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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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없는 곳'이란 뜻이란다.

그럼 '없는 이야기'는 유-스토리 정도 되려나?

 

지금은 없지만... 그래서 지금은 우화로 들리지만,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이야기.

또는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최규석의 시선은 얕다.

얕은 물살처럼 밑바닥이 빤히 들여다 보인다.

그렇지만, 그 얕은 물살에도 어린 아이들은 중심을 잃고 떠내려갈 수도 있듯이,

이 세상은 참으로 작은 바람에도 중심을 잃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물결은

'일수꾼'처럼 '어렵지 않아요' 하는 미소를 보내지만,

나약한 사람은 몇 년간 숨만 쉬고 살아야 하는 중심 잃은 삶을 살아야 하게 만든다.

'쌍칼'처럼 '이뿨~' 소리를 듣기 위해 얼굴에 쌍칼을 대야할는지도 모르는

외모 지상주의에 허덕거리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최규석은 섬뜩한 이야기로 엮었다.

그의 그림까지 곁들여져서 금세 읽을 수 있지만,

오래 마음에 아린 느낌을 남기는 책이다.

 

그의 99도처럼

지금은 아무 변화가 없어보이는 표면이지만,

곧 부글부글 끓어오를지도 모르는 상태를

이번에는 우화로 쓰고 그렸다.

 

최규석의 예술세계에 기대를 가득 담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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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 명진스님의 사회성찰 이야기
명진 스님 지음 / 말글빛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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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함과 이기적임의 극단을 보여주는 가카의 시대.

이천 년 역사를 가진 불교 종단은 위기감이 크다.

'통도사가 무너지게... 범어사가 무너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더니,

금기야 범어사 천왕문에 불을 질렀다.

이럴 때 그들이 쓰는 말로 아멘..이다.

지난 여름, 범어사 천왕문 앞 불탄 자리를 바라보면서 저녁 6시 반의 범종소리를 들었다.

운판과 목어까지 다륵다륵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정말 그 불지른 사람에게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봉은사 주지였는데 엠비의 외압으로 절을 떠나신 모양인데,

이런 스님이 계셨는가 싶을 정도로 사회 문제에 정통하시다.

<스님은 사춘기>란 책에서 소개된 스님의 모습은 이렇다.

 

명진 스님은 자유인이다. 송광사 해인사 봉암사 등 선방에서 40안거를 나며 ‘나는 누구인가’를 물을 때도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 서 있을 때도 그는 늘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웠다. 그랬던 명진 스님이 2006년 봉은사 주지를 맡게 되자 사람들은 과연 그가 큰 절의 주지 소임을 잘 해낼까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스님은 천 일 동안 산문을 나서지 않고 매일 천 배씩 절을 하며 봉은사의 수행기풍을 바로 세웠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불전함 열쇠까지 신도들에게 맡겼으며, 일요일마다 법당을 가득 메운 신도들 앞에서 불교가 무엇인지를 간곡히 설하였다.

 

불전함은 주지의 용돈이라는데, 제대로 된 스님이었던 게다.

하긴, 어버이 연합이 반대하고 나선 걸 보면, 제대로 된 스님이 맞다.

요즘엔 어버이 연합이 설치는 데 진리가 있다.

진리의 바로미터... 어버이 연합의 역설.

 

호국 불교도들이 前 봉은사 주지 명진의 ‘멸빈’ (滅擯. 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을 때, 승려의 신분을 없애고 다시 속인이 되게 함) 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1. 12. 12)

 

정봉주의 입감을 기념하여 용돈도 주신 분이다.

오죽하면 국가 원수가 아니라 '국민 웬수'라며 mb를 꾸짖는데,

자승이라는 승려가 또 그렇게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모양이다.

어디 가나 아부에 능하고 코드 조율에 기막힌 소질을 보이는 이가 있다.

 

4대강의 고통을 온몸을 사르면서 소신공양한 스님이 나온 것도 이 정권에서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은 아직도 나는 몸으로 기억한다.

고딩때 배운 등신불에서 소신공양이 나오는데, 불꽃이 정수리를 찌르는 감각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살아있었다.

한 인디언의 말을 인용하여 도둑놈들을 꾸짖는다.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 나가고,

마지막 강이 더렵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으리라.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330)

 

이 정부들어 참 많은 사람을 고인으로 보냈다.

두 전임 대통령을 보냈고(잘 하면 한놈 더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을 보냈고,

리영희 선생님과 어제는 김근태 선생님까지 고문후유증으로 세상을 버리셨다.

 

파사현정, 삿됨을 깨뜨리고 옳음을 드러냄.

따로 옳음을 구할 것도 없다.

거짓을 깨뜨림이 바로 옳음을 드러내는 법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그래서 죽비가 엠비를 깨버릴 수 있음을 역설하시는 것이다.

 

스님의 모임을 '단지불회'라고 한다.

다만 단, 알 지, 아니 불, 모일 회. 다만 아는가, 알지 못하는 줄을...

보조스님의 수심결에 나오는 말이란다.

 

스님이 알기 위해, 세상과 소통하고 거짓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하는 거겠다.

스님의 성찰 이야기, '스님은 사춘기'도 찾아 읽어야겠다.

 

.............................

 

181. 위키리스크... 리크스... 나도 이거 잘 헷갈린다.

 

186. 네 번 절하고 아홉 번 고개를 조아리는 '사배구고두'의 치욕을... 삼배구고두...다. 세번 절하면서 아홉번 이마를 찧는 만주족의 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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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3 : 중국 1 근대 편 -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수립 먼나라 이웃나라 13
이원복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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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에, 먼나라 이웃나라를 처음 읽을 때, 서유럽만 읽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공산권이 개방되고, 한국에서도 러시아, 중국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세계 여러 문명이 모두 멸망하였지만,

아직도 잠룡이 되어 비상을 꿈꾸는 중국의 이야기를 읽게된 일은 참 반갑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근대는 한 마디로 '청 왕조'와 '군벌'의 세력다툼이었다.

끝없이 자기의 이권을 위하여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이야기는 인간의 권력에 대한 집착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로 변화하게 되는데...

 

마오쩌둥의 혁명 이전까지의 이야기가 13권에 실려 있다.

 

그는 나카야마라는 일본 이름을 당당히 사용하였고 지금도 쓰이고 있다.

그는 하와이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고 중국으로 돌아와,

1892년 홍콩에서 서양 의대를 졸업, 의학 박사가 되고,

마카오에서 개업을 했으나 28세 혁명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느닷없이 개혁안을 이홍장에게 청하지만 묵살당하고,

그는 하와이로 건너가 호놀룰루에서 흥중회를 조직해.

홍콩에서도 흥중회 지부를 결성했으나 작고 힘없는 조직이었다.

1896년 그는 망명객이 되어 영국 런던으로 갔다.

런던에서 그는 제발로 중국 영사관에 들어가 체포되어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중국 송환 전 영국 친구의 도움으로 석방되어 기자회견에서 영국을 격찬, 일약 유명인사로 떠오른다.

이 절묘한 매스컴 플레이로 그는 중국혁명의 지도자급 핵심 인물로 부상한다.

 

이런 어벙한 사람의 이름은 쑨원(손문)이다.

 

자유중국(타이완)과만 수교를 맺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쑨원은 중국의 영웅처럼 대접받았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 전 대통령'과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혼탁하던 근대를 아편전쟁부터 태평천국의 난, 애로우호 사건, 동치중흥, 청일전쟁, 의화단의 난, 러일전쟁, 신해혁명까지...

잘 정리하여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14권의 현대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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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
심상정 엮음 / 양철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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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기 쉽지 않다.

국가는 괴물 '리바이어던'이 되어 국민을 못잡아먹어 안달이다.

어영부영 국민은 세금내는 봉이며, 상대적 빈곤에 잡아먹히는 쳇바퀴 속의 다람쥐로 살아간다.

아이들은 미래가 없는 현실에 좌절하며 방황하고,

아이들에게 모든 걸 퍼붓는 가족의 해체에 어른들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린다.

 

도대체 한국 사회의 오늘은 왜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가?

돈, 돈 하지만,

실제로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하는데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이들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를 분석하고 있다.

우리의 욕망이 기른 괴물이 소용돌이치며 만들어 낸 것이 한국 사회인데,

해결책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그 핵심에는 <분단>이라는 모순이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 해결책에는 <닥치고 정치>라는 참여가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은 휘리릭 보며 넘길 페이지도 있는가 하면,
밑줄 그어가며 몇 번씩 봐야 할 페이지도 있다.

박경철의 '이마트 피자를 거부해야 모두가 산다'나

정태인의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는

한국의 경제 구조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으며,

소비의 말단에 놓인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어야 하는지를 거시적 입장에서 읽어 보여 준다.

 

이범과 나임윤경의 '교육'과 '가정'이야기는 끔찍하다.

얼마전 닦달하는 엄마를 죽인 괴물 아들 이야기나,

엊그제 친구들의 괴롭힘을 못이기고 자살한 중학생 이야기나,

파괴된 파편적 교육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고,

다사로운 가족애가 사라진 가정의 책임 역시 면하기 힘들 것이다.

 

윤구병의 '반란'론은 허무하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일반화되기 힘든 '반란'은

지식인들의 뻘짓과 다르지 않다.

나꼼수나 촛불 때의 '숙제'처럼 '이웃집 아줌마'가 나서지 않는 역사는 쓰여지지 않는다.

 

신영복의 '공부'
조국의 '법치'
심상정의 '정치'는 또다른 나꼼수의 확장이다.

마지막 이이화의 글은 싱겁다.

 

이 책은 '이웃집 아줌마'를 위한 교양 강좌로 손색이 없다.

이웃집 아줌마도 한글은 다 깨치고 있기때문에 이런 좋은 강의들이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꼼수처럼 쉽게 밑줄 좍 쳐주면서 밥하는 동안도 들을 수 있도록 정리를 해주는 프로그램도 필요한 것이고.

 

결국 결론은 내가 변하지 않고는 세상 변하길 바라는 건 무리라는 이야기다.

김어준 식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하여 우리가 행해야 하는 일을 <정치>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꼭 해야할 일이 바로 그 <닥치고 정치>인 셈이다.

 

오늘 서울대 학생회에서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가 철거당했다.

국가 보안법에서 규정한 대로 하자면, 김정일은 적국의 보스다.

그에게 분향하면 국보법 위반이다.

그렇게 치자면, 이희호 여사도 구속하든가, 퉷!

 

사람 죽었을 때,

향 한 자루 피워 놓고, 절을 하든 묵념을 하든,

그걸 걷어차는 몰상식한 놈들하고 한 세상 살자니 참 더럽다.

사람 죽었을 땐,

그저 조용히 명복을 빌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걸로 정치하지 말고...

 

 

오류 발견............

73. 2008년 2월 총선때 ... 총선은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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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2-27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 책을 만든 양철북출판사 임중혁 편집장입니다.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류는 3쇄에서 바로잡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글샘 2011-12-28 14:04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세요. ^^
참 좋은 책이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꿈꾸는 자 잡혀간다 실천과 사람들 3
송경동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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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의 시집은 노동 현장이 그대로 살아있는 날것의 맛이 난다.

노동의 현실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세상에서,

비정규직의 싸움이,

해고자들의 싸움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일상에서,

송경동의 노동시와 만시는 자꾸 울먹이면서 늘어만 간다.

 

그의 시로는 짐작이나 하던 그의 삶의 결이,

이 산문집에서는 그대로 드러난다.

괜스레 슬프다.

어둡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의 반추가 슬프고,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너무나도 절망스러운 노동 현장이 슬프다.

 

세상의 무관심과

그 무관심을 적극 조장하는 정부와 가진자들이 슬프고,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면,

가진자들은 모두 똑같다는 걸 보게될 때 슬프다.

 

결국 그는 꿈꾸다 잡혀갔다.

지난 달 희망버스 건으로 그를 구속하고 만 것이다.

날이 몹시 추워지는데, 송경동의 마음은 더 시릴 것 같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이름들은 눈물겹다.

삼성 반도체에서,

한진 중공업에서,

포스코에서, 기타 공장에서... 싸우고 울부짖다 죽어간 꽃잎처럼 여린 생명들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노무현을 덧없이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에게 바랐던 것들을 무참히 짓밟았던 대통령에게,

원망어린 투정 정도야 던질 수도 있지 않나 싶어서...

그렇지만, 그 역시 시대의 희생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서로 원망하면 무엇하랴 싶으면서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노무현의 공과 그의 실책들은 명백히 나뉘어야 한다.

그 관 위에 뿌린 눈물로 유훈 통치를 하는 김정일처럼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삶들에게 진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도록 읽히고 싶다.

 

진보는 밥이어야 한다.

진보의 정치는 밥을 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거라야 한다.

좌파 부르주아 라든가,

왼쪽깜빡이 켠 우회전 같은 건 오히려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일 수 있음을

방송도 어떤 매체도 다루지 않을 때,

이런 기록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록 잡혀갔지만 꿈꾸는 자는 살아 있다.

두 눈 형형하게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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