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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로 가는 지속 가능한 사회] 열차를 타고 열도를 뚫다 [2008.09.19 제727호]
 
일본·독일·프랑스·한국의 철도망 비교… 일본 최남단부터 최북단까지 3126km 기차 여행
 
 
 
 


 
 

당신의 나라에서 ‘철도’는 어떤 교통 수단인가. 나라 안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핵심 교통 수단인가, 아니면 도로 우선 정책에 밀려 외면된 대중교통체계인가. 한국의 철도를 바로보기 위해 일본과 독일, 프랑스의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화두 앞에 경제와 산업 전반은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상징인 도로 중심의 교통체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철도는 어떠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여행을 시작한다. 편집자



 
 


» 홋카이도 시골철도 노선의 모습. 적자 노선이라도 주민들의 발이라는 공공성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런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운영한다.
 
 
 

섬나라 일본은 흔히 열도로 불린다. 하지만 일본은 교통에서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 지 오래다. 혼슈와 규슈, 시코쿠, 홋카이도 등 4개의 주요 섬이 모두 철도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도로는 아직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철도가 국가기간 교통망을 차지하고 여기에 도로를 결합한 ‘철도국가’인 것이다. 일본 본토 최남단 역인 규슈 가고시마현의 니시오야마역에서 최북단 역인 홋카이도의 와카나이역까지 거리는 3126km, 요금도 5만1450엔(약 50만원)이 넘는다. 쉬지 않고 환승하면 30시간22분이 소요되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빨리 가도 2박3일이 걸리는 이 종단철도를 따라가면서, 국가 교통의 핵심을 철도로 삼고 살아가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어린이·노인의 이동 책임지는 간이역


철길로 일본 국토 종단 대장정을 이어가는 출발은 가고시마현 최남단의 작은 간이역인 니시오야마역에서 시작된다. 이 역은 일본 본토 최남단 역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비해 무척이나 소박하다. 역무원은 물론 제대로 된 건물도 없다. 하루 다섯 차례 오가는 2량짜리 지방 보통열차가 전부이고, 플랫폼 가운데 ‘일본 최남단 역’이라는 표지와 전국 각지까지의 철도 거리를 표시한 안내판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을 뿐이다.

이 역은 일본의 두메산골이나 시골 해안선 철도 노선에서 흔히 마주치는 간이역의 전형을 보여준다. 일본에는 수많은 간이역이 있다. 1량이나 2량짜리 열차에 주민들은 몸도 싣고 마음도 실으며 살아간다. 간이역과 지선 철도망은 일본 철도의 실체이자 바탕이라 할 수 있다. 교통에서 소외돼가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이동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없거나 운전을 하기 곤란한 어린이, 학생, 노인 등의 이동을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는 것이 일본 철도다. 경제성의 잣대로 지역 노선과 간이역을 폐지하는 우리 현실에서 되짚어볼 대목이다.

 
 


» 일본 철도종단 지도
 
 
 


니시오야마역에서 시골 열차를 타면 이브스키역에서 특급으로 갈아타게 된다. 이 도시는 모래찜질 온천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도 제법 알려진 곳이다. 이브스키에서 탄 특급은 다시 가고시마현 도심에 있는 가고시마 중앙역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탄다. 일본은 세계에서 고속열차망을 가장 먼저 실현했다. 교통량이 충분한 노선을 중심으로 고속철도망을 건설하고 이를 간선 및 지선 철도망과 체계적으로 연결해 국가기간 교통망을 운영하고 있다.

구마모토현의 신야스시로역에서 다시 특급으로 갈아타면 규슈의 중심지이자 일본에서 네 번째 도시로 꼽히는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 닿는다. 이 지역의 거점역인 하카타역에 와보면 일본이 철도 중심 국가라는 사실을 확실히 체감하게 된다. 하카타역을 비롯해 서일본을 대표하는 오사카역, 중부 지역의 나고야역 그리고 도쿄역을 거쳐 동북 지방의 센다이역과 홋카이도의 삿포로역까지, 각 지방의 거점역에는 신칸센부터 특급·급행·보통·완행까지 하루 수백 편의 열차가 나가고 들어온다. 역마다 대부분 20개가 넘는 플랫폼이 이용되고 있다.

하카타역에서 다시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로 들어가면 도착역은 신오사카역이다. 관서지방을 비롯해 서일본의 중심도시인 오사카는 거점인 철도역도 두 곳이다. 신오사카역은 신칸센을 비롯해 특급과 급행, 보통 등을 아우른다. 오사카역은 신칸센은 없지만 명실상부한 서일본 교통의 중심역이다. 일본의 제2도시로 꼽히는 오사카의 철도교통망에서 심장과도 같은 역이다. 오사카역에서는 사방팔방으로 뻗어가는 일본 철도의 역동적인 모습이 느껴진다. 새벽 5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일본은 자동차 산업의 강국답게 도로가 잘 연결된 편이지만, 국내의 교통 체계는 국가기간 교통망부터 산골 지역의 기초 시·군까지 철도가 기본적인 교통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메이지 시대의 근대화 때부터 철도를 건설했고, 태평양전쟁 이후의 고도성장기에도 철도 우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가 유지됐다. 일본은 장거리 출장이나 여행, 일상생활의 이동에서 철도가 도로보다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쭉 뻗은 신칸센과 간선·지선의 연결

 
 


» 오사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초등학교 학생들. 일본에서 철도는 생활이자 문화다.
 
 
 


오사카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도쿄에 들어간다. 1964년 도쿄올림픽과 동시에 개통된 도쿄∼오사카 신칸센은 전쟁 이후 고도성장의 상징이자, 일본 교통의 상징이기도 했다. 일본의 경부선인 도카이선은 도쿄∼나고야∼오사카로 이어지며, 일본의 주요 3대 도시가 망라돼 있다. 도쿄역은 일본 철도의 정점이자 출발지다. 모든 철도선은 도쿄역을 중심으로 놓고, 나가면 하행선이고 들어오면 상행선이다.

도쿄에는 도쿄역 외에도 신칸센이 정차하는 우에노역과 시나가와역이 있으며, 이 밖에 교통 거점이 되는 신주쿠역과 이케부쿠로역 등 2개소가 더 있다. 이 역들에는 하루 수천 편의 열차가 오가면서 시민들의 발이 되고 있다. 일본의 심장 도쿄역에서 보면, 사통팔달인 철도 노선의 다양성과 그것에 기반한 편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의 시대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국가적 의무에서도 일본은 이미 철도를 통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혼슈 최북 지역이자 동북 지역의 주요 광역지자체인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역까지 신칸센이 이어진다. 여기에서 현청 소재지인 아오모리역까지는 특급과 나머지 열차들이 다닌다. 아오모리역은 아오모리현의 교통 요지이자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철도망의 핵심 거점 중 하나다. 혼슈와 홋카이도는 아직 신칸센이 연결되지 않았으나 2015년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두 섬을 오가는 모든 열차의 출발·종착은 아오모리역에서 이뤄진다. 아오모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세계적인 해저터널인 세이칸터널을 지나서 홋카이도로 연결된다. 이 터널은 53.85km의 해저 구간을 관통하는 터널로, 철도와 도로를 망라해 세계 최장 터널이다.

홋카이도로 들어간 특급열차는 홋카이도의 남쪽 관문이자 어업도시인 하코다테를 지나서 삿포로로 들어간다. 삿포로역도 다른 지역의 중심역처럼 홋카이도의 모든 철도망의 중심이다. 겨울이 한 해의 절반 가까이 되고 겨울엔 상상을 넘는 폭설이 일상인 홋카이도에서 철도는 도로와 비교가 안 되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곳곳에 드넓은 평원을 자랑하는 일본의 곡창지대 홋카이도에서 철도는 시골 마을마다 연결된 그림 같은 노선을 자랑한다. 평원과 습지를 가로질러 가는 1량짜리 열차가 지긋이 철길 위를 미끄러져간다.

삿포로에서 특급으로 다시 북쪽을 향해 5시간가량 올라가면 일본 철도 최북단 역인 와카나이역에 도착한다. 일본 영토 최북단의 도시이자 철도 최북단인 와카나이는 위도상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북쪽에 있다. 사할린과는 약 15km 떨어졌다. 어업이 중심인 이 도시까지 철도가 연결돼 있는 것이다. 역 플랫폼 맨 끝에서 철길이 끝나고 그곳에 ‘일본 최북단 역’이라는 표지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어업 전진기지인 와카나이시에는 일본 최북단 역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만 하루 20~30명에 이른다.

일본에선 시골의 구석을 지나는 노선에서 철도 마니아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철도가 일상이자 삶이기 때문에 평소 가보지 못한 수많은 아름다운 간이역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다. 열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종단철도를 통해 바라본 일본 사회의 철도는 생활이자 문화였다.




 


일본 철도 종단 안내


JR패스와 〈JR시각표〉를 챙겨라


일본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철도 종단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스스로의 힘으로 여행할 준비나 자세가 돼 있다면 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필요하다. 일주일 이상은 들여야 그나마 스쳐가면서라도 각 지역을 어느 정도 느껴볼 수 있다. 이런 요구를 깜찍하게 받쳐주는 할인철도권이 있다. JR패스다. 일본 철도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패스인 이 할인권은 이용 기간이 7일이다.

돈 걱정 없는 이를 빼고는 이 패스가 일본 철도를 종단하는 방편으로 가장 적당하다. JR패스가 아닌 일반 요금으로는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교통비만 최소 1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JR패스는 일본에선 구할 수 없고 미리 사가야 하는데, 인터넷이나 일본 여행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최남단에서 최북단으로 가든지 아니면 거꾸로 최북단에서 최남단으로 가든지 기본 방법만 터득하면 어렵지 않다. 최남단에서 최북단으로 가려면 먼저 후쿠오카로 들어가는 것이 편리하다. 후쿠오카로 들어간 뒤 하카타역에서 남쪽으로 가고시마역을 거쳐 니시오야마로 가서 시작하는 것이 편리하다. 니시오야마부터 시작해 홋카이도의 와카나이까지 가는 노선 중 가장 빠른 것은 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센다이, 하치노헤, 아모모리, 삿포로 등 각 지역의 거점을 거치는 노선이다. 신칸센과 특급, 급행 등을 이용하면 된다.

일본 종단 철도의 기본 거점을 거치지 않고 노선을 변형하는 방법도 추천하고 싶다. 기본 종단 노선이 아닌 다양한 변형 노선은 그야말로 ‘마음 내키는 대로’다. 마음 가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가다 보면 알려진 것과는 또 다른 다양한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일본 철도 여정에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JR시각표〉라는 월간지인데, 일본 공영 철도망과 여기에 연결되는 대중교통망이 모두 나와 있다. 이 책을 잘 활용하면 일본의 웬만한 관광지는 철도를 이용해 다 다닐 수 있다. 역무원이 있는 모든 역에 비치된 JR시각표를 볼 줄 알면, 일본 종단은 물론이고 변형된 어떤 노선의 여행도 반 이상은 해결된 셈이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철도 노선을 펼쳐놓은 개념도를 보면 노선마다 해당 페이지가 표시돼 있고, 그 페이지를 찾아서 다시 펼치면 상하행선 시간이 빼곡히 정리돼 있다.

일본 철도 종단은 여행자의 시각으로도 유익한 체험과 나름의 기쁨을 줄 것이다. 거기에다 조금만 인식의 눈높이를 보태면, 교통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실상이 그대로 보인다.



 






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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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tv.sbs.co.kr/newbox/newbox.jsp?uccid=10000023811&box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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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창비논평:  2008.9.17.]

http://weekly.changbi.com/trackback_post_294.aspx




[특집3] 공영방송 장악에 맞서온 한국언론운동의 힘 

최영묵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5월 15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감사원 특별감사 청구로 본격화된 이명박정권의 KBS 장악시도는 8월 11일 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으로 일단락되었다. 정사장 '퇴출작전'에는 감사원, 검찰 등 모든 핵심 권력기관이 동원되었고 18년 만에 경찰도 투입되었다. 정권은 신속하게 후임사장을 임명했다. 신바람 난 MB는 이후 두차례나 KBS를 방문했다. 한번은 방송의 날 기념식 때문이었고, 한번은 '대통령과의 대화 ― 질문 있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위해서였다.




KBS노조가 침묵하는 가운데 새로 출범한 'KBS 사원행동'이 MB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온몸으로 저지하고 있다. 시민은 아직도 촛불을 밝히고 있고, 방송장악저지범국민행동 등은 지속적으로 길거리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사원행동의 싸움은 '공권력' 앞에 힘에 부치고, 시민사회의 대응은 거대여당 국회의 '입법권' 앞에서 무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벌써 '땡전뉴스'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2008년 9월 한국의 '국가대표' 공영방송 KBS는 다시 '권력 나팔수'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섰다.   




땡전뉴스와 시청료 거부운동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지난 1983년 8월 31일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여객기 007편이 러시아 상공에서 사라져버렸는데, 소련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사건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모두 269명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그러나 당시 KBS 9시뉴스에서는 KAL기 실종사건을 머리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평상시처럼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소위 '땡전뉴스'를 내보냈다. 내용은 서울 모처에서 조기청소를 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동정이었다.




이렇듯 당시 KBS는 독재정권의 '애완견' 노릇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결국 'TV시청료 거부운동'으로 폭발했다. 산발적으로 시도되던 시청료 거부운동은 1985년 8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범국민행동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하면서 점화되었다. 이듬해인 1986년 1월에는 'KBS시청료 거부 기독교범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된다. 이어 9월에는 '보도지침' 폭로사건을 계기로 국내 민주화운동단체를 총망라한 '시청료거부 및 자유언론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함으로써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시청료 징수율이 1985년 76%에서 1986년 66%, 1987년 57%, 1988년 44%로 크게 하락했다. 전두환정권은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었고 KBS는 심각한 재정난에 처하게 된다.




시청료 거부운동은 군사정권하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된 최초의 조직화된 시민운동, 시민언론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1987년 이후 국내 방송민주화의 초석이 되었다. 시청료 거부운동은 언론민주화를 촉구하는 제한적 운동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에 저항하고 사회민주화를 지향하는 수단적 국민운동이었다는 점에서, 그 이듬해 노태우 대통령의 '6·29선언'을 끌어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서기원과 서동구, 노태우와 노무현




어렵게 집권한 노태우 대통령은 5공과 다르다고 주장하기 위해 흥사단 이사장을 지낸 서영훈씨를 KBS사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서영훈 사장이 KBS개혁을 시도하자 정권은 이내 본색을 드러낸다. 노태우정권은 임명 1년여 만에 서영훈 사장을 강제 퇴진시키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서기원씨를 후임사장에 임명했다. 그러자 결렬한 반대에 봉착했다. 과거와 달리 KBS에는 강력한 노조가 결성되어 있었다.




지난 1988년 5월 결성된 KBS노조는 2년 만인 1990년 그 유명한 36일간의 4월투쟁을 시작했다. 노조는 우선 낙하산사장 거부투쟁,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다. 여의치 않자 바로 전면적인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태우정권은 강경일변도였다. 경찰병력을 KBS 사내에 투입하여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던 노조위원장 등을 체포한다. 화톳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4월 26일 각계 인사로 구성된 'KBS 지키기 시민모임'이 결성되었다. 심지어 방송위원회 강원용 위원장까지 나서서 서기원 사장 퇴진을 촉구한다.




이에 대해 권력은 경찰 재투입, 상주로 맞대응했다. 이후 서기원 사장 퇴진요구는 민가협 등 시민단체와 야당, 다른 언론사로 들불처럼 번졌다. 특히 MBC노조와 CBS노조는 KBS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동맹 제작거부운동을 벌였다. 1990년 4월투쟁은 결국 KBS 직원 수백명이 연행되고 14명이 구속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이후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방송민주화운동의 초석이 되었다.




노무현정부 초기에도 KBS사장에 관한 논의가 활발했다. "KBS사장이 총리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언론특보였던 서동구씨를 KBS사장으로 임명했다. 무리수였다. KBS노조와 시민사회가 적극 반대에 나섰다. 서사장은 조선일보의 '밀담폭로'로 취임 9일 만에 사퇴했다. 정연주 사장은 서사장 후임이었다. 서사장 임명 전에 이미 민언련, 언개련, 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와 KBS노조 등으로 구성된 'KBS사장 추천위원회'에서는 정연주 사장을 포함한 3인을 KBS사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한 바 있었다. 낙하산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KBS의 ‘영구시민화’를 위하여




지난 5월 이후 정연주 사장에 대한 MB정권의 퇴진압박이 극에 달할 무렵, 어느날부터 촛불시민이 KBS본관 앞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KBS는 1980년대의 땡전뉴스와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치명상을 입었고, 이후에도 권력과 유착함으로써 시민의 '자폭요구'와 돌팔매질에 시달린 적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민이 KBS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에서 편파방송 운운하고 있지만, 2000년 이후 KBS는 국내 언론사 중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그 구체적 반증이다. 'KBS 사원행동'이 방송장악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배후의 촛불과 시민에 힘입은 것이다.




이후에도 MB정권의 공영방송 통제와 장악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KBS를 영구중립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핵심을 잘못 짚은 거다. 방송의 중립성은 중요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불가능한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KBS는 '영구시민화'해야 한다. 늘 시청자의 편에서 시민의 필요와 권익을 대변하는 방송이면 된다. KBS가 시청자의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이 나서야 한다. 그 첫걸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MB정권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KBS 사원행동'과 외곽의 '범국민행동'을 적극 지지, 지원하는 일이다.




2008.9.17 ⓒ 최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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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래 글을 읽어보십시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망창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다 읽으셨죠?
뭐 이상한 거 없던가요?

이번에는 천천히,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어보십시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망창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뭐가 이상한지 아셨나요?
'캠브리지'가 맞는데 '캠릿브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연구결과'가 맞는데 '연결구과'라고 쓰여 있었고,
'배열되어'가 맞는데 '배되열어'라고 쓰여 있었고,
'하는것은'이 맞는데 '하것는은'이라고 쓰여 있었고,
'중요하지'가 맞는데 '중하요지'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재밌지 않나요?
우리말편지도 이렇게 편하게 읽어주십시오. ^^*

고맙습니다.

우리말편지를 보내는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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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8-3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silkroad/1050820 요기 보시면 영어 원본도 있삽니다. ^^

해콩 2008-09-02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요것 참 재미나요. 처음 한 줄은 정말 아무 이상 없는 줄 알았지뭐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