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그 재미있는 박노자씨 강연 중에도 불쑥불쑥 '내일... 학교 샘들이랑 우리반 아이들에게 뭔가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뭐라고 할까... ' 생각이 들락거려 집중이 흐트러졌다.

오늘. 분회원 샘들이야 걱정하는 맘과 살짝 미안해하는 눈빛을 보내주셨지만 다른 샘들의 생각은 어떨지...시계속되는 감독에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알고보면 완죤 소심한 성격 탓에 결국  아무런 메세지도 남기지 못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디어에서 부각시키는대로 '우리들'만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이나 수업은 나몰라라 하고 불법연가를 일삼는 못된 교사로,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도 그렇게 비칠까? 4교시 시험이 끝나고 종례하면서 내일 일정, 모레 일정까지 말해준 후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샘은 내일 학교 못 온다"
"이야호~~... 왜요?"
"-.-;; 서울가거든. 9시 뉴스에 나올지도 모른다. 내일 서울에서 샘들 집회가 있거든. 교원평가, 성과급, FTA.. 뭐 그런 거 반대 집회."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피하고 가급적 부드러운 단어를 찾느라고 아주 천천히 한마디 한마디 뱉아냈다.

"흠.. 샘이 수업시간에 느들 발표하면 예뻐서 사과도 주고 그러잖아? 근데 내가 느들한테 '평가'받게 된다면 샘은 그거 못할 것 같다.   ...   왜 그렇겠노?"
"우리한테 잘보일라꼬 아부하는 것 같겠네요"
"그래. 지금은 그냥 느들이 이뻐서 사과도 주고 싶고 막 그런데 만약에 느들한테, 또 다른 샘들한테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거 잘 보일라고,  점수 잘 받을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서 오히려 못 할 것 같다. 느그들이 진심으로 예뻐서 칭찬해주고 싶고 때로는 무섭게 야단도 치고 뭐 그래야되는데 그런 내 행동들이 다 '평가'받고 '점수'로 환산된다고 생각하면 느들이 언제나 나를 감시하는 것 같이 느껴질 것 같다. 자존심도 상할 것 같고. 사람의 '진심'이 숫자로 계산될 수 있는 거가? 결국 성과급도 샘들을 점수대별로 나눠서 월급을 주겠다는 거고. 그래서 샘은 그것도 안 받았거든. 아무튼 그렇게 된다면..... 그만두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 말에 아이들은 약간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그만둔다고요? 우와~"
이건 무슨 의미일까? 교사 되기 억수로 힘들다는데 그걸 그만둔다고? 뭐 이런 의미였을까? 암튼..

"그래서 내일 서울 간다. 9시 뉴스에 나올지도 모른다. 내일 꼭 뉴스봐라"
"와~ 샘 눈에 띄게 머리띠 같은 거 하세요.. @#$^%(&$#@  다칠 수도 있어요?"
"흠... 불법이라고 하고 또 분위기가 안 좋아서 경찰들이 강경진압하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샘... 큰 사람들 뒤에 숨으세요. ㅋㅋ"
"그리고 징계도 한다는데 어쩌면...  나... 짤릴지도 몰라"
"우와~ 샘 심하게 쎄리시는데요.. ㅋㅋㅋ"
'뻥' , 내지는 '구라'가 너무 심하다는 뜻. 요즘 우리 반 유행어이다.  --;;

"암튼 내일, 나 없으면 느그들 더 잘 할꺼제?
예쁜 혜명이 놈의 우렁찬 대답
"예에~"
"그리고 샘한테 응원의 문자, 보내줄끼제?"
"예~"

녀석들.. 대답하면서 이미 교실에서 몸이 절반쯤은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텅 빈 교실...
그런데 마음은 뿌듯하고 따뜻하다.

 

그 전에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5교시 감독을 하고 있는데 교감샘이 문밖에서 부르셨다. 온통 밑줄이 좍좍 그여진 공문을 두 개씩이나 눈 앞에 펄렁이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섞어가며 내일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다. 수행평가를 중이기도 했고 수능에 축제 등 행사가 많아 지지난 주부터 몇몇 샘들과 시간표를 바꿔 미리 수업을 해두었다. 지난 주엔 네 시간, 다섯 시간씩 수업했다. 시간을 끝내 맞추지 못한 우리 반 수업 한 시간이 30일 남아있을 뿐이다.

교감샘 말씀의 요지는 연가에 대한 결재를 먼저 받아야지 교장샘 결재가 나기도 전에 수업부터 땡겨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연가를 쓰려면 그 전에 결손될 수업을 먼저 하라고 했다. 연가를 낼 경우에 시간표도 개인적으로 다 바꿔서 일과샘에게 이야기해야한다. 그런데 이제와서 아무런 문제 없이 해왔던 그 일이 잘못이란다.

다른 샘들도 다 그렇게 하시지 않냐고. 교감샘도 알면서 지금껏 결재해주지 않으셨냐고 했더니 '다른 샘들도 다 잘못한 것이고 그래서 다음 교무회의 시간에 앞으로 그리하지 못하도록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단다. 내가 수업을 미리 당겨서 한 것 때문에 교장교감님은 결과적으로 내일  내 연가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꼴이 되어버리고 그래서 오늘 아침 학교장 앞으로 내려왔다는 그 공문에 쓰여진대로 '엄중문책'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껏 연가 결재를 내기 전에 수업을 당겨서 했던 모든 샘들이 '잘못'한 것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책임추궁을 내가 감당해야하나?

내 목소리가 격앙되고 말이 빨라지자 교감샘은 '이제껏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했다'고 하셨다. 실망? 애초에 짜다라 기대한 것도 없지만 티끌만한 책임도 지기 싫어서 아이들 수업 결손을 최대한 막아보겠다고 미리 챙겨서 수업한 교사에게 사전결재 운운하는 교감샘에게 그놈의 실망이야 내가 커도 더 크다. "저도 실망했습니다.... " "책임 질 부분 있다면 제가 다 책임지겠다고, 교장교감샘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내게 중간에 말 자른다고 역정을 내시더니 내가 다른 샘들에게도 똑같이 하기를 원하니까 앞으로는 연가결재 받고 나서 수업 조정하라는 이야기를 교무회의 시간에 하시겠단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내 경우, 그 부분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관리자가 지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 아무튼 교감샘은 내 말을 무 자르듯 자르시더니 "ㅇ선생이 그렇게 정당하고 바른데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느냐"고 하시면 뒤돌아서서 가버리셨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이지? 내가 책임질 부분은 지겠다고 했고, 내가 이미 수업한 내용은 일과샘에 의해 네이스에 다 입력이 되어버렸는데.. 교육부의 공문도 정말 우습기 짝이 없지만 티끌만한 책임도 지기 싫어 비이성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관리자분들이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유치하고 치졸한 공문을 줄줄이 내려보내는 저 윗분들에 대해서도 화가나고 또한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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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11-2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가투쟁에 나서는 6명의 **고 교사는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이미 교체하여 진행한 수업까지도 학교장의 승인없이 이루어진 일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므로 부득이하게 선배동료 선생님들께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 성과급, 교육개방, 연금법 개악까지.... 교사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삶의 질을 보장해주기는 커녕 교사를 위협하는 정책이 연일 개혁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그건 바로 교사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저 정책들을 폐지하는데 앞장서고 올바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에 매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를 포함해서 연가투쟁에 나서는 6명의 교사의 힘의 원천은 학교에서 늘 같이 어깨걸고 이 척박한 교육의 길을 걸어가는 선배동료 선생님들입니다. 한 순간도 이 땅의 학생들과 교육을 통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선배동료 선생님, 분필 하나에 의지해서 이 엄혹한 세월을 이겨가시는 선배동료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들께서 계시기에 우리 6명은 힘찬 발걸음으로 서울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교원평가 저지, 차등 성과급 폐지, 교육개방 반대, 연금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참가하는 전교조 **고 분회 선생님을 대표하여 분회장 ***가 글을 올립니다.

어지러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년 11월 21일 저녁.

글샘 2006-11-2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명이나 가시는군요. 부러워라~
그리고 저런 존경스런 교감 샘이랑 근무하는군요. 저런 분들을 구박하면 안 됩니다.
저런 분들은 잘 모셔서 박물관에 두어야 할 정도인 분들이네요. ㅋㅋ

비로그인 2006-11-24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높이 올라가는 목소리를 가진 낙천적인 박노자 샘 강연 때 스쳐지나가셨겠네요. 알았다면,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그 뜻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라는 눈빛을 드렸을텐데요. 끝까지 몸도 마음도 튼튼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해콩 2006-11-2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강연 후 질의 시간에 말이죠... 질문하려고 살짝 손 들었다가 짤렸던 분홍색 가디건을 입은 손이 제 손이었는데 혹시 기억하실라나?ㅋㅋ 암튼 '이유'님과 가까운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었군요. '응원과 지지' 요즘은 이 단어들이 왜 이렇게 살갑게 느껴지는지요.. 뉴스에서 연일 학교의 모든 문제는 안일한 교사들 때문인냥 떠들어대고, 서울 집회 다녀온 우리들에 대해서는 거의 범법자 취급해서 너무 속상하고 외롭답니다.

그렇죠, 글샘샘? 저희 학교의 경우, 샘들께서 수업결손을 최대한 줄이려고 개인적으로 시간표를 다 바꿔놓았는데 그날 교감샘께서 그걸 다 보강처리하겠다고 하셨어요. 수업결손을 일부러 만든 샘이죠. 연가낸 교사들을 징계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아이들의 수업결손은 누가 조장한 것인지 묻고 싶네요. 어떤 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교감샘께 "아이들을 위한다, 사랑한다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네요. 속이 다 시원해요. 저 같은 경우, 미리 땡겨서 수업을 해놓았더니 그것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구요. 그렇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 승질을 내시더이다... ㅋㅋ 암튼 꼬시다..
 

내일 해야할 일.

1. 아침 자습 마치고 교탁 위에 놓여있을 예쁜 '낙엽'들을 가려뽑아야한다. 11월 이벤트!! 예쁜 낙엽 컨테스트.. 내 눈에 젤로 이뿐 낙엽 3장을 골라 책을 상으로 줄 생각이다. 독후감 경연대회 목록으로 올라와 있는 상 중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으로... 아! 작년에 부석사 가서 줏어온 단풍잎이랑 은행잎에 축하멘트 적어서 코팅해 책갈피에 살짝 꽂아줘야겠다. 역시 난 이벤트의 여왕이다... ㅋㅋ

2. 교지 작업으로 1,2학년 반장을 불러야한다. 그리고 그동안 이러저러한 교내 그림그리기,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아이들도 불러서 자신의 글은 워드작업하고 그림(환경의 날 4컷만화)은 다시 그려서 내달라고 해야한다. 아! 그리고 3학년 반장들의 '1년 돌아보기'와 학생 회장 부회장들의 인사글도 챙겨야하고...

3. 학교운영위원회의가 있다. 급식 업체가 계약연장을 신청해왔다. 흠.. 이 일은 미리 했어야하는 일인데.. 늦었다. 솔직히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있다. 사전에 샘들과 아이들에게 급식만족도나 계약연장 찬반, 계약 연장이 될 경우 업체에 바라는 사항 등에 대한 설문을 해야했는데... 샘들은 메신저로 급조하고 아이들의 의견도 내일 수업 든 네 개 반에 알아보아야겠다. 그럴려면 지금 간단한 설문이라도 만들어야할까? 학급문고에 대한 추가경정예산을 잡아달라는 것을 기타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4. 아이들과 함께 부산일보사에 [박노자 강연]을 들으러 갈 계획이다. 8교시 보충수업을 째야하는데 허락은 각자가 부모님께 받아오라고 해두었다. 8교시면 2학년 부장샘 시간인데 미리 말을 해두어야할지 그냥 가는 게 나을지 조금 고민된다. 지난 번 김종철씨 강연에 따라가겠다는 예린이와 소연이를 샘께 올려보냈더니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시면 불쾌해하셨다. 나 역시 불쾌했다. 평소에는 출석체크도 잘 안하면서 부모님 허락 받아 담임이 강연 데리고 가겠다는데 '수업을 빠져서 되겠냐'는 둥 '그 강연이 그렇게 중요하냐'는 둥..  암튼 내일은 어쩔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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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11-20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식업체 계약기간 연장에 관한 설문] - 교사용

학교급식직영전환계획이 2009년으로 연기됨에 따라 현 급식업체(삼보유통)가 현 계약서의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직영전환 계획에 따라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에 따라 계약기간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선생님들의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다음 질문에 적절하게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 올해 급식비가 교사 2,600원 학생 2,300원으로 작년에 비해 300원씩 인상되었습니다. 가격 인상 후 급식의 질에 만족하십니까?

*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현 급식업체의 계약기간 연장에 찬성/반대하십니까? 찬성/반대에 대한 이유를 써주십시오.

* 현 급식업체와의 재계약을 수용할 경우, 선생님의 입장에서 업체에 반드시 요구하고 싶은 조건이 있으시다면 써주십시오.

해콩 2006-11-20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식업체 계약기간 연장에 관한 설문] - 학생용

학교급식직영전환계획이 2009년으로 연기됨에 따라 현 급식업체(삼보유통)가 현 계약서의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직영전환 계획에 따라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에 따라 계약기간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한 학생 여러분의 의견을 묻고자 합니다. 다음 질문에 적절하게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 올해 급식비가 교사 2,600원 학생 2,300원으로 작년에 비해 300원씩 인상되었습니다. 가격 인상 후 급식의 질에 만족하십니까?

*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현 급식업체의 계약기간 연장에 찬성/반대하십니까? 찬성/반대에 대한 이유를 써주십시오.

* 현 급식업체와의 재계약을 수용할 경우, 학생 여러분의 입장에서 업체에 반드시 요구하고 싶은 조건이 있다면 써주십시오.

해콩 2006-11-2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 아무튼 급식업체와 계약할 때 교원위원이 입회하여 우리의 조건을 성문화한다는 조건하에 기존 업체와 수의 계약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바꾸고 싶어하는데 나를 포함한 어른들은 귀찮고 번거로워서 그 밥을 아이들에게 그냥 먹이기로 했다. 다른 업체가 들어와도 그게 그거고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교정의 느티나무가 늦은 가을을 타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교문 옆 은행나무마저 노랗게 물들겠지요? 나뭇잎들 색깔이 변하듯 천천히 또 빨리 흐르는 좋은 계절입니다.


10월 편지가 너무 늦어져 11월 중순이 되어버렸네요. 두루 편안하시지요? ^^

지난 10월 한 달은 꼬박 '수학여행'으로 채워진 것 같습니다. 다녀온 날은 3박4일인데 사전 회의하고 회의에 따라 준비하고 다녀온 후 평가회까지... 이런 저런 일들 마무리하고 보니 어느덧 11월이 되었더군요. 부모님께서 걱정해주시고 잘 지도해주신 덕분에 사고 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2학년 모두 병원에 갈 정도로 심하게 아픈 아이 하나 없었고, 제가 그렇게 걱정하던 '음주'나 '도박'도 저희 반엔 거의 없었답니다. (다른 반도 예년에 비해 심한 건 아니었구요)


'전혀'가 아니라 '거의'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답니다. 아이들이 제출한 수학여행 평가서를 봤더니 두엇 정도 음주를 했다고 자수를 했지 뭡니까. 그래서 알게 되었지요. 심증이 가는 사건이 하나 있긴 했는데..  마지막 날 밤에 아이들 방을 습격해서 '주류'를 찾아봤더니 어떤 녀석들 방 냉장고에서 팩 소주 하나를 발견했거든요. 싸늘해지는 제 눈초리를 보며 '저희들이 한 짓이 절대로 아니'라고 눈물로 호소하니 믿어 줄 수밖에요. 그 전날엔 없었던 물건인데 말이죠.ㅋㅋ 역시... 제가 속은 걸까요? ^^;  부모님도 저도 가끔 일부러 속아줄 때도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까요?


담임으로서 제일 기뻤던 일은 반 아이들 한 명도 빠짐없이 성공한 한라산 등반입니다. 정상까지는 아니고 ‘윗세오름’까지였는데 솔직히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버리는 녀석이 있을 거라는 제 짐작과는 달리 다들 4~5시간 걷기 강행군을 함께 잘 소화해주었답니다. 충분히 칭찬 받을 일이지요.

한라산.. 참 아름다웠습니다. 처음 산행길에 접어들었을 때는 화창했는데 슬금슬금 구름이 끼더니 내려올 즈음엔 약한 비를 뿌리기도 했답니다. 한라산의 다양한 운치를 경험할 수 있어서 더 좋았는데 저희반 아이들도 평가서에 '너무 좋았다'라는 답이 많아서 지금까지 뿌듯합니다.

아이들... 참... 기특한 면이 많지요?


버스 안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네요. 지명 당한 녀석들 아무도 사양하지 않고...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흥'이 많을 줄이야... 장기자랑에서 저희반이 1등 먹은 이야기도 들으셨지요? 저희 반  '비'자매- 단비와 은비! 수행 전부터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렇게 몸이 유연할 줄은... 경악/ 감탄/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1등 발표가 났을 땐, 너무 좋아서 담임 체면이고 뭐고 살필 겨를 없이 팔딱팔딱 뛰었답니다.


이젠 아이들의 '희망'이던 수학여행도 끝나고 어느덧 2학년을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11월이 가고 나면 12월. 기말고사 치르면 아이들 내신성적이 정해지니만큼 요즘 아이들 공부며 지각, 수업태도 등에 대한 제 잔소리가 훨 깐깐해진 것을 아이들도 느낄 겁니다. 가끔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공부며 생활에 있어 바람직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잔소리를 늦추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등교시간에 지키는 일,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들이기, 수업 시작 종소리에 맞춰 교실에 들어오는 일, 수업에 최대한 집중하는 일... 등등 지금부터 습관을 들여야 내년에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할 거라고 늘 이야기 하는데... 아이들도 제 마음을 알거라고 믿습니다.


15일(수)은 수능 예비소집일이라 수업은 2교시까지만 합니다. 3,4교시를 이용하여 깔끔하게 청소하고 고사장 배치한 후 아이들은 집으로 일찍 돌아갑니다. 써클에 가입된 아이들은 선배들 응원준비를 하기 위해 학교에서 좀더 시간을 보낼 것도 같습니다. 남학생들은 고사장 앞에서 응원하기 좋은 자리를 맡으려고 밤샘을 하기도 한다는데 딸아이들이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추운 날씨에 무리해서 건강 상하지 않도록 살펴봐 주십시오.


16일(목)이 드디어 올해 수능일입니다. 1, 2학년 아이들은 학교에 안 나옵니다. 교사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능감독을 해야합니다. ㅠㅠ 저희 학교엔 750여명의 남학생들이 배치되었다고 하네요. 흠.. 2학년 아이들 수능 볼 날이 딱 1년 남게 되는 날이지요. 우리 반 녀석들도 조금 긴장할까요?


21일(화), 올해 마지막 모의고사가 있습니다. 비록 제 담당 과목에 한정된 판단이지만 교육평가원이나 서울시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모의고사 문제는 출판사의 문제보다 수준이 높은, 좋은 문제들입니다. 수능문제 출제 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일선교사들을 불러 모아 만든 문제들이거든요. 따로 공부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으나 나름대로 중요한 시험이라고 생각됩니다. 보통은 고3 첫 번째 모의고사 성적이 그해 수능성적과 비슷하게 나온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3학년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죠. 다들 열심히, 성실하게 시험에 임하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부모님께서도 한마디 거들어 주시면 아이들이 조금 더 분발하겠죠?


23일(목) 24일(금)은 학교 축제입니다. 첫날은 문화회관에서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고 다음날엔 학교에서 공연과 전시가 있답니다. 담임을 맡을 때마다 축제 때면 가져보는 소박한(?) 소망이 있는데 아이들이 들어줄지 모르겠네요. 우리 반 모두, 저도 아이들과 같이 무대에 올라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그것이 제 간절한 소망이랍니다. 경쾌한 '오리날다'라던가, '낭만고양이'를 다함께 아주 신나게 목청껏 부르고 싶은데 아이들이 들어줄까요? 지난번에 은근히 말을 꺼냈다가 누군가 '죽어도 싫어요'하는 말에 바로 의기소침해져버렸는데.. 내일 아침 조례시간에 '담임의 소원' 운운하며 다시 한 번 졸라 보려구요. 아! 축제 때 산책 삼아 학교에 한 번 오시면 구경거리가 제법 있을 것도 같습니다. 혹시 오시면 연락주세요~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분식점에서 제가 한 턱 쏘겠습니다. ^^


올 마지막 정기고사인 - 2학기 기말고사는 12월 11일~15일까지로 예정되어있습니다. 11월에도 이런 저런  학교 행사가 많아 시간이 후다닥 지나 갈 것 같습니다. 짬짬이 공부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본격적인 공부는 24일 이후에나 가능하겠지만요.


함께 보내드리는 자료는 '수학여행 평가 결과' 및 예상집행과 아이들이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자료입니다. 수학여행 예산이 잘 집행되었는지 아이들의 평가는 어떠한지 한 번 살펴봐주시고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학교로 전화 주시면 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집중력'이 중요하지요. 집중력 정도를 테스트 하는 자료도 있으니 아이와 함께 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도 계속 수행평가로 바쁜 아이들... 축제까지 겹쳐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이 몸살을 앓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힘들지만 보람되고 의미 있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기온입니다. 부모님 감기, 독감 조심하시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세요~


2006. 11. 14. **고 2학년 10반 말괄량이들 담임 *** 고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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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1-1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주말동안 가정통신문 써야했는데 못썼어요ㅠ.ㅠ 역시 주말엔 맘편히 놀아야해하고 자기위안.

해콩 2006-11-1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 지금부터 써볼까 하구요...ㅋㅋ

해콩 2006-11-1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에 급히 다 써서 아이들 도움 받아 접어 넣고 조금전 종례시간에 간신히 맞춰서 나눠주었다. 드뎌 해방~ 축제준비에 교지에 수행평가에...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해콩 2006-11-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축제 때 반전체가 노래부르는 장기자랑...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이면 다른 학교로 옮긴다는 비루한 나의 구걸에도 대여섯 명이 매몰차게 '죽어도 못한다'에 손을 들었다. 바로 꼬리 내리긴 했지만... 그럼 하겠다는 몇 녀석들만 데리고서라도 해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습이야 하루에 두어번씩 불러보면 되는 것이고, 율동은?... 의상 맞춰서 하면 될 것도 같은데... 내일 다시 물어봐야겟다.
 

 77번째  학생  축하합니다.   

우선 우리반 아이들에게..^^


 왜 그럴까?

숫자도 많고 힘센 놈들도 많고 또 목소리는 다들 어찌나 큰지... 솔직히 처음엔 너희들이 다소 버거웠어. "흠 이 와일드한 녀석들과 어떻게 1년을 살아가지? 사이좋게 잘 지내야할텐데... " 생각했지. 그런데 말이야 애들아, 이상도 하지. 시간이 갈수록 느들이 편안해지네. 아침 조례시간엔 지각없는 날이 거의 없고(누구누구는 찔리겠다) 가끔 야자는 말할 것도 없이 보충수업마저도 자체적으로 째고 도망가고, 청소&종례시간에도 청소 후 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종례를 하게 되는 날이 거의 없는 나날들. 수업시간? 솔직히 말하면 여학생 수업 중 우리 반 수업이 육체적으로 제일 힘들어. 질문도 많고 말도 많고 옆으로 새기는 또 얼마나 잘하누. 그러면서 늘 한문성적은 1등이니 다른 샘들 의심의 눈초리... 제발 한문은 그만 공부하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 ㅠㅠ


1. 체육대회때 다친 무릎, 다 아물었는지? 상처에 소독약 들이붓는데 아프단 말 한마디 안하던 네모습, 감동이었어, 윤정~

2. 네 꿈... 네 미래... 샘 믿고 고백해주었는데 별 도움이 못 되서 정말 미안해 단비. 여전히 마음 아프니? 우짤꼬?

3. 가끔 빵이랑 과자랑 구워와서 나눠주는 빵녀 수정~ 지난 번 팥빵과 우유는 감동에 말아서 정말 맛나게 먹었잖아.

4. 성격 왕좋은 우리 예령. 언제 다시 보여줄래? 울라울라춤. 부반장 유세 후로 함도 못봤네. 생각난김에 오늘, 어때?

5. 늘 밝은 얼굴. 샘 기분 꿀꿀할 때 우리 예린 하얀얼굴 보면 기분전환 되더라. 귀찮은 출석부도 꼼꼼 잘 챙겨주고. ^^

6. 우리 현미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많이 예뻐졌는데.. 자주 웃어서 그런가?^^ 우리 이야기 나눈 후로 너 보면 샘이 자꾸 미안해지는데 안 그래도 되지?

7. 트롯트 가수 같은 섹쉬한(애들이 동의하지 않겠지? 쿄쿄) 목소리로 쉴새없이 떠드는 울 현진. 내 잔소리에도 너 참 꿋꿋하다. 그게 네 매력! 그치만 이제 조금만 덜 떠들면 안 되겠니?

8. 가끔, 아주 가끔 깜짝 놀랄 짓(!)을 해서 존재감 팍팍 심어주는 순둥이 개미. 껌 한 컵은 너무 했나? but  또 그러면 두 컵으로 올리겠어.

9. 혜명~ 니가 만든 스커트 너무 예뻐. 이담에 성공하면 내 옷도? 솔직히 해삼보다는 내가 더 잘 소화하지 않을까~

10.석샘 결혼 후 상실감을 온통 '비'로 채우고있는 우리 란자. 눈두덩살 베고 잠잘수 있는 건 전교에 너하나 뿐일거야~

11.직설적인 말로 아이들은 물론 초빙해온 선배오빠까지 깜딱 놀라게 하는 은근당돌 우리 문어. 문어보다야 내가 클껄~

12.먼지~ 미니스커트&반바지는 살집이 좀 있어야 이쁜거야. 넌 너무 살이 없드라.ㅋ but 경찰제복은 잘 어울리겠지?

13.우리 민지보다 성격 좋은 녀석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그런 니가 그렇게 춤을 잘 출 줄이야.. 근데 민지야 복도는 매일 닦아야하는 거란다, 알지? 유뽕이도!!

14.1학년&지난 1학기 때보다는 너무 좋아졌지만 요즘도 자주 지각하는 만물박사 우리 소라. 소라야... 4분단 아침청소는 언제쯤?

15.‘콩파춤’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네. 언제 제대로 다시 한 번 봐야는데.. 쫄쫄~ 샘의 진지한 부탁이다. 안되겠니? 그럼 야자 다시 시키뿐다!! --+

16.글빨신이 내렸는지 여러 가지 상을 휩쓸고 있는 우리 수지. 고아원 봉사활동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 음~~ 넌 정말 멋진 녀석이야. 알지?

17.한문 공부 그만하라니깐. 그래도 이번엔 꼭 합격해서 급수증 따게 될거야.  수학여행 가서 알게 된 사실. 천사 같은 우리 지화도 욕을 할 줄 안다는 사실!!

18.성적 오른 것보다 2학기 들어 많이 이뻐진 게 더 칭찬할 일이지. 정주, 특히 표정이랑 두 눈이 정말 부드러워졌어.  뭔 좋은 일 있냐? 남친? (내가 또 한 눈치 하잖냐)

19.둥글둥글 예쁜 얼굴, 그러면서 은근 터프한 서희장군. 그 고돌이 실력으로 돈내기 했더라면 한 몫 챙겼을텐데 그쟈?

20.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얌전성실한 범생이 스타일인줄 알았지 뭐니, 알고 보니 민경, 너 어찌나 씩씩발랄엽기스러운지.. ㅋㅋ (참! 문제의 그 사진 안내리면 앞으로도 계속 말 안 섞을 거라고 수육에게 전해줘.)

21.순둥이 우리 신사마. 흠... 사실 이번 야자 빼주면 안되는데. 특별히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쫄쫄이 성적을 떨어뜨리덩가, 니 성적을 올리덩가...ㅋㅋ

22.애진,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너 나 별로 였지, 아닌가? 암튼 너 웃는 얼굴 너무 이쁜 거 너도 아냐? 특히나 요즘 자주 웃어서 너무 좋아. 그치만 청소는 꼭!

23.와~~ 말로만 듣던 우리 은비 웨이브+허리돌리기.. 단비랑 춤 연습은 도대체 얼마나 한거야!! 암튼 장기자랑 1등, 정말 기뻤어~

24.깜찍하고 귀여운 우리 혜삼. 야자 빠져도 열공할거지? 그런데 말야, 앞에 앉은 혜명이 뒤로 돌아보면 제발 쌩까줘~

25.비쩍 마른 우리  다혜. 음식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어야 살이 좀 찌지. 네 언어영역 점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건  독서 덕분이지? 역시 책을 많이 읽어야...

26.하고 싶은 일 찾아 하면서 행복해하는 니 모습 보는 나도 뿌듯해. 그치만 보비, 샘이랑 약속한 거, 늘 기억하기!

27.꽉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우리 나불이. 포도당인지 포도원인지 그딴 거 모르면 어때. 너만큼 귀엽고 성격 좋은 딸 하나 있으면 좋겠다.

28.드뎌 공부에 '삘'받아 범생스럽게 공부하기 시작한 우리 알~ 그 '삘'이 부디 내년까지 쭉~ 이어지길. 그리고 아직도 철 덜든 다른 녀석들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길.

29.선천적 붙임성으로 교무실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 중 한 명일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 은주. 근데 은주야 5개는 거의 사기에 가까운 것 아닐까? 그냥 있어도 니가 얼마나 예쁜데.

30.내가 볼 때 너는 더 이상 헐크가 아니다. 바람에 날아갈 듯 가벼워보이는 우리 현주. (이건 좀 오바?^^;;) 씩씩하게 사는 모습이 늘 든든해!

31.정의의 사자, 우리 혜지. 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잡으려고 하는 너같은 녀석이 넘 좋아~ 너도 나 좋지?

32.어리광쟁이 우리 소희. 나는 뭐 밸도 없는 줄 알아!! 그치만 너무 예쁘니까 용서가 된다. 좀만 더 건강해지면 좋겠는데.. 늘 잘 먹고 잘 자고!!

33.늘 한결같은 모습, 믿음직한... 앗! 수육이네. 말 안 섞기로 했는데 까먹을 뻔했다. 수육, 샘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빨리 그 사진 내려.. 이놈아~

34.우리반에서 이름이 제일 예쁜 난희. 중국어는 잘 되가고 있냐? 샘은 외우는 속도보다 까먹는 속도가 더 빠르다. ㅠㅠ  너는 젊으니깐 나보단 낫겠지? 언제 한 번 테스트해봐야지. 可以不可以?

35.묵직하고 든든한 우리 반장. 무엇보다 아이들 입장에 함께 서서 생각하는 모습이 좋구나. but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 모든 말들은 핑계나 수식이 될 뿐이라는 사실, 늘 기억하길!!

36.귀여운 조뚱. 우리 헤어지기 전에 기념으로 그림 하나씩 그려줘~ 아침에 봤지? 아이들이 네가 그린 그림보고 감탄하는 거. 우리 그림 그려줘~

37.2학년 올라와 진짜 예뻐진 다섯 명 안에 들어가는 우리 현영. 너말야, 하얀 이 드러내고 뽀샤시 웃을 땐 정말 이쁘다는 거, 너도 아냐? 안경 벗어도 이뻐. 특히 그 쌍꺼풀은 예술!

38.너무나 예의바른 우리 민정. 너의 그 반듯한 모습은 그 나이 때 나를 보는 듯한...응? -.,-  지금처럼 책 열심히 보면 니 삶이 온통 환해질거야. 언어영역 점수 따위로 보상 받는 것 보다 더 큰!

39.나는 세상에서 민주가 구운 바게트가 제일 맛있더라. 지난 번 상 받은 '작품'도 언제 함 맛보여줘. 웃는 얼굴로 구운 빵이라 더 맛날거야.

40.타고난 붙임성으로 은주와 함께 교무실에서 유명한 학생 열 명안에 들어가는 우리 이나. 전교에서 우리 반보다 칠판 깨끗한 반은 없을거야. 그치?

41.샘 성화에 결국 윗세오름 등정에 성공했지? 우리 둘이 그 표지판에서 기념사진이라도 박을걸 그랬다. 암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서 너무 좋았어. 다이어트도 그렇게!!

42.룰루랄라 유뽕! 네 그 청순해 보이는 마스크로 온갖 개그프로 흉내를 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 알지만.. ㅋㅋ 낙*이도 알까?


그런데 말이야 애들아~ 왜 그럴까?

 

요즘, 다른 반에 비해 솔직히 별로 잘난 것도 없는 너희들이 너무 편하고 사랑스러운걸... 우리 서로가 어느새 너무 적응되어 버린 걸까? 암튼 느들 모두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워. 그래서 고마워. 우리 지금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 아껴주면서, 물질은 조금 가난하더라도 정신만큼은 항상 넉넉하게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험한 세상 꿋꿋하게 살아나가자!!


마지막으로 오늘, 77번째 학생의 날, 무지온통입빠이대끼리 축하해


그리고 2학년 모든 아이들에게

 


우리학교에서 특히나 예쁜 우리 2학년 (사실 이 말은 작년 아이들에게도 또 재작년 아이들에게도... 해마다 하는, 아부성 혐의가 짙은 멘트! 그치만 솔직히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이 다 나름대로 특색 있고 기특하고 이쁘답니다. 진짜로!! 물론 다들 단점도 있긴 하지요 -.,-)


요놈들이 무엇이 예쁜걸까 곰곰 생각해보니

우선,“다들 이쁘고 잘 생겼잖아? 게다가 인사도 잘하고! 또 붙임성은 어찌나 있는지...

다음으로, 심성이 영~ 아닌 모진 녀석들은 없네.”

그리고, 그래도 우쨌거나 수업을 듣긴 듣네.(전혀 수업 안 되는 해도 있었음)

마지막으로, 이놈들 정말 솔직하네. (가끔 지나칠 때가 있지만)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다들 동의하나요?


여기에 덧붙여 바라는 것도 있는데…

하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속에 간직된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말은 늘 듣지요? 모든  것이 ‘숫자’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숫자’로 계산해 낼 수 없는 것들에 더욱 마음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린 왕자가 말했듯이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다음으로, 자신을 끝까지 믿고 존중하고 사랑하자는 것.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하면 다들 기분 나빠 하지요? 그렇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자신을 무시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이것도 못해, 저것도 못해,

나는 이런저런 콤플렉스가 있어,

나는 너무 존재감이 없어,

우리 부모님은*(@#@$^,

우리 집은 $@@!#$*&$$

계속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남 탓, 환경 탓만 하고 있으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자꾸만 자신이, 그리고 나를 둘러싼 상황이 싫어질 뿐. 누구도 완벽한 환경 속에 살아갈 순 없잖아요. 내가 소유한 물질의 정도가 나를 말해주지도 못하고, 나를 둘러싼 환경이, 이 나쁜 상황이 나 자신이 될 수도 없잖아요? 우리 그냥 우리들 자신의 선한 본성을 믿도록 해요. 자신의 미운 구석 보다 예쁘고 아름다운 면을 더 자주 보아주고 칭찬해주고 존중해주고.. 결국 나를 사랑해야죠.


그리고, 수업시간에.... 좀만 더 반응을 보여줄래요? 흠.. 사실 10반의 지나친 반응은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 반 담임샘, 누구신지…그놈들 좀만 조용히 시켜주시면 고맙죠. ㅋㅋ


마지막으로, 행여 지금까지 뭔가 포기한 것이 있다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보지 않을래요? 늘 하는 말이지만, 스스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주변의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나를 포기하진 못한답니다. 힘을 내서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그만두는 것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겠죠.


학생의 날을 핑계로 여러분을 많이 칭찬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결국 수업시간에 늘 하던 잔소리로 끝나네요. 새삼스럽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암튼 올 한 해도 거의 다 갔고,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이 더 많았어요. ^^ 다들~ 감사하고 고마워요.


2006. 11. 03. 77번째 학생의 날에  고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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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11-0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브리니님.. 어제 써주신 댓글... 오늘 이 글을 다시 올리면서 깜빡하고 삭제하는 바람에 다 날아간 거 있죠? 일부러 그런거 아니고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네~에?

글샘 2006-11-0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샘처럼 애들 챙겨주시면 애들이 얼마나 좋아라 할까요.
저는 요즘 애들과 소 닭보듯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지각이나 하지 말라고 하고 있지요. 아이들과 감동을 나누는 샘이 존경스러워지는 아침입니다.^^

해콩 2006-11-0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77번째 학생의 날.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서 세 가지 소박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첫번째 : 아이들에게 사과 하나 감하나씩! 칠판에 '감사과'라고 일단 쓰고 '감'은 1년 동안 '감사'하는 일 있는 사람에게 전해 주라고, '사과'는 '사과'할 일 있는 사람에게 주라고 했다. 반 아이들 둘에게 배달되어온 사과랑 감을 깨끗이 씻어 아이들 책상 위에 올려두라고 부탁했다. 자습시간, 조금 늦게 올라갔는데도 사과랑 감을 아직 안 먹고, 혹인 한 입 베어먹은 채로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 보니까 너무 귀엽고 이뻤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도 그 '감'을 하나 받았다. ^^

두번째 : 사과와 감을 먹으면서 지식채널e [2006, 낭만고양e] 함께 감상. 아이들이 노래도 신나게 따라 부를 줄 알았는데 나 혼자 흥얼흥얼... 그래도 아이들 집중해서 잘 보아주었다. 요건 오늘 수업 든 다른 반에도.

세번째 : 어제 한 시까지 쓴 편지. 처음엔 이걸 2학년 복도 게시판에 붙여두었는데 다른 담임샘들께 괜히 스트레스 드릴까봐 2교시 후 철수했다. 실은 한 번쯤 반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라도 전체 2학년들에게 '드러내보이고'싶었는데. 존재감을 좀 느끼게.. 결국 소심한 나는 그 편지는 우리 반에 붙이고 2학년 전체 아이들에게 급히 편지를 다시 써서 게시판에 바꾸어 붙였다.

올해 담임 노릇, 참 행복하다. 다른 담임샘들도 너무 좋으셔셔 지금 게시판엔 샘들의 편지가 5~6 통쯤 붙어있다. 짬을 내서 꼼꼼 읽어봐야지.

*덧붙임 : 올해부터 '학생의 날'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가 뭔가로 명칭이 바뀌었다는 공문이 왔단다. 국회를 통과해서 결정되었다나 뭐라나. 웃기지도 않는다. 학생의 날, 그대로 두면 안되나? 꼭 그걸 국가와 민족과 결부시켜 충성심을 불러일으켜야 포만감이 드는걸까? 누가 뭐래도 나는 '학생의 날'이 훨 좋다. 우리 아이들을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대상으로 보는 듯 해서.

해콩 2006-11-0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샘~ 이 가을, 감기 없이 평안하게 건너가고 계시죠?
올해는 아이들이 제 마음을 잘 받아 주네요. 상대의 진심을 잘 받아주는 아이들이 고마워요. 예전엔 무슨 시혜처럼 아이들이 감사히 받기를 요구했던 것 같거든요. ^^ 마음 따뜻해서 무지 좋아요.
흠... 저 너무 티 냈나요? ^^;; 꼴불견스럽겠다. 원체 감정을 못숨기는 성격이라...

BRINY 2006-11-0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애들은 중간고사 끝나고 토옹 정신을 못차려서...어떻게 끌어줘야할 지...

여울 2006-11-0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들도 하나같이 이쁘군요. 덩달아 훈훈해집니다. 환절기 건강유념하시구요

해콩 2006-11-04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저희 아이들도 그래요. 11월엔 우찌 공부 좀 시켜보나 생각하고 있는데 수능준비(?... 선배들 챙기느라고.. )랑 축제까지 있어서 영 분위기가.. 쩝!! 아침자습시간마다 들어가서 잔소리 한 바가지씩 해대고 있지요... ㅋㅋ

여울님.. 이름.. 사실 저 안엔 별명도 많답니다. 이름도 이쁘고... 행동도.. 과격하긴 하지만 이쁘지요. 절때 삐지는 법이 없어요, 우리반 녀석들은.. 저를 안 닮아 다행이지요. 건강하시지요? 가끔 서재 염탐하러 가는데 흔적은 안 남겨요. ^^
 

실제로 보면 너무 예쁜데 알라딘 사진 용량이 500으로 제한되어있어 이것만 올라간다.

안타까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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