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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을 보고, 갑자기 조용필 노래가 떠올랐다.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받을 땐 꿈속같고 줄때는 안타까워... 이론, 인간은 이기적이구만...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이런 책을 읽는 일은 위험하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벌개졌다. 쪽팔리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계속 읽어나가면서 혼란스러워졌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적군과 아군으로 분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반쯤 읽고는 읽기가 싫어졌다. 책을 읽은들 무에란 말인가.
다 읽고도, 분노는 없었다. 대신,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 남긴 말이 떠올랐다.
벽을 보고 욕이라도 하라시던...
정의란 피를 먹고 사는 괴물이다.
정의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의 넋을 먹고 사는 푸른 나무의 싱싱한 뿌리다.
회색의 이론이란 어디에서도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 정의란 푸른 나무에서만이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무에 죽치고 앉았다가 황혼녘이면 날아오르는 미네르바의 지혜의 부엉이도 날 샜다.
하버드대에서 교양강좌로 열리는 강의라고 하는데,
역시 교양강좌기때문에, 쉬운 예, 재미있는 예로 전체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인간은 즐거우면 다인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철학도 희생해야 하는가?
다수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소수는 희생되어도 되는가?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법칙으로 환산할 수 있는 옳음,이 있는가?
끝없이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이야기들은, 빨리 책을 읽는 습관이 든 나의 눈을 붙잡는다.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들, 토막토막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줄줄 넘어가려 하는데,
내 마음은 자꾸 다른 생각들로 전염된다.
전염되어버린 마음은, 육신의 눈에게 책을 읽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힘든 독서였다.
전두환이란 살인마가 권좌에 있던 시대. 백기완, 리영희, 한완상, 백낙청... 이런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정의가 보일 것처럼 진리가 환하던 시대. 내가 신입생 시절 학생회장이던 김민석 형의 하얀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 투사의 전형이었던가.
중앙도서관에서 하얀 광목천을 타고 내려와 삐라를 뿌리던 장엄한 정의는 흔들림 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형식적 민주화가 이뤄진 시대.
국민의 소득 향상에 따라 찌질한 노동은 2%가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차지한 나라.
그 이주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나라에 정의는 있는가?
교장을 평가하는 것만이 유일한 기능인 일제고사. 그 시험 못보면 손해보는 것은 교장 뿐이다.
그래서, 공공연히 부정 행위를 조장하는 학교, 교육청, 교육부. 교육이란 이름으로 침해하는 인권과 정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광고가 버젓이 횡행하고, 그래서 용산에서는 찌질이들을 불질러 죽였던 국가 권력.
누구도 사가지 않는 소고기의 온갖 부위를 전격 수입하도록 은혜를 베푸신 쪽바리 그 새끼.
숨 한 모금 쉬고, 발 한 발짝 떼는 곳 모든 곳에서, 정의가 유린당하는 모습을 숨쉬고 밟게 된다.
국민의 혈세를 4대강 개발이란 뻘구멍으로 밀어 넣고,
천안함이 두동강 나고, 링스 헬기가 처박히도록 국가는 쉬쉬 감추는 일에만 열중한다.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고, 국제 사회에 북측의 고립을 획책하도록 꼼수를 쓰다 삑사리가 나고 말았지만...
사형 선고를 받고도,
독재자의 똘마니 법관들은 우리를 처단할 수 없다. 역사만이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던 결기 가득하던 사람들이,
노동 운동에 앞장서 민중의 나라를 만들자고 목청껏 외치고 감옥살이하던 사람들이,
박종철이 죽어가면서 가슴에 묻어 두었던 박종운이 같은 이름들이,
이제 시대의 흐름 운운하면서 비겁하게도 독재 권력의 홍위병이 되어 칼을 휘두른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잘못했을 때, '미안해'하고 말할 줄 아는 이성의 칼날이다.
정의는 이쪽 아니면 저쪽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유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형상을 잡아 나갈 수 있는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정의는 그래서 하나의 완성태가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속에서 언뜻 그 모습을 비춰주는 무지개같은 변화태이다.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지 못한다.
다만, 정의와 연관된 수많은 이야기들에 해당하는 생각들을 통하여,
인간은 정의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이며, 끊임없이 정의에 대하여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방증이 이 책의 존재 가치다.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강의란 드물다. 강의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정의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면, 사는 것이 부끄러움이란 것을 계속 생각했으므로...
이 세상이 어떠한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떠한가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으므로...
<조선 땅을 웃게 하라> 지식채널 e 감상
http://blog.daum.net/sunken/8121925?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sunken%2F8121925
웃음이 어떻게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지...
개그콘서트도 제재하는 나라, 국가가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영포회만 기억하는 더러운 나라가...
볼 만한 동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