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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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런 편이 좋아요. 산뜻한 게 오래가죠.” (27p)


”플랫폼에는 들어가지 않을래요. 안녕”하고 고마코는 대합실 안 창가에 서 있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기차 안에서 바라보니까 초라한 한촌(寒村) 과일 가게의 뿌연 유리상자 속에 이상한 과일이 달랑 하나 잊혀진 채 남은 것 같았다. (75p)

“알 수 없어, 도쿄 사람은 마음이 복잡해. 주변이 어수선하니까 마음이 흩어지는 거죠?”
“모든 게 흩어지고 말지.” (102p)



두 번째로 이 책을 읽다. 처음 읽은 것은 10대. 처음 읽은 이 작품은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설국>은 플롯 중심의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장과 묘사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설국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이미지는 눈(雪)-

눈은 이 작품에서 정화나 순수를 상징한다. 눈은 모든 것을 순백으로 하얗게 덮는다. 깨끗하게 감춘다. 세상의 속된 것, 더러운 것을 일순간 덮는다. 일 년에 한번쯤은 이 설국을 찾는 ‘시마무라’는 세상의 속된 것, 번거로운 것, 때 묻은 것을 피해 이 설국에 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마코’가 있다. 이 여자는 눈의 고장에 사는 여자로 시마무라가 일 년에 한 번쯤은 꼭 봐야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뜨거워진다. 설국. 차가운 눈(雪)과는 어울리지 않게 시마무라를 향해 뜨거워지고, 바로 그럴 즈음 시마무라는 더 이상 눈의 고장에 오지 말아야 한다고 느낀다.

마지막에 불이 나는 장면은 바로 그런 고마코와 시마무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눈 속에서, 불이 나고 그 불에 타죽는 ‘요코’는 시마무라가 동경했던 또 하나의 여인이다. 고마코보다 순수하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눈의 고장에서 드물게 난 화재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는다.

차가움과 뜨거움, 순수와 정열, 허무와 욕망, 그 사이에서 요코는 숨지고 고마코는 남고, 시마무라는 다시는 이 고장을 찾지 않게 되리라.



그런 오늘은 눈 대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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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2-19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이렇게 짧은 리뷰라니??
저 몇년 전에 이 소설 대차게 깠던 기억이 나는군요 ㅎㅎㅎㅎ

독서괭 2024-02-19 14:54   좋아요 0 | URL
앗 이 댓글 쓰고 보니 6년전 오늘 쓴 글로 뜨네요?!

잠자냥 2024-02-19 15:21   좋아요 1 | URL
ㅋㅋㅋ 리뷰라기보다는 혼자 끼적여본 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짧으니까 읽기 편하죠?
괭님 리뷰 읽어보고 왔는데, 리커버로 읽었군요? (6년전 오늘 찌찌뽕! ㅋㅋㅋ)
암튼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은 대부분 현대 여성이 읽기에는 빡치는 부분 많기는 합니다.

새파랑 2024-02-1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비오는데 창문 열고 주차했더니 차가 물바다됨...

우리나라는 ‘우국‘ ?

잠자냥 2024-02-19 15:27   좋아요 2 | URL
술파랑 아직도 술취한 것으로 밝혀져.......

은오 2024-02-20 12: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ㅌㅌㅌ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2-22 08:09   좋아요 0 | URL
우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2-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에 한번 꼭 봐야하는 여자인데 그 여자가 자기 좋아하니까 이제 안봐야지 하는건가요? 뭐야...나쁘다ㅠㅠ

잠자냥 2024-02-19 16:38   좋아요 0 | URL
그건 안 알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2-19 16:47   좋아요 0 | URL
헐 별로 안 궁금했는데 안 알랴줌에 갑자기 궁금해지잖아욧😤

그레이스 2024-02-1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의 주검을 눈위에서 안고있는 그위로 무수한 별이 그위로 쏟아지는(?) 그런 장면이었는데... 왜 아름답지? 유미주의의 극치네 했었습니다.

은오 2024-02-20 1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결혼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건너편 좌석의 여자가 일어서 다가오더니, 유리창을 열어젖혔다.
눈의 냉기가 흘러들었다.
여자는 한껏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멀리 외치는 듯이,
˝잠자냥님, 잠자냥니임ー˝

독서괭 2024-02-20 1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빵 터짐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2-20 12:26   좋아요 1 | URL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대합실 유리가 빛나고 은오의 얼굴은 그 빛 속에 확 타오르는가 싶더니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눈 온 아침의 거울 속에서와 똑같은 새빨간 뺨이었다. 잠자냥에게는 또 한 번 현실과의 이별을 알리는 색이었다.
“저도 그런 편이 좋아요. 산뜻한 게 오래가죠.”

은오 2024-02-20 12:31   좋아요 1 | URL
-_-
현실은 소설과 다릅니다~!!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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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나이에도 자신을 젊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어른들을 보면 신기했다. 그 나이에도 삶이 있을까? 마흔이 넘은 나 자신은 도저히 상상 불가였다. 그렇게까지 사는 건 너무 오래 사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인간은 대개 추하게 늙어 가는데 그러기 전에 스스로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그렇다면 마흔이 넘기 전에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마흔을 넘긴지 오래이다.

스물아홉, 내가 애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애의 나이였다. 그 사람이 마침내 마흔이 되었다. 이십 대도 아니고 삼십 대도 아니고 마침내 사십 대라니.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때도 약간 울적해하던 그 사람은 마흔이 되던 날엔 진심으로 우울해했다. 이제는 더 이상 젊다고 말할 수 없음을 슬퍼하는 것 같았다. 어느덧 11년째 그 애를 지켜보면서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보다 더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절대로 늙을 것 같지 않던 그 얼굴에도 웃을 때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가끔 보이는 흰머리를 뽑아 줄 때면 얘도 늙는구나 새삼 놀란다. 그날 나는 애인을 놀렸다. 마흔도 괜찮아, 요즘 한국 중위연령이 40대 중반이래, 넌 아직 젊은이야! 근데 딱 사십 넘으니까 몸에서 각종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놀리며 웃겨 보지만 울적한 그 애는 잘 웃지 않는다.

어제 퇴근 후 받은 <사라진 것들>을 저녁 먹고 나서 9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멈추지 않고 다 읽고 나니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한 번에 다 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후 13년 만이다. 그 사이에 한번 장편 소설이 번역되어 나온 적이 있었으나 그 책은 읽지 않았다. 어쩐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그 감흥을 깨뜨릴 것만 같아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앤드루 포터는 내가 살아온 바로 그 나이들을 거쳐 이제 쉰이 넘었을 것이다. 그 세월을 보낸 느낌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로 그 감상들은 이제는 떠나버린 젊음, 흘러가버린 시간, 사람들, 순간, 흔적들에 대한 상실감이다. 늙어가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관한 애잔한 기록들. 그러므로 내가 어젯밤 이 책을 쉽게 놓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사라진 것들>의 주인공들은 대개 마흔 초중반이다. 늙은 것도 아니지만 더는 젊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 그들은 주로 가르치거나 책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음악을 연주하거나 등등 예술이라고 부르는 산업에 종사하면서 크게 돈은 벌지도 못하지만 그럭저럭 먹고사는 정도의 삶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어린 자녀 한 둘을 둔 부부이기도 하고, 아이 없이 둘만 사는 커플도 있으며 또 파트너 없이 홀로 부유하는 중년 남자도 있다. 어떤 이는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 모임에서 더 이상 젊지 않은 자신들을 마주하고는 그 낯선 느낌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가 자신의 가정에서도 문득 이방인처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갑자기 찾아온 질병을 맞닥뜨리고 이제부터는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또 어떤 부부는 아래층에 사는 젊은 여성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면서 빠져들기도 한다. 그들 모두는 스물, 서른을 지나 마흔에 이르러 이제는 젊음이 사라져버렸고, 그 한 시기에 잃어버린 것들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삶에서 빠져나간 것일까 상실감에 가슴 시려한다.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젊은이들이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나는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된 것일까? 나는 늦은 밤 이 의자에 앉아 나 자신에게 종종 그런 질문을 하고 술을 홀짝이며 마음의 평안을 느꼈다. 하지만 어쩐지 더 큰 목적에 서 이탈해 표류하는 기분,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벽 바로 뒤에서 그림자가 솟아오르고 더욱 거대한 부재의 울림이 메아리치는 듯한 느낌이 늘 있었다. 예전에 지녔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혹은 버려두고 떠나왔다는 느낌이 늘 있었다. 이런 기분을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눈을 감고 다시 쇼팽 음악에 집중했다. 이제는 다른 곡이었다. 녹턴. 섬세한, 서정적인, 부드러운. (<오스틴>, 21쪽)



이 구절을 읽을 땐 내 일기장을 보는 듯했다. 잠 못 이루는 새벽녘이나 책을 읽느라 조용한 밤, 집 밖으로 젊은이들이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 문득 생각한다. 나도 저런 소리를 내던 사람인데, 이제는 이렇게 듣는 사람이구나. 이 책 속 인물들은 젊은 시절에는 맥주를 마셨지만 이제는 대개 와인 한두 잔을 홀짝인다. 그것도 대부분은 자신의 집 안에서. 밖에 나가서 마시면서 흥청망청 떠들기를 즐기던 시절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나와 애인은 술을 즐겨서 연애 초기, 그러니까 그 애가 스물아홉에서 서른 초반이고 내가 서른 중후반이었을 때도 늘 밖에서 술을 마시면서 뭐가 그렇게도 즐거운지 새벽 내내 쏘다니곤 했다. “둘 다 자신을 예술가라고 여기며 위대해질 운명이라 믿었던 그때의 우리는 밖에서 보내던 그런 밤에 각자의 계획, 미래의 프로젝트, 희망 같은 것을 이야기”(<히메나>, 258쪽)하며 밤거리를 마냥 걷고는 했다.  

“술을 마시면 싸우는 커플이 많지만 우리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히메나>의 커플과는 달리 우리는 격렬하게 싸우고(주로 각자 지나간 애인들을 향한 질투 때문에) 그러고는 격렬하게 화해하곤 했는데 이제는 어쩌다 서로의 엑스 이야기가 나와도 농담처럼 웃고 지나간다. “그 인간은 아직도 다른 누구한테 스토커짓 하고 있을까?” “울면서 셀프영상 찍어 보내는 거 너무 웃기지 않니?” 등등. 이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늙어가면서 정말 참을성이 많아진 것일까, 아니면 관대해진 것일까? 그도 아니면 그 모든 것들에 “그냥 기대가 낮아진 것뿐”(258쪽)일까. 이 나이쯤 되면 “인생에서 확고한 무언가를 찾아야”(<라인벡>, 99쪽)한다는데 그 확고한 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알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면서 나이만 들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정말로 “참 이상한 일이다.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꿈에서 깨어났는데 그 꿈을 꾼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라인벡>, 127쪽)한 기분에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점점 멀어지고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지는 나이. 낡은 앨범을 꺼내어 여행지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다가 그 젊고 환한 미소가 몹시 낯설어 화들짝 놀라는 이 책 속 인물들처럼 나도 어느 한 장의 사진을 떠올린다.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그 한때.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은 지 얼마 안 된 무렵에 떠났던 그 여름의 터키, 그곳에서 찍은 사진이 떠오른다. 나와 전애인 X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고 또 다른 친구들인 A와 B는 그 시절 박사과정 중이던 미국의 앤아버, 뉴욕에서 각자 출발해서 이스탄불 공항에서 만났던 그 여름. 한 달 가까이 터키 곳곳을 떠돌아다녔던 그 여름, 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 2시가 다 된 시각에 도착했던 카파도키아, 열기구는 꼭 타야한다면서 밤을 새우자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술을 마시다 그대로 뻗었고 아무도 일어나지 못했다.


“다시 와서, 타면 되지!” 일정과 날씨가 맞지 않아 결국 열기구는 타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기고 다른 도시로 떠나야만 했던 우리…. 그때의 그 우리는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했다. 나와 X는 그 이듬해 헤어졌고, X의 친구에 가깝던 A도 이제 더는 나와 연락하지 않는다. B는 요즘도 종종 만나는데, 여행 이야기를 하다보면 터키에서의 그 나날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나보다 훨씬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도 B는 터키에서의 추억을 인생 최고의 여행으로 꼽는다. “그때 그 열기구 금방 다시 탈 줄 알았어. 우리 모두 그대로 가서....” 친구는 희미하게 웃는다.

그 여름에 찍은 수많은 사진들은 이제는 거의 망가져 다시 켜지 않는 오래된 노트북의 어느 한 폴더에 저장되어 있다. 그 폴더를 열면 지금보다는 한참 젊은 내가, 그리고 그때의 친구들이, 지나간 애인이 웃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노트북을 켜지 않고 그 시절은, 그 여름은 그렇게 희미해져서, 빛바래져서 부서져간다. 그 사이 터키는 튀르키예가 되어버렸고, 튀르키예에는 가본 적이 없다는 나의 애인은 내가 그때 열기구를 타지 못한 건 자기와 타라는 운명의 계시였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인생에서 사라지고 희미해지는 것도 분명 있지만, 또 다른 사람과 새로운 계획을 짜거나 아직은 희망을 품어볼 수 있는 40대라는 나이, 그 나이에 더 풍성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사라진 것들>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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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18 20:59   좋아요 1 | URL
다 갖긴 내가 가진 건 고양이뿐 🐈🐈🐈🐈🐈🐈🐾🐾🐾🐾🐾🐾

은오 2024-01-19 04:23   좋아요 1 | URL
저도 가지셨습니다.

잠자냥 2024-01-19 08:51   좋아요 2 | URL
🐼 나는야 에바랜드 집사

자목련 2024-01-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에 반하고
사야할 책은 늘어가고
언제 읽을지 알 수 없고 ㅋㅋㅋ

잠자냥 2024-01-19 14:21   좋아요 0 | URL
이건 꼭 사야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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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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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은 출판할 수 없습니다
“1880년 4월 어느 날 오후, 수위인 안드레이가 내 사무실로 들어와서 편집부에 어떤 신사가 와서는 편집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체호프의 <샤냥이 끝나고>는 자못 흥미로운 문장으로 시작한다. 편집부에 어떤 신사가 찾아왔다는 문장 자체에 나는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윽고 이 편집장은 귀차니즘과 불만에 쌓여 투덜대듯이 수위 안드레이에게 대답한다. “다음에 오라고 해주게. 오늘은 내가 바빠. 편집장 면담은 토요일만 가능하다고 하게.” 그렇지, 잘한다. 그래도 아무나 찾아와도 토요일에는 만나주는구나 싶은데, 다시 수위가 말한다. “그 사람은 편집장님을 뵈러 사흘째 오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거의 울 것처럼 부탁하더군요. 토요일에는 시간이 없다고.”

사흘째라니 어허라. 이런 귀찮은 인간. 안 봐도 뻔하다. 자기가 쓴 글을 봐 달라고, 출판해 달라고 하는 것이겠지. 편집장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고 펜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들어오라고 하시겠어요?” 착한 사람이로군. 이윽고 편집장의 심정이 묘사된다. 나는 여기서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집의 비밀에 문외한인 초보 작가들이나 일반적인 사람들은 ‘편집부’라는 단어에 떨리는 외경심을 느끼고서 한참을 기다려야 모습을 나타낸다. 그들은 편집장이 ‘들어오라’라고 한 후에도 한참 기침을 하고, 한참 코를 풀고, 천천히 문을 열고, 그보다 더 천천히 들어오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다.”(7쪽)

나는 이 소설의 시작 부분, 체호프의 묘사에 빨려 들어가며 이 작품에 크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작품은 액자식 구조겠군, 편집실을 사흘 연속 찾아온 저 신사가 편집장에게 출판을 부탁하면서 놓고 가는 원고, 저 원고가 이 작품의 진짜 이야기겠군. 편집장은 문제의 이 원고를 읽고 출판하자고 결정할까 아닐까? 과연 어떤 원고이기에 저토록 간절히 출판을 원하는 것일까. 대작일까? 아니야 대작이면 이미 다른 곳에서 받아줬겠지.... 저렇게 무턱대고 찾아오는 인간들 진짜 싫다. 요즘에야 이메일로 투고하거나 편지를 보내지만 직접 찾아와서 생떼라도 부리면 정말 곤란하겠군. 거절하는 것도 큰일이다..... 소설 속 편집장에게 심정적으로 크게 공감한다. 거절했을 때 쌍욕을 퍼붓거나 품속에서 칼이라도 꺼내 협박하면 어쩐담? 그것참....

이것은 나의 기우만은 아니다. 최근 읽은 <하필 책이 좋아서>에도 이런 걱정을 하는 이가 나온다. ‘출판계는 충분히 안전한가’라는 글에서 소설가 정세랑은 자신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시절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에 따르면 약속 없이 찾아와 자기 책을 내달라고 주장하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떠나지 않는 불안정한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그렇게 받은 원고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오던 욕설 전화와 성희롱 전화들에 대해서는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괴로워한다.

정세랑이 말했듯이 출판사는 방송국과 신문사 다음으로 문제적 인물들이 잘 찾아오는 곳이다. 방송국은 보안이 잘 되어 있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출판사는? 대다수 출판사가 아무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이다. 내가 다니는 곳도 그렇다. 아무나 들어와서 몇십 분 동안 떼를 쓰기도 한다. 책을 직접 사러 왔다고 하면서 둘러보는 척하다가 본인도 책을 내고 싶다고 원고 이야기로 돌변하고는 나가지 않기도 한다. 범죄 경험을 출판하고 싶다고 재소자들로부터 끊임없이 편지가 오기도 한다. 이럴 때 잘못 대응하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출소 후 출판사로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고 말하는 동료 편집자도 있다. 투고 원고에 제대로 코멘트를 해주지 않는다고 몇날 며칠 떼를 써서 참다못해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며 차갑게 답메일을 보낸 적이 있는데, 급기야 그 사람은 회사로 전화를 걸어 생떼를 쓰다가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9년 일본에서는 쿄애니 방화 사건으로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방화범은 쿄애니에서 주관한 공모전에 소설을 제출했는데 그 원고를 쿄애니측에서 표절했다며 불을 질렀단다. 그러나 쿄애니측에서 찾아보니 아무런 유사성이 없다고 한다. 정세랑의 글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에서도 자신의 책을 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 출판사에 시너를 뿌려 방화를 시도한 사건이 있다고 한다. “책은 느린 매체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첨예한 생각들을 담는다. 첨예함은 때로 폭력적인 이들의 주의를 끌고 만다. 상상하기 싫은 사람들이 상상하기 싫은 일들을 저지르려 할 때, 더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필 책이 좋아서>, 47쪽)라는 정세랑의 말은 출판사뿐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해서 읽고 쓰는 모든 이들이 생각해 볼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사냥이 끝나고>의 편집장도 어쩐지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문제의 신사를 편집실에서 맞이한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넣으며 준마처럼 품이 단단한 이 신사는 몸 전체에서 건강한 기온과 힘이 풍겨난다. 나이는 마흔 살쯤. 무엇보다도 편집장이 보기에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큼 굉장히 잘 생겼다. 큰 근육형 얼굴, 그리스인 같은 매부리 코, 얇은 입술, 그리고 아름다운 파란 눈의 그 얼굴…. 이 남자의 이름은 ‘카뮈셰프’. 작가 지망생으로 현재 특별한 직업은 없다. S현에서 예심 판사로 5년 넘게 일했지만 돈도 모으지 못하고 결백도 지키지 못했다며 이 원고를 출판해준다면 자신을 크게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봉투를 내민다. 그 원고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는 그 잘생긴 외모에 예심 판사로 일하면서 왜 돈도 모으지 못하고, 심지어 왜 결백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의 이 원고는 과연 출판될 수 있을까?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인지라
카뮈셰프의 원고는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그는 ‘세르게이’라는 인물로 불린다. 세르게이 또한 잘생겼고 직업이 예심 판사이다. 그런데 그는 대개의 러시아 작품 속 남성 인물들이 그렇듯이 심하게 술에 기대어 살고 있다. 그는 백작 ‘카르네예프’와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는데 말이 좋아 허물없는 친구 사이, 절친이지, 둘 다 똑같은 술주정뱅이 알코올 중독자다. 사람들은 세르게이(즉 카뮈셰프)가 대체 왜 이 백작, 신분은 백작이지만 거의 쓰레기나 다름없는 방탕아와 가까이 지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하인 폴리카르프도 주인이 그 쓰레기와 어울리면서 항시 술에 취해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잔소리와 욕설을 퍼붓는다. 술에 젖은 세르게이는 폴리카르프의 욕설도 잘 들리지 않는지, 아니면 하인의 욕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인지 그냥 내버려둔다(이 인간을 한국의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국밥집에 보내면 굉장히 즐거워할 것 같다).

어느 날, 백작의 초대를 받은 세르게이는 그런 썩을 놈과 어울리지 말아라, 그런 인간과 어울리는 네놈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이다 등등의 욕을 하인으로부터 한바가지 퍼먹고도 백작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문제의 여인, 올가를 맞닥뜨리게 된다. 올가는 백작의 영지 산림 관리인 ‘니콜라이’의 딸로 이제 열아홉 아름다운 금발머리의 아가씨이다. 올가를 본 세르게이의 가슴속에 고상한 감정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는 숲과 5월의 저녁, 반짝이기 시작한 저녁별 속에서 올가를 시인의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었노라고 쓴다.

그런데 문제는 아름다운 존재의 그 아름다움은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으니. 이 현장에 같이 있던 백작 카르네예프 또한 올가를 바라보면서 군침을 흘린다(진짜로 입맛을 다심-_-;). 침을 흘리다 못해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저렇게 앳된 얼굴에 저렇게 성숙한 몸매라니!” 세르게이는 이 말을 듣고 ‘어린 시절부터 여성을 존중할 줄 모르고 타락한 짐승의 관점에서만 그들을 봐온 백작’이라고 그의 벗을 묘사한다. 결국 올가라는 여성을 두고 절친-아니 보드카친구인 세르게이와 카르네예프 두 남자가 벌이는 한바탕의 치정극인가 싶은데 여기에 또 한 남자가 등장한다. 백작의 영지 관리인인 ‘우르베닌’이 바로 그. 이제 쉰 살에 접어든 이 늙은이는 두 젊은 남자가 올가를 보면서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벌벌 떤다. 그는 왜 공포에 짓눌리는 것일까? 그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눈 밝은 독자라면 이 늙은이 또한 열아홉의 이 아가씨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저마다 김칫국 한 사발씩 크게 들이켜고 있는 이 세 남자. 올가의 꽃다운 나이에 비하면 이 추잡한 세 늙은이들의 꿈과 야망(?)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이 작품은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게 된다. 올가가 셋 중 가장 잘생긴 세르게이도 아니고 부유한 백작도 아닌 애 딸린 중늙은이 우르베닌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아니 대체 왜? 싶은데 올가는 올가 나름대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보드카친구 두 남자들은 올가에게 군침만 흘렸지 술에 젖어 나날을 보내느라 정신없었는지 그녀에게 이렇다 할 구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형국에 올가가 자신에게 마음을 내보인 우르베닌을 선택한 것은 당연........(하지는 않아, 올가야, 제발 구렁텅이에서 나와!)하리라.

헌데 더욱 흥미로운 일은 올가와 우르베닌의 결혼식 날 벌어진다, 기쁨에 겨울 신부가(그럴 리가 -_-) 신랑과 키스하라는 백작의 짓궂은 요청에 마지못해 중늙은이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이제야 자신이 현실을 깨달았는지(키스가 별로였던 게 틀림없어....) 연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새신랑 아니 헌 신랑을 비롯해 하객들은 당황하기 시작하고, 올가의 심리를 알아차린 세르게이는 신부를 찾아오겠다는 핑계를 대고는 그녀를 따라 나간다. 그러고는 정원 외딴 곳에서 거의 울상인 올가를 찾아내 갑자기 열렬히 구애를 하는 게 아닌가. 이 결혼은 잘못되었다! 너는 나와 결혼해야 한다! 나랑 살자! 엥? 그렇게 간절했으면 어제하지 그랬을까? 다른 남자와 결혼한 그날, 이런 고백을 퍼붓는 이 남자의 심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올가조차 어리둥절하다. 사실 세르게이만이 아니라 백작조차 올가가 우르베닌과 결혼하여 유부녀가 된 후로 더 눈독을 들인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고찰해보자. 정말로 똑같은 크기로 잘라 나눠준 떡인데도 인간이라는 욕심덩어리 존재의 마음속에서는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보다는 누군가, 임자 있는 사람, 타인이 먼저 찜해둔 사람이 더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남의 것이기에 더 탐이 나는 것일까? 진짜 보석이 길에 굴러다니고 있으면 그것은 모조품취급을 받기 십상이지만 가짜 보석이 휘황찬란한 백화점 진열창에 놓여 있으면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그런 심리일까? 골키퍼 없는 골대에 골을 넣는 것은 재미도 없고 심심하므로 골키퍼 있는 골대에 공을 뻥뻥 차고 싶은 그런 심리인 것일까? 남의 것을 빼앗고 싶은 욕망에 불타는 이 두 남자는 그제야, 올가가 남의 여자가 된 후에야 강렬한 욕망에 불타오른다. 빼앗자!! 그래서 이 두 남자 중 누가 올가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 과연 빼앗는 데 성공할까?

블랙아웃 또는 믿을 수 없는 화자
주취감형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벌을 감형한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고 만취하면 심신장애 상태가 되므로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블랙아웃, 즉 과음으로 인한 단기 기억 상실 현상을 가끔 경험해 본 자로서 고백하자면 블랙아웃 상태에서 저지른 행동에는 분명 의사를 결정하거나 책임 능력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아직까지도 내 인생에서 풀리지 않는 블랙아웃이 하나 있는데, 대학생 시절, 선배들의 부추김으로 술 빨리&많이 마시기 내기가 붙은 적이 있다(어리석은 자들이여 이런 거에 놀아나지 말지니....) 다들 떨어져 나가고 한 여자애만 남았는데 그 애를 이기려고 잔뜩 마셨고 결국 내가 이겼으나 거의 인사불성이 된 나.... 정신이 그나마 남아 있던 선배들이 분명히 나를 좌석버스에 태워서 보냈다는데(내 문제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술에 취해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는 것), 눈 떠보니 1호선을 타고 종점에 가 있었단 말이지. 여전히 술에 취해 잠든 나를 지하철 내부를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혀를 차며 깨워주셨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지갑은 텅텅! 여자저차 집에 오기는 했으나 대체 왜 어디서 1호선으로 갈아탄 것인지 왜 1호선을 탄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그 시절 살던 집이 1호선 라인에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보자면 실제로 블랙아웃이 된 상태에서 그가 저지른 행동을 정상적인 상태와 똑같이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자신이 불리한 행동이나 옳지 못한 행동을 해놓고 술에 만취했다고, 즉 블랙아웃 상태로 꾸며낸다면? <사냥이 끝나고>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작품 속의 화자(이자 소설 작성자)가 술에 절어 산다. 그뿐만이 아니라 백작까지도 보드카 없이는 살지 못한다. 목이 마르다고 보드카를 벌컥벌컥 마시는 인간들이니 혈중 알코올 농도 몇 %를 떠나서 혈액의 대다수가 알코올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애초에 이 작품을 쓴 카뮈셰프가 작품 속 자신의 분신인 세르게이를 일부러 그런 인물로 묘사했다면? 무언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려고 알코올에 젖어 살며 자주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인물로 그린 것이라면? 게다가 카뮈셰프의 소설 속에서는 자주 세르게이가 불리한 지점은 밑줄로 삭제해버리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지워낸다. 세르게이가 키우는 앵무새도 툭하면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 말하는데, 앵무새는 인간이 하는 말을 따라하지, 어떤 현장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서 말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에는 “인간의 혀가 뱀보다 더 위험”(39쪽)다는 말이 나온다. 혀보다 펜은 더 그럴 것이다. 카뮈셰프의 이 작품은 과연 출판될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허영의 가벼움
이토록 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제 이 작품의 윤곽이 눈에 그려질 것이다. 범인도 대충 알 것 같고, 누가 살해당하는지도 그려질 것이다. 체호프의 <사냥이 끝나고>를 읽을 예정인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실눈 뜨고 이 리뷰를 대충 읽었거나 쓱 넘기거나 읽지 않았을 것이다(예: 술파랑). 그러나 여기까지 쭉 읽은 당신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예: 은오), 계속해서 툭 까놓고 이야기해보겠다.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남자 작가 쓴 작품 대다수가 그렇듯이 미소지니- 그러니까 여혐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작품에는 올가 말고도 나데즈다를 비롯한 여러 젊은 여성, 그리고 올빼미 노파까지 다양한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데 어떤 사람도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물론 남자 인물들도 거의 다 그렇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의사 ‘파벨 이바노비치’ 같은 인물은 세르게이의 비뚤어진 심성을 꿰뚫어보고 올바른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는 세르게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병든 뇌 속에는 어떤 비열한 속임수라도 쓸 수 있는 작은 못이 튀어나와 있다.”라고.

그런데 그에 비하면 여성 인물들은 하나 같이 휘유...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체호프라 해도 이것은 참으로 한계요, 그 또한 19세기 러시아 남자인 것이다. 아무튼 그런 여성들 중 올가. 세 남자의 ‘사냥’의 대상인 올가는 허영의 끝판 왕으로 그려진다. 아니 끝판 여왕? 그렇지만 이 어리석은 여자의 인생-결혼 및 사랑을 좌지우지한 게 꼭 허영뿐만이었을까? 그녀가 단지 부유한 남자, 높은 지위를 가진 남자를 이용해 자신의 신분 상승만을 추구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뭔가 다른 강렬한 욕망, 한 사람에게만 안착할 수 없는 불안정한 심리,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된 한 집안 또는 한 남자에게만 속하는 갇힌 상태를 거부하는 심리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내면이 그녀를 그렇게 몰아간 것은 아닐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훨씬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152쪽)라는 구절이 이 작품의 핵심을 말해준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범죄가 일어나는지보다 이 복잡한 인간 심리의 풍경을 묘사하고 싶었던 게 체호프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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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10 15: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ㅁㅊ 뭐야 왜케 길어...ㅠㅠㅋㅋㅋ

은오 2024-01-11 03:28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리뷰는 장장익선입니다.

잠자냥 2024-01-11 06:56   좋아요 1 | URL
이러다 A4 20장 올라오고….. 이웃 다 떨어져나가고 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1 15:00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독점 개이득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 아니고 잠자냥님의 글은 널리 퍼져야하니 흠.. 이정도 길이로 만족하는 법을 연습하겠읍니다ㅠ

망고 2024-01-10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술 빨리,많이 마시기 대회 1등 하셨어요?😱이 리뷰에서 제일 인상깊은 부분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0 15:2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주 500cc 원샷을 몇 잔씩 ㅋㅋㅋㅋㅋㅋ 휴... 제가 술을 잘 마시기는 합니다.
그것도 좀 소싯적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도 못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흠

단발머리 2024-01-1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저도 오래 연구해보았습니다만 그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걸 아이들에게 적용할 때는... (항상 누나 빵이 더 크다고 하는 아이들 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가 빵을 가르고, 네가 선택해! 라는 방법을 ㅋㅋㅋㅋㅋㅋ 쓰라고 하대요. 저희집도 그렇게 했더니 잠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올가를 나눌 수는 없는 법. 이건 그냥 경험해 보지 않은, 처음 본, 그리고 이제 영영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버린 존재, 특별히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욕망 같은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을 찾아 읽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은데, 잠자냥님 페이퍼 읽고 나니 넘 궁금하네요. 도대체 올가의 최종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잠자냥 2024-01-10 17: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누나 빵은 왜 더 커 보이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심리인지 알 거 같기도 합니다.

올가가 결혼하고 나서 더 이뻐보였을까요? 그들의 복잡한 심리는 단발 님이 올해 안에 직접 분석해보시는 것으로!! ㅎㅎ

독서괭 2024-01-10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첫 문장부터 편집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 그렇군요. 소설은 이렇게 시작해야겠군요? ㅎㅎㅎ
아니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출판사 잔혹사 무엇입니까. 사람들 참 너무하네요 ㅜㅜ 범죄자들이 범죄 경험 출판해달라고 하는 거 진짜 넘나 무서울 것 같아요...
그 와중에, 그렇다면 아무 출판사나 들어가서 ˝이 출판사에 잠자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오지 않으면 내가 쓴 글을 출판해달라고 매일 찾아오겠다!˝라고 외친다면? 하고 상상했습니다 ㅋㅋㅋ (오싹하시죠?)

올가의 선택, 아니 그렇게 선택지가 없었을까..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허영 끝판왕이었다면 애초에 늙은 관리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예요. 흥. 이 책이 출판될지 궁금하네요~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도 완전 흥미진진!

잠자냥 2024-01-10 17:4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재소자들이 저희한테만 보내는 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어느 분 편지는
겉은 우리 회사 주소인데 안에 내용은 다른 출판사에 보내는 내용이었어요(에세이 많이 내는 곳이었음) ㅋㅋㅋㅋ

저희 회사 찾아와서 잠자냥 소리해도 아무도 모른다는 함정. ㅋㅋㅋㅋ 고양이 키우는 사람!! 이래도 별 소용 없을 겁니다. 집사들도 많아서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10 18:07   좋아요 0 | URL
잠자냥이 누군지 다른 사람들이 몰라도 잠자냥님은 양심상 모른척 못 할 걸요 ㅋㅋㅋ

잠자냥 2024-01-10 18:10   좋아요 1 | URL
할 거야!!!!😹😹

Falstaff 2024-01-10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신이 그나마 남아 있던 선배들이 분명히 나를 좌석버스에 태워서 보냈다는데˝
이런 새끼들은 선배가 아닙니다. 부랄 뿌리를 확 뽑아버려야 마땅할 새끼들입니다. 아직까지 보는 일은 없겠지만 우연히 길에서 만나더라도 아는 척도 하지 마세요.

잠자냥 2024-01-10 17:55   좋아요 1 | URL
ㅋㅋ 사실 그 내기도 그들이 시켰어요. 제가 집에 간다고 글케 우겼답니다(이게 또 제 술버릇인데 집에는 꼭 가야 함). 암튼 그날
저랑 내기한 그 친구는 동방에서 재웠다는데… 이거도 딱히 좋은 방법 같지는 않아요. 당시 동방 학생회실 이런 데서 성추행 사건이 많았어서 -.- 제가 직접 목격하고 추행하던 남자애를 두들겨 팬 적도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제가 나중에 무자비하게 폭력휘두른 인간으로 낙인 찍힌 적도 있습니다. 에휴 암튼 술은 적당히…

미미 2024-01-10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소자들도 편지를 보낸다니 황당하네요! 그나저나 잠자냥님 1호선 종점ㅋㅋㅋㅋㅋㅋ
저는 4병까진 끄덕 없었는데 (지금은 끄떡) 친구들과 양주 마시고 노래방에서 화장실 어딧냐고 12번인가 물어봤대요.
직원이 ˝지금 13번째 물어보시는 거 아세요?˝라고 물었을때부터 기억나는ㅋㅋㅋ
한 인지심리학자가 그러더군요. 아무리 술에 취해도 맨 정신일때 할만한 일을 한다고요.
범죄자들은 술마시면 감형이 아니라 두 배로 늘리면 좋겠어요.

잠자냥 2024-01-10 17:52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많이 옵니다. ㅋㅋㅋ 저희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요. 1호선 종점 미스터리는 진짜 풀고 싶네요…. 음 미미 님의 화장실 집착담도 재미납니다! 4병까진 끄덕 없었다고요?! 내기하고 싶네🤣🤣🤣🤣

은오 2024-01-10 2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턱대고 결혼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턱대고 책을 내달라고 하다니 쯧쯧... 아니 근데 출판사가 은근 위험한 곳이었네요? 몰랐는데... 잠자냥님 살려ㅠ 괴롭히지마 내꺼야!!!!!
그렇게 과음하시고 종점까지 가신 것도 너무 위험합니다. 결혼해서 잠자냥님을 집에 가둬야겠어요. 안되겠읍니다.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

아 예: 은오 적중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0 21: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글케 조심하라고 한 거야 ㅋㅋㅋㅋㅋ 이불 밖은 위험해!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0 21:11   좋아요 1 | URL
서로 위험하다고 나가기만 하면 걱정하는게 완전 연인그자체ㅋ❤️

페넬로페 2024-01-10 21:13   좋아요 1 | URL
은오 님!
책을 씁시다
그럼 잠자냥님 만날 수 있을듯요
무턱대고 졸라봐요^^

잠자냥 2024-01-10 21:14   좋아요 1 | URL
은오가 꾸준히 쓰면 좀 지켜보려고 했는데 안 써요!!!🤣🤣🤣🤣

은오 2024-01-10 21:17   좋아요 2 | URL
그냥 무턱대고 졸라서 잠자냥님이랑 술마시고 결혼하려고요..

망고 2024-01-10 21:38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술대회 1등 하시는 분인데 술 먹여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접는게 좋을듯 합니다 은오님!ㅋㅋㅋ

은오 2024-01-10 21:41   좋아요 2 | URL
아 그러게요 망고님ㅠ 몰래 버리면서 뱉으면서 마셔야할까요?? 흑흑..
잠자냥님은 언제 제 떡이 될까요???? ㅠㅠ

잠자냥 2024-01-10 22:00   좋아요 1 | URL
2093 꽁꽁 언 떡 🥶

은오 2024-01-11 03:29   좋아요 1 | URL
얼빵은 맛있지만 얼떡은 먹을게 못되는데.... 떡 말고 빵으로 할게요ㅠ
잠자냥님을 얼른 제 빵으로...😋🤤

잠자냥 2024-01-11 11:03   좋아요 1 | URL
얼빵 은바오.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1-11 14:59   좋아요 1 | URL
진짜 프사... 너무얼빵하게 생겼어요ㅠ

페넬로페 2024-01-10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턱대고 자신의 책을 출판해 달라고 오는 사람은 자신의 글에 얼마나 자신이 있을까요?
아!
저도 그러고 싶네요~~

잠자냥 2024-01-10 21:15   좋아요 1 | URL
제가 보니까 글을 잘 쓰는 분일 수록 자기 글에 자신이 없고요 못 쓰는 사람일 수록 자부심 넘치더라고요!!!🤣🤣🤣

다락방 2024-01-11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미미 님 댓글에 대한 댓글을 여기에 달자면, 그 인지 심리학자가 말했던 것처럼,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 사람이 전혀 그럴 법하지 않은 일을 하진 않는다, 그 사람이 평소에 그 성향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화가 나 있는 상태로 마셨다면 술 마시고 더 화가 나고 우울한 사람이 술을 마시면 그 우울이 더 극에 달하듯이 말이지요. 그래서 주취감형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술 마시고 (성)폭력을 저질렀다, 술김에 그랬다면, 그 사람은 그 안에 그런 성향을 가진 겁니다. 술은 자제력을 무너뜨려 그걸 강화시켰을 뿐이지요. 그래서 그런 놈들은 자기들이 술을 안마셨어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폭력적 범죄는 더 말이 안되는게, 저희 엄마도 그러셨지만, ‘그렇게 기억 안날 정도로 취했다면 어떻게 발기가 되냐‘고 하셨습니다. 술핑계 대는 범죄자들 때문에 술을 사랑하는 저는 너무나 화가 납니다!!

아니 그런데, 저는 이 책 너무 재미있겠는데요?
젊은 올가가 남자들을 이용해 자기 허영을 채우려고 한건 너무 이해되고요. 왜냐하면 당시에 여자 스스로의 능력으로 뭘 얼마나 할 수 있었겠어요? 허영은 없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인간이란 무릇 자기만의 허영을 다 가지고 살지 않습니까. 여자가 그런 입장에 처했다는 걸 아니까 저 늙은이 세 명이 감히 달려드는 거겠지요. 으 정말 싫다 늙은 남자들... 그렇다고 젊은 남자들이 좋은 건 아니지만.....

저는 술파랑 님도 아니고 은오 님도 아니기에 ㅋㅋㅋ이 리뷰 다 읽고 이 책을 사기로 결정합니다. 저는 결정적 스포를 밟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스포 밟아도 책을 읽는 건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땜시롱. 저는 이 이야기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아요!! 중늙은이의 입술에 입맞추는 장면 상상돼서 너무 싫으네요. 우엑- 아아.. 입맞춤이란 무엇인가. 하아- 으 너무 싫어 중늙은이랑 입맞춤.. 으.....

잠자냥 2024-01-11 09:3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블랙아웃되고 나서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런 상태에서 나쁜 짓을 했을 거 같지는 않거든요. ㅋㅋㅋㅋ(나름 스스로 선한 인간에 속한다고 생각함 ㅋㅋㅋ) - 다락방 님의 어머님 말씀대로 그 지경 되도록 마셔놓고 발기되는 것도 웃기고요. ㅋㅋㅋㅋㅋ 주취감형/심신미약으로 형 감량해주는 거 정말 반대입니다. 저 위에 폴스타프 님 댓글에 제가 댓글로 단 사건(성추행)을 저지른 그 남학생도 술에 취해서 자기도 모르게 그랬다고 해서 저한테 더 두들겨 맞았어요. 그런 중에도 평소 자기가 호감 느끼던 여학생 옆에 가서 누워서 술취해 자는 척하다가 그런 짓을 했다니 말이 되나요? -_-? 휴.......

ㅋㅋㅋㅋㅋ 이 책 100자평으로는 지루하다고 해놓고 리뷰로는 재미나 보이게 쓴 잠자냥...ㅋㅋㅋㅋㅋ 뭐야 닫힌교회열림도 아니고 ㅋㅋ 이 출판사에서 어처구니 없어할 듯. 저는 추리소설이라는 소개 보고 기대를 너무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자목련 2024-01-1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 찾아오는 사람, 놀랍네요. 과거에나 그런 줄 알았는데, 어디든 외부인은 무섭습니다. ㅎ
아, 인간의 마음이란...

잠자냥 2024-01-11 11:05   좋아요 0 | URL
저희 회사한테만 그러나 싶었는데 아닌 게 더 놀라웠어요! ㅋㅋㅋ
정세랑 작가는 도심에 있는 출판사보다 파주 출판단지가 더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럴 거 같기도 하고, 아닐 거 같기도 하고.. 근데 거기까지 마음먹고 가는 사람들이라면 더 무서울 거 같기도 해요.

coolcat329 2024-01-11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 조금 당황했어요. 글을 꼼꼼히 다 읽었는데 누가 살해당하고 범인인지 모르겠어서...ㅋㅋㅋ
저는 이제 스포 알고 읽는 게 더 재밌더라구요.
이 책 안 읽으려고 했는데 리스트에 올려놔야겠어요. ㅋ

근데 우리나라가 참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한 거 같아요. 술마시고 낯선 곳에서 자도 무사한 사람들 주변에 많거든요. 잠자냥님 술도 세고 못하시는 게 뭔가요? 👍

잠자냥 2024-01-11 16:08   좋아요 1 | URL
ㅋㅋㅋ 다행입니다. 그럼 이 책을 더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술마시고 낯선 곳에서 자도 무사한 사람들이 쿨캣님 주변에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수학이나, 숫자, 기계 앞에서 멍해집니다 ㅋㅋㅋㅋ

구단씨 2024-01-1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궁금했던 책이라 리뷰를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만,
출판사의 출판 거절을 하는 일이 정말 스트레스일 것 같기는 해요.
일상에서도 거절하는 일이 생기는 게 정말 불편하고 괴롭거든요.
예전에 나온 책, <소설 거절술>이라는 책도 있는 걸 보면, 정말 출판 거절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네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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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잘 지내니? 네가 생각났어. 어제는 밤새 눈이 내렸어. 네가 있는 곳도 눈이 왔니? 내린 눈 때문인가, 아니면 그 겨울 때문일까. 하루키 때문인 것 같아. 요즘 너는 무슨 책을 읽니, 난 하루키를 읽고 있어. 내가 너에게 하루키를 읽어보라고 했던 적이 있었나? 그랬을지도 몰라. 그땐 하루키 읽는 게 유행 같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그래서 네가 생각난 건 아닌 것 같아. 하루키의 새 작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아이들, 그러니까 열여섯, 열일곱 소년, 소녀야. 십 대의 아이들이 걷고, 웃고, 이야기 나누고 서로 줄곧 붙어 다니면서 아무 말이나 해도 즐거워하는 걸 보니 너와 나의 그때, 열일곱 그때가 생각났어.

그런데 그토록 서로 좋아하던 아이들이 함께 늙어가는 건 현실에서나 소설에서나 불가능하긴 마찬가지인가 봐. 열여섯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려. 마치 너처럼…. 소년은 열일곱 그때 그토록 좋아한 소녀를 상실해버린 거야. 아무 말도 없이 어느 날 사라진 첫사랑.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일까. 너는 그래도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를 거듭했지. 스무 살, 서른 살…. 너를 마지막으로 본 그 겨울에 너는 한 번만 안아보자며 나를 가볍게 껴안고는 쓸쓸히 웃고 떠났지. 나는 그게 마지막일 줄 몰랐는데 왜 그 후로 아무 연락이 없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또 곰곰 생각해보곤 해. 그날이 정말 끝일까? 아니면 또 몇 년 뒤에 불쑥 다시 너는 내 앞에 나타날까? 하루키가 창조한 세계의 소년은 소녀를 잊지 못해. 첫사랑이라서, 갑자기 사라져서 더 안타까운 거겠지.

소년은 그렇게 나이 들어가. 대학을 가고, 사회에 나가 취직을 하고, 사람들과 섞이면서 살아가고자 애를 쓰지만 소녀가 그렇게 사라진 이후의 삶은 예전 같지 않아서 어딘가 나사가 빠져버린 듯해. 그리고 이제는 마흔이 넘어버려서 중년에 접어들었어. 공허한 나날 속에 소년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삶을 바꿔버려. 그렇지만 소년은 모험가 기질이 넘친다거나 역동적인 사람은 아니라서(하루키 작품의 남주인공들이 대개 그렇듯이), 살던 도시를 떠나서 어느 외진 시골 마을로 갈 뿐이야. 직업을 바꾸기는 하는데 그 직업이 좀 재미나. 책을 좋아하던 소년이 사회에 나가 하고 싶던 일은 편집자였는데 성적이 모자라서 그 일은 못하고 출판사에 취직하기는 하지만 주로 도서 관리를 하는 일이었거든, 그런 적성을 살려서 시골의 한적한 도서관에서 일하게 돼. 도서관장 자리를 맡은 거야.

이런 지점들이 나는 좀 재미났어. 주위 사람들은 이제는 마흔다섯이 된 이 소년의 삶을 무료하고 적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적한 시골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산책하듯이 직장에 나가고 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과 씨름하다가(이 도서관은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아서 사람을 상대할 일이 별로 없어. 환상이지?!)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또 책을 읽다가 잠드는 삶. 좋은 인생이지 않니? 소년, 아니 중년에 접어든 이 남자도 그런 삶 자체는 만족스러워해. 단 한 가지 소년의 “너”, 그러니까 소녀가 없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이 고통스러울 뿐이야. 소녀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그리고 너는 또 어디에 있니?

흥미롭게도 소년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소녀는 열여섯 그 모습 그대로야. 그렇겠지 왜냐면 소년의 기억 속에 소녀는 사라질 무렵의 그때 그대로일 테니까. 그런데 나도 널 생각할 때면 열여섯 열일곱 그때의 네가 가장 선명하게 떠올라. 오후 다섯 시 무렵 해가 저물 때쯤 운동장을 달리던 너…. 나는 이 소년과 달리 네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도, 너는 내게 열여섯 그때의 그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어. 왜일까. 아마도 그때가 감정적으로 가장 격렬한 시기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래도 인간에게 순수하던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때라일까? 소녀와 소년도 그래. 소년은 그래서 열여섯의 소녀를 머릿속으로도 마음속으로도 밀어내지를 못해. 소년에게는 불치병 같은 존재, 그게 열여섯 그 소녀야. 누군가를 처음 좋아한다는 건 그런 거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실로 순수한 백 퍼센트의 마음” 그 마음이 가능하던 시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이런 이분법적인 세계가 끊임없이 펼쳐져. 도시 안과 도시 밖, 그림자와 실체, 꿈과 책, 시간과 비시간,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 그런데 무엇보다 “그림자와 실체” 이 두 단어가 이 작품에서는 계속 등장해. 소녀와 소년이 함께 하던 그 시절에 소녀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해. 이곳의 자신은 실체가 아니라 그림자나 마찬가지라고, 자기의 실체는 저기 어딘가 다른 도시에 있다고. 소녀가 말한 ‘저기 어디 다른 곳’이 바로 불확실한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 소년은 이 말을 좀 의아하게 받아들이지만 나중에 소녀가 말한 그 도시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그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돼. 그런데 재미난 건 소년은 오히려 그 도시 안에서 그림자를 상실하고 만다는 점이야. 도시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림자는 벽 밖에 두고 온 거야. 왜 그래야 했을까?

그런데 문득 난 이런 생각이 들더라. 소녀가 말한 이 도시 안 세계도, 그림자와 실체의 이야기도, 그걸 굳게 믿는 소년의 생각도 모두가 사랑하는 이들이 빚어낸 자기들만의 굳건한 세계는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 왜 그렇잖아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자기들만의 언어를 만들기도 하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창조하기도 하듯이 이 열여섯 열일곱 소녀 소년도 책 읽고 꿈꾸기를 좋아했던 아이들이라 그런 자기들만의 이야기, 세계를 창조해낸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세계에서 소녀는 소년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또 소년은 소녀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서로 그러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렇게 견고한 자기들만의 세계를 빚어낸 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까 소년은 성장해서 나이 들어가도 머릿속은 여전히 소녀와 함께 있던 그 세계에 머물기를 꿈꾸거나 자꾸만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거겠지. 소년이 소녀를 다시 만나느냐고? 그건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그렇지만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한 시절, 계속 되돌아가고 싶거나 내내 머물고 싶은 세계를 누군가와 창조해낸 적이 있다면 그래도 소년은 행복한 게 아닐까, 그의 그림자도 웃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이 소년만이 아니라 도서관장 고야스 씨도, 옐로우 서브마린 소년도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가 이 세계에는 없는, 어딘가 다른 곳에 그 간절함이 존재하는 사람들이야. 이 사람들은 모두 현실에서는 “마음에 깊은 구멍이 뻥” 뚫린 채로 살아가지만 한번쯤은 순도 “백 퍼센트의 마음”을 누군가를 향해, 나 아닌 다른 대상을 향해 열어 보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시간들은 삶이면서도 삶이 아닌 것이 되는 거지. 이 사람들 모두가 책을 좋아하거나 꿈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이 작품에서는 도서관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현실이나 비현실에서나 도서관은 책과 꿈으로 가득해. 책과 꿈은 모두 인간의 정신과 맞닿아있지. 이들은 그 정신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 정신을 보존하는 일을 숭고하게 생각하기도 해. ‘지의 기둥’이자 ‘궁극의 개인 도서관’ 이곳들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서 보호해야 할 가치를 지닌 곳이기도 해. 세상의 속된 것들이 아닌 순도 백 퍼센트의 마음과 정신이 깃든 공간이라 그런 게 아닐까.

책을 좋아하던 내가 책 만드는 사람이 된 걸 알았을 때 아주 흡족해하던 네가 떠오른다. 열여섯 열일곱 그때도, 스무 살을 넘긴 그때도 그리고 서른, 그리고 다시 만난 그때도 늘 너와 나는 만날 때마다 책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요즘 무슨 책 읽어?” 몇 년 만에 훌쩍 나타나도 너는 어제까지 만난 사람처럼 묻곤 했지. 지금 생각해보니, 넌 현실이 힘들 때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삶이 공허해졌을 때마다 그렇게 물으며 나타났다는 걸 이 책을 읽다가 깨달았어. 너와 내가 책 이야기로 빚어낸 그 세계가, 너에게는 어쩌면 백 퍼센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의 온갖 역병으로부터 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궁극의 개인도서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너에게 나는 문지기 역할을 했던 건 아닐까. 있잖아, 어떻게 지내니? 보고 있니? 이 책 궁금해? 넌 내가 책 이야기하면 늘 궁금해 했잖아. 이 책도 빌려줄 수 있는데 어디에 있니.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고 그 하얀 눈 때문에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여. 그래도 내 그림자는 잘 붙어 있어. 너와 네 그림자는 잘 있니? 운동장을 달릴 때 길게 늘어진 네 그림자가 그리운 날이구나. 한때 네 그림자가 되고 싶다고도 생각했던 나는 너를 또 이렇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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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2-21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은바오 대충격. 언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경쟁자1 추가됨.

하루키 관심없는데 잠자냥님 리뷰 읽으니 이 책은 좀.. 궁금해지네요. 사람 없는 한적한 도서관의 관장이라니 와우. 서재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네 그림자가 되고 싶다니.. 그런 생각은 한번도 못 해 봤는데… 낭만적이다…

잠자냥 2023-12-21 11:19   좋아요 2 | URL
폴리아모리가 그 정도쯤이야 이해하겠죠.

그 도서관 묘사가 제가 전에 다녀온 후쿠오카 사가현 다케오시도서관 같다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 ㅎㅎ
실제로 이 주인공이 도쿄 생활 정리하고 후쿠오카의 어느 소도시로 가기도 하거든요. 으음.

은오 2023-12-21 15:45   좋아요 2 | URL
이해 못합니다.

다락방 2023-12-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첫줄 보고 나는 리뷰대회 참가해봤자 안되겠다, 생각하고 선댓글 답니다.
이제 다시 리뷰 읽으러 갈게요. 뿅-

잠자냥 2023-12-21 11: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다락방 2023-12-21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ㅑ -

이 리뷰, 오늘 술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술을 부르는 리뷰네요. 그리고 저는 저기, 먼 산을 봅니다. 아득하게요.

잠자냥 2023-12-21 11:16   좋아요 0 | URL
마시자!

잠자냥 2023-12-21 11:46   좋아요 0 | URL
락방아, 1등은 다섯 명이야. 포기 금지!

단발머리 2023-12-21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아요‘를 쌓아가던 이 리뷰는..... 2024년 1월 15일 1등 리뷰로 뽑히게 됩니다. (짠!!)

잠자냥 2023-12-21 11:34   좋아요 1 | URL
푸하하- 지금 저 실제로 크게 웃었어요. ㅋㅋㅋㅋㅋ
회사 사람들이 저 사람은 모니터 보면서 뭘 저렇게 실없이 웃나 할듯;;;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2-21 11:47   좋아요 0 | URL
1등 가즈아!!

단발머리 2023-12-21 12:02   좋아요 1 | URL
1등 기원이 아니라, 1등 예약 ㅋㅋㅋㅋㅋㅋㅋ

한편으로 이 아름다운 리뷰는.... 리뷰 대회 참가를 고민하는 알라디너들의 희망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뽜!!)

잠자냥 2023-12-21 12:12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하루키 좋아하는 분들은 이미 이 대회 있기 전에 리뷰를 많이들 썼고...(새파랑님처럼)
상금이 박하지 않게, 여러 사람한테 준다는 장점이 있으니, 다들 도전하세요.

잠자냥 2024-01-15 13:29   좋아요 0 | URL
얘들아 상금은 마련되었다.......

독서괭 2024-01-15 13:59   좋아요 0 | URL
까오~~~~👏👏👏👏👏

거리의화가 2023-12-21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리뷰야 언제나 좋았지만 이 리뷰는 뭔가 이전과 다르네요. 또 한편의 소설, 에세이를 읽는다는 느낌도 들면서 감정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힘!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12-21 11:36   좋아요 1 | URL
하루키의 이 소설이 좀 그렇게 만들기는 합니다. 주인공이 사라진 소녀를 이인칭으로 지칭하면서 이야기를 풀어하기도 하고요. ㅎㅎ

새파랑 2023-12-21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하 리뷰대회가 있군요? ㅋ 리뷰대회하면 잠자냥님~!!

그래도 잠자냥님 별 넷이라니 낫 배드 입니다 ^^

잠자냥님 글 읽으니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ㅋㅋ

잠자냥 2023-12-21 11:48   좋아요 2 | URL
술파랑님의 감정선을 자극했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3부에 이르러서 갑자기 스카치 마시는 그런 장면 많이 나올 때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2-21 11:50   좋아요 0 | URL
스카치... ㅋㅋㅋ 오늘은 술 쉴 예정입니다... 올해 읽은 책중 저의 1픽 입니다^^

물감 2023-12-2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이거 제가 썼던 호밀밭 리뷰하고 겹치는 느낌인데요ㅋㅋㅋ 여튼 잘읽었습니다. 잠자냥 님에게도 이런 몽글몽글한 감성이 있군요?

잠자냥 2023-12-21 12:11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물감님 호밀밭 리뷰는 본 적이 없어서...ㅎㅎㅎ
몽글몽글 감성... ㅎㅎ 감성이 너무 돋아서 억제하고 살아온(?) 보람이 있네요.

moonnight 2023-12-21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화가 떠올라집니다. 아름다운 리뷰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12-21 12: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미 2023-12-2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이 책 리뷰대회한다고 알려줘서(알라딘 서재의 수준을 모르는 사람ㅋㅋㅋㅋㅋ)저도
사두었는데 받자마자 두께에 의기소침해졌어요ㅋ 1등이 벌써 나왔군요>.<

잠자냥 2023-12-21 14:46   좋아요 1 | URL
글자 크기가 크기도 하고, 소설이라 금방 읽혀요.
그리고 얘들아, 1등 5명이나 준다니까!!! (20만원), 2등 10만원 10명, 3등 5만원 20명! 여려 명 준다고!!! ㅋㅋㅋㅋ

은오 2023-12-21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사2님은 잠시 제 질투의 장에서 놓아드려야겠군요..
리뷰가 슬퍼서 슬픈건지...
왜 눈물이 흐르는지...

잠자냥 2023-12-21 15: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나 웃기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곰탱이 땜에 1일 1웃음 아니다... 한 3 웃음
락방이랑 너랑 울 막내 때문에 웃는다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2-2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은 근데 연락이 안됩니까?
배가 부르셨군요.
난 잠자냥님 번호도 모르는데....

잠자냥 2023-12-21 15:58   좋아요 1 | URL
아 아까 걷다가 생각해 보니까, 전화번호 왜 난 없지?! 오잉?! 걔한테만 알려줬나....
보통 다시 연락 올 때는 그애가 메일이나 내 블로그에 짠 나타나는 식이었어요. 전화 안 함.

은오 2023-12-21 16:04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누군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데!!!!!
아무튼 그분 ㅡㅡ 다시 만날땐 한번만 안아보자 이런거 금지
라고 만나시면 전해주세요..
눈물이 안멈춥니다
괭님 댓글만 보고 넘어갈걸..

잠자냥 2023-12-21 16:11   좋아요 1 | URL
너 저쪽에서 계속 웃고 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21 17:57   좋아요 1 | URL
아! 생각해보니 은바오 동네랑 가까운 데 산다!!

은오 2023-12-21 19:54   좋아요 0 | URL
울면서 웃었습니다. 똥꼬에 털났어요ㅋ

사진 없나요?! 길에서 만나면......

잠자냥 2023-12-21 23:32   좋아요 1 | URL
원래 났잖아?

맞장 뜨러 나간 은바오… 잘생긴 양아치 에이스가 나오자 두근두근 흔들리는데….

은오 2023-12-22 13: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넘사벽>>>>>잘생긴양아치에이스

독서괭 2023-12-22 19:22   좋아요 2 | URL
원래 났대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12-2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등 확정인가요?
아, 저는 리뷰 포기해야 하나 싶은 ㅠ.ㅠ

잠자냥 2023-12-22 18:10   좋아요 0 | URL
1등은 5명입니다!!!! 포기 금지. 포기는 포기배추!

어쩌다냥장판 2023-12-27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 아직 앞부분만 읽고 못읽었는데 리뷰가 책을 당장 읽어야만 할것같이 궁금해지네요 기존의 1a84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은 스탈이려나 했는데.. 근무지에 뒀는데 낼 당장 읽어봐야겠어요

잠자냥 2023-12-27 19:57   좋아요 0 | URL
기존 작품들하고 비슷한 면들이 좀 있기는한데 ㅎㅎ 당장 읽어보시고 리뷰도 쓰세요! ㅎㅎ

어쩌다냥장판 2023-12-27 20:35   좋아요 1 | URL
리뷰 읽으니 ㅎㅎ 쓰기에 자신없는 저는 리뷰 읽는걸로 만족하겠습니다~~ 새해복 듬뿍 받으세요~~ 얼마 안남은 올해는 마지막까지 편안한 날 되시구요~
 
일탈 - 게일 루빈 선집
게일 루빈 지음, 임옥희 외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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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침내 급기야! 이 책을 다 읽은 나를 칭찬한다. 누워서 읽기 정말 불편한 두께. 손목이 아파서 여러 번 엎치락뒤치락... 집사가 이 책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공포에 젖은 3호의 눈망울- 나도 양심은 있어서(우리 고양이 이 책에 맞으면 큰 일ㅋㅋㅋ) 이 책은 읽다가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2015년에 출간되자 마자 사 놓고 서문과 중간에 관심 있던 장 조금 읽고는 일단 미뤄뒀던 이 책. 이 책을 드디어 읽게 된 데에는 은바오의 힘이 컸다..... 응(?)


요즘 기말과제발표시험 기간이었던 은바오. 그래도 양심(?)은 있는, 아니 욕심&승부욕은 있는 학생이라 북플을 멀리하고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아니 요 녀석을 보아하니 내 100자평에는 계속 나타나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는 게 아닌가. 그래도 자기도 부담은 되는지 리뷰나 페이퍼 같은 긴 글은 차마 못 읽고 내가 올리는 100자평에는 계속 흔적(영역 표시???-_-?)을 남기고 가던데....


급기야 나는 머리를 굴려서, 은바오 시험 끝날 때까지 100자평을 올리지 말아야겠다! 싶었는데 내 습관상 책 읽으면 몇 시간 내로 100자평을 올리고 정리를 하기 때문에 이걸 안 하기도 뭐했다. 게다가 200쪽 남짓 분량의 책은 술 안 마시는 날이면...(은 아니고 술 마시고도) 하루면 읽고 100자평을 남기게 되더라. 그래서 짜낸 묘안! 아, 그래! 100자평을 쉽게 남길 수 없는 두꺼운 책을 읽자! 하다가 손에 든 게 바로 이 엄청난 두께의 <일탈>이다. 집에 벽돌 책이 많기는 하지만 요즘 이 책이 읽고 싶기도 했다. 드디어 읽어야 할 때. 그러니까 <일탈>은 “은바오야 너는 글공부를 하거라 이 에미....아니 이 스승....아니 이 약혼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는 책을 썰.....테니? 아니 이 책을 격파할 테니. 이런 심정으로 완독하게 되었다는. 


그런데 시험 끝나고 은바오 읽은 책장 목록에 추가된 책들을 보니... 음 무려 6권이나 추가가 되었더라. 이 녀석, 시험공부를 한 거니, 시험 기간에 책 읽는 능력을 시험한 거니? 게다가 <일탈> 읽고 남긴 내 100자평에 은바오가 남긴 댓글을 보니 “어쩐지 잠자냥님 100자평이 뜸하다 싶었는데”라는 구절 발견. 그러니깐 너는 계속 북플에 접속했던 것이로구나?! 허허허. 결국 ‘너는 글공부를 하거라 나는 이 책을 격파할 테니’는 큰 그림에서는 실패한 것인가! 그렇지만 내 개인 독서로서는 뿌듯했다.


게일 루빈의 <일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LGBTQ(루빈이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을 쓸 무렵에는 A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인간 개개인의 성적 차이-섹슈얼리티 기호-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인정할 때 진정한 성 해방이 올 수 있다는 조금은 뻔한(?) 결론일 텐데, 접근방식이 인류학적이라는 점(방대한 연구)과 기존의 페미니즘 연구와는 차별되는 지점(그래서 오도되거나 혐오 또는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이 있다는 게 큰 차이이다. 그러니까 루빈의 이 책에는 S/M 즉 사도마조히즘이라는 단어가 무수히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가죽족”이라는 생소한-그렇지만 어쩐지 상상이 되는- 단어도 자주 등장하고, 내가 가장 충격적으로 읽은 9장 ‘카타콤-똥구멍 사원’의 경우 ‘주먹성교’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한다(아침부터 미안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게일 루빈 자체가 이 모든 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루빈은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인데 여기에 덧붙여 레즈비언 S/M 단체인 사모아의 공동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1960년~9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가죽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장 카타콤은 S/M 가죽족과 주먹성교자들의 섹스 바였던 카타콤에 관한 민족지학적 기록으로 루빈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진솔하게(..... 말잇못) 그려진다. 이런 루빈의 성적 기호는 <일탈>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다. 미시간대학에 입학한 후 레즈비언으로의 커밍아웃, 이후 사도마조히스트로 또 한 번의 커밍아웃. 루빈의 이 정체성은 그의 논문과 함께 센세이션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루빈은 동성애자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더 적대적인 취급을 받을 이들-사도마조히스트나 성도착자 등 ‘성적 하층민’ 즉 섹슈얼리티에서의 일탈자들에 대한 사회정치적인 모든 억압에 반대한다. 바로 그 지점 때문에 2차 페미니즘 물결 속 페미니스트들과 극명하게 대치하게 된다. 루빈의 급진적인 삶과 관점이 주류 학계에서는 일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당시 주류 페미니즘은 당연하게도(?) 성범죄와 성폭력의 주범으로 포르노그래피를 지목하고 반(反)포르노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래피를 비롯한 모든 성적 쾌락과 자유를 옹호하고 추구해온 루빈의 이런 입장과 관점을 담은 논문들은 당연하게도 페미니스트들의 공격과 혐오,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모든 섹슈얼리티의 절대 자유를 옹호하는 그의 입장은 페도필리아마저 옹호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루빈의 이 급진적인 논문들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조차 오랫동안 금기의 대상, 논외 대상이었다,


<일탈>에 실린 논문 중 백미는 역시 이 책 1장인 <여성 거래>와 5장 <성을 사유하기>이다. <여성 거래>는 그의 나이 스물다섯에 쓴 논문으로 <성의 변증법>을 쓴 파이어스톤처럼 루빈 또한 천재구나 싶어진다. 이 논문에서 루빈은 레비스트로스의 친족 이론을 차용해 남성 지배 사회의 기원이 여성 거래를 통한 친족 형성에 있음을 밝히는데, 이 관점은 굉장히 신선하다. 이 논문에서 루빈은 성적 불평등과 여성 억압을 계급 범주로만 규명할 수 없음을 밝히고 ‘섹스/젠더 체계’란 한 사회가 생물학적 섹슈얼리티를 인간 행위의 산물로 변형시키고 그와 같이 변형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련의 제도라고 정의 내린다. 제2물결 페미니즘이 여성 억압을 설명하던 맥락에서 마르크스주의만으로는 젠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인류학, 정신분석학, 후기구조주의 관점에서 젠더 연구 방법론을 제시한 탁월한 논문이 아닐 수 없다. 


“성을 사유할 때가 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5장 <성을 사유하기>는 루빈의 생각이 집대성된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푸코의 <성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루빈이 온갖 일탈적인 성을 처벌하고 억압함으로써 이성애 정상성에 이르는 현대판 성의 역사를 연구한 것으로 동성애, S/M, 포르노그래피를 비롯해 아동성애 등 모든 섹슈얼리티의 절대 자유를 옹호하는 급진적인 관점을 담고 있다. 나 또한 루빈의 이 논문을 읽는 내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성인들 간의 합의 아래 이루어지는 S/M이야 그렇다 쳐도 소아성애는 아니지 않은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순간 그의 주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루빈은 이 장에서 그림과 도표를 동원해 성 위계질서를 명시한다. 그에 따르면 이 위계질서의 맨 꼭대기에는 결혼/출산하는 이성애 커플이 있고, 그 아래에는 비혼 일부일처주의 이성애 커플이, 다른 이성애자가 그 아래에 위치한다. 또 그 아래에는 장기간 안정된 관계를 맺는 동성애 커플이 존재하고(루빈은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현대 사회에서 인정하는 섹슈얼리티라고 본다), 그 아래로는 바에서 섹스 파트너를 물색하러 다니는 다이크나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는 게이가 놓인다(루빈이 보기에는 이 지점부터 사회의 혐오와 탄압, 멸시가 극렬해진다). 가장 밑바닥을 차지하는 존재들이 트렌스섹슈얼, 복장 도착자, 페티시스트, 사도마조히스트, 소아성애자, 성노동자이다. 그는 이 “성적 하층민들”의 이른바 성적 일탈을 탄압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소아성애 옹호론자로 오도되었고, 때문에 그 유명세에 비해 루빈의 저술이 북미에서조차 그다지 연구되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면 루빈은 정말 소아성애를 옹호했을까? 그보다는 성 위계질서의 가장 바닥을 차지하는 이들, 소아성애라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금기에 도전함으로써 법적인 미성년자의 섹슈얼리티, 합의에 따른 세대 간 성관계, 도덕적 판단에 근거한 특정 섹슈얼리티의 범죄화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아동과 청소년은 성과 관련해서는 늘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가(이 지점도 논란이 많을 것 같다), 섹슈얼리티에서 도덕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합의에 근거한 성인과 미성년의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것은 타당한가? 아동, 청소년, 미성년은 성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그들의 나이는 또 어떤 기준에 따라서 결정하는지, 또한 십 대 중후반의 청소년과 성인의 성관계는 어떻게 볼지, 10대들이 그들끼리 휴대폰이나 채팅으로 자신의 성적 이미지를 주고받는 행위를 ‘아동 포르노그래피’라 단정 짓고 범죄화하는 것은 타당한가 등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도덕 기준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밖에도 루빈과 주디스 버틀러의 대담을 담은 12장 <성적 거래>와 부치와 젠더 경계에 대한 성찰을 담은 10장 <미소년과 왕에 대하여>, 그리고 9장 카타콤도 솔직히 흥미롭게 읽기는 했다. 9장을 통해 나는 주먹성교자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주먹성교라는 단어만 보고는 주먹을 서로 맞부딪치나....하는 순진한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으나 그건 역시 아니고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올해 초반은 주필리아의 존재를, 올해 후반은 주먹성교자들의 존재를 알게 된 아주 알찬...... 한 해였다.......


낙인이 찍힐까 봐, 모두가 두려워했던 질문을 그는 서슴지 않고 던졌으며 그럼으로써 스스로 일탈자로 다시 낙인 찍혔던 게일 루빈.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 억압의 철폐 그 이상을 꿈꾸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강제적 섹슈얼리티와 성 역할들의 제거를 꿈꾸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꿈은 양성적이며 (섹스가 없진 않겠지만) 젠더가 없는 사회에 대한 꿈이다. 그런 꿈속에서 한 사람의 해부학적 성은 그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행하며, 누구와 사랑을 나누는가 하는 문제와는 무관할 것이다.”라고. “한 사람의 해부학적 성은 그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행하며, 누구와 사랑을 나누는가 하는 문제와는 무관”한 사회. 이것이 루빈이 꿈꾼 궁극적인 유토피아였다. 그녀의 몇몇 주장에는 이 책을 다 읽은 후로도 여전히 동의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꿈꾼 유토피아만큼은 나 또한 바라는 사회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 루빈이 인용한 어빙 고프먼의 <낙인>의 한 구절을 옮겨 적어보기로 한다. 섹슈얼리티에서의 절대 해방을 주장한 루빈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는 아닐까.



우리 정상인들의 낙인 찍힌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그런 사람에게 취하는 행동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반응은 관대한 사회적 행위를 통해 부드럽게 개선시킬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연히도 낙인찍힌 사람은 인간 축에 들지 못한다고 여긴다. 이런 가정으로 인해 우리는 여러 가지 차별을 행사한다. 우리는 차별을 통해 효과적으로, 종종 아무런 생각 없이 그들이 누려야 할 생활의 기회를 빼앗는다. 우리는 낙인 이론을 지어내고, 그런 사람의 열등성을 설명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그가 대변하는 것들이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때로  우리는 사회적 계급 차이 같은 말하자면 다른 차이에 바탕을 둔 적대감을 합리화한다... 우리는 원래의 불완전함에 그 밖의 온갖 불완전함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탈>, 607-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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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2-18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정리는 어떤 방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 아니 이런 사연이! 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저 사랑하죠!!!!!!!!!! 제 덕에 읽으셨는데 보답은?! 뽀뽀라든지... 사랑이라든지... 결혼이라든지...
3. 아니 근데 6권중 3권은 금요일 밤부터 어제까지 읽은겈ㅋㅋㅋ 헌치백이랑 눈이 올 정도로...는 100쪽따리니까 봐주세염ㅠ
4. 오우... 잠자냥님 리뷰만 읽어봐도 개싫지만 흠... 그럴수록 한번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담아는 놓겠읍니다.
5. 뽀뽀

다락방 2023-12-18 11:05   좋아요 2 | URL
저도 은오 님의 4번에 동의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2-18 11:11   좋아요 2 | URL
1. 정리? 방청소? 집청소? ㅋㅋㅋㅋ
읽으면서 책에 밑줄은 잘 안 긋는 편인데, 이 책은 팔지 않을 거라 좀 그었고...(2015년에 이미 긁은 흔적이 있어서 걍 긁음), 보통은 중요한 구절이다 싶은 곳에 포스트잇 붙여놓음.... 나중에 정리하려고 그런데, 결국 포스트잇 뜯을 때 귀찮아서 결국 정리 안함....(이런 순서가 됩니다;;;) 글을 쓸 책이라면 다 읽고 일단 100자평 정리 해보고 거기에 따라서 긴 글을 머릿속으로 써봅니다. 그러고 나서 글 씀...(그러다 막히거나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지점은 찾아봄)
2, 응 근데 은바오가 6권이나 읽어서 안 되겠음. 북플 접속금지라니까!
3. 3권은 금요일부터 읽었다쳐도.....100쪽짜리 두 권이면 200쪽인데 그거면 숙제를 해도 하나는 다 했겠다.
4. 왜 우리 은바오 주필리아도 여기에 소개하신 분이데....라고는 했지만 9장 읽는 내내 내 얼굴 표정... -_-
5. 오냐.

독서괭 2023-12-18 17:22   좋아요 1 | URL
2.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잠자냥 2023-12-18 17:36   좋아요 1 | URL
🥕

은오 2023-12-19 07:29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3-12-18 10: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리뷰가 좋고 잠자냥 님이 이해하신 바 대로라면 저 역시 일탈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유로 저는 게일 루빈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쪽에 설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극히 사적으로 첨언하자면,

잠자냥 2023-12-18 11:04   좋아요 1 | URL
이 책 읽으면서 안 그래도 ㅋㅋㅋ 다락방하고 은오는 싫어하겠다 했어요. 반대하는 지점도 많을 것 같고.

잠자냥 2023-12-18 11:14   좋아요 2 | URL
아니 그렇다고 나도 좋았다는 건 아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m 가죽족 주먹성교;; 는 관심 없고...좀 싫다;; ㅋㅋㅋㅋ 포르노와 성매매는 반대합니다...;;;
그리고 소아성애에 대해서도 게일의 이 주장들은 오히려 페도필리아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 봄....

2023-12-18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8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12-18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잠자냥 님은 은오 님을 애정함과 동시에, 은오 님의 사랑이 어디 다른 데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꼭 묶어두는데 소질이 있으십니다.

이만 총총.

잠자냥 2023-12-18 11:05   좋아요 1 | URL
애정은 하죠... 근데 그런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네?
난 풀어놓았는데?!

다락방 2023-12-18 11:06   좋아요 2 | URL
이 페이퍼 읽으면 꽉 묶임. 풀 수가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2-18 13:17   좋아요 2 | URL
동감입니다.

은오 2023-12-19 07:29   좋아요 1 | URL
동감입니다.

미미 2023-12-18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사이 약혼을 하신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요즘 눈이 아파서 북플 자제 중인데 하...너무 재밌네요ㅋㅋ
시험기간은 안중에도 없는 은바오의 영역표시라니!
그리고 이 책 900쪽이 넘어서 아무래도 저는 못 읽을 것 같지만 궁금하네요.

은오 2023-12-18 12: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영역표시는 중요합니다!! 제가 없는 사이에 누가 또 잠자냥님한테 반해서 고백할 수도 있기 때문에....(예: 녹색광선 대표님)

잠자냥 2023-12-18 12:47   좋아요 1 | URL
2093년 결혼식에 미미 님 꼭 오세요…. 축의금은 흙가루입니다! 관짝에 뿌리시고 밥 드시고 가세요!

공쟝쟝 2023-12-18 13: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나 이거 언제 올라오나 기다렸잖아요. 잘 읽었고요. (얼마전에 사도마조히즘 부지런히 장바구니 담던 사람ㅋㅋ)
시작은 동물성애 끝은 주먹성교. 일단 프사부터 포스트휴먼 두분의 사랑이 종과 성과 세대와 이런거 다 넘나드는 새로운 문화인류학의 지평을 ㅋㅋㅋ 댓글로 열고 계신 거 같아서 지켜볼 때 마다 재미납니다.. 세상에는 주먹 섹스도 있는 데, 댓글로 하는 건 왜 없겠는 가. (근데 저는 몸 없는 거 갠적으로 안 좋아함ㅋㅋㅋ)

여하튼 여성/남성도 해체하는 마당에 성기중심의 섹스도, 성애도, 섹슈얼리티도 해체 못할 것은 또 무어란 말입니까. 그게 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성적억압을 철폐하는 급진적인 또 하나의 방식이 된다는 것도 이해는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현실에서. 섹스=자본 이라는 입장입니다. (안 읽었지만 에바 일루즈 체크해둠) 푸코가 하고 싶어했던 말도 그 말(거칠게 섹스를 여남 성기결합으로만 생각하지말자는ㅋㅋㅋ?) 이었다는 걸 개략 알겠는 데... 다양한 성적 실천을 독려(?)하는 푸코한테는 제가 계속 말 하고 싶었거든요. 너는 일단은 남-남 이잖아!! 물론 콜미바이유어네임 보니까 남자들끼리도 근육량 차이로 살해될 수(?)있겠드라ㅋㅋ

근데 게일 루빈 성림은........... 그래요..... 여자 푸코(언니 미안)인 걸로.... ㅋㅋㅋ 필요했다 했어...!

아주 초창기 페미니즘 공부할 때 제 질문은 이랬습니다. 아직은 도달하지 못한 해방(?)을 상정해두고 그걸 가지고 와서 현실을 염려하며 비판 하는 것에 대한 께름칙 함. (혜화역 시위에 대한 본질주의 운운) 나는 여기에 대한 여성주의자들의 입장이 궁금했던 적이 있는 데, 여하튼 페미니즘을 공부할 수록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내 위치에서 나를 보는 훈련이라는 지점에서 페미니즘 공부 너무 유효하고요, 다만 정말로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이야 말로... 어떤 하나로 동질화 될 수가 없다..는 걸 페미니즘 역사가 말해줌... 하여튼 게일 러빈 멋지네요. 다 읽은 잠자냥의 비위도 멋지다!!!.

마지막. 1장 <여성-거래> 부분 관심있어서 일탈 읽으려고 했었는 데 너무 비싸서. 일단은 잠자냥님의 이 평을 꼼꼼 읽은 걸로 만족하겠습니다 ㅋㅋ 정말 잠자냥님 정리는 끝내주네요. 정리 잘하는 자냥 (정자냥)으로 합시다.

잠자냥 2023-12-18 14:36   좋아요 3 | URL
댓글로 문화인류학 지평의 신세계를 열고 있는 은바오와 잠자냥 ㅋㅋㅋㅋㅋ
게일 루빈 성님 ㅋㅋㅋㅋ 여자 푸코 인정 ㅋㅋㅋㅋㅋ 거기에 s/m 장착까지 ㅋㅋㅋ
그나저나 “내 위치에서 나를 보는 훈련” 이게 또 게일 루빈이 한 작업 아닐까 싶네요.
<여성-거래> 부분만큼은 도서관 등을 이용해서라도 꼭 읽어보세요. 아주 재미납니다….

근데 정자냥은 좀 싫다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2-18 16:01   좋아요 2 | URL
‘정‘자냥이 뭐 어때서요. 정리정 바를 정자냥! 이라고 써봤자 edps는 다른 생각할 것 같아서. 취소하고! 어쨌든 은바오는 주은오가 되었고. 잠자냥은 잠.자냥인 것으로. ㅋㅋㅋㅋㅋ

저는 s/m 이야 말로 후기 구조주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뻥ㅋㅋㅋ)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3-12-18 16:49   좋아요 2 | URL
진짜 같은데…. 집에 가죽 채찍 몇 개냥?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2-18 17:15   좋아요 2 | URL
그걸 그렇게 채찍으로 해석하지 말고 철학적으로 해석해 주시겠습니까? 사도마조히즘으로.(뭐가 다르냐ㅋㅋㅋㅋㅋㅋㅋ) 후... 내가 뭘 바래... edps 주먹성애자(메롱)에게 🤦‍♀️🤦‍♀️ 절레절레.
억압-해방가설이 아니라. 왜 ‘차라리 지배 받고자 하는 가?(자발적 종속?)‘에 대한 분석이라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s-m!!!
이래봤자 나는 주먹성애고양이에게 가죽채찍 있는 사람처럼 프레이밍이 되버리고. 🦹‍♀️🦹‍♀️🕯️🕯️ 채찍은 안보이고 초가 보이네요...... (/..)


건수하 2023-12-18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의 다양성 웬만하면 다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동물 성애와 소아 성애는 꺼림직한데
동물성애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이미 마음으론 수용하고 있는 걸 보면.. ㅠㅠ
파이어스톤이 어린이의 개념을 없애야 한다- 라고 얘기했던 것과 연결이 되겠네요.

주먹섹스요... 주먹.. 주먹을.. 아니 주먹으로... 응...? ㅠㅠ


그나저나 은오님 어쩔...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듯...

잠자냥 2023-12-18 14:38   좋아요 2 | URL
동물성애는 읽지도 않고 수용 ㅋㅋㅋㅋ 수하 님 아직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다 안 읽으셨죠? 거기서도 짧게 요약해서 나오기는 합니다…. ㅋㅋㅋ
주먹 상상 금지. 근데 저야말로 한동안 주먹질 이런 단어만 봐도…..

건수하 2023-12-18 15:16   좋아요 2 | URL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부록만 읽었습니다. 북토크 생각하면 얼른 읽어야...

공쟝쟝 2023-12-18 15:54   좋아요 3 | URL
저는 다 읽었어요. 자랑~. 얼마 전에 <밀양> 입수해서 피해자의 오만~도 읽고... 어제는 <완전한 영혼>도 소설은 안 읽고 희진 샘꺼만 읽었음. (남의 댓글에 딴소리하기.) 소세지 잠자냥님...!!! 정찬 소설의 희진 샘 해제 읽으셨겠지만, 꼭 읽고 더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희진 샘의 글쓰기론 압축이더라고요~!)

다양성 수하님. 수하님의 댓글에 잠자냥님한테 말 건거 좀 죄송해서. 정희진의 글쓰기 5권 157페이지 <다양성이라는 세련된 탈정치>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게 뭐여ㅋㅋㅋ 돌려깐 거 아닙니다. 믿어주세욬ㅋㅋㅋ 아닠ㅋㅋ 그냥 다양성이라는 말에 그 글이 생각이 나서욬ㅋㅋㅋ)

건수하 2023-12-18 16:30   좋아요 2 | URL
죄송할 건 없구요 ㅋㅋ

그 5권 읽고 매우 찔린다고 글 썼던 적이 아마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공쟝쟝 2023-12-18 16:44   좋아요 3 | URL
맞아요!ㅋㅋ 다양성은 현실이죠. 진짜로 세상과 사람들은 다양하닝께ㅋㅋ
그러게요 남 댓글에 딴 소리 하루이틀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죄송했으까 ㅋㅋㅋㅋㅋ
왜냐면 수하님은 다페도 다 못 읽었는 데 나는 읽었다고 자랑했기 때문이다!! ㅋㅋ

건수하 2023-12-18 17:00   좋아요 2 | URL
이럴수가... 자랑쟁이... 전 곧 <여전히 미쳐있는> 다 읽었다고 자랑할거예요! (혹할 것 같지 않지만)

아까 읽은 부분이 희진샘 5권에 나오는 부분과 좀 맥락이 닿을 것 같은데.

그녀는 ...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성이나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는 위협적인 협박을 거부하고 싶은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고의적인 회피에는 그 자체의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은 우리가 ‘평생 학습‘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받아들인다.

- <여전히 미쳐있는> p. 452

제가 맥락이 닿는다고 했던 건 ‘고의적인 회피의 제약‘ 부분이고요. ‘평생 학습‘ 에 대한 내용도 좋아서 아래 더 옮깁니다.

˝똑같은 깨달음을 체험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기쁨, 똑같은 주석을 달고, 똑같은 연구 주제로 되돌아가고, 똑같은 정서적 진실을 다시 배우고, 똑같은 책을 거듭해서 쓰고 있다는 인식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 그 사람이 어리석거나 고집스럽거나 변화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같은 일을 거듭 반복하는 것이 삶의 내용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공쟝쟝 2023-12-18 17:29   좋아요 1 | URL
어. 수하님 제가 이 댓글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맥락을 파악 안/못하고 댓글 놀이하면서 똑똑해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땜시. 약속드릴게요. 수하님이 감응하신 그 부분(무슨 내용인지 저는 이해하지 못한)을 읽고 꼭 뭐든 쓰겠습니다! 그러나 여미처를 언제 읽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일하다 말고 딴짓하는 공쟝쟝 올림 (저는 월루가 아니라 자영업자라서 이러면 업무시간이 길어진다다 ㅜㅜ) -

건수하 2023-12-18 18:08   좋아요 1 | URL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는 (위협적인 협박) 이라기보단 입장을 정해야 하는 상황-을 거부하고 싶은 필요성

때문에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쉽게 말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얘기한 거였습니다 :)
그건 쉬운 길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고의적인 회피에는 제약이 있다. 그러므로 계속 공부해야 한다-

이런 생각의 흐름이었습니다 :)

공쟝쟝 2023-12-18 18:27   좋아요 2 | URL
수하님.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왤케 멋있어요? 왜죠? 왜 ........ 왜 ... 저 이해됐어요... ㅜㅜ
아니요. 저는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어서... 인식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에 대해서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입장을 정하는 자세 보다는 이해하고자, 알고자 하는 것이 훨씬 훨씬 더 중요하고 훌륭해요. 특히 요즘 같은 가짜뉴스 판치고, 정보 습득하기 쉬워 문제되는 세계에서는.. 입장을 정하는 것 역시 어떤 것을 모르고저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입장도 그런 맥락에서요. 일단은 모르는 채로 존중하고 더 알아가고자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렇게 써봤자 제가 편협한 읽기를 하긴 합니다만ㅜ)
수하님 아.. 너무 좋은 말이다. 간직할게요!

건수하 2023-12-18 20:37   좋아요 3 | URL
(주먹으로 입을….. 🤣)

잠자냥 2023-12-18 21:10   좋아요 3 | URL
주먹 입틀막 금지

은하수 2023-12-18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주필리아도 주먹.... 그거도 다 싫고... 받아들이기 힘들고... 으...윽......
다양성을 존중은 하겠습니다.

섹슈얼리티의 완전 해방과 무관하게 <낙인>에 대한 글은 기억해 두고 싶어요.
<빈곤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읽고 있는데 거기도 낙인에 대한 글이 잠깐 나오거든요.
˝때로 우리는 사회적 계급 차이 같은 말하자면 다른 차이에 바탕을 둔 적대감을 합리화한다.˝는 문장이 특히 눈에 들어와요!!!
가난한 아이들에게 씌워진 낙인에 대해 ... 그 글 읽으며 좀 속상했거든요.

잠자냥 2023-12-18 18:49   좋아요 0 | URL
저도 어빙 고프먼 <낙인>을 이제 읽어야겠구나 싶어지더군요.

햇살과함께 2023-12-18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댓글 다 너무 똑똑한 언니들!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네요 ㅎㅎ

독서괭 2023-12-20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100자평 쓰신 거 보고 설마 이 책도 누워서 읽으셨을까 생각했는데 진짜 누워서 읽다니.. 대단...
주먹성교............ 뭘까요 그게. 위에 댓글에 주먹 입틀막 보고 빵 터지고요 ㅋㅋ
˝올해 초반은 주필리아의 존재를, 올해 후반은 주먹성교자들의 존재를 알게 된 아주 알찬.... 한 해였다.....˝
에서 빵 터지고요 ㅋㅋㅋㅋ
저는 게일 루빈이 남자인 줄 알았어요. 이름도 중성적인 느낌이지만, 소아성애 옹호라는 말까지 듣는 파격적인 책은 당연히 남자가 썼겠지 하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퀴어 이론 산책하기>에도 여러번 언급되었던 책인데... 두께 보고 읽을 생각 1도 없었지만 잠자냥님 리뷰 보니 흥미가 생김과 동시에 읽기 싫어지는군요.... ㅋㅋㅋ 이런 두껍고 힘든 책을 꼼꼼히 읽고 정리해주신 잠자냥님 만쉐!!!

잠자냥 2023-12-20 14:18   좋아요 2 | URL
한 4~5일 누워 읽었는데, 좀 앉아볼까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긴 오더라고요. ㅋㅋㅋㅋ 그래도 전기장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누워서 읽는데 그때마다 3호 눈동자가 까매짐 ㅋㅋㅋㅋㅋ
게일 루빈 이름도 약간 남자 같기는하죠? 전 이 책 읽다가 사진 찾아볼까 하다가 관뒀어요. 휴, 그러지 말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9장만 넘어가고;; 한번 읽어보세요. 괭님은 LGBT 관심분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