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 역사 바로 찾기 3 : 요코 이야기의 진실을 찾아라! - 일본 역사왜곡 1편, 개정판 반크 역사 바로 찾기 3
이다 글, 키네마인 기획 / 키네마인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요코 이야기'란 책이 있었다.
한 일본인 여성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쓴 책인데,
이 이야기가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어 가르치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내용에 말도 안 되는 구석이 많고,
일본이 피해자라는 식의 서술이 많이 한인 사회에서 강하게 항의했고,
나중에는 교재로 채택되었던 일이 무위로 돌아간 학교가 많다고 한다. 

요코 이야기 뿐만 아니라, 독도 문제도 그렇고, 동북 공정도 그렇고...
한국의 대응은 정말 냄비와 같다.
문제가 생기면 뽀로로 끓어 오르고, 열받아서 무슨 사고를 저지를 것만 같다가도,
금세 잊어 버리고 만다. 

어쩌면 정부는 권력의 쟁취에만 관심이 있지,
올바른 역사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한국에는 '우익' 따위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국익'은 그저 자기들에게 '돈되는 이익' 뿐이다. 
권력을 잡고 돈을 먹기 위해서라면 역사 서술에 대한 편견도 '국익'을 앞세워,
엉터리로 수정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입에 게거품을 무는 자들.
그들이 말하는 한국사는 어디까지나 '친일 사관'에 묶인 한국사에 한정한 것이다.
국사 교사가 재량껏 다양한 교재를 선정한다면 그들은 빨갱이 운운하면서 또 게거품을 물 것임은 자명하다. 

역사 서술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 서술에서는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코 이야기를 쓴 작가는 자신이 정말 그렇다고 착각해서 쓸 수도 있다.
역사란 것, 특히 미세사일수록 일그러진 면을 보여주기 쉬운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피폭은 가장 큰 피해라고 여길 수 있기도 하고... 

중요한 것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여 널리 알리고,
다른 나라의 역사 수준들이 어떤지 다양한 번역을 통하여 접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우물 안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제삿상 차림은 미래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기도 하고. 

암튼, 반크 시리즈로 역사 바로찾기 등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일은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는 세계사의 퍼즐 중 한 조각으로서만 가능하므로,
국수주의적 편견이 들어갈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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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5-3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에 우익이 없다는 말씀.. 절절하게 와 닿아요~~
친일 매국노와 사기꾼, 가끔 괜찮은 듯한 -의심스러워서 판단이 안 섬- 정치인 몇 몇..
한숨만 푸욱 쉬다가 갑니다.ㅠㅠ

글샘 2011-05-30 23:28   좋아요 0 | URL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 건전한 우파는 이승만 시절에 다 암살당하죠.
장준하나 함석헌, 문익환 ... 뭐, 전부 우파인데도 맨날 감방생활이었지요.
한국에선 좌파가 설 자리는 애초에 없었구요. 우파도 조금만 정권에 위협적이면 바로 제거했던 슬픈 역사가... 고 노무현 대통령도 뭐, 전혀 좌파가 아니었잖아요. 제거됐죠. ㅠㅜ

pjy 2011-05-30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익이든 좌익이든 각자의 편협한 해석이든 제발 말할수 있고, 그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기다 아니다 죽어라.. 어디 뭔 말을 꺼낼 수가 있겠느냐 말입니다요--;

글샘 2011-05-30 23: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말할 기회를 안 주죠. 아니, 말하면 빨갱이니까 말입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의 거창 읽다보면, 정말 눈물만 납디다. 이게 나라인지... 쪽팔리죠.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리영희 선생이 고인이 되신 지 5개월이 되었다. 

그 무렵 사두었던 책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 읽었다. 

리영희 선생님의 책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 나로서는,
매운 최루탄 냄새와 함께 대학을 다니면서 리영희 선생님의 모든 책을 읽었으니,
나 역시 '의식화의 원흉' 덕택에 삐딱선을 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청운의 꿈을 품고 들어간 대학 내에는,
온갖 대자보와 투쟁가 뿐이었다.
광주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무르익었던 85년에 신입생이던 나는,
<과외 독서>를 통해 단기간에 반정부적 입장으로 무장하게 된 것인데,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을 시작으로,
<8억인과의 대화>, <베트남 전쟁>, <분단을 넘어서>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교사 의식화 교재 <페다고지>도 선생이 번역했다니 제대로 세례를 받은 셈이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요즘엔 '응오 딘 디엠'으로 표기되는 이름조차 '고 딘 디엠'으로 적힌 책으로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 속에 끼인
한국의 부끄러운 모습을 읽곤 했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미 고인이 되신 리영희 선생의 삶을 읽는 일은 벅찬 현대사를 읽는 일이었다.  

리영희 선생은  연합 통신 등에서 치열한 세계 정세 읽기의 달인이 되었고,
그 속에서 한국의 격동의 시기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읽어주는 유일한 스승이었다.  

다른 운동가들처럼 그저 통일을 감정적으로 되뇌거나
독재 반대를 외치다가, 자기 편이 정권을 잡으면 어정쩡한 자리에서 권력의 단맛을 보다가
또 제대로 된 길이 무엇인지 잃어버리는 일은 리영희 선생의 삶에선 없었다. 

국제사회에서의 '객관적인 자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국민에게
'주체적인 자기'가 있을 리 없다.(235) 

리영희 선생에게 분단과 국가 보안법과 군사 독재 정권의 발호는,
세계 정세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일부였을 뿐으로 보였다.
전체 구도를 보는 이에게는 작은 나사들의 작동이 한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네 머릿속에 들어있는 상식을 버려라.
네가 진실로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은 허위의식, 그러한 미신들을 네 머릿속에 주입한
이 우상들의 세계와 분질을 꿰뚫는 새로운 눈으로써 이 세계를 다시 바라보라.(257)

보아야 할 것들을 올바로 보아야 함을 맵차게 보여주는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몇 해의 법정 스님, 리영희 선생의 죽음은 그런 면에서 큰 손실이다.
자신의 생각이 건전하기 짝이 없고 온건하고 올바르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리영희 선생의 이 평전과 <대화>를 읽어볼 일이다.
거짓된 상식이 주입된 채로,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는 주제에 자신이 올바로 보고 있는 상식인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리영희는 <우상과 이성>을 썼던 것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재량을 지니는 자율적인 인간의 창조를 위하여,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광신적 반공주의에 대해 저항적 입장에서,
군인 통치의 야만성, 반문화성, 반지성을 고발하기 위하여,
시대정신과 반제, 반식민지, 제3세계 등에 댛나 폭넓고 공정한 이해를 위하여,
남북 민족간의 증오심을 조장하는 사회 현실에 반발하면서
두 체제 간의 평화적 통일을 원하는 입장에서...(257)

한국 내에 산적한 숱한 모순들의 핵심 고리는 바로 '외세에 의한 분단'에 있었다.
그 모순을 바로잡을 수 있는 비전을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부터 이야기했던 바,
그것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 치욕의 시절을 살고 있음은 이 민족의 불행이요, 부조리한 세상의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우상과 이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짓눌린 백성, 민초들이었고,
이 아이를 사갈시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암흑으로 몰아가는 권력에 눈이 뒤집힌 자들이었다.
뭣이건 바른 것, 옳은 것, 아름다운 것, 화평한 것, 착한 것, 진실한 것을 보기만 하면 눈알이 뒤집히고
온몸에 경련이 이렁나는 정신병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의 위대한 우상을 믿고 있었다.
반 무슨무슨 주의, 냉전 논리, 흑백 이분법, 총검 숭배 따위가 그것이다.
평화는 약자의 도덕이라는 믿음에는 니체 숭배자였고,
권력의 의지만이 최고의 철학이라는 데서는 히틀러의 아류들이었다.
이들에 의해서 짓눌린 백성들은 이성을 믿고,
그 회복을 기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거꾸로 보이고, 뒤집혀 있고, 일그러져 있는 세상에 이성의 빛이 활짝 비치기를 손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282)

우상과 이성의 책 제목에 얽힌 이야기다. 

지금 다시 세상은 우상 숭배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촛불 집회를 거쳐 4대강이 몸살을 앓고 있으며, 한미- 유럽  FTA도 통과되어,
자유롭게 외제 자동차를 탈 자유를 구가하고 있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려 그토록 노력했건만,
다시 어두운 세상 속에서 눈을 감으신 선생의 심사가 얼마나 불편하셨으랴.
어두운 시대일수록 선생이 루쉰을 등불로 삼아 삐뚤게 걷지 않으려 노력하셨듯이,
이런 책을 읽으며 바로 걸으려 힘쓸 일이다. 

백범이 통일정부 수립 협의차 북행하기 전에 쓴 서산대사의 시는 그래서 그가 남긴 발자취를 떠올리며 상념에 잠기게 한다.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 마라.
내가 걷는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이 될 것이니.

----------

322. 1980년 1월 9일 출감, 323. 1월 19일 출감... 바로 잡기 바란다. 

412. 1987년에 마침내 홍콩을 ... 반환하였다는 말은 1997년 7월 1일로 바로 잡아야 한다. 

430. 1889년 헝가리와 국교를 수립... ㅋㅋ 1989로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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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1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5-12 21:30   좋아요 0 | URL
리영희 선생님의 삶, 그 자체가 한 권의 교과서였습니다.
슬픈 교과서...
저 시 참 좋죠?

pjy 2011-05-1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이야기겠군요~

글샘 2011-05-12 21: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말 그대로 격동이 살아 꿈틀거리는 시대 이야기입니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제1권력>을 읽으면서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치를 떤 적이 있다.
히로세 다카시가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의 순수함에 매료되다가,
이스라엘에서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동정을 느끼지만,
또한 서빙하는 이스라엘 여성의 팔뚝에 아직도 남은 홀로코스트의 넘버링을 볼 때,
도대체 왜 인간은 그 끔찍한 전쟁을 하는지... 깊은 생각에 잠긴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서 역설한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생각의 체계를 글로 써야한다.
히로세 다카시는 남들의 주장을 인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사고의 흐름을 흥미롭게 기술하는 재주를 가졌다. 

그가 왜 전쟁론에 관심을 가졌는가로 시작한 이 책은,
어떡하다 그가 클라우제비츠란 전쟁이론가에게 생각이 미쳤는지,
(이 책의 일본어 원제목은 '클라우제 비츠의 암호문'이다.)
그러다 세계의 분쟁 지도를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작성하게 되었는지,
그 와중에 불거진 미국 CIA와 소련 KGB의 '학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문체로 쓰여 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인상적인 몇 꼭지를 반복 인용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결국 그의 <풀이>는 <인간의 의지>다.
인간의 의지가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무기의 위기를 몰각시킬수 있는 유일한 기제 역시 존재하였는데,
그 암호문을 푼 그는 역시 <인간의 의지>만이 전쟁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서로를 얼싸안을 수 있게 만들어 줌을 찾아낸다. 

원폭으로 인류의 멸종 위기에 봉착한 미래를 상상하는 그에게,
우연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몇몇 남자들만이 '자네들 가운데 누군가가 갈비뼈를 뽑아서 이브를 만들지 않는 이상, 우리 세대로 끝인 거야.' 이런 농담을 씁쓸하게 주고받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The Road' 같은 소설보다 훨씬 판타지 소설에 재능이 있는 작가처럼 보인다.
글 한 줄에서 소름이 오싹 끼친다. 

미국이나 소련이나 정보 기관의 끔찍한 행위는 참으로 치가 떨리는데,
특히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사용한 온갖 생화학 무기(관동군 731 부대에서 배운 것)를 사용한 것이나 월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같은 것들은 어찌 인간으로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나마 할 수 있는지,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소련 역시 나을 것 하나 없다.
스파이 교육 학교에서 배신과 고문의 단계까지 학습시키는 장면은 역시 인간은 말종임을 확신시킬 뿐이다. 

아프리카에 천만 이상의 굶주리는 인류가 있는데,
거기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오로지 무기뿐이라는 지점까지 읽노라면,
한숨과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늘 아침 배꽃 나무에 물기 가득 머금은 꽃송이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렇게 한 세계는 힘겹게 피어나는 것인데,
폭탄 세례 한 번에 '적'은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판이다.
이것이 인류라는 말종의 역사의 기록이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의 민중들처럼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폴레옹, 클라우제비치, 닉슨, 레이건, 부시에 이르는 전쟁광들과 다르다.
바보 이반들에게는 <적>이 없는 것이다.
적이 있는 곳에 죄악이 있고, 죽음이 있다. 

아, 인간의 원죄가 왜 <선악과>를 따먹고 부끄러운 줄 아는 것에서 시작되었는지 이제 조금 느낀다.
부처가 깨우친 것처럼, '나'가 있고, '남'이 있고,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있고, '나보다 못한 넘'이 있는 것처럼 <구별>하는 데서, 적이 생기고, 죄가 생겼던 것이었나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인간의 원죄를 모두 대속하셨다는데,
왜 아직도 그 예수를 간절히 믿는다는 종자들은 그렇게도 전쟁중인지...
언제나, 진정 아멘, 소리가 울려퍼질 것인지...
이 책은 깊은 시름 속에서 바보 이반들의 신음 소리를 듣고 또 보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관세음>의 아픈 관찰의 기록이다.

----1949 지도에서

김구암살(1949. 6. 26) - 25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전쟁 지도에서 '한국 내란'으로 인한 기록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참 슬픈 지역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래도 수시로 폭발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란 정도만으로도 위안을 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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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0607 2011-04-1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메테우스출판사입니다. 1949년 지도의 날짜 오기는 2판 인쇄할 때 반드시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샘 2011-04-14 14:36   좋아요 0 | URL
뭐, 일본인이 쓴 책이니 그정도 실수는 해도 관계찮습니다만... ^^
한반도에 너무 많은 사건들이 나열되어있어서... 슬픈 지도였습니다.

pw0607 2011-04-14 23:43   좋아요 0 | URL
저 역시 편집을 하면서 먹먹한 마음으로 몇 번이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이러한 학살사에 대해서 학교에서 저는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편집을 위해 브리태니커사전을 찾아보며
국사시간에 혹은 사회시간에 몇몇의 고유명사로 외웠던 사건들의 진상을 알게되면서
더욱 슬픈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젠 타국의 내전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이 쓰입니다.

글샘 2011-04-17 23:30   좋아요 0 | URL
이 땅에서 있었던 그 많은 테러에 누구 한 놈 반성하는 일 없는 슬픈 역사가 이어지고 있죠.
슬픈 역사 앞에서 늘 민중은 희생양입니다.
자국의 희생자 진실을 밝히고 화해하자는데도 쌩 난리를 떠는 극우파가 계속 정권을 잡는 한 이런 슬픈 역사는 계속 이어지겠죠.
 
정감록 역모 사건의 진실게임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계룡산에 터를잡은 정진인이 새로이 불교 국가를 세우리라... 

이랬다는 책이란 정도 알고 있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이란 책은,
정조가 <문체반정>을 일으키게 된 배경을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논문인데,
역사적 사실을 밑바탕으로 소설을 꾸미는 김탁환의 상상력보다 더 멋진 타격 솜씨를 보여 팩션으로 훌륭한 작가란 생각을 하게 했다. 

덤으로 이 책도 보게 되었는데,
이 책에는 세 건의 <역모 사건>이 등장한다. 

그 세 건의 사건은 영조 때 1건, 정조 때 2건이었고,
영조 때는 <남사고 비결>을 정조 때는 <정감록>을 배경으로 사건이 얽혀 있다. 

한국은 <조선>이란 나라와 빨리 이별할 필요가 있다.
한국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아직도 조선의 성리학자 이황, 이이, 이이의 엄마가 지폐에 들어앉은 특이한 한국의 현실에서,
조선의 역사를 냉정하게 보는 시각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승만은 스스로를 '프린스 리'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자네 어디 정가인가?
이런 물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단련이 된 나야 "저는 상놈 집안이라 그런 거 관계찮습니다."
하고 말지만, 나처럼 대답하면 취업 면접에서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영조와 정조를 임진왜란 이후 국가를 부흥시킨 르네상스의 성군들로 묘사하는 것은,
모두 지네 생각이다. 

조선은 대단한 국가였다.
국가 창립 초기부터 <성리학>이란 이념을 대따 홍보하려 <홍보기획실>까지 만들었고,
홍보 팜플릿을 위하여 <훈민정음>이란 문자까지 만들었던 국가다.
역사상 이런 홍보기획실을 운영한 국가는 유일무이하다.
그리고 15세기에 <주민등록>을 실시한 국가 있음 나와보라 해라.
또, <조선 왕조 실록>이란 제도를 만들어 <왕조 사관 중심의 역사서 편찬>을 획책한,
그런 국가를 꿈꾸기라도 한 야심가가 있었다면 손들어 보라 해라.
조선이란 나라를 위하여 <홍보 기획실>에서는 <용비어천가>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용비어천가는 1 + 123 + 1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처음 1장은 1행으로, 가운데 123장은 2행으로, 마지막 125장은 3행으로 구성된,
1,2,3의 차근차근한 등차수열의 발전을 획책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뿌리기픈 남간 바람에 아니뮐쌔 닢됴코 여름하나니,
새미기픈 무른 가마래 아니 그츨새 내히 이러 바라래가나니... 

이렇게 조선이 영원할 것은 꿈꾼 왕조 600년. 1392년~1910년.
훈민정음을 통하여 반상회보와도 같은 홍보물을 열라 찍었는데,
그 질서를 위한 회보의 제목은 <삼강행실도 - 아랫것은 윗사람한테 무조건 복종이다>, <소학 언해 - 역시 복종이다>, <두시 언해 - 우국충정만이 살 길이다> 이런 거였다.
시선으로 일컬어지던 이태백의 '먹고 죽자' 이런 터프한 시는 절대 번역 안 한 국가다. 

이렇게 성리학적 질서를 중시하던 조선은 늘 뒤집어질 위기에 처한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질서 붕괴 조짐이 심하다.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몰려난다.
반정은 <양반 쿠데타>다.
효종은 말로만 북벌하다 종 쳤고, 숙종은 장희빈이랑 놀다 종 쳤다.
영조와 정조 시대, 강했던 만큼 피비린내도 넘쳤다.
오죽하면 제 자식을 <뒤주에 넣어 죽이는> 엽기가 판을 쳤을까. 
뒤주에서 죽은 제 아비를 복위시키는 정조의 엽기도 역시 세계적이다.
정조 이후의 순,헌,철 3대 60년간의 혼란기와 3정의 문란,
그 뒤의 대원군의 바가지로 벼락 막기. 

뒤집어지지 않은 것이 야릇하다.
결국 왕조를 위하여 '동학농민군'을 죽이려 <외인부대, 일본군>을 수입하고,
엽기국가 조선은 뒤집어진다. 

그렇지만, 늘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광복, 빛으로 돌아가려는>을 꿈꾸는 이들은 많았다.
아마도... 조선이 남북으로 신탁통치 받지 않았다면, 십중 팔구, 공화국보다는 왕조로 복귀해서,
피비린내나는 혈전의 결과로 중국처럼 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시대의 기록인 만큼,
왕조 실록에 적힌 역모 사건은 아주 '미약'하다.
해리포터에서 <이름조차 부르기 힘든 그 자>라고 볼드모트를 일컫듣,
실록에선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그 책>이 있었다.
이런 책을 세계 제1의 역사서라고 부르는 것은 좀 우습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과연 자랑스런 일일지 의아하기도 하다.
세계 제1의 역사 날조에 가까운 책일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성리학적 질서에 날개를 달았던
임금에게 시청각 부교재를 만들어주었던 <성학십도>의 작가 이황과,
임금용 성리학 요점 노트를 만들었던 <성학집요>의 작가 이이가 지폐에 새겨진 국가여서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도 한 때 임금을 했던 이를 '대왕'으로까지 승격시켜 의심없이 화폐에 새겨둔 이유가,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전주 이씨'의 혼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상놈의 국가>가 수립되지 않고서는 조선의 역사는 날조일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호적에서 본적도 폐지해야 한다.
아직도 공동 조상의 시사를 지내는 수백억원대의 조상 땅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이런 일은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백승종 같은 사람은 영원히 학자로 불릴 수 없을지도 모르며... 

역사학자들이 이런 <상놈 정신>을 계승하는 저작들을 많이 써야 한다.
<상놈의 자식>이 욕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승종 류의 <역사학적 상상력, 인문학적 창의력>이 필요한데,
글쎄, 학자들은 이런 류를 폄훼하는 줄에 선 자들이 않을까? 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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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1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직도 어디 정가냐고 묻는 어르신들....참 구태의연해요. 21세기인데 말이죠^*^
인문학책 추천좀 해주시는 센스!

글샘 2011-03-14 15:10   좋아요 0 | URL
세실 님은 어디 정가세요. ㅎㅎ 혹시 저랑 고향도 비슷하고 하니 먼친척이 아닐까 해서 ㅋㅋ
인문학 책 읽을 여유가 있으세요?
혹시 시간 나시면 배병삼 선생님의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사계절 주니어 클래식)나
오강남의 <장자>(현암사)도 읽어 보세요.
제 카테고리의 <마음 공부>나 <고전 읽기>에 보시면 쫌 괜찮은 책들이 있습니다.

2011-03-15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3-15 17:08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만요. ㅎㅎ
친척이 전혀 아니네요.

양철나무꾼 2011-03-1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전 쟁여만 놓고 있어요.
책은 아직이어서 모르겠고, 리뷰가 '쫌' 근사한거 아녜요?

전 결혼하고 되게 웃겼던게,(시댁에서 알면 소박 맞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남편 성, 무슨 이씨 몇대 손 무슨 파를 왜 제가 외워야 하냐는 거죠.
솔직히 말이 좋아서 선비지...책만 읽고 음풍농월하는 사람들 한량 아녜요?^^

글샘 2011-03-16 09:22   좋아요 0 | URL
저는 지난 번 백승종을 샀더니 이 책이 뽀나쓰로 왔더군요. ^^
별로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세 꼭지를 소설처럼 잘 썼더라구요.
역사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사료 이상으로 힘을 발휘한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자 나부랭이들은 그런 거 싫어하지만요. ㅋ
여성뿐만이 아니라, 한국인들은 아직 조선에서 묶여 사는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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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를 개혁 군주라고 부르기도 하고, 조선의 르네상스를 꾀한 지식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세계적 사조를 보나,
중국을 비롯한 북학의 영향으로 보나,
정조가 집권하였던 18세기 후반은 '문제의 세기'였음은 분명하다.
조선에서도 르네상스적 인물은 정약용 등의 실학자들 역시 이런 관점 정립에 기여한다. 

그러나 정조는 '왕조'를 지키기 위하여 애를 쓴 '군주'에 불과했다는 관점도 있다.
이 책에서 <문체 반정>을 다루는 관점은,
조선 왕조의 유지에 해를 끼치는 세력의 하나로서 '소품문'에 대한 왕의 관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주에 <아이들......>이란 영화를 보았다.
대구에서 개구리 잡으러 나간다며 나갔다 사라져버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화의 앞부분에서는,
오로지 상업적 히트만을 노리는 비인간적인 방송 감독과,
개구리 소년들 사건에 관심이 엄청 많은 심리학자가 의기투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들의 시점에서 한 실종자의 아버지가 이상하게 보였고,
정치적 영향 속에서 그 아버지가 꾸민 자작극 내지는 살인 사건으로 몰아간다.
의심은 꼬리를 물어 화장실을 푸고 방바닥을 파제키는 해프닝을 벌이고 문제는 닫히고 만다.
결국 십 년이 넘은 어느 날 동네 야산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되고,
유골에 남은 흔적으로 범인을 찾으려 애쓰지만, 그 또한 하나의 시점일 뿐이다. 

<아이들...>에서 남은 것은 시점이다.
부모의 시점에서 보면 '수시로 걸려오는 장난 전화'에 심드렁하게 반응할 수 있고,
그 부모를 의심하는 자의 시점으로 보면 '수상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다.  

역사는 '무슨 일이 일어 났던가?'를 실증적으로 쓰는 것이라고까지 연구자들이 내세우지만,
결국 그 일이 일어난 것을 기술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된 결과는 천양지차이다.
역사학자들은 그 차이를 <사관>이라고까지 높여 이야기하지만,
남은 것은 <차이>다. 

불량학자 강이천을 바라보는 시점은 다양하다.
이 책의 작가 백승종은 강이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점들을 늘어놓을 뿐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 정조는 개혁군주라기보다 왕조를 지탱하려 노력한 임금일 뿐이라는 시점을 강화한다. 

이 책에 등장한 각종 사료 역시 특정한 시점에서 기술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방향에서 발사한 <빔>이 한 지점에서 만나 하나의 상을 맺게 한다면 그 다양한 시점은 객관적일 수 있다.
다양한 시점이 하나의 홀로그램을 완성하는 시점이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기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나 역사에서 등장하는 시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양한 방향에서 발사된 빔들은 많은 경우 서로 겹쳐지지도 않을 뿐더러,
전혀 다른 쪽을 향하여 발사하고 있다.
역사적 자료, 곧 사료를 읽는다 하여도 <팩트>를 이해하는 일조차 어려운 것이다. 

자, 여기서 다시 독자의 <시점>이 문제가 된다.
독자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사료들을 접하고 취사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사료는 문제적 사료가 되기도 하고 무의미한 취향, 편향, 날조로 치부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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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쪽에서 '무군무부'의 한자를 "無君無夫"로 적고 있다. 156쪽에서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있다.
천주교가 박해받던 것 역시 <시점>의 차이에 의한 것이었다.
순조 이후 정치적 혼란기에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선택되었던 것이 천주교였을 수 있다.
그러던 천주교를 <임금도 부정하고 남편도 부정한다>고 한 것은 웃기는 일이다. ㅋㅋ
당연히 <지아비 부 夫>가 아닌 <아비 부 父>가 문제되었던 것임은 당연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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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2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다운 리뷰네요. 비판적 읽기의 표본이랄까요.
'시점' 혹은 '관점'과 '차이'에 대한 말씀...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글샘 2011-02-28 21:38   좋아요 0 | URL
저를 아세요? ㅎㅎ 저 다운 것이 어떤 것인지...
제가 비판적 읽기를 한단 말인가요?

'시점'과 '관점'을 혼용해서 써서 저도 혼란스럽지만,
'시점'이 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 같고, '관점'이라면 객관적인 시점을 띠려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차이'를 애써 감추는 관점도 있구요, '차이'를 애써 드러내려는 관점도 있겠죠.
이 책은 뭐 중요한 사료를 다룬 것은 아니지만, 여러 입장의 시점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려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혼란스러워 했던 부분을 '관점'이라는 단어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네요.
위 시조의 '성리학 '얘기와 같이 읽게 되니 일목요연해져요.

글샘님의 학생들, 좀 부러운걸요~^^

글샘 2011-03-01 13:03   좋아요 0 | URL
깔끔한가요? 그럼 다행이구요. ㅎㅎ
한국을 조선의 연장선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8.15가 해방이 아니라 <광복>이죠.
다시 돌아온 조선과 임금님...

중국 학자들도 조선의 화폐에 <이순신, 이황, 이이, 사임당>이 있는 걸 보고 놀란대요.
차라리 <이승만>이 낫죠. <박정희>나...
대한민국 화폐에 조선의 성리학 대가들이 가득한 건 좀 웃긴 일이랍니다.
세종은 조금 다르지만 말이죠.

학생들은, 너무 이런저런 이야길 해대니... 오히려 혼란스러워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준이 높잖은 애들에게 너무 많은 얘길 하면 오히려 역효과거든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