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튀김 120년, 비밀의 기름이 끓는구나


기사입력 2008-07-26 16:40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매거진 esc] 100살 넘은 도쿄 맛집 이야기 긴자 덴쿠니

백 년 된 식당

우나기 덮밥 속에

인생이 있네

도쿄 여름밤

이마에는 땀방울

흐르는 맥주

시니세 취재

요리 얘기 하려다

인생사 솔깃







〈esc〉가 이번호 커버스토리를 취재한 과정을 하이쿠로 표현하면 이쯤 될 것 같다. ‘하이쿠’(俳句·배구)란 한국의 시조에 해당하는 전통 일본시다. 전체 3행 17음절로 구성되며, 각 행은 5·7·5음절로 짜여진다. 하이쿠는 ‘살아 있는 전통’이며 ‘팔리는 전통’이다. 영미권에서 하이쿠 짓기 책도 많이 팔리고 대회도 열린다.

먹거리에서 ‘살아 있는 전통’이자 ‘팔리는 전통’은 후손이 대를 이어 경영하는 시니세, 곧 ‘오래된 점포’(老鋪)다. 식당만 있는 것은 아니고 수공업 제품이나 악기를 만드는 기업, 간장 생산 기업 등 다양하다. 가업을 잇는 독특한 장인문화 덕분에 일본 전역에서 수많은 시니세가 활약한다.

 

 
〈esc〉가 이 중 식당만을 골라 그들의 맛의 비결, 100~200년 넘게 지속한 비결은 뭔지 물었다. 기획 의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의 식당이 수백년 동안 좋은 맛을 변치 않고 유지했던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명성이 나기 시작하면 문을 닫거나 맛이 변하는 한국의 식당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둘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본을 여행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여행정보가 되리라 판단했다. 원화 강세 탓도 있겠지만, 2006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를 앞질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서 가볍고 짧은 휴가를 즐긴다. 혀의 짜릿한 경험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넘어, 선대가 만든 식당을 대를 이어 경영하고 거기서 요리하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요리를 먹는다는 것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섭취 행위가 아니다. 만든 사람의 마음과 먹는 사람의 상황이 만나는 문화적 행위다. 따라서 이 기사는 요리기사이면서, 동시에 요리기사가 아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전통 식당을 모두 취재할 수 없어, 도쿄의 대표적인 식당 일곱 곳을 일본 요리에 정통한 미식가들에게 추천받았다. 튀김(덴푸라)집 긴자 덴쿠니, 초밥(스시)집 스시코 혼텐, 돈가스집 렌가테이, 메밀국수(소바)집 간다 마쓰야, 닭요리집 다마히데, 장어(우나기)집 이즈에이 혼텐, 돈가스집 호라이야가 주인공들이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통역 황자혜 <한겨레21>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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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덴쿠니 튀김 120년, 비밀의 기름이 끓는구나



포장마차로 시작해 3대 때부터 전담 요리사 고용… 경영자도 간장은 함께 담궈

120여년 된 맛이란 과연 어떤 맛일까?

지난 6월30일 오후 4시. 긴자 한복판에 자리잡은 ‘긴자 덴쿠니’(銀座 天國) 본점(혼텐)의 주방은 후텁지근했다. 처진 눈이 “나 사람 좋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요리장 다카하시 슈헤이(60)의 얼굴에 갑자기 긴장감이 돈다. 능숙하지만 조금 긴장된 손놀림으로 재료를 끓는 기름에 넣은 뒤 땀을 훔친다. 1885년(메이지 18년) 처음 이 튀김집을 연 쓰유키 구니마쓰도 아마 똑같이 소매로 땀을 훔쳤을 게다.

초벌 튀김 뒤 다시 튀기는 건 상상도 못해

긴자 덴쿠니는 헤이닌(평민)이던 26살의 쓰유키 구니마쓰가 부인과 함께 연 튀김(튀김) 포장마차에서 유래한다. 막부정치가 끝나고 메이지유신이 벌어지던 격변기에 그는 다른 평민들처럼 먹고살기 위해 포장마차를 했다. 튀김은 18세기 상공업이 화려하게 꽃폈던 에도(현재 도쿄)의 서민들이 누구나 즐기던 일종의 ‘패스트푸드’였다. 18세기 막부 시절부터 에도의 번화가 곳곳에는 튀김·초밥(스시) 포장마차가 즐비했다. 쓰유키 구니마쓰는 현재 본점이 있는 긴자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신바시에서 처음 튀김을 팔았다.

긴자 덴쿠니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3대 손인 쓰유키 나오히코부터다. 쓰유키 나오히코는 도쿄가 ‘한국전쟁 특수’로 패전의 잿더미에서 되살아나던 1952년 사업을 물려받았다. 사업 수완이 좋았던 쓰유키 나오히코는 긴자에서 포장마차가 아닌 정식 건물에서 처음 식당을 차렸다. 지점도 냈다. 대대로 경영자가 요리를 했던 긴자 덴쿠니는 이때부터 전담 요리사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현 경영자는 창업자의 4대손인 쓰유키 모토히로다. 다카하시 요리장은 17살 되던 66년부터 긴자 덴쿠니에서 일했다. 










다카하시 요리장은 100년 넘은 긴자 덴쿠니의 맛을 지키는, 신문사로 치면 논조를 책임지는 편집국장이다. 처진 눈초리는 선량함을 숨길 수 없지만 기자에게 답변하는 느릿한 말투에서 자존심이 묻어났다. 그는 기후현 출신으로 건축자재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몸이 허약해 학업도, 공장일도 포기해야 했다. 일정한 장소에서 서서 일하는 직업을 찾다 덴쿠니를 찾았다. 콘크리트를 섞던 두 손은 뜻밖에 튀김을 건져올리는 일에 천재적이었다. 10년 만에 요리장이 됐다.

대체 ‘일개 튀김집’이 120년을 지속한 비결은 뭘까? 다카하시 요리장 옆에서 답변을 거들던 시미즈 가오루 실장에게서 의외로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은 그 맛 때문”이란다. 다른 시니세의 경우 높은 상속세나 신세대 후손들이 가업 잇기를 거부해 고생하지만, 다행히 긴자 덴쿠니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3대손부터 후손들은 경영에만 전념했지만, 맛의 비밀을 간직한 간장(쓰유)을 담그는 일만큼은 요리사와 함께 했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를 마치고 난 오후 4시. 다카하시 요리장이 미리 준비해놓은 싱싱한 생선살과 새우·야채 등에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에 넣었다. 초벌로 튀겨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튀기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100년 넘은 맛의 비밀은 튀김옷에 있지 않다. 튀김옷의 재료는 다른 튀김집처럼 그저 달걀·밀가루·물뿐이다. 비밀은 기름이다. 참기름과 보통 식용유(샐러드유)를 섞어 만든다. 그냥 섞는 게 아니라 일정한 비율을 맞춰야 한다. “당연히 비율은 비밀”이라고 말하며 다카하시 주방장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게 웃었다. 그뿐만 아니라 튀길 때마다 냄비의 기름을 계속 바꿔 준다. 그래야 재료의 신선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두번째는 불 조절과 튀겨진 재료를 건져 올리는 시점이다. 긴자 덴쿠니의 대표 메뉴 가운데 하나는 가키아게(여러 재료를 동시에 튀긴 것)다. 생선·새우 등 서로 다른 재료를 한꺼번에 튀겨야 한다. 재료마다 속까지 익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잠깐 한눈을 팔면 설익거나 타버린다.

덴돈과 모둠튀김의 눅눅하되 구수한 맛

설익지도 타지도 않은 덴돈과 모둠튀김(덴푸라 모리아와세)을 맛봤다. 한국의 티브이 광고에 나오는 비현실적인 바삭함이 없이, 외려 부드러운 식감이 독특했다. ‘눅눅하다’고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구수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뒷맛이 좋았다. 흡사 한국의 평양냉면이 주는 맛이라고 할까? 처음 먹을 땐 심심하지만 자꾸 먹으면 빠져드는 그 맛 말이다.

맛집의 기본 조건이라 할 재료 엄선은 그 다음 조건이다. 다카하시 요리장은 요즘도 새벽마다 일본의 노량진 시장인 쓰키지 시장을 찾는다. 그날 쓸 새우·오징어·생선 따위를 직접 고른다. 100년 넘은 맛이라고 1년 된 튀김집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할 수는 없다. 보람 있지만 동시에 지겨웠을 매일의 이 노동이 결국 긴자 덴쿠니의 맛이 100년 세월을 견뎌내게 한 힘이었을 게다.


■ 주소·연락처 : 도쿄도 주오구 긴자 하치-규-주이치 긴자도리 핫초메카도(東京都 中央區 銀座 8-9-11 銀座通り 8丁目角).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03-3571-1092. www.tenkuni.com.

■ 대표 메뉴·가격 : 튀김덮밥(덴돈) 1100엔(1만1000원). 그 외 야채튀김(야사이 덴푸라), 어패류 튀김, 모둠튀김(덴푸라 모리아와세).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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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07-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안그래도 요즘 점심, 저녁 계속 학교에서 먹어서(먹으라고 강요하면서 건강검진결과가 안좋다고 투덜대시는 선배교사님들은 뭐신지??) 위가 커진 거 같은데, 이런 기사까지 퍼서 옮겨주시다니요 흑흑...

해콩 2008-07-2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땡기죠? 지송함돠. 언젠가는 써먹을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브리니님도 일본 자주 가시죠? ㅋㅋ
 

떡볶이   2008. 7. 8.

조금 맵고 아주 달콤한
떡볶이

분식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호호거리며
먹고 싶어

맵지만 자꾸자꾸
먹고 싶어
돈이 없어 침만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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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9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성재, 언제 떡볶이 한 번 먹자
 

우산  2008. 6. 22.

알록달록
여러 색을 입은 우산

비가 오면 친구들이
알록달록해요

알록달록 학교가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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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까? 2008. 6. 27.

무엇을 할까?
친구들과 함께 놀까?

무엇을 할까?
자꾸 생각을 하네

생각을 자꾸자꾸 해도
생각이 안 나
무엇을 할까?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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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적지?    2008. 6. 3.

오늘은 뭘 적지?
일기에 뭘 적지?

자꾸자꾸 생각이 안 나
머리를 굴려보네

머리를 굴려도
생각이 안 나
오늘은 그저 그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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