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자습지도 들어갔더니 4명이나 안 왔다. 소라는 상고결. 예령,현주,보비는 생리공결.. 솔직히 조금 의심스럽지만 부모님과 공모한 듯 보이니 괜찮다. 근데 즈 담임 과목 포함해서 시험범위 진도 다 못나간 과목도 여럿 있다는데 녀석들 용감도 하다.

엊그제 조**샘께 이야기해서 시간표를 바꿨다. 내 시간이 원래 3교시인데 7교시로. 오늘 특별한 초대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 ㅇㅁ에게 문자가 왔다. 추석이라 부산 내려갈건데 한 번 봐야죠? 그래야지... 생각하다가 번뜩 스친 생각! 요녀석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초대를 함 해봐? 올해 졸업한 선배로서 2학년 2학기의 공부법과 3학년때의 마음 가짐 등등에 대해 아이들에게 경험자로서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아님 뭐 재미삼아 해봐도. ㅋㅋ ㅇㅁ에게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될 거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이런 저런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생각해봐도 이건 我田引水다... 40여명의 말만한 딸아이들 앞에 서야할 녀석은 마이 부담스러블낀데..ㅋㅋ 그 구경도 잼나겠다. 카메라 가지고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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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0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오늘 학교장재량휴일로 쉬어요. 제가 학부모라도 공모해서 쉬게하고 싶겠어요.

해콩 2006-10-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긴한데.. 시험범위.. 암튼 전 못된 담임이라 일일이 학부모님께 전화해서 시험범위 진도 다 못나갔다고 일러주고 아이들에게도 오전에 좀 쉬다가 오후에 나아지면 '왠만하면' 오라고 잔소리했답니다.

BRINY 2006-10-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마 저희 학교는 3학년 수시입시일정 맞추느라 중간고사가 아직 3주 남아서 저도 이렇게 느긋한가봐요~ 아, 연휴중에 시험문제 미리 좀 만들어둬야하는데, 내일 부모님집에 가고 친구들 만나면....시간 없을 거 같아요. 오늘은 대청소하고...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짱님께서는 직원회의 시간에 정당한 교사의 벌언을 도중에 자른 용맹을 떨치신 적이 있는 것이다.

처음 그 일이 벌어졌던 올 2월, 고백하자면 새로운 부장을 발표하던 학년 초 그 회의에서는 마이크를 빼앗듯이 큰 목소리로 발언하는 그 샘이 조금 심하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은 반성한다. 그 샘도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으셨을꺼다.) 그런데 지난 번에 성과급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분회장의 발언을 그런 식으로 자른 것이나, 지난 주 월요일 생리공결에 관한 일방적 처리 문제로 최샘이 의의를 제기하는 것을 무리하게 중단시키신 일은 정말 '직원회의'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무식'한 행위였다. 생리공결이든 뭐든 아이들과 관련된, 혹은 교사와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때,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좀 더 합리적이고 아이들과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최샘의 문제제기를 '시간이 부족하다', '직원회의는 결정사항을 지시,전달하는 시간'이다, '직원회의 석상에서 교사가 발언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교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 규정이 있으며 원한다면 보여줄 수 있다'는 기도 안 찬 말들로 언성을 높이며 '직원회의'의 성격을 새로이 정의했었다.

060928. 목 ]  이런 저런 고민을 몇몇 샘들과 나누다가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싶어 점심시간에 처음으로 분회샘들과 모였다. 전교조와 학교측의 대립처럼 보이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지만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하는 것이다. 일단, 직원회의 시간에 하는 교사의 발언은 교장이 허락해야 가능하다는 말에 대한 해명과 교사의 발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기위해 정ㅎㅊ, 최ㅈㄱ, 최ㅎㅇ, 노ㅎㅈ, 윤ㅇㅈ, 정ㄱㅁ샘이 5교시에 교장실로 들어갔다. 역시 예상한 대로 '교무회의는 지시 전달하는 시간이고', '교사는 교장의 지시전달을 받아야하'고, '단지 시간이 부족해서 발언을 중지시켰을 뿐'이며, '발언을 원할 때는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한다'는 요지의 말들만 들으셨다 한다.  그리고 시험기간이 10월 10일 전교직원이 모두 모여 난상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셨단다. 시험 첫날은 항상 분회 모임이 잡혀있는 날이다. 그리고 어느 교사가 시험 첫날 그런 토론을 하자고 학교에 남아 참을성 있게 참여하겠는가..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인다.

지시전달을 위한 교무회의라... 교무회의의 이름을 '교무전달'이나 '교무지시'로 바꿀 일이다. 암튼 그 다음날부터 교무회의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시전달뿐인 교무회의라면 나중에 다른 샘들께 그 내용은 전달받아도 충분하고 단순히 누군가의 지시를 받기위해 회의에 참여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061002. 월 ] 오늘 점심시간. 다시 모였다. 다음 주로 예고된 소위 '난상토론'을 받아들일 건가 말건가 의논했다. 하긴 그 날짜조차 짱님이 일방적으로 혼자서 잡으신 것이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뭐 연구시범학교에 대한 회의가 있다나 뭐라나. (조퇴지각결과를 포함하는 생리공결을 한 달에 하루로 묶어두는 우리학교는 그 이름도 찬란한 '성교육' 시범학교이다. 소가 웃을 노릇이다. ) 결국 10월 23일 토요일 3교시 클럽활동 시간이나 4교시 학급회 시간에 회의를 진행하자고 건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한 달여의 긴 시간이 흐른 뒤다. 이렇게 축축 늘어지면 사람들도 지치고 흐지부지되기 쉽다. 뭔가 다른 '행동'도 아울러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샘들이랑 마스크를 쓰자, 피켓을 들자.. 등등의 의논이 오고갔다. 재미있겠다. 검정 테이프로 곱표를 확실하게 새긴 마스크, 꼭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21세기도 벌써 몇년이 지났다. 아이들의 발언권도 보장해주고 보호해주어야할 교사가 자신의 발언권을 지켜내지 못한대서야 정말 *팔리는 일이다. 교무'회의'다운 '교무회의'를 위해 이렇게 피곤하게 싸워야한다니 정말...  흠.. 그런데 갑자기 '학급회의'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나를 반성하게 된다. 부끄럽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부터 바로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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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10-0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정ㅎㅊ 입니다.

지난 목요일 모임 후에 있은 교장실 방문에 대해 간략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점심 시간 생물실 모임 후 정한철, 최종구, 최현옥, 윤은진, 최병희, 정관모 선생님이 교장실에 갔습니다. 먼저 우리가 찾아 간 이유를 말하고 재발 방지와 교무 회의 시간에 선생님들 의 정당한 발언을 막지 말 것을 말하였습니다. 교장은 시간의 제약 때문에 막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모임 시간이 과연 짧은 가에 대해 한참 갑론을박 했습니다. 우리는 교사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아침 시간을 이용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교장은 특별한 사항은 교장에게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서 다른 연수 시간을 확보해서 논의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획 모임서 결정한 사항을 통보하는데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회의 주재자인 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힘을 주어 강조하더군요. 그리고 급기야 젊은 사람의 예의까지 들먹이고 자신의 젊은 시절엔 그러지 않았노라고 말했습니다.

한 시간이 그리 아까운 때는 없었답니다. 말이 그렇게 통하지 않는 대화도 경험해보지 못했고요. 마지막까지 자신의 제지가 바람직하고 앞으로도 그러한 사안에 대해서 계속 제지할 것인라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우린 교장의 강한 고집만 확인하러 갔고 그에게 논리를 확보하도록 한 꼴이었답니다.

교장은 계속 그러한 제지가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그건 듣기 싫은 말은 듣기 싫다는 강한 거부의 행위입니다. 관리자가 회의 시간을 통해 교사가 하는 정당한 의사 개진을 막는 것은 참을 수 없는 행태입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그렇게 함으로써, 교직원들 간에 위화감을 조장시키고 분열을 책동하는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아요. 분열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잘못된 일을 한 번도 아니고 버릇처럼, 습관처럼 하게 버려 둘 순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행동할 차례입니다.
일단 10월 2일 월요일 점심 후 1시 20분에 생물실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때 다음 사항을 논의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1. 시험기간 중 화요일 오후에 한다는 난상 토론 뭐뭐에 참여할 것인지?
(한 시간 동안 해본 대화를 돌이키면 교장샘은 토론이 아니라 일방적인 말의 중언부언이었지요)
2. 사과도 없고 재발 방지 약속도 없는 교장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3. 그 다음 기타

선생님
교사를 자신의 수하 정도로 여기고 명령이라는 말로 교사의 인격적, 직위적, 사회적 자율권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합니다. 소가 웃을 지경인데 우리가 고치지 않으면 우린 그 핍박을 즐기는 피학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교장샘이 우리의 존재 의식을 일깨워주는군요. 우리가 여전히 꿈틀거리고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 줄 때입니다.

고맙습니다.

BRINY 2006-10-0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힘내세요!

해콩 2006-10-0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라면 힘들텐데요, 여럿이라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밑져야 본전이죠 뭐.. ㅋㅋ
 

 

정말 오랜만이지요? 어머님, 아버님. ^^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방학도 훌쩍 끝나고, 그러고도 한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아요. 요 녀석들 만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학기를 시작하고 또 한 달이 지나가버렸으니 말예요. ^^ 이젠 아이들도 저도 서로에게 많이 익숙해져서 크게 야단치거나 맘 상하거나 하는 일 없이 비교적(?)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우리 반은 아이들 모두 두루두루 둥글둥글 친해서 자습시간이나 청소시간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뛰어노는(정말로 ‘뛰어’논답니다. ^^;) 모습에 입가에 절로 웃음이 돕니다.


담임인 제가 연수받느라고 방학동안 부산에 없어서 보충수업 받는 아이들을 한 번도 챙겨보지 못한 것이 미안했답니다. 방학 시작 하던 날, 제가 연수받는 공주대학교의 주소를 알려주며 편지를 주면 답장을 하겠다고 약속했더니 두어 명이 편지를 보내왔지 뭡니까. 어찌나 반갑던지 새벽까지 잠을 쫓으며 답장을 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방학 전에 아이들과 번개(전날이나 당일 급하게 연락하여 만나는 것)를 하기로 약속했기에 지켜야했답니다. 개학 전 금요일, ‘내일 만나서 샘이랑 놀자~’라고 했더니 부산대 앞으로 윤정, 다정, 민주가 나왔습니다. 대학 도서실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어 그곳에서 두어 시간 책을 읽은 후, 같이 영화를 보고, 수다 떨고, 저희 집 근처에서 저녁으로 낙지복음을 먹었습니다. 국어수행평가를 위한 필요한 책을 빌려달라고 하더라구요. 아무튼 간만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조금 아쉬웠습니다. ^^


개학하자마자 방학숙제 검사를 했습니다. 여름방학 다이어리 쓰기와 아이들 감성을 키울 수 있을만한 37가지 재미난 활동에 관한 숙제였는데요, 실은 그 중 한 가지라도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지요. 그것 모두를 다 하기는 솔직히 무리였거든요. 다이어리쓰기를 제외하고는 사실 해오지 않아도 상관없는 숙제여서 그랬는지 활동숙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두 가지 정도만 ㅇ표를 해왔고 내어준 다이어리를 다시 걷는 데도 열흘이나 걸렸답니다.


숙제를 열심히 해온 아이들 칭찬을 조금 해볼까요? 다원이가 해온 ‘나의 하루 셀프 카메라’는 거의 예술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쭉 좇아 사진 찍고 그걸 현상해서 내용도 쓰고 예쁘게 꾸민 그 솜씨에 교무실 많은 샘들이 '다원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냐'며 감탄에 감탄을 쏟아냈답니다. 교실에 붙여두고 더 오래, 더 많이 자랑하고 싶었는데 글쎄 녀석이 초상권 침해 운운하더라구요. ^^; 섭섭했지만 맞는 말이라 돌려주고 말았습니다. 수지, 다혜, 민정이도 기특한 숙제를 했지요. 독후감 세 편 쓰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네 녀석 모두 예뻐서 약속대로 책을 한 권씩 상으로 주었습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이 책은 친구사이의 우정이 부각되는 표면적 이야기와 함께 콤플렉스를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성장소설이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같은 책으로 나눠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글의 내용과 그림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스테디셀러랍니다. 반 아이들 두루 돌려보면 좋을 것 같아 똑같은 책을 사주었는데...글쎄 마음에 들었는지, 또 돌려보았는지.. 아직 물어보지를 못했네요.



다혜의 [유언장]써보기 숙제도 정말 좋았습니다. 또래 답지 않게 표현력도 좋고 성숙한 내용의, 아주 멋진 유언장이지요. 언제 시간이 나면 다혜에게 허락을 받고 우리 반 다같이 돌려본 후, 학급시간에 우리 모두 유언장 써보기를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다혜는 유일하게 두 가지 숙제를 했으니 상을 하나 더 주어야하는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랑 같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보여주어야겠지요? 반 아이들 누구든지 함께 보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혜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의 영화비는 각자의 용돈으로. ^^;


달력을 보니 10월에는 학교 행사가 참으로 많습니다. 우선 4일에서 8일까지 추석연휴가 있고 연휴가 끝나면 아이들은 바로 중간고사(10일~13일)를 치러야합니다. 일년에 한 번 있는 즐거운 추석에 아이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정말 불쌍하지요? 시험기간에 대한 아이들 불만과 바꿔달라는 건의가 많았는데 성적처리와 수학여행 등 학교 일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 2학기 내신산출이 이번 시험부터 시작되니 1학기에 다소 부진했던 녀석들이 좀 더 힘을 내서 공부를 해주어야할텐데요. 부모님께서도 살뜰히 살펴봐 주십시오.


시험 한 주 후엔 학년 초부터 아이들이 학수고대 기다리던 수학여행이 있습니다. 담임으로서 수학여행에 대해 걱정스러운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음주에 관한 것입니다. 몇몇 아이들은 수학여행에 빠질 수 없는 추억이 음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말은 그 아이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는 것 같지만 친구들과 함께 삼일을 자면서 꼭 음주를 해야 추억이 된다면 그건 그다지 바람직한 추억은 아니지 싶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에서는 아주 엄하게 단속을 할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 소지품을 검사해야겠지요. 필요하다면 아이들 숙소도 불시에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교사라도 개인의 물건을 함부로 뒤져보는 것에 반대합니다만 수학여행기간에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행여 주류가 발견될 경우, 학교봉사 등 교칙에 따라 엄중하게 벌을 주고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록하기로 담임선생님들과 의논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아이들이 혹 딴마음을 품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걱정되는 것은 수학여행을 대비한 아이들의 과도한 소비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새 옷도 사고 그동안 벼뤄왔던 여러 가지 물건도 사고... 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요. 그러나 부모님, 이번 2학년 아이들 중 수학여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50명 가까이 됩니다. 그 중에는 23만원이나 되는 수학여행비가 부담스러워 못 가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고 저희 반에도 힘들게 돈을 마련해 참가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저희반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힘겨움, 아픔도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아는 속 깊은 이쁜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사정이 허락한다고 그것을 온통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힘들고 아픈 바로 옆 내 친구를 배려해서 나의 넉넉함과 행복을 조금은 감출 줄도 아는 그런 마음 씀씀이를 가진 품이 넓고 생각 깊은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년 시기의 과도한 소비는 아이들 자신에게도 바람직한 소비습관은 아니지 싶습니다.


2학기 들어 제가 아이들에게 부쩍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이제 몇 개월만 있으면 3학년이 되는지라 주고 공부에 관한 것이지요. 공부나 집중하는 것도 습관이니 지금부터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자습시간 수업시간에 늦지 말고 조용히 집중해서 샘들 설명을 귀담아 들어라. 떠들면 다른 친구들 공부에 방해된다. 등등입니다. 도움이 될까 싶어 한 주에 한 장씩 국어, 수학, 영어 공부하는 방법을 유인물로 나눠주고 설명도 해주었는데 솔직히 지금 당장은 별 효과는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2학기 들어 아이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예뻐진 것은 사실입니다. 1학년 티를 벗지 못했던 표정도 많이 안정되었고, 진로를 잡아가며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기특합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벌써 10월이 다 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11월엔 수능, 12월엔 기말고사, 그리고 겨울방학.. 2학기는 아마도 더 빨리 지나갈 것 같습니다. 그럼, 10월에 다시 편지 드리겠습니다.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작은 일에도 큰 행복 느끼시는 환한 가을날 되시길 바랍니다.


2006. 9. 30. 토요일 10반 담임이 드립니다.


덧붙임 하나

지난 20일 치른 모의고사 성적표를 함께 보냅니다. 시험을 치를 때 아이들에게 ‘성적에 안 들어간다고 장난스럽게, 혹은 무성의하게 치지 말고 수능시험 연습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런데 다소 걱정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선생님들이 걱정이 많답니다. 학교에서 치르는 정기고사가 아이들 내신에 반영되는 중요한 성적이긴 하지만, 성적으로 산출되지 않는 모의고사 점수에 비례해서 수능점수가 나온다는 것이 학교 선생님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아이들의 성적표를 보실 때, 제가 빨간 동그라미를 쳐둔 부분을 꼭 보아주십시오. 원점수학급등수등급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등급’이며 1등급이 제일 높고 9등급이 제일 낮은 것입니다. 이번 모의고사 성적을 꼼꼼히 챙겨보시고 아이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시어 아이들의 진로를 가정에서 의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2학년 마지막 모의고사는 11월 21일 있을 예정입니다.


덧붙임 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답니다. 보충수업이나 야자를 빠져야할 경우가 있거나 생리공결을 써야하거나 아파서 학교 수업에 지장을 줄 경우가 생긴다면 부모님께서 직접 제게 연락을 해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는 13시에서 13시 40분 사이에는 늘 교무실에 있고 퇴근은 5시 이후에 합니다. 행여 제가 미처 전화를 못 받게 되면 문자를 넣어주시거나 음성메세지를 남겨주시면 적절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는 야자시간에 너무 심하게 떠드는 아이는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중간고사 후에 아이들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고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담임의 의무라는 생각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혹시 아이가 야간자율학습에서 퇴출당하게 되더라도 이러한 정황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상황이 발생하면 따로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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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그런 일이었어.

아이들은 자라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는다. 가족, 친구, 남친, 학교샘들, 학원샘들... 그렇게 엮인 관계들 속에서.

조례 후 교무실로 ㅎ주가 내려왔다. 어제 보충시간에 많이 아팠다는 이야길 듣고 조례시간에 "괜찮나? 얼굴이 좀 부었네" 했기에 몸이 아프니 보충 빼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가보다 했다. 그런데 시간을 좀 내달란다. 할 이야기가 있단다. 점심시간엔 지난 월요일 교무회의 건으로 샘들과 만나기로 했고.. 5,6교시 모두 수업이고. 하는 수 없이 7교시 보충시간을 한 시간 빼자고 했다. 무슨 일일까?

ㅎ주녀석. 참 기특하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후, 엄마랑 동생이랑 살아간다. 엄마 혼자 벌어서 두 아이와 생활하고 공부도 시켜야하니 형편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기초수급대상자인데 학년 초 학비감면 문제로 상담할 때 모든 아야기를 웃는 얼굴로 자분자분 이야기해 주었다. 평소에도 찡그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구김없이 밝은 성격이라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두루 잘 지내는.. 예쁜 녀석이다. 심한 다이어트 때문인지 자습시간이나 수업시간에 곧잘 엎드려 자고 늘 피곤해 보여서 걱정스럽다.

6교시 수업을 마치고 청소지도를 하는데 ㅎ지가 다가오더니 "샘~ 수학여행 안 가면 안 되요?"한다. "왜?" "집이 좀 많이 안 좋아요. 지난 번 태풍으로 농사가.. 힘들거든요. 방학 때 태풍왔잖아요? 그때 밭에 나가 같이 일했는데 와~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에구.. 그렇제? 그렇지 않아도 우리 반에 안 가겠다고 하는 녀석이 하나도 없어서 샘이 좋기도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랬다. ㅎ미는 아파서 못 간다 그래서 샘이 뭐라 말을 못하겠드라. 그네 우짜노, ㅎ지야. 어제 명단 다 올렸다. 최종 결정이 났는데.. 이제는 변경 안 될걸" 억지로 조르면 될 수도 있겠지만 같이 데리고 가고 싶은 담임 마음에 그렇게 얘기했다. 사실 일하는 학년 부장샘께 지금 빼겠다는 말을 하기는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근데 ㅎ지야,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고 뭐 그렇지만... 사람이란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게 있거든. 샘은 느그 모두랑 가고 싶은데.. 그래 일단 부장샘께 여쭤는 볼게. 근데 아마 안될끼다."

사실 ㅎ지뿐만이 아닐꺼다. 엊그제 ㅎ영이 어머니께 전화도 한 통화 받았다. 이번학기에는 왜 보충수업 감면이 안 되냐고. 수업료도 아직 못 내고 형편이 너무 어려운데 우리 반에 한 명도 안 가는 아이가 없다길래 안 보내줄 수가 없다고. 왜 내륙으로 가지 않냐고. 이런 저런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죄송스럽고 갑갑했다.

교실 뒷문으로 살짝 빠져나온ㅎ주와 교무실로 내려왔다. 교무실에서 이야기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길래 원두커피를 가지고 내자리 근처 쪽문으로 빠져나가 국기게양대가 있는 베란다 한 귀퉁이로 가서 둘이 쪼그려 앉았다. ㅎ주의 고민은 물론 수학여행을 안 가고 싶다는 거였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1학년 때부터 친했던 녀석들이 어제 절교선언을 해왔다는 거다. 녀석들도 우리 반인데 그동안 서로 간에 쌓인 것을 어제 풀었다고 했다. 다시는 같이 놀지 않기로. 그 무리의 '친구'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ㅎ주 나름대로 분석한 원인은 성격차이였다. 그리고 생활형편이 달라서 그 아이들이 놀자고 할때, 만나자고 할때 몇 차례 거절했다고. 그래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고. 안쓰럽다. 집안이 어렵다고 말을 못한 거다. 어찌 쉽게 그 말을 뱉을 수 있겠나.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마음에 상처가 클텐데... 눈에 눈물이 고였다가 스몄다가 한다. 이렇게 아프면서 크는 거겠지만, 사실 아파본 만큼 깊이 있게 다른 사람 배려할 줄 알겠지만 지금 당장은 안쓰럽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단다. 그동안 서로간에 힘들었던 게지.

역시나 부장샘의 답은 '지금은 너무 늦어서 안 된다'였다. ㅎ주가 빨리 다른 아이들과 친해져서 수학여행 때 함께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22만원이나 되는 수학여행비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이 많을텐데 걱정이다.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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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9-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업료, 보충수업비, 수학여행비, 급식비... 아이들은 학교에 정말 돈을 많이 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과연 뭘 해주는건지... 응시하지 않는 과목으로 가득한 선택과목 수업과, 마찬가지 맘에 드는 선생님 선택권도 없는 보충 수업에, 복딱거리는 수학여행과, 부실하기 짝이 없는 급식과...
아이에게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할때... 속이 타겠지만, 그 아이가 그렇게 앓으면서 자라는 것도 좋은 약이 되지 않을까? 제발 약이 되기를... 바랍니다.

해콩 2006-10-0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기를...
 

한 달 중 하루 금식하기로 한 날.

아침부터 다짐하고 있다.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기를... 물과 차.. 마실 것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

 

그리고

또 그날이다.

지난 월요일 교무회의 시간에 있었던 교장의 행태에 대해 대처방법을 의논하기로 한! 점심시간에 여러 샘들과 모여 의논하기로 했다.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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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9-29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시간이 5시 16분. 지금까지는 성공이다. 종일 쑥차와 원두커피만 마시면서 견디고 있다.('견딘다'는 표현은 사실 부끄럽다. 평소에 비축된 게 얼만데... 매일 한끼도 못 챙겨먹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데...)

사실 아침엔 두려운 마음이 슬며시 일었다. 잘 할 수 있을까? 너무 기운이 없어서 버스타고 가다가 멀미나면 어쩌지? 가끔 저혈당증을 보이는데.. 그럼 곤란한데.. 등등. 1,2교시에는 수업이 없어서 교무실에서 이것 저것했다. 다른 날에 비해 잠이 쏟아졌다. 수업할 때는 괜찮은데. 점심시간엔 '교장샘 건으로' 회의하고, 5*6교시 빡세게 수업하고, 청소지도하고 7교시엔 상담하고...

지금은 오히려 몸이 가볍고 가뿐하다. 내일 12시까지 음식의 유혹을 끝까지 뿌리칠 수 있을까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낸 걸 꼭 지켜야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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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 너무 유혹이 많을 것 같아 학교에 남아 이것 저것 조물락 거리고 있었다. 5교시에 교장샘 항의방문 갔던 이야기도 정ㅎ철샘으로 부터 전해듣고. 7시쯤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오늘따라 가족들 모두 함께 저녁을 먹을 거라고 오라신다. 이런~ 순간 마음이 꿈틀 동요했다. 그러나 바로 거절 "학교에 일이 있어서 하고 가야되요. 저 기다리지 말고 그냥 식사하세요."

야자하는 아이들 간식으로 사과 반쪽씩 챙겨주고 학교를 나온 시간이 8시 10분 남짓. 집에 도착하니 9시. 다행이 밥이 똑 떨어졌다. 겨우 하루 굶었다고 어찌나 기운이 없는지 겨우 씻고 뭐 먹어버릴까봐 10시에 일찍 잠들어 버렸다.

해콩 2006-09-2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7시 반쯤에 삶은 고구마 작은 것을 하나 먹는 것으로 하루동안의 금식을 끝냈다. 사실 36시간 정도 물과 차만 마셨다.

겨우 하루 곡기를 끊으면서, 그 일도 아닌 행사를 치르면서 심리적 불안이 생각보다 심했다. 아침엔 '해낼 수 있을까' 불안했고, 저녁이 다가오니 대견하면서도 '집에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고, 맥없는 걸음으로 집에 도착해서는 '하루 종일 잘 지켜온 걸 깨뜨릴까' 불안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요가를 무사히 할 수 일을까? 하고 나서 학교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두려워하는 맘과 걱정스런 맘이 꾸물꾸물 끊임없이 일어났다.

끝나고 나니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몸도 많이 가볍고 무엇보다 '똥배'가 쏙 들어갔다. ㅎㅎ 다음 달에는 덜 두려울 것 같다.

나는 이 일을 왜 하려하나... 요즘 식탐이 너무 생겨서 뭔가 보기만 하며 다 먹으려고 한다. 요가 샘이 말씀하시길.. 뭔가 원인이 있을거라고,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해야한다고 하셨지만 원인은 모르겠다. 일종의 욕구불만일 것인데... 욕구... 욕망.. 어찌 다 채울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