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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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baby, gone...를 어떻게 하면 '가라, 아이야, 가라'로 해석할 수 있는 건지...

 

오늘 뉴스에 대구 여중생 자매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걱정을 했는데, 춘천에서 20대 남성이 데리고 있었다 한다.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돌아왔다니 안심이다.

 

실종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가 실종되었는데, 신고한 사람이 부모가 아니다.

부모같지 않은 부모에 대한 고발도 있다.

 

세상은 침대와 다르다.

세상은 벽돌처럼 차갑고 가시처럼 날카롭다.

자궁 속의 접합포자로 시작해 태아로 진화하고 출산이라는 20세기의 마지막 기적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괴물들, 신생아들의 눈먼 울음소리는

그들의 일그러지고 질곡된 삶을 예언이라도 하듯 처절하기만 하다.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이런 식의 둥지와 침대에서 우리와 같은 포만감을 느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괴물을 만들어 냈을까.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 냈을까.(259)

 

그 여잔 매일 아이를 고문한 거야.

매질과 강간이 아닌 무관심으로 말이지.

매일같이 아이한테 조금씩 독약을 먹인 거라고.

그렇게 아이의 정신을 고갈시켰어.

독한 여자. 그 여잔 독약이야.(113)

 

생각없이 아이를 낳고, 방치하는데,

친권은 부모에게 준다.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인데,

잔혹한 만큼 재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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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김제동.김창완.조수미.이현세.최재천 외 41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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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들은 이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돌이켜보면, 아주 가난했던 나라에서 방황했던 어린 시절을 겪었고,

젊은 시절, 세상은 캄캄해서 뭘 해야할는지도 몰랐지만,

어느덧 나이가 들고 보니 자기가 하는 일에서 '운 좋게' 무언가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다.

조수미 같은 예고, 예대, 예술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오히려 예외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래서 별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이효리가 '뭔가 될 필요는 없어.'라고 해주는 한마디에 더 공감할는지도...

뭐, 이효리도 뭔가 된 어른이긴 하지만...

 

별은 흔들리기 때문에 빛나는 게 아니다.

'나'가 그렇게 보기 때문인데, 세상 만사 참 주관적이다.

 

나이 쉰이 넘은 나도 '지천명'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어려서 성적이 우연히 좋았고 사범대를 나와서 교사가 되었지만,

'죽어도 좋을 나이' 지천명인데도, 삶이 뭔지 모르겠다.

아니, 이젠 몰라도 좋다~는 느낌이다.

 

열다섯, 스물은 불안해도 그 당시 '좋을 때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었고,

지금도 나는 충분히 '좋을 때'를 살고 있다.

 

좌절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좌절을 자기를 괴롭히는 구실로 삼는 것이 부끄러운 것.(29)

 

그런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한 말은, 아이들이 어찌 들을지 모르겠다.

참 갈수록 어려운 시대다.

 

십대 시절엔 구름 밑의 비만 보지 말고

구름 위의 태양을 볼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구름 위에 태양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34)

 

정말 태양이 있을까? 매일 구름이 껴 있는데도... 짙은 먹구름인데도... 휴~

 

시력을 잃은 '이동우'에게 루게릭 환자가 '안구 기증'을 하려 했다 한다.

 

나는 하나 잃었을 뿐 아홉 가지는 멀쩡한 사람인데...(50)

 

한 면만 보는 것은 이렇다.

 

삶의 힘겨움이

다소 오래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기 인생의 '꽉 막힌 동굴'이 아니라,

'지나가는 터널'임을 기억해 주었으면...(59)

 

그럴 것이다.

인생 극장, 이것이 인생이다~ 같은 데 나오는 사람들의 고난은

극복이 힘들 만큼 먹구름이다.

꽉 막힌 동굴에 천근만근 어려운 일이 겹친다.

그러나 지나고 웃을 날도 있으리라는 희망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치만, 그런 프로그램 보면서 더 좌절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적도가 1천 2백분의 1 축척으로 작성될 때

1밀리미터 정도 잘못 그어졌고,

실제 건축에서는 1천2백배의 오차가 생겨,

건물이 도로를 0.5~2.5미터나

침범하여 건물들을 철거했답니다.

보상 비용이 20억을 넘어서...(122)

 

그렇다. 청소년기는 축척이 적용된 지도와 비슷하다.

조금 엇나가면 회복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요즘 새정부에서 '고교 학점제'를 검토한다 한다.

아~ 좀 걱정이다.

쓰레기 치우는 데 열심이던 정부가,

의욕적으로 하는 일이 좀 전국민적인 호응을 얻었으면 좋으련만,

많은 시설과 투자, 인프라가 필요한 고교 학점제만 건드리면,

기본적인 대학 서열, 사회의 불균등은 그대로인데,

학교는 또다시 공황 상태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나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되지도 않을 경쟁을 반복하고,

만점자가 뉴스거리로 나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사의 전문성을 위해서도 학점제는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과연 얼마나 멀리 보고 까는 포석인지가 걱정이다.

 

남보다 못한 자신이 아니라

오늘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시간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고유한 생명으로 보내졌기 때문에...(182)

 

김제동이 어떤 프로그램에서 청소년을 위로해 준 일이 있다.

어설픈 위로는 위로가 안 된다.

십대들을 위한 쪽지는 진심으로 청소년들을 위로하기 위한 쪽지였다.

 

누군가는, 글 한 구절로도 평생을 살 힘을 얻었을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환자라는 개그처럼,

흔들려서 별이 빛나는 게 아니라,

별을 바라볼 때 비로소 별이 빛나는 걸 알게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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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듣는다 - 정재찬의 시 에세이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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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 비하면

이 책은 <시보다 인생>편이다.

 

물론 시가 주된 이야기의 본류가 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는 사는 이야기에 뭉클한 유행가를 많이 버무렸다.

왜 한국은 시보다 유행가가 더 감동적인가.

격동적이라고 하면 삶의 뭉그러진 측면이 가려지기에,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같은 비극과,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같은 생이별이 시같은 고상미를 뒤로 했던 것이 현대사였다.

 

꼭 필요하지 않은 것에 내줄 시간이 이제 없다.

나 자신, 내 일, 친구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더는 매일 밤 뉴스아워를 시청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정치나 지구 온난화에 관련된 논쟁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올리버 색스, 121)

 

인생은 유한하다.

반백을 살아온 나에게 남은 날들이란,

노인으로서 꺾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헛된 곳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있느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전인권, 사랑한 후에, 98)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강승원, 서른 즈음에, 76)

 

나이는 서른을 넘고 마흔을 지나 지천명을 훌쩍 뒤로하고 예순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하루는 흐려지고,

날카롭게 벼려진 기억보다는

그날인지 저날인지 구분도 가지않는 하루하루만이 첩첩이 떨어진다.

 

쓸모없이 떨어지는 낙엽이 쌓이는 것 같이...

그렇지만, 그 낙엽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바스락~ 하는 파열음의 순간적 아름다움을 잡는 것이 시다.

인생은 짧아서 오히려 시가 저릿한 것이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고재종, 첫사랑, 15)

 

이런 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런 시를 읽고 마음 한 켠 부푸는 사람은 오늘 하루 흐뭇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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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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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을 열어달라고 왔다.

그렇지만 문지기는 문 안쪽에 있어서 아무리 두드려도 끝내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단지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열고 들어오너라."라는 목소리만 들려왔을 뿐.(264)

 

앞에는 육중한 문짝이 언제까지나 전망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문을 통과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문을 통과하지 않고 끝날 사람도 아니었다.

결국 그는 그 문 아래에 꼼짝달싹 못하고 서서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265)

 

소세키의 <마음>에서도 나오듯,

그는 사랑에 얽힌 애증의 과거에 얽매여 산문으로 도피한다.

그렇지만, 그 '문'은 그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는다.

 

소스케는 어느 스키야키 집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 병은 정신없이 마셨다.

두 병째는 무리하게 마셨다.

세 병째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취한 소스케는 등을 벽에 기댄 채 상대가 없다는 듯한 눈으로 멍하게 어딘가를 바라보았다.(225)

 

집 문간까지 오니 집 안이 쥐죽은 듯 고요해서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148)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보고 있는 듯 하다.

고통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서 마시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 날,

집 문간 앞에서 느끼는 적요 앞의 두려움.

 

그들은 큰 수반에 떨어진 두 방울의 기름같았다.

물이 튀어서 두 개가 하나로 모인 게 아니라

물에 튕겨지는 힘으로

동그랗게 하나로 붙어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고 평하는 쪽이 적절했다.(172)

 

사건은 겨울의 끝에서 봄이 머리를 쳐들 무렵에 시작하여 벚꽃이 모두 떨어지고 새잎이 돋아날 무렵 끝났다.

모든 게 생사의 싸움이었다.

청죽을 불에 쬐어 기름을 짜내듯 고통스러웠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두 사람을 폭풍이 불시에 휘몰아쳐 쓰러뜨린 것이다.

두 사람이 일어났을 때 이미 천지는 모래투성이였다.(194)

 

그들은 채찍질을 당하면서 죽음을 향하여 가는 이들이었다.

단지 그 채찍질 끝에는 모든 것을 치유해주는 달디단 꿀이 묻어있다는 걸 깨달은 것.(173)

 

비련의 꿀은 달면서도 고통스럽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운명같은 것이 세상에 있다면,

채찍질을 당하면서 죽음을 향하여 가는 길이라도 걸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아마도... 자신들은 문 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소세키의 <마음>과 함께 격정적인 구절들이 뜨거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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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마음대로 부린 선비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101
정환국 지음, 리강.이승현 그림 / 나라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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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훑어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좀 그렇다.

 

고전소설이 아니라, 민담류인데,

앞부분의 '폴리페모스'라는 키클롭스의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에서도 손꼽히는 재미난 장면인데,

양의 배 아래 숨어서 탈출한다는 스토리가 고전읽기에 실릴 것인지...

 

야담 중에서 교훈적이거나 재미난 것들을 뽑든지,

구전 민담을 모은다면 그것도 좀 역사적인 것들을 뽑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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