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 3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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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새 드라마에서 호위무사들이 뜨고 있는 추세는 이 소설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미실의 호위무사 대남보.

 

 아무리 본인이 무협보다 판타지를 더 좋아한다고 해서 이전에 무협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벌어지는 사건들이 말도 안되고 개연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잔인한 것은 둘째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3권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던 봉성의 비밀이 봉성의 둘째 공자의 고백으로 인해 하나하나 벗겨진다. 그 실체는 너무 완성도가 높았고, 그만큼 잔혹했다.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강제로 시집가는 것과는 완전히 스케일이 다르다. 매우 간단히 말하자면 용설아가 좀비가 될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 봉성의 모든 여자들이 희생되었다. 오랫동안 숨겨진 가문의 전통이기 때문에 그만큼 비밀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고, 그 중에서도 고수들이 숨어있다. 사공운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도망을 친 다음, 강해지기 위한 수련으로 자신을 한없이 몰아친다. 흐름이 매우 갑작스럽기도 하지만, 뭔가 주인공들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기분이다. 아침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그런 엄청난 비밀을 상당히 침착하게 쓰는 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악녀들의 매력이 하도 부각되다보니, 소설을 읽을 땐 어느 정도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느낌이 매우 미묘한 책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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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2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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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보면, 세월의 흐름을 알고

사람을 보면 추억에 멍이 든다.

 

 이 책에서는 왠지 여성들이 잔혹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도에 관련해서는 천하무적이라는 팽예린도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을 망설임없이 자신의 작전에 투여시키는 용설향이라던가, 사공운을 갈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봉성의 담소봉까지. 어쩌면 사람들이 초우를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는 악녀를 잘 그려서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용설향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공운하고 인연이 생길 듯하다. 고자되었다가 풀리니깐 좋긴 좋은데 만만치 않은 여인들이 그를 구워삶지 못해 안간힘을 쓰니 여러모로 불쌍한 사공운 ㅠㅠ 아니 용설아가 불쌍한가..

 작가도 유독 용설아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면서 '여성 분들이 용설아같은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하고 물어보았다. 내가 용설아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앞뒤 안 가리고 사공운에게 자신을 데리고 탈출해달라고 했을 것 같다. (사공운이 너무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으므로, 아마 기억을 잃은 척하는 건 그대로이지 않았을까.) 역으로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을 경우엔 더욱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 듯하다. 그녀의 시점에서는 남편과 아이가 동시에 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곁에서 불행에 빠져있지만, 아이는 자신의 곁에 없다. 어머니라면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줘야 하고, 그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용부를 위해서라면 봉성에 남아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봉성에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 용설아는 모든 걸 다 기억해냈지만, 정작 자신이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여러 불행들 때문에 잊어버린 듯하다. 이 책을 보면서 나까지 다 착잡해지는 느낌이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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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1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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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날옛적에 한 살수가 있었다. 그는 여러 임무들을 맡게 되다가 사혼유령검으로 10대 고수 중 한 명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귀한 집 가문의 딸을 납치하는 임무를 부여받다가 이런저런 섬씽이 생긴다. (이게 중요한 스토리 같으므로 생략하겠다.)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그녀를 찾아 헤메고, 그는 그녀의 호위무사로 잠입해 들어간다. 그러나 호위무사가 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고자가 되는 것이었다.

 

 아니 물론 저렇게 린노스케처럼 된 건 아니고, 영약으로 15년간 고자가 되어서 산다고 한다. 외택 즉 남자를 지킨다면 약을 먹지 않아도(고자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내택 즉 여자를 지킬 경우엔 섬씽이 생길 수 있으므로 당분간 고자가 되는 약을 먹게 한다. 그렇다고 여자를 보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건 아니고, 요컨대 발기(...)만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이 기이한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보통 80~90년대 초반 무협소설엔 야한 에피소드들이 쏟아져내리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아예 주인공 자체를 거세시켜버리고 플라토닉 사랑을 진행시킨다. 용설아와 사공운의 러브스토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결국 그들의 (엣찌 없는) 순박한 사랑에 눈물콧물을 쏟게 되는 것이다.

 문체는 전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딱딱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다보면 선과 악이 모호해지는 캐릭터성, 치밀한 세계관 설정, 그리고 폭풍같은 흡입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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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상열지사
전명안 외 지음 / 해울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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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내게 집어넣으려고 했던 모든 형상과 이미지들이 내가 멀리 있는 사물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난시인 것처럼 내 속에서 기형적으로 뒤틀리고 왜곡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세계의 모순과 아집에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미는 느낌을 받았다.

 

 두말할 것 없이 굉장한 책이다. 처음엔 한중렬의 크뤼시포스의 복수 쪽이 끌렸었다. 한중렬 특유의 강렬한 문체, 그리고 그보다 더 비극적인 소설이 없을 것 같은 아침드라마적 전개. 우리나라 특유의 권선징악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글 전체가 다분히 악마적이었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충격적 사실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이라고 할까. 이 글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서 크뤼시포스의 이름도 검색해봤지만 동명이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만 발견된 터라 약간 실망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 단편은 뭐라고 소개를 하던 반전을 공개해버릴 것 같으니 설명은 이 정도로 하겠다.

 

 그 다음으로 가슴 찡했던 소설은 수정 산 133호였다. 특이한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게이가 아니라 게이를 바라보는 소녀라는 점이다. 예쁘지도 않고, 장애를 겪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놀림과 차별을 받는 그녀는 소수자들의 인생을 그냥 보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어쩌면 사회부기자나 인권운동가는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이 마주치고 싶지 않아도 늘 마주쳐야 할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그 조그만 단편에 철거민 문제, 여성차별문제, 장애인차별문제, 동성애자 인권문제들이 몽땅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의 눈은 심드렁하고, 부자연스러울만큼 냉정하다. 마치 그런 문체로 증오를 덮을 수 있을 것처럼. 이 글을 쓴 에쿠우스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직업이 정말로 기자가 아닐지?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인데 개정판 안 나오나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교보이북으로 보관중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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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 하 - 아버지의 나라 편
김진 지음 / 제이북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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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을 돌려서 그녀를 뒤에 두고 걸어 나왔다.
걸어가다 돌아보면 그녀가 다시 웃고 있다.
다시 한참을 가다가 돌아보면, 그녀는 또 거기서 웃어준다.
잠시 그는, 그녀는 꽃 같다고 생각했다.

- p. 256

 

 

소설은 연이 호동을 낳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사진은 2부에서 다 자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모습.

그냥 여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수려한 모습이다. 연을 많이 닮은 듯.

 

 만화는 짧게짧게 보았던 관계로 비교하기엔 좀 뭣하지만 일단 만화에서의 환타지 요소는 조금 줄어들은 것 같다. 대신에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감정 복선, 그리고 정치적인 밀당 관계들이 많이 나온다. 대모가 등장한 요소에서도 그것이 보인다. 만화에서는 나오지 않았거나 혹은 비중이 적게 나온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왕가의 갈등을 틈타 권력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반영한 캐릭터이다. 여진 왕자를 보필하다가 영채한테 들어붙게 되고, 그러다 왕자가 죽자 괜히 찔려서 영채에게 매달리다가 무휼에게 딱 걸려 반병신이 되었다. 왕궁에서 아예 내쫓긴 그는 악바리에 넘쳐 복수를 꿈꾸지만 어째 바람의 나라 소설 2부는 영영 안 나올 기세이므로, 앞으로도 등장하지 못할 것 같다. 김진님 나름으로선 인생무상과 권력의 허무함을 나타낸 것일까.

 무휼을 대표하는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본 이후로 무휼에게 줄을 서는 사람들이 들끓기 시작한다. 심지어 영채까지도 단번에 태자의 권세를 파악하고는 태자비에게 출산용품들을 선물하는 등 줄서기 시작한다. 무휼의 동생 해색주 또한 그의 편이 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본인으로서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운명을 빤히 알면서도 앞을 향해 바글바글 나아간다. 하지만 이미 부도로 가려는 주몽의 꿈은 옛말이 되었고, 유리는 천성 땅의 왕이다. 그는 부도를 외우고는 있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감정은 커녕 뜻마저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그 꿈이 크고 신비롭고 찬란하기만 했던 고구려의 탄생시기는 이미 지났다.

 2부에서 무휼은 그 나라의 왕이 될 것이다. 고구려에게는 정말 잘 된 일이겠지만 과연 무휼에게는 잘 된 일일까? 호동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아서 바람의 나라 완결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남자친구가 말했다. 아내와 자식을 잃은 대무신왕은 늙을 때의 유리처럼, 술을 다 따랐을 때의 주전자처럼 텅 비어있을까? 바람의 나라는 어쩐지 좀 쓸쓸하고 추운 땅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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