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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남궁문의 산티아고 가는 길 읽은 것이 3년 되었다. 그때 스페인어 회화 책을 사 두고 한 장 본 뒤로 그 빨간 책은 책꽂이의 어디에서 낡아가고 있다.

김남희의 전국 순례를 읽었을 때, 큰 감흥이 없었던 탓에 2권을 도서관에서 만나고도 다음에 다음에... 하고 있었다.

이번에 갔을 때는 어쩐 일인지 갑자기 '산티아고'가 눈에 확 들어왔다.

김남희의 사진도 멋있지만, 3년 전에 타올랐던 산티아고에 대한 욕정이 화르르~~~ 살아 오름을 느낀다.

내 나이 이미 마흔을 넘었지만, 올 겨울쯤 걸어서 서울까지 한 번 가볼 일이다. 그리고 마흔 다섯까지는 산티아고에 한 번 가볼까 계획을 세워서 저금도 하고, 준비도 해볼 일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우물안 개구리처럼 한반도 안에서 꼬물거리는 우리 민족에게는 좀 넓은 땅에 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산티아고 가는 길을 잘 모르는 한국인들에겐 유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필력과 사고의 깊이가 그닥 깊진 않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 몸무게를 내가 이겨나가는 일만큼 정직한 일도 없기에, 그가 극구 칭찬한 길위의 친구들을 차치하고라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한다.(가치가 충분하대도, 13,800원이란 가격은 너무하다. 이러니 도서관엘 뻔질나게 들락거릴 수밖에...)

삶은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이다.

그 길 위에서 곰곰 생각할 시간을 한 달 정도 가져보는 일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4년 뒤에 산티아고 가는 길을 밟을 것을 꿈꾸면서 뛰는 가슴을 잠재워 본다.

언제부턴가, 텔레비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Wellbeing이란 용어가 천박하게도 건강함 정도로 인식되어서 파워워킹을 하거나 운동장을 돌거나 채식을 하는 정도로 느껴지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평일에 9시까지 연속극을 본 아줌마들이 학교 운동장에 9시에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그런 똑같은 삶이 어떻게 웰빙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wellbeing은 결국 welldying을 염두에 두고 이어져 나가는 한 개체의 한살이가 아닐까?

잘 살고 있는 <존재>란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야 판명나는 것일테니 말이다.

well-being과 함께 well-dying을 곱씹으며 걷고 또 걸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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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10-1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정군님이 서재에서 절찬리에 연재 중이신데...
그걸 보니..아 책에서 보던 걸 실현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어요.
저도 근간에 여기 한번 가야겠슴다..길 위에서..걷고 생각하고...

글샘 2006-10-1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선수들 모아서 산티아고 한 번 갈까요? ㅎㅎㅎ
정군님을 보니, 가야지 하는 마음을 정말 내시는 분도 계신 모양입니다.
정군님께 용기를 얻어, 혼자서 적금이라도 들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
남궁문 지음 / 예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중학교 때던가. 유치환의 '깃발'을 보고는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적이 있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지금도 나는 유치환의 깃발의 첫머리를 가장 사랑한다. 이 시가 비록 작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라 할 지라도 난 인간의 끓는 피의 이미지를 이보다 잘 잡아낸 시를 아직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계속 가슴 뛰는 청년이었다. 그가 산티아고의 철십자가를 가슴에 품고 1000킬로를 걸었던 그 가슴 벅찼던 행로 내내 어떻게 그 길을 갈 수 있었던가를 생각했다. 그가 마음에 품었던 7쪽의 철십자가는 사라지고 181쪽의 철십자가에서 실망했다지만, 그렇자고 산티아고 가는 길의 의미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 그 고독한 순례길은 '진정 나를 찾아가는 보헤미안들의 향수 담긴 길이리라.' 스페인어를 애써 배워 둬야겠다. 어느 일본인 청년은 스페인 말도 영어도 못했지만 이 길을 씩씩하게 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말이 통하는 사람들도 조금 만날 수 있다면... 인도를 읽으면서 인도로 달려갔던 마음이 자꾸 줄어 들고 있었는데 - 두려움과 소심함으로- 이제 달려 가고 싶은 곳이 다시 생기다.

이 길을 가르쳐준 남궁문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그렇지만 그의 그림은 조금 낯설다. 책값도 좀 비싼 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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