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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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라는 도시의 특징이 잘 나타난 소설이다.

혼슈의 가장 꼭대기 '푸른 숲'이라는 '아오모리 靑森'의 쓰가루 津輕

쓰가루 해협을 사이하고 홋카이도와 맞닿은...

일본으로 치면 부산같은 곳이랄까...

쓰가루의 사투리도 독특할 것이고, 그곳의 사과라든지, 벚꽃이라든지 하는 풍정이 잘 살아있다.

 

<쓰가루 방언비>

<소설 속 뱃놀이>

 

<쓰가루의 꽃>이라는 노래 가사... 사과꽃과 사쿠라꽃 아래서 당신과 행복하고 싶다는 뻔한 가사...

소설은 백년을 오가는 평이한 것이었지만,

자료사진을 몇장 찾아보자, 쓰가루를 아는 사람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얼마나 푸근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모든 일의 끝에는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단다.

그렇게만 한다면 모두가 좋은 기분을 간직할 수 있다고 초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단다.(279)

 

맛을 지켜야 한다.

손님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16)

 

주제는 가업을 잇는 정신 정도랄까.

 

나나미를 알게 된 후

도쿄에 부는 바람의 질감이 조금 바뀌었다.

왠지 동그스름해진 느낌이다.

우리는 도쿄에서 이제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마음을 덮는 피부까지 두배로 두터워진 듯했다.

요즘은 사소한 일로는 더 이상 마음에서 피가 흐르지 않았고,

가끔 푹 찔려서 상처가 나도 함께 슬퍼하거나 웃어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 상처가 달콤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127)

 

이런 달콤한 사랑을 글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인간성은 모르겠으나

아주 민감한 눈과 감성의 소유자이리라.

 

그의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 같은 작품들도 기회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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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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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 직후에는 여름 별장에 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소리도 있었으나

6월이 되자 완전히 진정된 것 같았다.(23)

 

산이 분화하고 얼마 안 된 일요일 오후.(403)

 

이 책의 제목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아련한 추억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이들은 '여름'과 '여름 별장'을 기억한다.

뜻밖의 이 책 원제는 '카잔노 후모토데'이다.

'화산' 산기슭에서...인데,

화산 분화 주변에서 사는 삶은...

글쎄다. 매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 아닐까?

 

짧고, 위기를 대비할 수 없는,

소박한 삶.

 

일곱 개나 늘어선 유리병에는

작아져서 못 쓰게 된 연필이 가득 담겨 있었다.(411)

 

이런 것이 우리의 삶이다.

화산 기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누군가 기억하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몽당연필이 되어 유리병에 남아 있다.

 

이 소설은 참 서정적이다.

묘사도 아름답고, 가끔 생각할 문장도 만난다.

 

나눗셈의 나머지 같은 것이 없으면 건축은 재미가 없지.

사람을 매료시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본래적이지 않은 부분일 경우가 많거든.

그 나눗셈의 나머지는 계산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야.

완성되고 나서 한참 지나야 알 수 있지.(180)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독서라는 것은, 아니 도서관이라는 것은

교회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혼자 가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181)

 

이런 구절을 만나는 일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아,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그런 의지처였을수도 있다~ 이런 느낌적인 느낌.

 

몸을 감싼 모든 공간에서 벌레 소리가 울려온다.

귀에서 흘러 넘칠 만큼의 소리.

"오래된 집은 정말 좋아.

나무의 기름기가 완전히 빠져서 가벼워진 느낌이 나거든."(244)

 

남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돼 오는 것을 좋아해.

빙빙 돌리거나 복잡한 것은 싫거든.

새들도 세력 범위라든가 사랑이라든가

심플한 것을 노래하니가 순진하고 예쁜 소리를 내는 게 아닐까?(98)

 

이런 대화들을 듣는 소심한 주인공은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그 계절은 여름이었고,

장소는 '카잔노 후모토'였다.

앞날을 볼 수는 없지만... 여름이던 시절에 대한

짠한 추억.

이런 작가를 가진 독자들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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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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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유명한 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1928년 생이란 걸 이 책 보면서 처음 봤다.

그럼 지금 90이 넘은 할머니란 이야긴데,

소설을 읽어 보면, 마치 지금 서른인 여성이 쓴 것 같은 느낌이다.

 

세이코씨가 서른일 때는 50년대 후반이니 일본이 경제성장을 막 하는 시기였고

조금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시기였다는 도움을 입기도 했을 것이다.

 

여성의 시선에서 본 조금은 달콤하고 시큼한 연애 이야기나

남자들을 바라본 이야기,

여성의 속내가 드러난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들어있다.

 

노처녀란 늘 신경이 거꾸로 서는 데가 있다.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도 그만 비늘에 걸리고,

비늘 아래 살을 할퀴어 아파하곤 한다.

아마도 내가 얘기하기 편한 남자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얘기하기 편한 여자를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비교적 마음이 잘 맞는 건지도 모른다.(140)

 

제목의 '보탄유키'는 한자로 '모란설'이다.

모란은 풍성한 꽃이니 함박눈으로 표현하기 좋은 느낌인듯...

 

세이코 씨의 시대엔 '만담'이라는 장르가 유행이었으리라.

소설 속의 유머 코드는 만담에 가깝다.

 

대사와 대사를 가로지르는 엇나감과 마주침이

해학을 빚어내면서 사람 사이의 갈등을 무마하는 형식인 듯...

 

칸트는 '유머는 인생의 비극적 측면을 희극적인 것으로 승화시켜

인간의 삶에 내재한 고난과 역경 그리고 절망을 뛰어넘게 하는 인간만의 초월적 행위'라고 했다.(279)

 

이런 해설을 곁들이기 이전에

이 소설들은 충분히 경쾌하고 유머스럽다.

만담 속에는 유머가 없을래야 없을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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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전2권 (2018 다이어리 세트)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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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했어.'

'아니, 우리가 잘못했어.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았다.

홍이의 얼굴에 미소가 넘친다. 내 마음에 빛이 돌아왔다.

이대로 빛이 되어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2005년, 한일 양편에서 소설을 쓴다.

 

이별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것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고독과 오해의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174)

 

한일 관계는 이렇게 개인사처럼 쉽지 않다.

배타적 경제 수역에 들지 못한 독도처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쾌도난마의 해법은 없다.

 

쌓이고 쌓인 고독과 오해의 결과,

두 나라간의 거리는 화해 불가능으로 멀어진다.

 

132쪽의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받으며... 입맞춤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일본어의 '코모레비'가 떠오르며 빙긋이 웃게 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나는 외관으로 분별할 수 없다.

한글은 유일하게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기호였다.

어쩌면 한국인에게 일본인의 이미지는

한자나 히라가나가 아닌 가타카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비유다.

중국의 한자와 일본의 한자는 조금 다르지만 상당히 비슷하다.

그렇지만 한글은 완전히 다른 세계의 디자인이다.

 

히라가나는 한자의 초서와 또 유사하지만,

가타카나는 우리로서는 도무지 알아내기 힘든 퀴즈와도 같다.

 

도서관에서 츠지 히토나리의 책은 일본어 서가에서 보았는데,

공지영은 아무래도 한국 소설에 꽂혀있을 듯.

 

한국에서는 아직도 일본 노래가 공중파를 타지 못한다.

일본 영화가 등장한 것이 이제 20년 되었다.

츠지의 '냉정과 열정'처럼, 한일 관계는 두고두고 평행선을 두고 갈는지도...

 

일본어 선생님이 가타카나 쉽게 외우기 강의를 한 파일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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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10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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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소소한 이야기를 펼친다.

삐걱거리는 연인도 있고,

화해하지 못하는 부자지간도 있다.

여자친구들끼리의 자유 여행도 있고,

불륜의 끝무렵도 있다.

가정폭력에서 도피한 여성도 있는데,

이 모든 관계에 배경처럼 등장하는

형제가 이 소설들의 일요일들을 꿰뚫는다.

 

그리고 마지막 편에서,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일요일은,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에서 노래하듯,

아쉬움이 쌓이는 시간이고,

끝과 시작이 교차되는 시간이지만,

또 평범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잔치, 행사가 이뤄지는 날이기도 하면서

가까운 사람과 불화를 이루기도 쉬운 날이다.

 

그 일요일들에서 만나는 형제의 이야기를

마지막 건장한 청년을 만난 노리코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은

슈이치가 관심을 가진 것은

짜릿한 스토리라기보다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고난의 시간들을 통해

살아간다는 일의 평범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묘미가 있다.

 

심심한 맛 속에서

여러 가지 추억을 만나게 하는 '콜라비 차'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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