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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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세상은 둘로 나뉘고 있다.
'나는 꼼수다'를 듣는 사람과 듣지 않는 사람으로...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세상은 참 빨리 변해왔다. 

엄숙한 집시법을 비웃듯 촛불 문화제로 한반도를 뒤덮기도 했고,
가카의 꼼꼼하신 배려로 반대의 목소리가 제재를 당하자 팟캐스트 방식의 라디오에서
씨발, 졸라 를 마구 연발하면서 거친 사내들의 목소리가 컥컥 귀를 막는 웃음을 자지러지게 웃는다.
이 남자들, 정말 대책 없다.
도무지 듣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원래 대본도 없고, 순서도 없다.
나오는대로 씨부리고 지껄이고 킬킬댈 뿐이다. 

그런데, 이 방송이 도대체 뭔지에 대해서 미국도 놀라고 있다.
독재 정부가 국민의 언로를 막고 언론의 입을 틀어막을 때,
심의에서 자유로운 방식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아이디어,
그리고 재기 발랄한 네 남자와 수시로 등장하는 기상천외한(가카 헌정방송에 홍준표라니 ㅍㅎㅎ) 게스트까지 죽인다.
도대체 품행제로인 김어준과 자기 자랑으로 매시간 10분 이상을 보내는 정봉주 전 의원의 이야기는
거의 서론의 잡담이 10여분을 끈다. 

그리고 다뤄지는 내용조차도 좀 성글다.
아홉시 뉴스가 가지고 있는 구도와 나꼼수의 구도는 하나도 일관성이 없다.
아, 일관성이라면 인트로와 엔딩 뮤직이 있다는 정도. ㅋㅋ  

이 책은 나꼼수란 방송이 어떻게 제작되며,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인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방송보다는 재미없지만 ㅋ 그래도 팬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 하다.

아홉시 뉴스에는 외모도 목소리도 멋지고 아름다운 앵커 두 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가카의 훌륭한 업적을 주로 나열하고, 자랑스런 기업 프렌들리 코리아 소식이 이어진다.
뒷부분에 일부 몰지각한 데모꾼들이 등장하고, 온갖 살인, 강도, 절도, 강간, 폭력, 자살 소식도 빠짐없이 덧붙인다.
참 이상하다. 왜 아나운서들의 품격있는 외모와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품격제로 뉴스만 이어지는지... 

나꼼수를 듣노라면, 도무지 청취자에 대한 배려라곤 없다.
휴대폰이 울리질 않나, 윙~ 소리가 뭐냐면요, 갑자기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에요. 우하하~~
뭐, 이따위 방송이 있나 몰라~ 하는 지경이다.
김용민 피디가 왔다갔다 하면 '야, 돼지가 왜 앞에서 오락가락 하냐~' 이런 인권 유린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시정 잡배들의 토크 속에는 놓칠 수 없는 섬세한 식견이 가득하다.
우아한 아나운서들이나 폼생폼사 조중동 신문들에서는 결코 읽을 수 없는 내용.
한겨레나 경향, 시사 인 같은 진보 언론도 밑도끝도 없이 비비케이나 에리카, 김경준, 등 추측성 기사를 이처럼 남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들의 추측과 소설은 낄낄거리면서, 아니면 말고~로 일관하지만,
그들의 추측은 가카처럼 '상상력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도대체 저 많은 초를 누구 돈으로 사는 것일까?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가카에 비하면,
이들이 조사해오는 '팩트'들은 모든 매체에 널려있는 것들에 불과하지만,
그 팩트들을 조합하는 구성방식과 대화의 긴밀성은 어떤 토론 프로그램에 비해서도 밀도가 있다. 

100분 토론을 보면 말도 안 되는 또라이 두어 명을 패널이랍시고 수첩보고 같은 발언을 되뇌게 하고,
나머지 두어 명도 말도 안 되는 또라이 언술에 넘어가서 횡설수설하다 두어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100분 토론 최고의 작품은 '지금 시중에 이명박 대통령님이 돌아가시면 떡돌린다는 여론이 가득한데요...'하던
시청자 전화에서 탄생했듯,
세상의 여론이 어떤지를 나꼼수는 잘 읽어내고 있어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행보는 아슬아슬 잘 달려오고 있으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권 창출에 가장 중요한 총선과 대선이 각각 5개월과 1년 남은 시점에서,
국민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져 주울 수도 없게 된 수구 꼴통 딴나라당과,
몇 개의 야당보다 힘이 센 SNS당의 위세가 맞붙으면 박원순처럼 훌륭한 시장이 탄생하는 행태를 경험한 지금, 

총선 전에 김정일이 과연 서울에 한번 납시어 주실 일일 것인지,
박그네 처네의 처세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안철수>를 얻은 사람(문재인이 될 것인지)이 차기 대권을 잡을 것이란 도사의 신내림이 적중할 것인지,
팟캐스트 방송의 힘은 과연 다음 선거들을 휩쓸어 대한민국에 '으랏차차' '다이내믹'을 되살려줄 수 있을 것인지, 

김용민 피디의 시처럼... 지금까지는 이 대통령은 이승만 뿐이었습니다만... 이 더 진화할 것인지,
김어준 총수의 말처럼... 2013년이 지나면 가카 헌정 방송은 지상파 방송에서도 숱하게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실현될 것인지 어쩐지... 

19대 국회의원으로 정봉주 의원이 활약하면서 비비케이가 다스와 얽힌 내력과
처남이 죽어 불쌍해진 처남의 댁이 안쓰러워 다스를 도와주시고자 자동차 폐차 규정과 면허 간소화를 실현하시고,
처남의 댁이 떼어먹은 돈을 눈물을 삼키며 봐야 하지만 청계재단에 들어온 5%로 형님과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 네 명이 사소한 경범죄 조차도 어기지 말았으면 좋겠지만,
이 네 명은 툭하면 콘서트란 명목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비판적 발언과 추측성 기사를 내뱉은
지들도 모르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므로, 어떤 억압의 촉수에 닿아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섬에 있다. 

아무튼 그들의 꼼수에 대한 헌정 방송이 목표한 2013년 2월 가카의 취임식 참석때까지 무궁무진한 발전과 진화가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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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11-1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꼼수를 듣는 사람입니다.^^ 저도 아슬아슬합니다. 그래도..쫄지마...

글샘 2011-11-14 08:32   좋아요 0 | URL
얘들을 감방에 처넣을 순 없을 거고, 계속 소송과 벌금형으로 괴롭힐 듯 싶네요.
여차하면 명예 훼손 등으로 잡아들일 수도 있죠.
가카와 한편인 검찰이 있으니 말입죠.

전호인 2011-11-1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쫄지않고 꿋꿋이 잘 하고 있으니 응원이나 왕창 보냅시다.
하는 말과 짓꺼리들이 들어줄 만 합디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거나 팩트는 모두 비껴서 여론을 자기들 중심으로 호도하는 조중동을 접할 땐 무뇌충이 되었는데 이것을 들을 때면 막힌 곳이 뻥뚫리면서 내가 진실을 표방하는 사회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되니 좋습니다.ㅋㅋ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뉴스와 팩트의 뚫어뻥인게죠. ㅋㅋ
팩트를 말했지만 혹시 몰라 가카는 절대 그러실분이 아닙니다로 마무리 하니 걸릴 것도 별반 없어보입니다.ㅋㅋ

글샘 2011-11-14 23:57   좋아요 0 | URL
안철수, 박경철, 조국 등 미래를 이끌 지도자들과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집단은 나꼼수 정도일 것입니다. 뭐, 저분들이 뉴스 데스크에 나와서 씨부렁거리겠습니까? 한날당과 민주당은 이제 긴장 입빠이 타야 할 것입니다.
요즘 속이 다 시원합니다.
가카께서는 계속 미래 지도자들을 위하여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계신 바쁘신 나날입니다. ㅎㅎ
 
한홍구와 함께 걷다 - 평화의 눈길로 돌아본 한국 현대사
한홍구 지음 / 검둥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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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가진 매력은 '지나간 역사'에 대한 깨우침이라면,
한홍구와 함께한 답사기의 매력은 '지금 역사'에 대한 아픈 깨달음이다. 

깨우침은 지도자가 수련생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라면,
깨달음은 발걸음을 통하여 스스로 알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꼭 오랜 세월이 묵은 탑이나 전각만이 유물은 아니다.
생활 곳곳에서 사람들이 살다 남긴 기름때가 묻어나기 때문인데,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를 돌아볼 때,
서울 시내 구석구석은 조선 시대, 일제 강점기, 독재 개발 시대의 흔적으로 가득한 이야기 보따리이기도 하다. 

전쟁을 몰아내도 답답할 판에 서울 한복판에 지어 놓은 '전쟁 기념관'의 의미,
역시 마찬가지 갑갑한 것 투성이인 '국립 현충원'의 속사정.
나눔의 집에서 열리지 않는 마음을 눈물로 승화시킨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 

그리고 강화도, 명동성당, 인천 등에서 느끼게 되는
전쟁과 시절의 곤핍함이 발걸음 사이에서 짙게 느껴진다. 

최근의 이야기가 담긴 '광장'은 더욱 어두웠다.
수백만의 촛불로 화안했던 그 광장에 깔린 어둠만큼이나 새벽은 기다려지는 것이지만,
광화문 광장이 생기기 전에 나온 이 책에서 역시 현대의 좌절이 담긴 광장 이야기는 조금만 나온다. 

역사는 '있는 것을 그대로' 적기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서 어떤 것을 '중요한 사실'로 가치매김할 것인지에 따라 정반대의 역사책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조중동 뉴스들은 하나의 역사를 이루는 듯 하다.
소설도 아닌 것이 참도 아닌 것이,
조금의 사실에 엄청난 바람을 담은 그것을 과연 '날조된 역사'라고나 해야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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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문학 - 세상과 소통하는 희망의 인문학 수업
고영직 외 지음 / 이매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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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 나왔고, 한국에서도 몇몇 대학, 자활센터를 중심으로 시민 인문학 강좌가 개설되었다.
그 대상은 주로 프리캐리아트(precariats, 불안정계층)가 되겠는데, 대학을 못간 저소득 계층이나 노숙인, 교도소 재소자 등이었다.
수업 내용은 문학과 역사와 철학 같은 것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문제라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저 인상의 이명박이를 대통령으로 뽑았으며, 뉴타운에 속아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겠는가.
그렇지만 그게 속임수였음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상위 1%를 위한 프렌들리 정부임을 알고 시민들은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하였다.
반이명박 전선에 앞장서지 못한 민주당은 당연히 시민대표에게 졌고, 시민대표는 한나라당조차 꺾었다.
위대한 첫 승전보다.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그래서 힘든 삶을 영위하다 보니, 자존감이 어디 있는지조차 신경쓰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이 <교수님>이라고 부르면서 강의를 듣고 시를 쓰면서 울고 웃고 자신감도 비추고 정체성도 찾아간다.
듣는 이야 부담스럽든 말든, 그들도 <교수님>에게서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워 늘 교수님~을 부르는 사람들...
수강생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수업들이다.
그들의 수업에서는 수업 내용보다 향후 인생의 문제와 자활에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정의가 아닐지 몰라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다. 

옳은 말이다. 

파울로 프레이리는,
희망은 존재론적 요구이며,
존재론적 요구로서의 희망이 역사적 실체가 되기 위해서는 실천의 닻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존재를 위해서는 희망을 보여줘야 하고,
존재에게 그 희망을 느끼게 만져지게 하려면, 박원순처럼 밥을 우선 먹여야 한다. 

미국 1900년대 가난한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의 구호가 '빵과 장미'였음은 의미심장하다.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소설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빵을 일단 먹고, 사랑해야 한다. 즐겁게... 그게 희망이고 행복인 것이다. 

어느 수강생의 남긴 말... 

나는 요즈음 들어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가는 것 같다.
잊혀지고 벼려지고 왜곡된 모든 것들이
새롭게 환희로 덮쳐온다.
한번도 보지도 상상조차도 하지 못한 엄청난 파고로 밀려 온다. 

아, 이게 인문학의 힘이구나...
학교에서도 학부모 교실을 열어봄직하다.  

책에서 읽게 된 루디야드 키플링의 <만일>과 강은교의 <진눈깨비>, 배한봉의 <육탁>도 멋진 글들이다.  

 

 

   
 

만일 - 루이야드 키플링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네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진눈깨비 - 강은교

진눈깨비가 내리네
속시원히 비도 못 되고
속시원히 눈도 못 된 것
부서지며 맴돌며
휘휘 돌아 허공에
자취도 없이 내리네
내 이제껏 뛰어다닌 길들이
서성대는 마음이란 마음들이
올라가도 올라가도
천국은 없어
몸살치는 혼령들이

안개 속에서 안개가 흩날리네
어둠 앞에서 어둠이 흩날리네
그 어둠 허공에서
떠도는 허공에서
떠도는 피 한 점 떠도는 살 한 점
주워 던지는 여기
한 떠남이 또 한 떠남을
흐느끼는 여기

진눈깨비가 내리네
속시원히 비도 못 되고
속시원히 눈도 못 된 것
그대여
어두운 세상 천지
하루는 진눈깨비로 부서져 내리다가
잠시 잠시 한숨 내뿜는 풀꽃인 그대여.


   
 

육탁(肉鐸) /  배한봉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 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사람의 집  창문도 저렇게  늘 열려서 불빛을 흘릴 것이다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칠 바닥도 없이 하얗게 소금에 절이는 악몽을 꾸다 잠깬
  그의 작고 둥근 창문도 소금보다  눈부신 그  불빛 그리워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캄캄한 방문을 열고
  나보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 봉지부터 마중할 새끼들 같은, 새끼들 눈빛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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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세계사 - 이오니아 반란에서 이집트 혁명까지
오준호 지음 / 미지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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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반란의 시절이 돌아오고 있다.
소련의 붕괴로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갈등이 가라앉는 듯 보였으나,
신자유주의의 '자본'이란 괴물은 세계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결국 '인간은 이윤이 아이다', '우리는 하위 99%다', '월 가를 점령하라'
이런 구호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2011년 벽두부터 튀니지를 필두로 이집트의 아랍인 시위가 무르익었다. 

결국 모든 갈등의 속내엔 '밥그릇'이 들어있다.
이데올로기는 그 밥그릇 싸움의 형식적 핑계에 불과할 따름.
가진자와 못가진자는 국가를 초월하여 단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문화, 언어 등의 차이는 저항을 분절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나,
현대사회처럼 소셜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광범위한 저항도 가능할 수 있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중국의 붉은 별, 베트남의 붉은 별> 등을 읽으며 성장해온 386 세대와는 달리,
역사적 갈등의 시대에 대한 관심이 적은 요즘 세대에게 적합한 책이다.
다이제스트로 핵심을 간파하는 작가의 필력은 뛰어나다. 

   
  당나라가 무너진 진정한 이유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 집권자들이 스스로에게 칼을 들이댈 어떠한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는 사실(80) 
 
   

이 책에서는 개혁의 부재가 변혁의 시기를 가지고 오게 됨을
변증법적 통일의 과정은 역사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생산력이 발전하면, 발전에 어울리는 사회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그런 발전을 이해, 촉진하기는 커녕 발전의 열매만을 따먹으려 한다.
사회의 부가 올바로 사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구는 늘고 개간할 땅이 없어 경제 위기가 찾아온다.(97) 
 
   

중세의 위기에 대한 설명인데, 모든 위기의 시대에는 마찬가지 패러다임이 적용될 수 있겠다.
생산력은 발전하였으나 열매에만 지나친 <탐욕>을 부리는 시대, 곧 혁명의 시대를 부른다. 

 

   
  백성을 괴롭히는 데 능한 왕이 대외적으로는 무능한 경우가 많다.(101)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보다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할 때 더 격렬히 싸우는 법(108) 
 
   

요즘 대통령의 사저를 지으려고 갖은 편법을 동원하다 뽀롱이 난 후, 없던 일로 돌리겠다는 웃기는 사태가 있었다.
무능한 권력자는 백성을 괴롭히는 데 능했다.
그 이유는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격렬히 싸우기 때문이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도 가진자들은 빼앗기지 않으려 철저히 투표에 참여할 것이다. 만고의 진리다. 

   
  영국의 크롬웰과 다수파가 수평파의 주장처럼 민주개혁, 사회적 평등권 개념을 받아들였다면 왕정복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161) 
파리 코뮌에서 가장 큰 실수는 봉기 직후 베르사유로 진격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의 반란 앞에 부르주아들의 이해는 일치했다. 프로이센도 진압군에 동원하라며 포로를 돌려보낸다.(233)
 
   

늘 가진 자들이 자기것을 잃지 않으려고 개혁에 미적거리느라 복고적 반동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리고 가진 자들은 철저히 자기 계급의 이익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못가진 자들에게 뒤틀린 세계관을 주입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결국 못가진 자들은 자신의 계급을 배반하는 이데올로기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리고 만다. 

   
  파리 코뮌에서 정부군은 파리 시민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파리 시민을 아예 없애버릴 작정이었다.
피의 일주일에 학살된 사람은 적게 잡아도 25,000명 이상 30,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노동자 스스로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235) 
 
   

부르주아들에게는 전쟁 역시 자본을 불릴 수 있는 좋은 기회에 불과하다. 

멕시코의 혁명가들 사파티스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우리는 말로 국민의 침묵을 깹니다.
우리는 말을 살려 침묵을 죽입니다.
거짓말로 진실을 숨기는 것은 권력의 몫으로 내버려둡시다.
우리는 해방된 말로 서로 손을 잡읍시다.(399) 

 

자본가들의 탐욕은 연합한다.
그들은 1%가 99%를 지배하려고 하게 마련이다.
99%는 연합할 수밖에 없다.
그 99%는 철저히 소외당할 미래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혁명적 에너지가 가득한 세상이다.
아직도 친일부역자들의 재산이 권력을 독점하고 역사를 뒤트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단순한 구도를 넘어서 역사까지 거짓으로 물들이는 까닭이 그것이다.
친일부역자들의 후손들은 아직도 권력구도의 중심에 서있고,
일본의 자위대 행사 같은 곳에 친선 대사로서 참석하며,
그들의 돈은 사학을 여럿 만들어서 돈놀이에 침잠한다. 

99%가 촛불을 들고 광장을 점거하던 것이 3년 전이었다.
이제 다시 내년엔 선거의 시즌이다. 다시 촛불이 모여서,
광장을 점거하고 의제를 드러내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이 널리 읽히길 바란다. 

------------------- 오류 수정해야 할 곳 두 군데...

353. 헥터 피터슨의 죽음 사진 설명에서 '피터 헥터슨'이라고 잘못적힌 부분이 있다. 

412. 2011년 12월 튀니지에서 청년 모하메드가 분신자살했다. 엥??? 미래 예언 ㅋ 2010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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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 김대중 잠언집
김대중 지음, 최성 엮음 / 다산책방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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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난 그가 임기를 다 마치기를 기대했다.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처음으로 민선 대통령이 된 사람. 

그는 독재 정권하에서 치열하게 투쟁하였으며,
탄압받았지만,
그 독재 정부의 시녀인 언론들에게서 늘 빨갱이로 견제를 받곤 하였다.
그 시녀들은 대통령 당선자 앞에 '시대의 인동초'란 아부를 바치곤 했지만 말이다. 

그가 아쉽게도 2009년 후임 대통령의 의문사 후에 스러졌다.
물론 그의 재임기간 중에도 구조조정의 여파로 노동 문제는 악화되었고,
비정규직 문제 들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대중경제론 역시 맥빠지게 대중의 삶은 팍팍해지기만 했던 아쉬움도 남지만 말이다. 

대북 기조의 일관성이나 희망을 주는 정치에 대한 믿음이 있기는 했다.
그를 이은 대통령 역시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는 노력이나 복지에 대한 배려 등을 믿을 수 있도록 살기도 했다. 

전진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회해야할 때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20) 

나아가려는 사람이게 가장 필요한 주제다.
주저하고, 초조해하고 낙심하는 자세는 비관을 낳는다. 

우리는 중요한 일과 중요한 것같이 보이는 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후일에 되돌아보면 하찮을 일에 중요하다고 매달려
얼마나 많은 인생을 낭비했던가.(24)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린 나.
후일에 얼마나 후회할 것인지...
그리고 낙심에 빠질 것인지... 

이기심과 탐욕은 가장 큰 죄악이다.
이기심은 자기를 우상화하고
탐욕은 탐욕의 대상을 우상화한다. 

자기를 우상화하지 말며,
대상도 우상화하지 말 일이다.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일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시작이다.
흥미가 한 분야로 집중되면 그것을 관심이라고 한다.
관심을 체계화시킨 것이 연구다.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 위대한 사상과 업적도 실은 이처럼 흥미를 갖는 아주 단순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86) 

인격의 바탕위에 서지 않은 학문은
천박한 지적 기술에 불과하다. (115) 

흥미, 관심, 연구...
나는 흥미는 많으나 연구엔 관심이 적다.
뭐, 그것도 그것대로 좋은 삶이라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은 연구는 아니니 말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남도 똑같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믿으며,
양심적인 사람은 남도 다 그런 것으로 알고 처신한다.
우리가 처세에서 실패하는 큰 원인의 하나가 여기 있다.(158) 

우리가 괴물과 싸울 때 가장 두려워할 일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남도 다 나와 같을 것이라 착각하고 살면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 

가난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가난한 자들이 자신의 가난을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는 아무리 물질적으로 성장하더라도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167) 

허균의 '호민'이나 마찬가지 이야기다.
가난한 사람은 저항하지 않는다.
그러나 억울한 사람은 저항한다. 

물질적으로 성장할수록, 억울한 사람이 늘면, 건강한 사회는 썩는다.
변증법적으로 그런 사회는 부정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마음 한켠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왠지 서럽고, 
대접받지 못하고 늘 쫓기듯 사는 내가,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허둥지둥 사는 내가,
서럽고 안쓰러웠던 모양인데,
좋은 말들은 그런 안쓰러움 위로 살포시 눈이 되어 내려 덮어준다. 

고고함이란... 이렇게 살짝 눈발이 내린 북한산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그렇듯, 이 책의 글들은 고고하면서도 지적이고, 교훈적이면서도 명상적이다.

고고
      김종길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 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化粧)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水墨)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新綠)이나 단풍(丹楓),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지어는 장밋(薔薇)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變質)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白雲臺)와 인수봉(仁壽峰)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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