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책벌레 모임이 없었는데, 개학을 하고 보니 또 다들 바빠서 모임이 한 달 뒤로 연기될 위기에 놓였다. 한 번 모임을 빠지면 훌쩍 한 달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낸 묘책이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로 모임을 바꾸어 보는 것.
이 모임이 왜 이리 기다려지는지!
내가 가진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고, 다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를 다시 채울 수 있어 더욱 좋다.
이번 모임에서는 두 가지의 선물을 받았다.
여름 방학동안 독서 연수가 진행되었는데, 나는 이미 맛 본 연수들이라 가지 않았지만 모임 선생님 대부분은 이 연수에 참여했다. 그 연수에서 소개받은 책을 한 권씩 사면서 연수에 오지 않은 회원들이 생각나서 샀다며 3권의 책을 사 오셔서 나누어 주셨다. 저자 중 한 분이신 조의래 선생님 강의에서 구한 책인 것 같다. 선생님께서 창의인성넷에 올려두었고, 각 학교에 배부 된 좋은 자료가 있다고 하셔서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모두 출력해서 제본 할거라고 준비해두고는 아직 제본을 못한 자료가 있는데 그 내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독서지도를 할수록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즐겁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거고, 놀이로 접근해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더라는 건데, 그래서 나의 독서지도 방향도 '즐거운 책읽기'로 정해 두었는데, 이 책은 그런점에서 매우 활용도가 높을 책이다. 방학 동안 저, 고학년 하루씩 잡아 독서교실을 할 생각인데, 그 때 하고 싶은 놀이가 이 책에 들어 있어 접어 표시를 해 두었다. (웬만해서는 책 안 접는데, 과감히 접었다.)
또 하나의 선물은 월석 아트홀에서 열리는 세계팝아트전 초대권이다. 4인가족 함께 갈 수 있는 초대장을 나 줄거라고 가지고 오신 언냐! 기대가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관한 작품이 멋지던데, 직접 볼 수 있다니 신 난다.
9월은 독서의 달, 각 학교에서는 독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에는 참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행사를 멋지게 하고 싶은 선생님과 뭐 그런 데에 시간을 투자하냐고 마땅찮아 하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속 상헀던 이야기도 주고 받았다.
계발활동을 이끄시는 조**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모두 한 시간 수업을 그리 꾸며 보면 참 좋겠다 생각했다.
말썽꾸러기 남학생들이 대부분인 교실, 축구부, 배드민턴부와 같은 운동부에 가고 싶어 열심히 가위바위보를 했으나 지는 바람에 갈 곳 없어 선택한 그림책 읽기부에서 그들이 느낄 인생역전(?! ㅋ~)
Q. 너희들은 죽음이라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니?
이 질문으로 수업을 여셨다고 한다. 불교의 윤회를 설명하시면서 잘 살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단다.
이 책을 나도 읽었는데, 이 책이 이리 매력있는 책인지 몰랐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고, 이 책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아이들을 조금 더 착하게 살도록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호랑이의 전생을 들여다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첫 이야기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해코지하는 호랑이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아느냐 물으니 뭐라뭐라 이야기는 하는데 정확하게는 모르더란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신 이야기책을 읽어 주셨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을 읽어주셨는데, 아이들이 느끼기엔 조금 생소한 대목들이 나온다. 호랑이가 팔 하나 달라, 다리 하나 달라... 하는 것과 세 번째 아이가 나오고, 호랑이가 그 아가를 잡아서 오누이 있는 곳에서 오독오독 씹어 먹는 이야기까지.
파주에 갔을 때 독서 연수 받던 선생님들이랑 함께 강승숙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이 책을 샀었는데, 책의 내용은 이 책과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있으니 이 책을 이용하면 될 것 같긴 한데, 그림이 다르니 사계절의 책도 많이 탐이 난다.
나쁜 짓을 한 것이 탄로 난 호랑이가 간 곳은 지옥인데, 그 지옥의 모습이 무척 생생하다.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지옥에 와 있는 백설공주 계모와 놀부 등을 찾는다 하니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독특한 책인데 너무 대충 보았었구나 반성이 되었다.
한 번 더 삶의 기회를 얻은 호랑이가 태어나서 산 삶은 '효자 호랑이' 이야기다. 그 대목이 나왔을 때도 한 번 더 책을 읽어주셨다고 한다.
선생님이 읽어주셨던 책은 첫 번째 책.
이야기 중간중간 지옥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 해 주시고,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시니 책을 싫어하는(?) 그 남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고민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하더라고 말씀 해 주셨다.
이 책을 읽어주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일기 숙제를 내 주셨는데, 1학년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에 들어있는 뜻을 부모님께 여쭈어 보고 적어보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의 뜻을 잘 모를텐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 자기 이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두 아이가 쓴 방귀에 관한 시를 보고서 아이들에게 시를 지어보라고 했더니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 이야기 해 주셨다.
또 어느 교실에서는 아침 모임 시간에 아이들이 책을 소개해 보자고 의견을 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아이가 책의 주제를 말하면 다른 아이들이 제목을 맞히는데 잘 못 맞히는 경우는 다섯 고개 퀴즈로 넘어가서 질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소개한 책을 다시 골라 읽을 수 있는 이런 교실, 너무 멋지다.
난 이런 책을 소개 드렸다.
올 여름에 읽은 최고의 책이 가부와 메이 시리즈라고 했더니 요즘 도서관에서 없어서 못 빌려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책이라고 이야기 하셨다. 나는 보지 않지만,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군의 태양'에 이 책이 등장하는 바람에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다가 대출중이라 안타까워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하셨다고 한다. 우리 도서관에도 홍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모르스샌닥의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읽어주시고는 이번에 나온 그의 책 <<범블아디의 생일파티>>를 사서 소개만 해 주신 선생님은 공부 모임 때문에 들고 간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절대로 들고 가지 말라고 해서 칠판 앞에 세워두고 오셨단다. 어차피 토, 일요일에 학교에도 없을 녀석들이 선생님이 책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월요일 아침 일찍 교실에 와서 그 책을 보고 싶다는 계산일테고, 우리는 그 모습에 무척 흐뭇해 했다.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티키티키템보 노사렘보 차리바리 루치 핍페리 펨보-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존 패트릭 노먼 멕헤너시-시리동동 거미동동"을 소리맞춰 되뇌인다니 참 기쁘다. 책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 아닌가! 멋모르고 시작한 공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느껴지는 아이들의 변화와 그 변화를 읽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하는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졌다. 함께 모여 공부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니 더 좋다. 때마침 전교조에서 넉넉한 독서교육 연수를 마련하셔서 좋은 강사님들을 많이 모시고 와 주셔서 우리 모임의 선생님들은 내가 오랜 시간 걸려 한 공부를 초고속으로 하실 수 있어 그 또한 다행이다. 아이들의 변화를 보며 가슴 뜨거웠던 나의 이야기가 이제는 우리 모임의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뿌듯~
방학동안 좋은 연수에 다녀오신 선생님들께 추천받으신 책들 소개를 부탁드렸더니 다음의 책을 알려주셨다. 도서관에 책 살 때 참고를 해서 사야겠다.
이 중 마지막 책인 <<힘내세요 아빠>>에는 별표를 쳐 둔다. 아이들과 활동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방학 숙제로 내 드린 <<영국의 독서 교육>>을 읽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셨다면서 앞으로 이런 내용의 책들을 함께 읽어나갔으면 좋겠다 하셔서 책 3권을 선정해 드렸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며 고마움을 전하시는 선생님들께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는 내가 오히려 감사드린다고 하면서 우리는 서로 토닥토닥~
해 보고 싶은 활동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