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번째 학생의 날을 축하합니다.
우선 우리반 아이들에게..^^
왜 그럴까?
숫자도 많고 힘센 놈들도 많고 또 목소리는 다들 어찌나 큰지... 솔직히 처음엔 너희들이 다소 버거웠어. "흠 이 와일드한 녀석들과 어떻게 1년을 살아가지? 사이좋게 잘 지내야할텐데... " 생각했지. 그런데 말이야 애들아, 이상도 하지. 시간이 갈수록 느들이 편안해지네. 아침 조례시간엔 지각없는 날이 거의 없고(누구누구는 찔리겠다) 가끔 야자는 말할 것도 없이 보충수업마저도 자체적으로 째고 도망가고, 청소&종례시간에도 청소 후 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종례를 하게 되는 날이 거의 없는 나날들. 수업시간? 솔직히 말하면 여학생 수업 중 우리 반 수업이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어. 질문도 많고 말도 많고 옆으로 새기는 또 얼마나 잘하누. 그러면서 늘 한문성적은 1등이니 다른 샘들 의심의 눈초리... 제발 한문은 그만 공부하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 ㅠㅠ
1. 체육대회때 다친 무릎, 다 아물었는지? 상처에 소독약 들이붓는데 아프단 말 한마디 안하던 네모습, 감동이었어, 윤정~
2. 네 꿈... 네 미래... 샘 믿고 고백해주었는데 별 도움이 못 되서 정말 미안해 단비. 여전히 마음 아프니? 우짤꼬?
3. 가끔 빵이랑 과자랑 구워와서 나눠주는 빵녀 수정~ 지난 번 팥빵과 우유는 감동에 말아서 정말 맛나게 먹었잖아.
4. 성격 왕좋은 우리 예령. 언제 다시 보여줄래? 울라울라춤. 부반장 유세 후로 함도 못봤네. 생각난김에 오늘, 어때?
5. 늘 밝은 얼굴. 샘 기분 꿀꿀할 때 우리 예린 하얀얼굴 보면 기분전환 되더라. 귀찮은 출석부도 꼼꼼 잘 챙겨주고. ^^
6. 우리 현미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많이 예뻐졌는데.. 자주 웃어서 그런가?^^ 우리 이야기 나눈 후로 너 보면 샘이 자꾸 미안해지는데 안 그래도 되지?
7. 트롯트 가수 같은 섹쉬한(애들이 동의하지 않겠지? 쿄쿄) 목소리로 쉴새없이 떠드는 울 현진. 내 잔소리에도 너 참 꿋꿋하다. 그게 네 매력! 그치만 이제 조금만 덜 떠들면 안 되겠니?
8. 가끔, 아주 가끔 깜짝 놀랄 짓(!)을 해서 존재감 팍팍 심어주는 순둥이 개미. 껌 한 컵은 너무 했나? but 또 그러면 두 컵으로 올리겠어.
9. 혜명~ 니가 만든 스커트 너무 예뻐. 이담에 성공하면 내 옷도? 솔직히 해삼보다는 내가 더 잘 소화하지 않을까~
10.석샘 결혼 후 상실감을 온통 '비'로 채우고있는 우리 란자. 눈두덩살 베고 잠잘수 있는 건 전교에 너하나 뿐일거야~
11.직설적인 말로 아이들은 물론 초빙해온 선배오빠까지 깜딱 놀라게 하는 은근당돌 우리 문어. 문어보다야 내가 클껄~
12.먼지~ 미니스커트&반바지는 살집이 좀 있어야 이쁜거야. 넌 너무 살이 없드라.ㅋ but 경찰제복은 잘 어울리겠지?
13.우리 민지보다 성격 좋은 녀석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그런 니가 그렇게 춤을 잘 출 줄이야.. 근데 민지야 복도는 매일 닦아야하는 거란다, 알지? 유뽕이도!!
14.1학년&지난 1학기 때보다는 너무 좋아졌지만 요즘도 자주 지각하는 만물박사 우리 소라. 소라야... 4분단 아침청소는 언제쯤?
15.‘콩파춤’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네. 언제 제대로 다시 한 번 봐야는데.. 쫄쫄~ 샘의 진지한 부탁이다. 안되겠니? 그럼 야자 다시 시키뿐다!! --+
16.글빨신이 내렸는지 여러 가지 상을 휩쓸고 있는 우리 수지. 고아원 봉사활동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 음~~ 넌 정말 멋진 녀석이야. 알지?
17.한문 공부 그만하라니깐. 그래도 이번엔 꼭 합격해서 급수증 따게 될거야. 수학여행 가서 알게 된 사실. 천사 같은 우리 지화도 욕을 할 줄 안다는 사실!!
18.성적 오른 것보다 2학기 들어 많이 이뻐진 게 더 칭찬할 일이지. 정주, 특히 표정이랑 두 눈이 정말 부드러워졌어. 뭔 좋은 일 있냐? 남친? (내가 또 한 눈치 하잖냐)
19.둥글둥글 예쁜 얼굴, 그러면서 은근 터프한 서희장군. 그 고돌이 실력으로 돈내기 했더라면 한 몫 챙겼을텐데 그쟈?
20.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얌전성실한 범생이 스타일인줄 알았지 뭐니, 알고 보니 민경, 너 어찌나 씩씩발랄엽기스러운지.. ㅋㅋ (참! 문제의 그 사진 안내리면 앞으로도 계속 말 안 섞을 거라고 수육에게 전해줘.)
21.순둥이 우리 신사마. 흠... 사실 이번 야자 빼주면 안되는데. 특별히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쫄쫄이 성적을 떨어뜨리덩가, 니 성적을 올리덩가...ㅋㅋ
22.애진,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너 나 별로 였지, 아닌가? 암튼 너 웃는 얼굴 너무 이쁜 거 너도 아냐? 특히나 요즘 자주 웃어서 너무 좋아. 그치만 청소는 꼭!
23.와~~ 말로만 듣던 우리 은비 웨이브+허리돌리기.. 단비랑 춤 연습은 도대체 얼마나 한거야!! 암튼 장기자랑 1등, 정말 기뻤어~
24.깜찍하고 귀여운 우리 혜삼. 야자 빠져도 열공할거지? 그런데 말야, 앞에 앉은 혜명이 뒤로 돌아보면 제발 쌩까줘~
25.비쩍 마른 우리 다혜. 음식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살이 좀 찌지. 네 언어영역 점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 독서 덕분이지? 역시 책을 많이 읽어야...
26.하고 싶은 일 찾아 하면서 행복해하는 니 모습 보는 나도 뿌듯해. 그치만 보비, 샘이랑 약속한 거, 늘 기억하기!
27.꽉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우리 나불이. 포도당인지 포도원인지 그딴 거 모르면 어때. 너만큼 귀엽고 성격 좋은 딸 하나 있으면 좋겠다.
28.드뎌 공부에 '삘'받아 범생스럽게 공부하기 시작한 우리 알~ 그 '삘'이 부디 내년까지 쭉~ 이어지길. 그리고 아직도 철 덜든 다른 녀석들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길.
29.선천적 붙임성으로 교무실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 중 한 명일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은주. 근데 은주야 5개는 거의 사기에 가까운 것 아닐까? 그냥 있어도 니가 얼마나 예쁜데.
30.내가 볼 때 너는 더 이상 헐크가 아니다. 바람에 날아갈 듯 가벼워보이는 우리 현주. (이건 좀 오바?^^;;) 씩씩하게 사는 모습이 늘 든든해!
31.정의의 사자, 우리 혜지. 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잡으려고 하는 너같은 녀석이 넘 좋아~ 너도 나 좋지?
32.어리광쟁이 우리 소희. 나는 뭐 밸도 없는 줄 알아!! 그치만 너무 예쁘니까 용서가 된다. 좀만 더 건강해지면 좋겠는데.. 늘 잘 먹고 잘 자고!!
33.늘 한결같은 모습, 믿음직한... 앗! 수육이네. 말 안 섞기로 했는데 까먹을 뻔했다. 수육, 샘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빨리 그 사진 내려.. 이놈아~
34.우리반에서 이름이 제일 예쁜 난희. 중국어는 잘 되가고 있냐? 샘은 외우는 속도보다 까먹는 속도가 더 빠르다. ㅠㅠ 너는 젊으니깐 나보단 낫겠지? 언제 한 번 테스트해봐야지. 可以不可以?
35.묵직하고 든든한 우리 반장. 무엇보다 아이들 입장에 함께 서서 생각하는 모습이 좋구나. but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 모든 말들은 핑계나 수식이 될 뿐이라는 사실, 늘 기억하길!!
36.귀여운 조뚱. 우리 헤어지기 전에 기념으로 그림 하나씩 그려줘~ 아침에 봤지? 아이들이 네가 그린 그림보고 감탄하는 거. 우리 그림 그려줘~
37.2학년 올라와 진짜 예뻐진 다섯 명 안에 들어가는 우리 현영. 너말야, 하얀 이 드러내고 뽀샤시 웃을 땐 정말 이쁘다는 거, 너도 아냐? 안경 벗어도 이뻐. 특히 그 쌍꺼풀은 예술!
38.너무나 예의바른 우리 민정. 너의 그 반듯한 모습은 그 나이 때 나를 보는 듯한...응? -.,- 지금처럼 책 열심히 보면 니 삶이 온통 환해질거야. 언어영역 점수 따위로 보상 받는 것 보다 더 큰!
39.나는 세상에서 민주가 구운 바게트가 제일 맛있더라. 지난 번 상 받은 '작품'도 언제 함 맛보여줘. 웃는 얼굴로 구운 빵이라 더 맛날거야.
40.타고난 붙임성으로 은주와 함께 교무실에서 유명한 학생 열 명안에 들어가는 우리 이나. 전교에서 우리 반보다 칠판 깨끗한 반은 없을거야. 그치?
41.샘 성화에 결국 윗세오름 등정에 성공했지? 우리 둘이 그 표지판에서 기념사진이라도 박을걸 그랬다. 암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서 너무 좋았어. 다이어트도 그렇게!!
42.룰루랄라 유뽕! 네 그 청순해 보이는 마스크로 온갖 개그프로 흉내를 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 알지만.. ㅋㅋ 낙*이도 알까?
그런데 말이야 애들아~ 왜 그럴까?
요즘, 다른 반에 비해 솔직히 별로 잘난 것도 없는 너희들이 너무 편하고 사랑스러운걸... 우리 서로가 어느새 너무 적응되어 버린 걸까? 암튼 느들 모두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 그래서 고마워. 우리 지금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 아껴주면서, 물질은 조금 가난하더라도 정신만큼은 항상 넉넉하게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험한 세상 꿋꿋하게 살아나가자!!
마지막으로 오늘, 77번째 학생의 날, 무지온통입빠이대끼리 축하해
그리고 2학년 모든 아이들에게
우리학교에서 특히나 예쁜 우리 2학년 (사실 이 말은 작년 아이들에게도 또 재작년 아이들에게도... 해마다 하는, 아부성 혐의가 짙은 멘트! 그치만 솔직히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이 다 나름대로 특색 있고 기특하고 이쁘답니다. 진짜로!! 물론 다들 단점도 있긴 하지요 -.,-)
요놈들이 무엇이 예쁜걸까 곰곰 생각해보니
우선,“다들 이쁘고 잘 생겼잖아? 게다가 인사도 잘하고! 또 붙임성은 어찌나 있는지...”
다음으로, 심성이 영~ 아닌 모진 녀석들은 없네.”
그리고, 그래도 우쨌거나 수업을 듣긴 듣네.(전혀 수업 안 되는 해도 있었음)
마지막으로, 이놈들 정말 솔직하네. (가끔 지나칠 때가 있지만)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다들 동의하나요?
여기에 덧붙여 바라는 것도 있는데…
하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속에 간직된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말은 늘 듣지요? 모든 것이 ‘숫자’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숫자’로 계산해 낼 수 없는 것들에 더욱 마음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린 왕자가 말했듯이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다음으로, 자신을 끝까지 믿고 존중하고 사랑하자는 것.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하면 다들 기분 나빠 하지요? 그렇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자신을 무시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이것도 못해, 저것도 못해,
나는 이런저런 콤플렉스가 있어,
나는 너무 존재감이 없어,
우리 부모님은*(@#@$^,
우리 집은 $@@!#$*&$$
계속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남 탓, 환경 탓만 하고 있으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자꾸만 자신이, 그리고 나를 둘러싼 상황이 싫어질 뿐. 누구도 완벽한 환경 속에 살아갈 순 없잖아요. 내가 소유한 물질의 정도가 나를 말해주지도 못하고, 나를 둘러싼 환경이, 이 나쁜 상황이 나 자신이 될 수도 없잖아요? 우리 그냥 우리들 자신의 선한 본성을 믿도록 해요. 자신의 미운 구석 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면을 더 자주 보아주고 칭찬해주고 존중해주고.. 결국 나를 사랑해야죠.
그리고, 수업시간에.... 좀만 더 반응을 보여줄래요? 흠.. 사실 10반의 지나친 반응은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 반 담임샘, 누구신지…그놈들 좀만 조용히 시켜주시면 고맙죠. ㅋㅋ
마지막으로, 행여 지금까지 뭔가 포기한 것이 있다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보지 않을래요? 늘 하는 말이지만, 스스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주변의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나를 포기하진 못한답니다. 힘을 내서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그만두는 것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겠죠.
학생의 날을 핑계로 여러분을 많이 칭찬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결국 수업시간에 늘 하던 잔소리로 끝나네요. 새삼스럽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암튼 올 한 해도 거의 다 갔고,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이 더 많았어요. ^^ 다들~ 감사하고 고마워요.
2006. 11. 03. 77번째 학생의 날에 고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