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조중동 표변과 후안무치, 경악"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08.06.30 19:49


시청광장서 비상시국회의 및 미사 … 쇠고기 재협상, 어청수 해임 등 5개항 요구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30일 비상시국회의 및 미사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회개 및 보수언론의 공정보도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제단은 이날 쇠고기 재협상, 어청수 경찰 청장 해임 등 5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국민 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열었다. 사제단은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이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성명서에서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한다"며 "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이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또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5대 요구사항으로 △장관고시 철회 및 쇠고기 전면 재협상 △국민과의 대화 △언론의 왜곡보도 금지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연행자 및 대책회의 구속자의 전원 석방 △비폭력 시위 등을 제시했다.

이날 시청광장에는 5000여 명(6시 현재 경찰추산 1500명)이상이 참여했고 최문순 김재윤 통합민주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심상정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정치인도 대거 참석했다. 또 김용철 변호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반께 경찰은 시청 부근에서 시민 2명을 강제 연행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시민들의 목겸담을 종합하면 전경은 일부 시민이 거리에 담배 꽁초를 버린 것을 문제 삼았고 이 과정에서 전경과 몸싸움이 일어 결국 시민들을 연행됐다. 수십 여 명의 시민들은 전경 버스 앞에서 "연행자를 석방하라"며 항의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마는 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마태 7,15)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하여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한다.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을 버리고 이해득실에 다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심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 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 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는 성경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압수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는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1.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선언하길 바랍니다.
2. 먼저 들으셔야 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3.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합니다.
4. 과잉폭력 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바라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5. 국민 여러분께도 호소합니다. 촛불이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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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공영방송에 정부 지분 행사 당연"

매일경제 | 기사입력 2008.06.30 20:50



 

소설가 이문열 씨는 "공영방송 지분이 정부에 많이 있을 텐데 지분만큼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9일 방송한 MBC '
시사매거진 2580'과 인터뷰에서 공영방송이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최근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말 그대로 대변인이라기보다는 집권 세력의 이데올로기적 배경을 강화하는 정도는 할 만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권위주의 정부일 때 KBS를 야단치는 것은 '
땡전뉴스' 때문이고 지금 야단치는 것은 '땡노'거나 '땡김'이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그렇게 돼 온 것을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만원버스에 마지막으로 타서 차장에게 그만 태우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윤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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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장관, 조선일보 방문 '시위대 봉변' 사과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6.30 16:59

50대 남성, 광주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CBS정치부 권혁주 기자]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지난 27일 조선일보사를 직접 방문해 최근 시위대에 봉변을 당한 것을 사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유 장관이 정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언론 주무 장관으로서 피해를 입은 언론사에게 정부가 막아주지 못한 부분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27일 오전 조선일보 사옥을 방문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조선일보사 경영진 등을 만나 "쇠고기 수입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언론사 규탄으로 이어지게 만든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광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사라 간 것이 아니고 어떤 매체라도 그런 피해를 입었다면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특정 언론사로 확대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문광부 관계자는 유장관이 시위대에 같은 봉변을 당한 동아일보를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스케줄상 시간이 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유인촌 장관이 방문했던 지난 27일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릿기사와 "청와대만 지키면 나라는 무법천지 돼도 그만인가"라는 사설 등을 통해 "과연 이 정부가 존재할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hjk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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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있는 한 미주주의 국가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또하나, 국가에는 군사적인 신체가 있습니다. 군사적인 조직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군사행동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군사행동이라는 것은 폭력을 행사해서 상대방을 자신의 의사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내 의사에 따르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라는 것이 군사행동의 기본인 까닭에 그것은 당연히 민주적인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물론 적에 대해서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구사조직 자체가 반민주적인 것입니다. 군사조직은 기본적으로, 정치용어로 말하면, 독재입니다. 사령관이 있고, 그리고 사령관 밑에 권력의 위계구조가 있어서 명령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갑니다. 정보는 아래로부터 위로 전해지더라도 명령은 전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폭력을 사용하여 병사들의 충성을 확인합니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병사는 즉각 체포됩니다. 상관에 대해서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만으로, 예컨대 상관에게 '바보자식'이라고 했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체포됩니다.

  전시에는, 예컨대 전선으로부터 도주하면 기본적으로 사형입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도망하더라도 죽지 않는다고 한다면 인간은 여간해서 전쟁을 계속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도주하는 사람에 대해서 재판을 하고, 사형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엄혹한 전쟁의 상황에서는 훨씬 더 가혹합니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 때의 이야기로 흔히 들어온 것이지만, 전선에서 10미터쯤 뒤에 장교가 서서 총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전선에서 이탈, 도주하는 자기 나라 병사들을 사살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뒤에 이러한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병사들은 도주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간은 여간해서 전쟁을 계속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군대조직의 또하나의 특징은 각 병사, 개인의 일상생활의 세밀한 곳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 동안의 일정이 있습니다. 저녁이 되어 자유시간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24시간 전부 관리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서랍 속을 정리하는 일이라든가, 복장관리라든가, 모든 게 관리됩니다. 전부 규칙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깨트리면 처벌됩니다. 따라서 이것은 전체주의 조직인 것입니다. 사상으로부터 일상생활 아침부터 밤까지의 모든 스케줄, 전부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폭력에 의해서 관리됩니다.

  이러한 군사조직 모델은 다분히 고대 로마로부터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 이외에도 군대조직은 있었지만, 로마공화국, 그리고 로마제국은 극히 합리적인 조직을 완성시켰고, 그 결과 수십년 동안에 지중해 주변 나라들을 모두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제국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조직력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고대 로마의 비밀이었고, 그 이후 유럽의 군대조직은 늘 그것을 모방해왔습니다. 유럽이 그토로 간단히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던 비밀도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무기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었습니다. 완전관리의 조직은 굉장히 강한 조직이 된 것입니다.

  민주주의 라고 일컬어지는 국가는 앞서 말한 정치적 신체 이외에, 이 군사적 신체도 갖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일본은 종전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 군사적 신체가 가장 약한 나라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건강한 젊은 남자라면 누구든 적어도 2년이나 3년간 군대에 들어가 훈련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가 많습니다.

  그것은 정부의 일부분입니다. 정부가 이것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의 군대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나라 가운데도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역과 전체주의적인 영역이 있습니다. 국가 자체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직과 전체주의적, 독재적인 조직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데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경우에 따라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계엄령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군대조직의 논리, 군대조직의 지배방식을 사회 전체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노인이나 여성, 아이들을 간단히 병사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계엄령은 그 국가의 군사조지으로서의 신체를 사회 전체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라고 하면서도 그러한 반민주적인 조직, 민주주의 사상과 모순되는 큰 조직을 각 국가는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후 이데올로기에서는 평화와 민주주의는 거의 같은 것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평화와 민주주의가 상호관계가 있는 것으로 별로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바로 평화라는 사고방식은 유럽에서는 그만큼 정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꾸로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귀족적인 제도보다도 전쟁에 강하다는 사고방식까지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 말한 문맥 속에서 생각하면, 일본의 전후사상 쪽이 올바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군대조직이 없어지지 않는 한, 국가가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조직이 강해져서 일반사회에 대한 영향도 강해집니다. 즉, 일상생활이 군사화합니다. 따라서, 전쟁의 가능성, 그리고 군대조직의 존재는 언제나 민주주의 사상과 민주주의 정신의 발목을 잡아끄는 것이 됩니다.

-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김종철/이반옮김, 녹색평론사, 2002, 128쪽~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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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OTL] 전·의경은 ‘현대판 노예’인가



촛불문화제 ‘진압’에 선택권 없이 동원돼 못 먹고 못 자는 전·의경들

▣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인권 OTL-30개의 시선 ⑧]


2008년 대한민국의 가장 인상적인 도시 조형물 ‘명박산성’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두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40만 촛불이 노래와 춤과 자유발언으로 시끌벅적한 난장을 이루고 있던 시각, 왕복 16차로를 가로질러 막은 컨테이너 장벽 반대쪽은 경찰버스와 진압복을 입은 전·의경들만이 고요히 숨죽인 채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지난 5월28일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전·의경들이 대열을 정비하고 있다. 전경과 의경 모두 “입대할 때 설마 시위 진압 업무를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사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6·10 항쟁 21주년을 맞은 지난 6월10일 밤 12시께 컨테이너 장벽 너머의 서울 세종문화회관 부근. 경찰버스 의자에, 혹은 길바닥에 대열을 갖춰 앉은 전·의경들의 얼굴에선 오랫동안의 시위 진압에 따른 피곤함이 뚝뚝 묻어났다. 어떤 소대는 길거리에 앉아 간식으로 지급된 손바닥 반만 한 팥빵에 ‘아린쥐’ 주스를 먹고 있었다.

“2시간만 자고 도로 출동” “발이 썩었어요”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의경에게 “요즘 힘들죠?”라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지칠 대로 지친 인상의 그는 “괜찮아요”라며 가벼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출동한 지 한 달이 넘었다는 그는 잠을 못 자는 게 가장 힘들다면서 “얼마 전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를 할 때는 길바닥에 방패 깔고 하루에 3시간씩밖에 못 잤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의경도 같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버스에서 자면 잠잔 것 같지도 않다”고 거들었다.
도로 건너편 서울 종로구청 쪽에서 만난 의경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대는 5월31일 새벽 0시30분께까지 과천정부청사를 지키다 부대에 복귀한 지 1시간 만에 다시 서울로 출동했다. 경찰이 물대포로 시위대와 맞서던 바로 그날 밤이다. 한 의경은 “오늘도 아침 8시에 숙영지에 복귀했다가 2시간만 자고 10시에 도로 출동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뒤 하루 평균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옆에 있던 다른 의경은 “출동한 뒤 열흘 동안 발을 씻은 건 단 3번뿐”이라며 “상관들은 주변 공원 화장실 같은 곳에서 씻으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 동료는 “(발이) 썩었어요, 썩어”라며 피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다른 의경은 “하루에 1번 이빨 닦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6월11일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주변 건물 앞 여유 공간에는 길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은 채 널브러져 자는 전·의경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용변도 이동식 화장실에서 해결한다. 들어가봤다. 소변기 4대에 대변기 2대가 마련돼 있다. 기자도 볼일을 보고 세면대 꼭지를 틀었다. 그러나 한 방울의 물도 떨어지지 않았다. 당혹스러웠다.



△ 6월10일 집회 때 아들이 전·의경으로 복무 중인 부모들이 휴식 중인 전·의경 부대를 찾아다니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4·15 교육자율화 조처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풍자하며 시민단체 쪽에서 핵심적으로 정리한 구호다. 전·의경들 역시 잠을 못 자는 고통만큼 먹는 문제 또한 심각했다. 한 전경은 “저는 밥 먹는 게 가장 힘들어요. 1분 안에 먹어야 하거든요. 씹지도 않고 그냥 넘겨요”라고 말했다. 시위대와 대치하는 상황이 아닐 때도 굳이 그렇게 서둘러야 할까? “버스에서 먹는데, (다른 대원과) 교대를 해줘야 하거든요.” 그나마 서울에 있는 경찰서와 기동대에서 나온 이들은 부대에서 밥을 직접 가져오기 때문에 밥다운 밥을 먹는다. 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은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없다. 해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삼시세끼를 주문해온 4천원짜리 도시락으로 때우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시위 진압을 위해 올라왔다는 한 의경은 “버스 의자에 앉아 도시락만 계속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대치 지점에서 불침번 서는 부모들

촛불집회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동원된 전·의경들의 피로도 갈수록 쌓이고 있다. 시위대의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전·의경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도 중요하지만, 이는 묻혀 있는 이슈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출동한 그들에게 인권이란 없다. 한 의경은 “시위대는 인간이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니에요”라며 자조 섞인 농담을 흘렸다. 다음 카페 ‘전의경 부상자 부모들의 쉼터’가 자신들의 자식을 두고 “현대판 노예”라며 울분을 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양심의 자유도 없다. 국민의 80% 안팎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고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전·의경의 100%는 그러한 집회를 가로막기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한다. 선택은 없다. 지시에 따라야만 한다. 한 의경은 “저도 물론 이곳이 아니라 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었다면 촛불집회에 참석했을 수 있겠죠”라고 말했다. 급기야 서울경찰청 기동대의 이아무개 상경은 “나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게 시위 진압에 나서는 일은 양심에 반한다”며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육군으로 도로 보내달라는 행정심판을 냈다.
가족이나 애인 등과 겪어야 하는 갈등도 감내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의경은 “저기 있는 제 고참은 여자친구가 촛불집회에 나온다고 해서 대판 싸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에도 관련 글들이 올라 있다. 친오빠가 전경으로 시위 진압을 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오빠는 왜 하필이면 전경이 돼가지고, 6월7일 시위에 참가했다가 오빠를 만났는데 저는 서글픔에 눈물이 났다”고 한탄했다.
‘전의경 부상자 부모들의 쉼터’ 카페에서 활동하는 한 전경의 어머니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이 사대문 안 경찰서에서 일경으로 근무 중이라는 김아무개씨는 “아들이 작년 7월에 입대한 뒤 농민대회 진압에 나갔는데 ‘엄마, 무서워요’라고 전화왔더라”며 “이번 촛불집회 때도 전·의경 아이들이 다칠까 나갔는데, 어떤 여학생이 전·의경보고 ‘너희 엄마도 너 낳고 나서 미역국 먹었냐’고 하는 말을 듣고 너무 속상했다”고 했다.



△ 6월12일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의경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석회의 쪽은 진압 과정에서 전·의경들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고발했다.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전·의경을 아들로 둔 이들은 경찰이 시위 현장에서 다친 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으로 쇠파이프 등이 등장한 6월3일 집회 때 다친 전·의경들을 수송하기 위한 구급차도 현장에 대기시키지 않았다며 부모들은 경찰청에 강력히 항의했다. 그 뒤 경찰은 구급차를 불러 대기시켰다. 다쳐서 경찰병원에 간 뒤 다른 민간병원의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외부 진료 의뢰서 한 장 받아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전·의경 부모들이 시위가 있을 때마다 조를 나눈 뒤 대치 지점에 직접 찾아가 불침번을 서는 것도 다 이런 현실이 만든 결과물일 뿐이다.

싼값에 부리면서 정부 대신 매맞아라?

인권침해 논란에도 유지되고 있는 전·의경 제도는 부도덕한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병역 의무를 지려고 입대한 젊은이들을 민간인의 집회·시위 진압에 내몰고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정권이 맞아야 할 정치적 매를 전·의경이 대신 맞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전·의경을 싼값에 부리면서 시위대와 정권 사이의 ‘완충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의경이 고탄성 용수철일 수는 없다. 그냥 사람일 뿐이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인권단체와 ‘전·의경 부모들의 모임’도 뜻이 모이는 한 지점이 있다. 바로 전·의경 제도의 폐지다. 서구사회처럼 직업 경찰관으로 꾸려진 기동대를 운영하라는 것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도 6월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에 대한 탄압과 전·의경의 인권을 무시한 마구잡이 행정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김상균 백석대 교수(경찰학)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의경을 동원한 인해전술식 시위 진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똑같은 옷을 입은 전·의경의 존재 자체가 시위대의 공격성과 폭력성을 더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전투경찰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 경찰을 통한 시위 대처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간 방패막이’가 존속하는 한 전·의경의 인권도 챙기기 어렵고 원천봉쇄와 인해전술식 집회 관리로 인한 시위대의 인권 침해도 막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2012년 전·의경제 없어질까



경찰 “폐지 결정 전면 재검토” 선회


계속되는 인권침해 논란에다 “우리가 쓸 병사 공급도 부족하다”는 국방부의 논리에 밀려 정부는 올해부터 해마다 전·의경 숫자를 20%씩 줄여 2012년 전·의경 제도를 완전 폐지키로 지난해 결정했다. 하지만 전·의경을 주머니 속의 공처럼 만지작거리는 경찰은 최근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장전배 경찰청 경비과장은 6월12일 전화 통화에서 “전·의경 제도 폐지 논의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예산 부서 및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민사회 세력에게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내정자 시절이던 올해 초부터 이미 예고돼왔던 일이다. 어 청장은 당시 “전·의경을 2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예산 절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손쉽게 부릴 수 있는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고 집회·시위 대처를 직업 경찰관으로 이뤄진 기동대에 맡길 경우 막대한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전투경찰은 애초 1966년에 23개 중대 2300여 명의 직업 경찰관으로 출발했다. 1968년 북한 124군부대의 청와대 습격 기도 사건을 겪은 뒤, 1971년 경찰이 국방부에서 병력을 꿔와 군복무 대신 근무하는 현재 개념의 전투경찰을 만들었다. 4년 뒤 “간첩(무장공비 포함)의 침투거부·포착·섬멸, 기타의 대간첩 작전을 수행하는” 본래 목적에다 ‘경비’ 업무가 덧붙여졌다.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의무경찰은 1982년에 처음으로 창설됐지만, 전경과 마찬가지로 시위 진압에 주로 동원되고 있다. 6·10항쟁이 있던 1987년엔 전·의경 수가 5만6천여 명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그 뒤로 완만하게 줄어 현재는 4만여 명 선이다.
잦은 구타 사건, 부대장의 자의적인 영창 제도 운영, 0.7평에 불과한 개인 공간 등 여러 인권침해 논란 속에서 인권단체들은 전·의경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 연속기획의 제목인 ‘인권 OTL’은 좌절해 쓰러진 사람을 상징하는 이모티콘 ‘OTL’을 활용해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들의 슬픔을 담았습니다. 제보와 문의는 syuk@hani.co.kr 혹은 02-710-0552로 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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