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걸스 다크 3 - 월하의 윤무, Novel Engine
Blasting 지음, seryl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놀라운 건 3권에서부터 일러스트레이터 Seryl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것이다.

흑백그림에서 그 변화가 제일 선명히 보이긴 하는데,

칼라그림에서도 이목구비의 비중을 많이 신경쓴 티가 난다.

라노벨이 판타지와 차이를 많이 둔 게 일러스트의 이미지화인 만큼 이건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라면 역시 클라리스겠지만, 쿨한 누님의 분위기를 풍기는 테트라 오디언스도 좋다. 방관자 캐릭터에 비해서는 등장이 너무 빨라서 싱겁긴 하지만 일단 리니아하고는 정답게(...) 대화만 나누고 사라졌으니 그래도 스토리의 밸런스는 맞췄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잠깐이나마 저렇게 기가 센 여성 둘이 대치하는 장소가 되었으니 교국도 무사하지는 않을 듯;;;? 과하게 종교비판적이긴 하지만 교국의 배경이 아무래도 유럽 중세시대의 절정기같으니 이해를 해줘야겠지.

 이전에도 소드걸스 다크가 다른 소드걸스 판에 비해서 전투씬을 잘 그린다고 평가한 바 있는데, 그냥 전투씬 빼고 나머지는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수정을 해야겠다. 작가가 어떻게든 코믹하게 써보려고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쓰는 거 봐선 작가 자체가 평상시에 유머감각이 별로 없다는 것을 단박에 꿰뚫어볼 수 있다. 마지막에 남주와 여동생하고의 키스씬이 나오는데, 어느 시점에서 그 장면이 코믹하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고 더군다나 남주가 본연 캐릭터답지 않게 태연히 당근과 채찍 어쩌고 하고 있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사실 고 최인호 소설가가 말했다시피 캐릭터들을 제대로 한 번 망가뜨려 보는 게 중요한데, 전에 소드걸스 앤솔로지를 발표할 때도 유머 쪽에 큰 진전이 없어서 본편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 게 아닌가 본인은 생각된다. 자기개발의 일부로서 일부러 유머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은데 작가도 좀 더 분발하는 게 좋지 않을까. 

 

김정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애니비평 2014-07-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여기서 뵙다니! 저 쉑터입니다.

갈매미르 2014-07-0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엑;; 쉑터님 반갑습니다 ㅋㅋㅋ
 
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보고 진짜 우리나라 K1국회 사진인 줄...

 

 '내 연애의 모든 것' 드라마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서부터 그의 소설책을 접했다. 형광색에 가까운 연두와 대비되는 붉은 사과의 사진은 요즘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어느 현대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실제 책 내용도 그만큼이나 골때렸다. 본인은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드라마 홍보를 보면 이 소설 내용 대부분이 짤려서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선정적인 장면도 그렇지만, 여주인공의 과거라던가 테러범이라던가 여러가지가 짬뽕이 되서 대체로 어두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실제같은지 허구같은지는 뒷전으로 하고, (작가가 픽션은 픽션일 뿐 실제로 여기는 사람은 여기 소설 속에 나오는 미친 테러범과 정신세계가 똑같다는 강한 암시를 주기도 했지만.) 보수당과 진보당을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 설정한 것 자체는 매우 기발하다고 생각한다. '꽃보다 남자'에서 츠쿠시와 츠카사처럼 맞고 때리며 사랑하는(?), 언뜻 보면 진부한 설정도 보안법에 관련한 정치싸움으로 연결해버리니 졸지에 신선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정치에 대한 패러디도 등장하지만 대체로 책을 읽어도 그 사상을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마음대로 분류해버리는 인간을 비난하는 것 같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요즘 이렇게 확실한 메시지가 담긴 소설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응준의 소설 중에서 갑작스럽게 발견해서 매우 기뻤다. 볼까 말까 망설였던 '국가의 사생활'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빌려놓았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픈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김이환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노인의 상자'를 읽어보면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거의 저승사자던데 도망칠 수 있을까요?"
철수의 지적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못 도망치겠죠. 죽음으로부터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테니."- p. 260

 

 이 소설은 옴니버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짤막하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다가 그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검은 옷의 남자가 자신이 들고 다니는 하얀 상자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끝나는, 약간 허전한 감이 있는 이야기이다. '절망의 구'에서 특이한 전개를 보였다기에 기대했는데 소설보다는 하나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역시 소설을 볼 땐 기대를 버리고 봐야 하는데(...)

 

 

그것도 큐베가 주인공인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이라니...

수위가 꽤 높은 듯...

 

 그래도 큐베처럼 완전히 빠져나갈 구석을 차단하고 '내 마법소녀가 되거라' 이러는 건 아니고, 나름 전제조건이 있다. 상자를 열고 무얼 넣는 것에서부터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요컨대 그런 행위를 안 하면 된다.  그래서 '친구의 상자'에서는 상자를 내팽개친 채 검은 옷을 입은 남자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려도 생존이 가능했던 것이고.

 그러나 사람에겐 희망과 쓸데없는 호기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소설 속의 사람들은 마치 판도라처럼 검은 옷의 남자에게 낚여서 잘도 열어본다.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남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 상자는 인간에게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기 위해서라는데 개뿔. 비교적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는 건 아이와 호랑이를 만난 남자이야기일 뿐인데, 아이는 그렇다쳐도 호랑이를 만난 남자는 솔직히 결말이 카나메 마도카같아서 그게 행복한 건지 애매하다;;;

 결국 큐베나 검은 옷의 남자같은 사람들에게 낚이지 않으려면 '분수에 맞게', 자제심을 가지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생한 발렌띤 가족의 모험 발렌띤 가족의 스토리 : 새로운 삶의 기록 1
알바로 마갈량이스 지음, 까를로스 J. 깜뽀스 그림, 남진희 옮김 / 상서각(책동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윽고 밤이 되자 우리 가족은 모두 거리로 나갔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엄마만 혼자 집에 남아 있었다. 엄마는 왼종일 우리들에게 소리치느라 너무나 지쳐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요! 그곳은 뱀파이어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고요!"

 

 어느 밤, 차가 전복되어 거기 있던 가족들이 모두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동차가 있는 이상 현 세상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다. 그러나 발렌띤 가족에게는 색다른 일이 일어난다. 거짓말처럼 그 가족들이 모두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 가족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신고되었기 때문에, 그 가족은 꼼짝없이 자신들이 살던 집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장례까지 다 마친 뒤라 그 가족이 죽었음을 다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귀환을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햇빛을 쐬고 살아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외출해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수도 없다.'

 안 그래도 죽음을 무서워하던 발렌띤 할아버지는 어쩌면 이렇게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발렌띤과 그의 여동생은 처참한 심정을 드러낸다. 소심한 성격인 발렌띤은 일기에 '다시 죽고 싶다'라고 적는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밤중에만 한없이 집에서 빈둥대야 하는 현실에 지친 것이다.

 그 외에 뱀파이어를 쫓는 사람들이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집이 헐리는 등 발렌띤 가족은 온갖 수난을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러스트의 힘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든 걸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시원스러운 문장 때문인지. 이야기는 매우 익살스럽게 펼쳐진다. 어쩌면 발렌띤 가족의 어리숙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갑자기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막연한 인간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피를 마실 생각도 안하고 엄마가 만드는 피순대를 먹으며 살아간다. 집을 팔아넘기려는 삼촌을 숨어서 지켜보지만, 평소 생활하던 대로 소리를 지르는 등 자유롭게 행동하다 우발적으로 자신들이 숨어있는 곳을 드러내는 허술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을 갑자기 배척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탓하기는 커녕 뱀파이어가 된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들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남을 미워하면서 살아가지 않는 어리숙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표본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찌보면 굉장히 자학적인 그들의 생각은 점점 그들의 어깨를 '짓눌러간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자신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용산 철거 때의 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한 나라에서 같이 사는 사람을 비정상적인 사람 혹은 '빨갱이'라고 생각하여

타죽는 것도 당연시하는 사회.

사실 그 사건에 말려들어 타 죽었다는 사람들도 사실 죽지 않았고,

발렌띤 가족처럼 모험을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Novel Engine
보르자 지음, Riqurr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거 우리가 체포해도 되요? 괜히 멋모르고 체포했다가 꼬이는 거 아니냐고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어, 나 선도청장인데 거기 전화 받은 사람 이름이 누구요?' 이럼 어쩌죠? 전 머뭇거릴 거에요. 그럼 이러겠죠. '이름을 말하라는데 왜 말을 안 해?' 그래서 전 겁을 먹고 선배를 바꿔줘요. 그럼 선배에게 또 묻겠죠. '방금 전화받은 사람 관등성명 좀 말해봐요.' 그럼 선배는...."- p. 46

 

 

이건 전적으로 영희라는 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소설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듀라라라의 이자야와 맞붙어도 될 만한 강적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에필로그 읽어보니 그 정도까진 아니군 싶기도 하고.

 

 아무튼 위의 저 인상깊은 정치드립대사는 철수가 두번째로 무기정학을 먹을 위기에 처해있을 때 선도부실로 들어가자 선도부 졸개들이 주고받은 말이다. 그만큼 그 학교는 공권력이 쩔어있는 곳이다. 마치 자기가 페이트의 에미야이기라도 한 마냥 정의의식에 쩔어있는 철수에게는 한 마디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학교라고나 할까. 첫번째로 무기정학을 먹었던 이유도 어떤 남학생에게 폭력을 당했던 한 여학생을 옹호하기 위해 법적 고소를 하다가 말려들어서 이니까. 1년동안 학교를 강제로 쉬는 수치를 당했다면 왠만해선 그냥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과 다시 재소를 하기 위해 그는 학교로 향한다. 그리고 지부장에게 범죄를 도우라는 지시까지 묵묵히 듣고, 수행한다.

 여러 말을 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기에 자세한 말은 생략하겠지만 이 소설에서 주목할 것은 어떤 상황을 들여다보는 영희와 철수의 명백한 차이이다. 소설의 말미에서 독자들은 기묘한 아쉬움과 함께 그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그녀는 '철수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 단지 진실도 함께 말하지 않을 뿐이다. 내 생전 의붓아버지에게 강간당해 애를 집 근처 보육원에 보냈다는 비터버진의 여주보다 더 불안하고 서스펜스한 여주는 그녀밖에 없을 듯하다. 그나마 비터버진 남주는 사실을 모두 알지만 철수가 그녀에 대한 진실과, 소설 속 그녀의 과거에 대한 암시까지 다 뚜렷하게 알게 된다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_-;;; 뭐 하지만 이 책은 단편이고 이야기는 소설 저 너머의 상상 속에서 계속 전개될 테니...

 책을 소장하고 싶긴 했으나 불행하게도 클라이막스에서 갑자기 뚝 끊기더니 앞부분이 반복해서 나오는 관계로 그럴 수 없게 생겼다. 이걸 중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출판사에서 이런 건 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봤다가 갑자기 맥이 확 빠진다. 어쩌면 그 부분만 없었다면 별점 5개 만점을 줬을지도 모르는데.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