊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서 영화로도 그닥 메리트가 없다.

 이 책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없어 미안하지만, 언니의 새로운 상상력 자체엔 감동을 받았다. (실제 그렇게 된다면 무시무시한 내용이지만.) 다음에 언니가 또 소설을 출간한다면 제일 먼저 읽고 널리 홍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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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1
이인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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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거 가만히 저들의 행동을 따라야 할 것 같다. 정말 내가 위험해지면, 그때 다시 '배신'을 생각해 봐야겠어. - p. 59

 경복궁을 무척 좋아하시는 언니, 표범무늬와 얼룩말무늬를 무척 좋아하시는 언니, 야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시는 한편 봉사활동에 큰 보람을 느끼시는 언니, 매일 살쪘다며 불평을 하시지만 다리는 이이쁘신 언니. 이인애 언니가 쓴 책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책콩 회원들은 열광했고 앞다투어 이 책을 구입했다. 널리 책을 베포하시기도 하셔서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남겼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세 명이 소설가인 셈이다. 내 사촌오빠는 원래 사는 세계 자체가 4차원이어서 4차원 내용의 무협지를 출간하신 건 당연한 일이었고, 다른 분은 솔직히 무슨 책을 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애언니의 책 출간 소식만은 담담하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비로소 내 주위에도 소설가가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고나 할까. 얼른 구입을 했다. 다만 읽어보기는 꺼렸다. 당시엔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언니의 소설출간을 단순히 축하해주는 사람들의 기분에 말려들기 싫어서였던 듯하다.

 2권 마지막에서 일행 중 스파이가 누군지 밝혀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벌써 처음부터 스파이가 누군지 감이 잡힌다; 결국 추리로서의 재미가 엄청나게 반감되고, 지금은 그저 스릴러의 재미로 읽고 있을 뿐이다.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와 오감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손여정이라는 인물이 구두를 신은 채 진창을 나아가느라 발의 살점이 뜯어진다는 구절이 나올 때 순간 내 발이 아픈 듯했다. 기본적인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특정 대학에 다니지만 서로 얼굴도 전혀 모르는 남자 셋, 여자 둘이 어떤 세력에 의해 경복궁 지하에 갖힌다. 그들은 미로같은 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계속 움직이며, 어떤 세력이 의도적으로 설치해놓은 듯한 함정들을 헤치고 나간다. 그들이 갖힌 연유, 그리고 어떤 세력과 또 다른 세력의 정체 등 자세한 설명은 2권에서 이야기될 듯하다. 주인공 5명 각각의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의심과 죄책감이 묘하게 섞이며 긴장감을 준다. 인간의 어둠 자체를 냉소적으로 나타낸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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