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교 밖 아이 창비청소년시선 8
김애란 지음 / 창비교육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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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란 곳은 참 따분하다.

초,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교육과정을 이수하지만,

고등학교는 성적에 따라 나뉘고,

공부와 대학입시라는 강박이 따라다니게 된다.

 

아줌마들은 처음에

우리가 문제아라서 비행 청소년이라서

학교에 안 다니는 줄 알았답니다(오늘따라 왠지, 부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거의 문제아다.

수업시간에 자는 문제행동을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인다.

그렇지만 경쟁을 위한 학교에서는 자는 아이들을 어찌할 수가 없다.

 

집에선 안 보이던 길이

나가니께는 보이제?

것도 이 길 저 길 많이 보이제?

똑같은기라

지금은 암 것도 안 보이고

똑 죽을 거맹키로 막막한 거 같어도

일단 나서면 보이는 게 길이래이

가다 보면 없던 길도 생긴대이

길이 끊기몬 돌아서면 되는 기라

그라믄 못 보고 지나친 길이 새로 보이는 기라

어디든 길은 쌔고 쌘 기라(길, 부분)

 

요즘엔 자퇴하기 전에

숙려제도라고, 일정 기간의 유예를 둔다.

그렇지만 이미 매력을 잃어버린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가도 다 살아진다.

다만, 경쟁과 명문대 입학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 풍토에서는

어떤 다른 길도 길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학교도 바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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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공부의 왕도
EBS 공부의 왕도 제작팀 지음 / 예담Friend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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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꿈을 가지고

목표를 세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일은 훌륭한 일이다.

 

그렇지만,

교사로 살고 있는 내가 품는 또다른 의문은...

그렇게 매진하는 삶이 행복한 삶일까?

그리고 가고자하는 최상위권 대학이 아이들마다 모두 비슷하다면,

끝없는 경쟁의 반복을 이겨내는 일만이 청소년기의 가치일까?

 

이 책은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라는 목표를 달성한 아이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방법은 새로울 것은 없다.

 

1. 목표를 가진다.

2. 시간을 투자한다.

3. 정신적으로 무장한다.

4. 단순 반복이 아닌 문제점을 고쳐나가면서 매진한다.

 

뭐, 이런 내용의 반복이다.

그들이 들인 땀방울은 모두 소중한 것이지만,

내 경험상, 이런 아이들의 공통점은 '비상한 두뇌'에 있다.

 

에디슨이 '1%의 영감과 99%의 땀'이라고 했을 때,

누구나 노력하면 된다고 그 말을 읽으면 안 된다.

결국 1%의 인스피레이션이 없다면, 99%의 퍼스피레이션으로 오르는 곳엔 한계가 있다는 거다.

 

청소년기는

수능 공부에 매진하기에는 너무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시기다.

Adolescence(청소년기, 사춘기)는 adult에 대한 science 생각이 가득한 시기니 말이다.

 

이렇게 대학에 간 자들이

우병우가 되고 김기춘이 되고 조윤선이 된다면,

그런 개새끼가 되어 권력자 옆에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떠들어 댄다면,

그따위 공부 못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공부가 즐겁게 될 수 있는 뇌가 있다.

그리고 차분하게 매진하는 것에 맞는 성격도 있다.

그런 뇌와 성격은 대부분 '스타'나 '멋진 인생'처럼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것과 반대되는

공부벌레와 책상물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사회에서

이런 삶의 태도를 '왕도'니 '달인'이니 하고 칭송하는 것은

좀 착오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가 절실한 아이들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좀더 깊이 공부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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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돼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480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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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살처분하던 두렵던 시절...

그 돼지들의 분노를

누구 하나라도 말로 해줘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김혜순의 납작납작한 시어들이 증언을 남긴다.

 

앨리스의 돌이켜도 같은 단어가 되는 was it a cat I saw...같이,

말이란 것이 얼마나 가볍고 장난에 불과할 수 있는지도 생각한다.

 

수사학이 헌법인 나라에 살아본 적이 있습니까?

 

은유 경찰이 그림자 수갑을 철컥 채우는 나라

 

한밤중에 운전대를 잡게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상상력입니다

 

당신은 무엇무엇의 의인화입니까?

...........

나무가 하늘로 뻗어가는 자세와 천사가 땅으로 내려오는 자세

 

Y(Y, 부분)    

 

  김사인이 계면에서 인간을 그리듯,

김혜순의 인간 역시 무엇무엇의 의인화이며,

수사학의 제한 속에 산다.

 

'금'이 제일 좋았다. 

 

  그 여자는 머리칼을 그리는 화가다. 바람에 흩날

리는 머리칼, 얼굴을 덮는 머리칼, 머리칼이 지붕

에서 내려와 창문을 덮는다. 머리칼이 앞길을 막는

. 머리칼이 왼발을 묶어놓는다. 너는 정처가 없어

서 뿌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사람. 그 뿌리가 모

두 신경인 사람. 네 신경을 누가 흐느끼듯 켠다.

줄이 터진 듯 아득하면 너는 돌아앉아 검은 실로 목

을 칭칭 감아본다. 젖은 머리칼로 마루에 글씨를 써

본다. 이 고통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리칼이 바람을 울린다. 네 속을 도는 금들엔 매듭이

없다. 시작도 끝도 없다. 그렇지만 너를 바닥에서 일

으켜 세우는 머리카락으로 짠 그물이여. 무덤 속에

서 썩어가는 제 몸을 내려다보는 가슴 아픈 머리칼

이여. 심장에서부터 뻗어 나와 바람에 맞서는 갈가

리 마음이여.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달에서 온 환

그물이 숲 전체를 들어 올린다. 그림 속에서 여자의

얼굴을 타고 숲이 내려온다.(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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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6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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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만가만한 것을 좋아한다.

가만한 당신이 좋고,

가만히 있는 돌이 좋다.

 

이 길, 천지에 기댈 곳 없는 사람 하나 작은 보따리로 울고간 길

그리하여 슬퍼진 길

상수리와 생각나무 찔레와 할미꽃과 어린 풀들의

이제는 빈, 종일 짐승 하나 지나지 않는

환한 캄캄한 길

 

열일곱에 떠난 그 사람

흘러와 조치원 시장통 신기료 영감으로 주저앉았나

깁고 닦는 느린 손길

골목 끝 남매집에서 저녁마다 혼자 국밥을 먹는,

돋보기 너머로 한번씩 먼 데릴 보는

그의 얼굴

고요하고 캄캄한 길(풍경의 깊이 2, 전문)

 

해설에서 <생과 죽음 사이의 섬세하고 민감한 계면>을 쓰는 시인이라 했다.

그렇다.

우연히 돌연히 삶이 시작되었으나,

겸손하지 못한 또는 어리석은 인간은

그것을 엄청난 것처럼 착각한다.

 

<행방불명>으로 자주 번역되는 '카미카쿠시'란 일본말이 있다.

神隱し라 쓰는데, 신의 세계로 숨어버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곧 시간과 육신의 유무 자체가 어떤 면을 경계로

있다가 풀어져 버리는 것을 가리키기에 좋은 단어일 듯 싶다.

그 경계를 노래하면 '계면조'가 되겠다.

 

모진 비비람에

마침내 꽃이 누웠다

 

밤내 신열에 떠 있다가

나도 푸석한 얼굴로 일어나

들창을 미노니

 

살아야지

 

일어나거라, 꽃아

새끼들 밥 해멕여

학교 보내야지(꽃, 전문)

 

역시 시점이 넘나든다.

해설자는 '박수'라 명명했지만,

그 계면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은 가만하지만 깊다.

 

시쓰기는 생을 연금하는

영혼을 단련하는 오래고 유력한 형식이라고 믿고 있다.

시 뒤편 어둑한 골방으로 서둘러 돌아갈 일.(시인의 말)

 

시는 언어로 절을 짓는 행위라 했다.

인간의 영혼은 온 곳을 모르고

갈 길을 몰라 늘 허청거린다.

어둑한 골방에 눕히는 시의 언어는

그래서 서늘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인생사를 묽게 풀어낸다.

 

논어에 지자 불혹, 인자 불우, 용자 불구...라 했다.

미혹되지 않고,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다.

그의 언어를 읽을 만한 이유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마침내 나 먼저 숨을 놓으면

그 여자 이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리

나 피우던 쓴 담배 따라 피우며

못 마시던 술도 배우리 욕도 배우리...(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부분)

 

김명인의 시를 모방한 그의 언어들에서,

가치라는 것이 무어냐고,

인간들의 무리지은 생각인 '윤리'가 도대체 뭐냐고,

술취한 노인의 맥빠진 질문이 들린다.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짓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 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놓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 김명인의 「너와집 한 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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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책을 읽으면 대체로 똑같은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자살한 (사람의) 영혼은 살아 있었을 때의 고통에 갇히게 된다고요.
그게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저는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만은 하지 말자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모습(암 투병 중)이 되어버렸지만, 이 또한 재미있잖아요.

 

 

<태풍이 지나가고...> 원제목은 바다보다 더 깊이...

 

 

 

 

이제 아프지 않은 곳에서...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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