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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가루 - 지구사랑 환경이야기 1
질 티보 그림, 장 피에르 기예 글, 윤구병 외 옮김 / 다섯수레 / 1997년 5월
평점 :
이 책의 이미지는 보라빛이다. 이 색감이 '마술가루'라는 제목 만큼이나 환상적이며 예술적인 느낌을 준다. 마술가루라는 이름에서 갖게 되는 느낌은 긍정적인 것이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장미꽃과 마술사모자를 쓴 사람의 콧수염에서도 '마술가루'가 주는 느낌은 대단히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느낌을 살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색감이 무척 곱다.
이 책의 매력은 이런 선입견 또는 기대감이 주는 예상을 뒤엎는 데에 있다. 마술가루란 독자가 생각하는 것 같이 신비하고 멋진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왕은 마술가루라는 것으로 현혹한 무크추크의 말에 속아 후일 빚어지는 엄청난 결과에 놀란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영특한 공주가 없었다면 어리석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더이상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땅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지구사랑환경이야기' 시리즈로 나온 그림책이다. 보기에 징그러운 벌레들도 아름다워 보이는 장미랑 똑같이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이다. 이곳 클레멘타인 공주와 왕의 정원은 우리의 지구와 다르지 않다. 벌레들을 죽이기 위해 뿌린 보라색 마술가루로 없어지는 것은 진딧물이나 파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쥐, 고양이, 닭 그리고 벌... 벌이 없으니 꽃도 더 이상 피지 못한다. 우리가 먹는 우유에도 보라색 마술의 반점이 둥둥 떠있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해진다.
마술가루는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지금도 마술가루를 뿌려대는 무크추크는 살아있다. 이 책의 뒷장에서는 DDT 를 예로 들어놓았는데, 농약이나 제초제 뿐만 아니라, 일회용품이나 아껴쓰지 않는 일상용품, 음식물쓰레기,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의 매연 같은 것들도 마술가루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로 확장하여 2학년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우리의 영리한 공주, 클레멘타인은 마술가루가 낳은 심각한 병을 고치기 위해 고심한다. 다행히 그것은 자연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바로 '꿀벌'이다. 달콤한 꿀벌이 마술가루에 오염되지 않고 조금 남아 있었는데 이것으로 마술가루에 병든 무크추크와 다른 동물들을 살려낸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간단히 해답을 찾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는 환경을 되살리는 게 이렇게 쉬운 것이라는 생각을 주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꿀벌'이란 자연치유법을 말하는 것,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 기대어, 자연의 순리 안에서 살아가야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주면 좋겠다.
마술가루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됨을 알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위해 행동한 무크츠크가 왕의 정원사에서 여러가지 벌레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은 보기 좋은 결과물이다. 거미를 위해 거미줄을 칠 곳을 가르쳐주고 쥐며느리를 시켜 꽃밭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기도 하고 장미에 끼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도 키운다.
마지막 문장.. "나라를 이루는 한 가족이기도 한 모든 자그마한 생물들을요!"
언젠가 아이들이 모기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내게 물어본 적이 있다. 해만 끼치는 곤충인데 왜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 그림책 안에 있다. 모기는 잠자리나 새들이 먹는다. 모기가 없으면 잠자리나 그걸 먹고 사는 새들은 살 수가 없지.
마술가루가 불어넣어주는 기대감 같은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애당초 '마술가루'란 없었던 것이다. 환경은 마술가루 같은 것으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는 결과이지 싶다. 느리게, 꾸준히, 정직하게 결과를 드러내는 것이니 만큼 마술가루 따위로 기적을 바랄 수는 없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마술가루'란 어떤 것일지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