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 미의식과 군국주의
오오누키 에미코 지음, 이향철 옮김 / 모멘토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카미카제가 어떻게 문화적 내셔널리즘의 상징이 되었는가를 밝히는 글이다.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개인 또는 집단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의사 소통이 결여되어 있고 또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해
동일한 하나의 상징이나 의례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얻어내는 경우, 즉 전달의 오인 혹은 부재 상태를 <오인>으로 정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덧없이 피었다 지지만 영원한 고귀함'을 상징하는 사쿠라(벚꽃)의 환상 속에서 스러져간,
근대 일본의 정신, 카미카제 특공대.
세계를 호령할 줄 알았던 일본 정신에 지식인이었다던 젊은이들의 육신은 사쿠라꽃마냥 가벼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의 고뇌 또한 가벼운 것은 아니었기에,
이런 책들의 증언이 필요한 것이다. 

다 지나간 일이라고 잊혀져도 좋은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과거였다.
스스로 이런 책을 내는 것으로도 건강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면이 된다. 

사쿠라의 가치와, 그것의 악용,
적극적인 오인의 상태를 조장해온 일본에 대한 이야기다. 

다양한 자료가 들어있어 풍부하긴 한데, 자료집으로 치부하기엔 좀 지루하고 분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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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을 보고, 갑자기 조용필 노래가 떠올랐다.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받을 땐 꿈속같고 줄때는 안타까워... 이론, 인간은 이기적이구만...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이런 책을 읽는 일은 위험하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벌개졌다. 쪽팔리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계속 읽어나가면서 혼란스러워졌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적군과 아군으로 분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반쯤 읽고는 읽기가 싫어졌다. 책을 읽은들 무에란 말인가. 
다 읽고도, 분노는 없었다. 대신, 김대중 대통령이 마지막 남긴 말이 떠올랐다.
벽을 보고 욕이라도 하라시던...  

정의란 피를 먹고 사는 괴물이다.
정의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의 넋을 먹고 사는 푸른 나무의 싱싱한 뿌리다.
회색의 이론이란 어디에서도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 정의란 푸른 나무에서만이 열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무에 죽치고 앉았다가 황혼녘이면 날아오르는 미네르바의 지혜의 부엉이도 날 샜다. 

하버드대에서 교양강좌로 열리는 강의라고 하는데,
역시 교양강좌기때문에, 쉬운 예, 재미있는 예로 전체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인간은 즐거우면 다인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철학도 희생해야 하는가?
다수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소수는 희생되어도 되는가?
케이스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법칙으로 환산할 수 있는 옳음,이 있는가? 

끝없이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이야기들은, 빨리 책을 읽는 습관이 든 나의 눈을 붙잡는다.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들, 토막토막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줄줄 넘어가려 하는데,
내 마음은 자꾸 다른 생각들로 전염된다. 
전염되어버린 마음은, 육신의 눈에게 책을 읽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힘든 독서였다. 

전두환이란 살인마가 권좌에 있던 시대. 백기완, 리영희, 한완상, 백낙청... 이런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정의가 보일 것처럼 진리가 환하던 시대. 내가 신입생 시절 학생회장이던 김민석 형의 하얀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 투사의 전형이었던가.
중앙도서관에서 하얀 광목천을 타고 내려와 삐라를 뿌리던 장엄한 정의는 흔들림 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형식적 민주화가 이뤄진 시대.
국민의 소득 향상에 따라 찌질한 노동은 2%가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차지한 나라.
그 이주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는 나라에 정의는 있는가? 

교장을 평가하는 것만이 유일한 기능인 일제고사. 그 시험 못보면 손해보는 것은 교장 뿐이다.
그래서, 공공연히 부정 행위를 조장하는 학교, 교육청, 교육부. 교육이란 이름으로 침해하는 인권과 정의.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광고가 버젓이 횡행하고, 그래서 용산에서는 찌질이들을 불질러 죽였던 국가 권력. 

누구도 사가지 않는 소고기의 온갖 부위를 전격 수입하도록 은혜를 베푸신 쪽바리 그 새끼. 

숨 한 모금 쉬고, 발 한 발짝 떼는 곳 모든 곳에서, 정의가 유린당하는 모습을 숨쉬고 밟게 된다. 

국민의 혈세를 4대강 개발이란 뻘구멍으로 밀어 넣고,
천안함이 두동강 나고, 링스 헬기가 처박히도록 국가는 쉬쉬 감추는 일에만 열중한다.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고, 국제 사회에 북측의 고립을 획책하도록 꼼수를 쓰다 삑사리가 나고 말았지만... 

사형 선고를 받고도,
독재자의 똘마니 법관들은 우리를 처단할 수 없다. 역사만이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던 결기 가득하던 사람들이,
노동 운동에 앞장서 민중의 나라를 만들자고 목청껏 외치고 감옥살이하던 사람들이,
박종철이 죽어가면서 가슴에 묻어 두었던 박종운이 같은 이름들이,
이제 시대의 흐름 운운하면서 비겁하게도 독재 권력의 홍위병이 되어 칼을 휘두른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는 잘못했을 때, '미안해'하고 말할 줄 아는 이성의 칼날이다.
정의는 이쪽 아니면 저쪽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유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형상을 잡아 나갈 수 있는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다.
정의는 그래서 하나의 완성태가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는 속에서 언뜻 그 모습을 비춰주는 무지개같은 변화태이다. 

결국,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지 못한다.
다만, 정의와 연관된 수많은 이야기들에 해당하는 생각들을 통하여,
인간은 정의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이며, 끊임없이 정의에 대하여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방증이 이 책의 존재 가치다.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강의란 드물다. 강의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정의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면, 사는 것이 부끄러움이란 것을 계속 생각했으므로...
이 세상이 어떠한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떠한가를 계속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으므로... 

<조선 땅을 웃게 하라> 지식채널 e 감상
http://blog.daum.net/sunken/8121925?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sunken%2F8121925 

웃음이 어떻게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지...
개그콘서트도 제재하는 나라, 국가가 해준 게 뭐가 있는데? 영포회만 기억하는 더러운 나라가...
볼 만한 동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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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그때 다른 것.
엿바꿔먹을 수 있는 것.
이런게 정의인가부죠~ㅠㅠ

글샘 2010-07-18 10:54   좋아요 0 | URL
부끄러울 줄 아는 거... 그게 정의입니다. ㅠㅜ

별헤는밤 2010-07-2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대뜸 놀러와도 되는건가요?ㅎ
티스토리에 둥지를 튼 까만진주입니다. (blackpearls.tistory.com)

고전, 철학 읽어보기가 올해 목표여서
스터디를 계획했는데 이 책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초보자인 저에게 시대별, 작가별 읽기는
무리일거 같아서, 일단 주제별로 덤벼볼 생각이에요.ㅎ 좋은 책, 좋은 리뷰 감사해요.

종종 놀러올게요.ㅎ

글샘 2010-07-20 10:59   좋아요 0 | URL
네. 고전 철학을 목표로 하셨다니...
제 카테고리에 고전 공부에 몇 권 참고하세요.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도 참 좋은 책입니다.

turk182s 2010-07-2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지극히 미국적이에요,..계속적인 사례를 들어 질문을 해대는 교수법인데 갑작스레 이책이 많이 나간이유가 김영사의 마케팅도(우석훈,김용철등 4인토론회) 한몫 하구요,,하바드명강연 이라는 마케팅도 ㅡㅡ
우석훈박사도 정의라는말보다는 평등이라는말로 구체화 해야한다고 하죠,,

글샘 2010-07-23 07:38   좋아요 0 | URL
미국적일 수밖에요. 미국 건데... ㅋㅋ
마케팅도 있지만, 국가의 상황이 정말 정의롭지 못한 것도 크다고 봅니다.
평등은 좀 편할 때 얘기구요.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정의부터 관심을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MB공화국, 고맙습니다 - 자유화, 세계화, 무한경쟁의 나라에서 국민으로 살아가기
하재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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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죽일 놈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3년 전 노무현이 때문이다...고 하던 수구꼴통들이랑 다를 바가 없는 논리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정책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고, 지랄 같기 한도 없지만,
부자들을 위한 정책, 없는 사람들은 더 죽어라 죽어라 하는 정책,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정책과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 

이런 정책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새롭게 탄생된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김영삼이 경제 파탄의 죄악을 뒤집어 쓰고 김대중에게 정권을 넘겨줬을 때,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적어도 <진보적> 색채를 좀더 강하게 띄었어야 했다.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서 '민주주의'의 체제적 밑바탕을 견고하게 만들고,
민주 시민 교육에 정말 큰 노력을 들여야 했으며,
복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국운을 맡겨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신 정치, 은혜 갚음 식의 정부 조직으로 욕만 먹다가 결국 이명박 정부 탄생에 기여하고 말았다. 

여론 호도 같은 측면은 언론의 잘못도 있고, 정치에 혐오감을 느낀 사람들이 투표장엘 안 간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김영삼 이후의 정책 기조는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주장이다. 

김영삼의 세계화와 자율화, 미국의 모델을 본딴 이런 것들은 복지 정책과 완전히 반대편에서는 정책아닌 정책이다.
결국 '최홍만과 자유롭게 한판' 뜰 수 있는 자유가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민주공화국은 강한 국가의 강력한 규제가 근간인 체제이며,
자유는 공화국을 향해 겨눠진 부자들의 창임을 잊어서는 안되는데,
양립할 수 없는 '민주'와 '자율'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만 만들게 된 셈이다.

복지, 환경은 규제가 필요한 분야다.서민에 대한 배려 없는 자율과 경쟁, 개방 자유화는 그랜드 서클만 이득보게 할 뿐이다.
이런 것이 미국의 모델이다.

자율화 분권화... 국가는 책임 없~~다.
학교도 자율학교, 지방자치... 서울에나 인간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

임금 격차는 애교, 자산 격차가 본격적...
2006년 상하위 20% 소득격차 7.6배, 자산격차 171.5배
이런 자료들은 정말 이 나라의 정치가 존재하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국민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줄 법도 하다.

잘 살려면 자유경쟁에서 승리하라!

이런 것이 지난 정부들의 공통된 정책 기조다.

감세, 작은 정부, 민영화, 계약직화
각자 알아서 자유롭게 이익과 안전을 챙기라는 봉건적 관념
이런 것들은 부자들을 위하여 항상 취해지는 조치들이다.  

빈익적빈, 부익거부가 되는 양극화는 필연적 결과인 것.

국민을 난민으로 만드는 부자나라 미국을 본받아, 복지는 꼴찌.
내일은 투표일이다.
글쎄, 다시 혐오감을 조장하고 있지만, 분노가 표심이 되어 돌아올지 어떨지... 희망을 버리지 말고 한 표 행사하고 싶다. 

그렇지만... ㅠㅜ
어떤 놈이 나왔나... 살펴보다가, 다시 좌절하게 되는 대목.
부산의 우리 구청장은 한나라당 하나 나왔고... ㅠㅜ
구시군의원은 한나라당 그리고 친박연대만 나왔다. ㅠㅜ 무효표라도 행사해야 하는 건지...
광역의원 정당투표에는 여러 당들이 다 나와있지만,
기초의원 정당투표에는 한날당, 민주당, 민노당 뿐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가서 표심을 보여주는 데 힘을 보태어야 하겠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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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
도정일.박원순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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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열 두 사람 이야기의 결론은 이거다.
대한민국은 한 번도 민주주의 국가였던 적이 없다.
민주주의를 국가가 나서서 실천하려 했던 적이 없다.(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조차도)
그래서 다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은 지금, 민주주의가 한 방에 훅~ 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숭례문이 불탈 때, 국가의 초석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그 해, 여름을 불태웠던 촛불 집회의 발랄함도 이제 갓 취임했을 뿐인 머저리를 탄핵할 순 없었다.
용산에서 참사가 일어나고,
급기야 전임 대통령의 의문사에 이어,
군함이 바다에 퐁당 빠졌을 때도,
쉬쉬하며 비밀을 유지하기에 급급했을 뿐, 국가는 국민을 '의문' 속에서 회오리치게 방임했다. 
그 사이에 대운하는 취소되었으며, 4대강을 개발할 뿐이고,
국가의 온갖 재정은 압박받으면서 보이지 않는 강바닥으로 온갖 재정이 녹아들고 있었고,
깡패 경찰은 국민의 눈과 입을 막았으며,
방송 장악으로 국민의 귀마저 틀어 막았다. 

민주주의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다.
박정희의 피를 먹은 전두환은 광주의 학살극을 벌이고,
광주의 영혼은 다시 전두환을 잡았지만, 민주주의 해본적이 없는 정치권은 아직도 '야당의 존재'마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토록 치열했던 토론들이 무성했던 인터넷 대화들도,
몇 방의 처치로 금세 잦아드는 것이 현실 정치임에랴... 

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가르친 적이 없는 학교.
민주주의를 배워본 적이 없는 교사들.
권력의 억압에서 본때를 배운 386들은 아직도 민주주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학교는 교사들도 억압자이고, 학부모들도 억압자이다.
아니, 학생들 스스로가 스스로의 미래를 억압하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기여하는 셈인 것이다.
길거리로 나서지 않고 스펙을 관리하는 학생을 길러낸 자본주의는 참으로 위대한 것인지... 

진중권의 이야기는 쿨하면서 재미있고, 좀 가볍고,
한홍구의 역사 얘기는 간결하게 정리 쌈박하면서도 묵직하다.
도정일의 입론은 충분히 도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
알고도 대처하지 않거나 못할 때,
틀린 방식으로 대처했을 때,
너무 늦게 대처했을 때... 사회는 실패한다.(제레드 다이아몬드) 

한국의 민주주의가 실패한 원인을 비유적으로 잘 짚고 있다.
박원순의 이야기는 참 긍정적으로 보이면서도 막연하고
오연호의 과거 이야기는 자꾸 나를 슬프게 만든다.
정희진의 이야기는 뭔가 생각을 툭,툭 끊어지게 만들지만, 곱씹어볼 과제를 자꾸 던져주는 강의였고,
홍성욱의 하이브리드는 미래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잔소리한다.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사실 이 책에서 배울 것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식'이기보다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이런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이지, 의지를 다지려고 읽기에는 늘 목마른 강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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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2 - 중세편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2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최수민 옮김 / 꼬마이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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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과 함께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로마의 영토를 돌던 때가 좋았다.
이제 멀미 날 정도로 아프리카며 아메리카, 인도까지 날아다녀야 한다.
고대가 <국제화>시대라면, 중세는 <세계화>시대라고 해도 좋겠다.
전쟁이 나라의 나라간의 문제라면,
이제 온 세계를 무대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멀게 보니 중세 속에 비잔틴 제국과 굽타 왕조와 야마토왕조, 샤를마뉴를 거쳐 징기스칸과 신대륙 발견까지 달려왔지만,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뭐, 별달랐으랴 싶다. 

하루하루 피곤하게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살았을 것이고,
또 누군가 태어나고 죽었고, 누군가를 만났을 것이며,
어디론가 끊임없이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또 죽어갔을 것이다. 

우연히 메리 여왕처럼 왕좌까지 차지한 이도 있었을 것이고, 그 여인도 어릴 적엔 자기가 블러드 메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그렇게 우연히 셰익스피어는 수백 년간 이름을 떨치고 오늘날의 영어가 세계어가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을 것이다. 자기는 꿈꾸지도 못했던 세상 속으로 수많은 단어들을 남기면서 말이다. 

지금은 사라진 아스텍 문명, 잉카와 마야 문명 이야기나 아프리카의 노예선과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는 언제나 슬프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전설이나 이야기들을 하나씩 넣어 주는데, 이런 게 또 맛있게 읽힌다. 

맥베스를 새삼 읽게 되니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부질없음을 다시금 절절하게 느끼게 해 준다. 참 헛되고 헛된 것인데... 

 379쪽의 <노트>에 얽힌 이야기는 적어둘 만 하다.
배의 속도를 나타내는 노트 knot는 '매듭'이란 뜻인데,
선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매듭을 지은 긴 밧줄로 배의 속도를 측정했단다.
일정한 간격으로 매듭을 지은 밧줄을 얼레에 감고 그 끝에 쇠를 박아서 묵직하게 만든 나무 부표를 매달아.
그리고 배가 항해할 때 그 부표를 던져 놓고, 1분을 재는 모래시계를 놓아두면 풀린 매듭의 수로 속도를 잰단다.
그게 노트라는 이야기... 

결국 인간의 삶이란 '순간 순간의 변화'를 추상화 한 것이고,
인간들의 역사란 '그 인간들의 변화상'을 추상한 것인데,
역사책 속의 추상은 실체가 없는 것이고, 이렇게 구체물들에 대한 이야기들만이 더욱 마음속에 진하게 남을 것이다. 

고대나 중세는 그럭저럭 견뎌왔는데, 아, 이제 본격적인 자본주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자본주의는 결국 착취의 역사이며, 가장 큰 착취는 전쟁과 인명 착취의 역사일 것인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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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여러번 죽이시는 글쌤님!!!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과학사 이야기>도 시리즈로 5권이 있습니다.
요것도 보통 땡기는게 아닌데...글샘님 같으시면 어케 하시겠어요?
울 얼라들,,,과학도 무척 좋아하는데 말이죠.
지름신 쫓을려고 맨날 주문걸었었는데...아무래도 요기에 대거 포진해 있나 봅니다.ㅠㅠ

글샘 2010-05-10 20:08   좋아요 0 | URL
제가 언제 님을 죽였다 그래요. 짱이라 그랬지. ^^
'교양있는 과학사' 시리즈는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ㅎㅎ
우리집 아그는... 그런 거보다는 '하리하라의 과학 이야기'나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 같은 걸로 권해줬답니다. 아무래도 과학사는... 글쎄욥니다.

비로그인 2010-05-10 20:38   좋아요 0 | URL
오호~~
쪼무래기 곁다리 지름신은 제대로 막아주시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