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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반 은진이가 내게 와서 한 번씩 책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을 읽고 있던 날 내게 와서는 상기 된 표정으로

"선생님, 제가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요. 진짜 너무 재밌어요."한다.

"어떤 점이 재미있는데?" 하니

"그게요,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거든요."

옆에서 듣고 있는 친구들 왈 "야,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떡하노. 반전이 있다는 말도 하면 안 되지."(얘들이 이제 뭘 좀 안다니까.)

"책 내용이 어렵지 않더나? 이해가 잘 되더나?" 하니까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요, 그래도 대충 넘어갈 수 있어요."한다.

이 책은 그렇게 은진이 덕분에 만난 책이다.

사실, 어느 부분에서 반전이 나올까 긴장을 하면서 읽었는데, 어느 새 책 속에 빨려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그러는 중에 부지불식간에 만나게 되는 반전은 이야기 속으로 나를 더욱 몰아 넣어 버렸다.

나는 이 이야기를 잘 풀어낼 자신이 없다. 아마 앞서 쓰여진 다른 이들의 리뷰가 그 몫을 충분히 잘 수행하고 있지 않을까!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살아있고, 유령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게 했다가 그 사람의 실체를 드러내 보여주는 작가의 놀라운 이야기 솜씨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비타윈터의 정체는 무얼까? 에멀린일까, 그의 쌍둥이 자매인 애덜린일까? 아니면 그 집을 떠돌던 유령(이복자매)일까를 생각하면서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참 잘 짜맞추어진 퍼즐 조각 같다. 이사벨과 찰리의 남매간 근친상간, 애덜린과 에멀린 다듬어지지 않은 야성의 어떤 것, 기이한 집 엔젤필드와 함께 한 고용인인 가정부와 존 더 딕, 이름없는 소녀, 그리고 쌍둥이의 아들인 오릴리어스... 이야기는 이야기 속에 숨어 있다. 그 숨어있는 이야기와의 만남의 시간 동안 가슴 두근거렸고,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근데, 이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잘 정리할 자신이 없어 여기서 끝내야겠다. 이야기가 궁금한 이는 이야기를 펼쳐 보면 될 터이다. 재미를 위한 독서를 원하는 이라면 이 책을 읽어 후회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린 시절(중학교) 유명하다는 이유로 읽었지만, 하나도 이해를 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던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책들을 만나 보아야겠다.

희망이는 이 책을 읽는 날 보며 "엄마, 끝없는 이야기 읽어요?" 한다. 이 만큼 두꺼웠고, 그리고 제목에 '이야기'라는 글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보니 자꾸 <<끝없는 이야기>>가 생각나나 보다. 두꺼운 책 들고 한참을 낑낑거리던 엄마가 지 기억에 오래 남아 있었나 보다.

긴 책이 훨 재밌다고 말하는 은진이에게는 이 책도 가뿐하게 읽었으니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며 <<연을 쫓는 아이들>>을 권해 주었다. 오늘의 결론, 은진이가 재밌다고 이야기 하는 책은 읽을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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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 동화 작가 박기범이 쓴 어머니들 이야기
박기범 지음 / 보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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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파워 블로거 순오기님이 이 책을 읽고 작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추천해 주셔서 읽어 보았다. 그 분이 추천하신 책은 정말이지 틀림이 없었으니까.

작가의 책 <<문제아>>를 읽고 나를 되돌아 보는 거울로 삼게 되었고, 개를 사랑으로 키워 보진 못했지만, <<새끼개>>, <<어미개>>, <<미친개>>를 읽으면서 또 그 절절한 이야기에 감동을 했었다. 그러면서 작가를 친근하게 가슴에 담았더랬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이 싫은 이유는 너무나도 나를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가 생각나면서 엄마의 삶을 그렇게 따뜻하게 이해해 드리고 한을 말로라도 풀 수 있게 이야기 들어주지 못한 것이 엄마에게 가장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작가와 작가의 엄마, 그리고 한글학교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엄마에 대한 죄스러움, 미안함이 꼬물꼬물 싹트는 것이다.

그 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은 항상 참고 살았다. 억울해도 참고, 자식 때문에 또 참고. 나의 엄마도 그런 한 많은 지난 시절의 어머니였는데...

직장 다니는 딸 때문에 아이들을 키워 주시느라 2년여를 같이 사시면서 여전히 철없는 딸을 보는 모습이 답답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딸을 옆에 두고 보면서 좋은 점도 있으셨을거야. 더군다나 언니가 옆에 살고 있어서 우리 집에서 답답하면 언니 집에 가셔서 풀 수도 있었을테고... 하면서 위안하고 살았다.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철야기도를 다니셨는데, 거기서 들으신 강의를 아침을 드실 때면 굉장히 신나하시면서 들려주셨는데, 그것 하나 맞장구 치며 제대로 들어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정말정말 죄송하다. 이제는 정말 잘 들어 드릴 수 있는데.... 엄마 가슴에 맺힌 이야기도 다 들어 드릴 수 있는데... 엄마는 갑자기 하늘나라에 가 버리셨다. 정말 갑자기.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나는 엄마에게 조금 더 효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돌이켜 보는데, 정말이지 잘 해 드린 것이 하나도 없어 그것이 다시 한이 되어 가슴을 누른다.

동화를 쓰는 사람은 가슴이 따뜻하리라. 박기범은 그런 가슴 따뜻한 동화 작가다. 그의 여린 감수성이 붓을 통해 얼마나 강하게 발휘 되는지.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한 많은 어머니의 삶을 이해해야 할 이 땅의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빨리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해 드리고, 보살펴 드리는 그런 자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을 남편은 또 얼마나 눈물을 찍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책을 읽고 나서 맘이 너무 무거워, 자꾸자꾸 가슴이 답답해져서 이 책이 싫지만,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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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깜짝 놀랐어요~~~ 부모님이 늙으시면 말동무를 해드리는 게 제일 좋은 효도인 것 같아요.
이 책은 눈물바람하느라~ 물론 이 책을 읽었을 땐 알라딘 서재도 몰랐으니까 당연히 리뷰는 생각도 못했고요.ㅜㅜ
지난 주에도 이해인님의 '엄마'를 읽고 눈물 짜느라 리뷰도 못 썼어요. 엄마 얘기는 리뷰를 쓸 수 없을만큼 아파요~~ 20일간 엄마를 모시고 있다 보낸 언니가, 바쁘다고 말동무도 못해드리고 마음으로 귀찮아했던 불효를 고백하는 전화를 한 시간이나 들었어요. 시집간 딸 외손녀 백일 세준다고 불러들이고는 엄마에겐 소홀했다고 후회하는 언니맘을 왜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 부모에겐 항상 후회하는 자식들인데요~ 엄마한테 전화라도 해야겠어요.

뽀송이 2008-12-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님 리뷰 보고는 어제 이 책 샀어요.^^
님께 땡스~투 하고요.^^ 손수건 옆에 두고 읽어야할까봐요.^^;;
희망찬샘님^^ 한번씩 둘러 보다가 이제사 댓글 한 줄 남기면서 인사드립니다.^^
이금이샘 강연회때 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언제 한번 뵐 기회가 있겠지요.^^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들어가며

앞서 읽은 <<연을 쫓는 아이>>가 남자들의 이야기라면 그리고 떠나는 자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여자들의 이야기이며 남겨진, 아니 남아 있는 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한없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자로 태어난 것이 무척 억울하게도 만든다.

중반부까지는 책이 조금 지겨운 감이 있다. 마리암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이어지는 라일라의 이야기. 그 두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은 어느 부분에서 나타날지... 하지만 호세이니라면 책 내용 속에 필요없는 군더더기는 하나도 넣지 않으리라 믿었기에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은 느낌은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는 것과 아프카니스탄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는 것.

1. 아버지들

-잘릴

그의 삶은 인상적이지 못하다. 아버지로서의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리암과의 관계에 있어 균형을 이루지 못하였고, 딸의 행복을 책임지지 못한 무책임한 아버지다. 모든 것을 주는 척했으나 아무 것도 주지 못한, 그래서 마리암을 불행한 여인이 되게 한 책임을 잘릴은 져야 한다.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속죄의 시간을 가진 듯하여 그것은 다행이다.

-바비

이상적인 아버지의 전형이다. 딸 아이의 가치를 인정하고 격려하고,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는 그런 아버지다.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무시당하며 사는 유약한 면도 보였으나 그래서 아버지가 초라해 보인다거나 불쌍해 보인다고 라일라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비가 준 그 사랑만큼 라일라는 제대로 클 수 있었다.

-라시드

이 책에서 가장 큰 악역으로 등장한다. 역겹고 추한.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갖지 못한 채 아버지가 된 자다. (그리고 아주 나쁜 남편이다. 라시드가 한 일을 보면서 새삼 나의 남편이 고마워졌다. "여보, 나를 때리지 않아서 정말 고마워."라는 말을 하니 남편이 웃는다.) 그의 못된 행동들에 맞게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타리크

라일라의 연인이며 아지자의 아버지. 그리고 잘마이의 새아버지가 된다. 타리크가 그 아이들의 좋은 아버지가 되어 주리라는 것은 의심되지 않는다. 라일라와 행복해지기를.

2. 어머니들

-나나

잘릴을 통해 하라미(사생아)인 마리암을 낳게 된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불행함을 한탄하며 평생을 산다. 마리암에게 어머니의 따뜻함을 전해주지 못하고 죄의식을 심어주고 자살하고 만다. 잘릴을 찾아 나선 딸 아이에게 네게 가면 나는 죽을 것이라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 해도 너무 한 어머니

-파리바

전쟁터에 나간 아들들 걱정에 집안에 남아 있는 딸을 보살필 줄 모르는... 자신을 위해서도 살아야 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도 살아야 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서 빚어진 결과겠지만. 바비와 함께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 결국 라일라를 끝까지 책임질 수 없게 되고, 라일라의 인생은 고통 속으로 던져지게 된다.

-라일라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실인 아지자의 엄마로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미워하는 자의 자식인 잘마이의 엄마로서도 최선을 다한다. 엄마는 모두(아니, 대부분) 라일라의 모습이 아닐까?

-마리암

자식을 낳지 못했다. 자식을 몸에 가지기는 하였으나, 모두 유산이 되었다. 하지만, 마리암은 진정한 어머니다. 라일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 놓았으니. (하지만, 마리암의 일생은 너무나 불행하였다. 더 이상 불행할 수 있을까 하는...마지막은 행복했을까? 진정한 어머니의 마음을 알았으니 말이다.)

3. 아프카니스탄

전쟁, 고아, 억압받는 여자들, 탈레반.

어쩜 우리의 역사의 한 부분과도 무척 닮아 있는 나라. 이 미지의 나라에 대한 여행을 백과사전이나 네이버 지식 검색으로가 아니라 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잘 돌아가고 있는 세상인 듯하지만, 얼마나 많은 눈물이 같은 시간 속에 숨겨져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확실히 만날 수 있다. <<연을 쫓는 아이>>와 이 책<<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통해 한 나라의 이름을 확실하게 새길 수 있었다.

나오며

이 책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많은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마리암과 라일라의 남편에게서 받는 억울한 대우에 분개하다 보면 마치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인듯 여겨지고, 라시드에게 욕을 퍼붓고 나면 나름의 카타르시도 느껴진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사람들은 과거를 이야기 할 수 있으리라. 타리크와 라일라 사이에서 태어날 아지자와 잘마이의 동생으로 인해 이 책은 새희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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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들어가는 말

제목이 무척이나 눈에 밟히던 책이다. 다른 이들의 서평을 몇 편 읽었지만, 언뜻 내용이 와 닿지 않아 쉽게 읽어지지 않았던 책이다. 하지만, 책의 가치를 빨리 눈치채지 못하고 이제야 읽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무척 많은 이야기를 내게 걸어 준 책이다.

아주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이외에는 무척이나 눈이 어두운 나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레반’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뜻도 이해하지 못해 키보드를 두드려 검색해야 했고, ‘파쉬툰인’과 ‘하자라인’,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단어도 따로 메모해야 했다. 탈레반의 ‘인종청소’가 무엇인지도 다시 떠들쳐 보았고,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의 이름도 헷갈려 몇 번씩이나 입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가 지니는 우리와 닮은 어떤 모습들에 신기해했고, 책을 통해 만난 새로운 그들만의 문화는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9․11테러에도 끄덕하지 않았던(관심이 없었던)나를 부끄럽게 만들어 버렸으니 문학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참으로 대단한 이 책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2. 거짓말, 통쾌한 거짓말

책을 덮은 후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은 바바가 어린 아들 아미르에게 했던 말이었다.

“한 가지 죄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도둑질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바바에 대한 원망이 섞인 아미르의 독백 ‘내게는 동생이 있다는 것을 훔쳤고, 하산에게서는 신분을 훔쳤으며 알리에게서는 명예를 훔쳤다. 오로지 그 자신의 명예와 긍지를 위해서.’도 마음을 흔든다.

이 이야기를 몇 가지의 거짓말에서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아미르 대 하산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짓말, 아미르와 하산 대 바바, 알리, 그리고 라힘칸 사이에서 일어나는 바바에 관한 거짓말,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마음의 짐을 벗도록 도와주는 아미르와 라힘칸 사이에서 일어나는 통쾌한 거짓말이 그것이다.

아미르와 하산은 어린 시절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랐고, 하산의 아버지인 알리는 그들에게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간조차 깰 수 없는 형제애가 존재하는 법이라고 여러 차례 말을 한다. 파쉬툰과 하자라인이라는 신분의 벽을 넘어 아미르와 하산은 정말로 형제와 같은 진한 무엇을 간직하며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보낸다. 하지만, 신분에서는 우월했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하산에게 분배되는 것에 대해 묘한 질투심마저 느끼던 아미르는 연싸움에서의 승리와 마지막 연을 얻어 내는 것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아미르를 돕기 위해 연이 떨어지는 방향을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하산은 그 연을 쫓아 달려간다. 그러던 중 하산을 노리던, 아세프 일당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봉변을 겪게 된다. 파란색 연을 손에 쥔채. 뒤쫓아 간 아미르는 그러한 하산을 목격하지만, 그 순간을 외면하며 도망치면서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으며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한 희생양으로 하산이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 결과 12살 아이의 모습으로 마음의 짐을 지닌 채 26년간을 살아가게 되는 아미르. 그 아미르가 진실을 외면하는 첫 거짓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 보다 앞선 거짓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아미르와 하산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가진)어른인 바바, 알리, 그리고 라힘칸에 의해서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 안에서 택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변명을 앞세워 아미르와 하산이 이복형제임을 바바의 죽음 이후,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바바의 친구였던 라힘칸이 밝혀준다. 이미 하산도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거짓말은, 아미르와 하산 사이에서 있었던 은밀한 비밀을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라힘칸이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라힘칸은 아미르에게 카불 어딘가에 고아가 되어 남아 있는 하산의 어린 아들을 구해 와서 보다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미국인 부부에게 넘겨 주라고 부탁하지만, 그 미국인 부부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 하지만, 그 거짓말로 인해 아미르는 오랜 세월 하산에게 지고 있었던 빚을 갚고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릴 수 있게 된다. 이 통쾌한 거짓말이 우리를 편안한 결말로 안내한다.

3. 아버지, 아버지와 같은

많은 것을 가진 아미르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아버지, 바바의 절대적인 사랑을 얻는 것이었다. 인정받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커 보이는 아버지에게 자신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 한없이 속상하다. 더군다나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아미르는 하산에게 기우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고, (하산이 자신에게 무척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보잘것 없는 하자르인과 자신이 비교된다는 것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미르의 바바에 대한 범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외경심이랄까 우러름은 최근에 읽은 <<다산의 아버지께>>를 떠오르게 했다. 억울한 누명으로 유배생활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근심스러움이 무척 컸겠지만, 집안을 돌볼 수 없는 가장에 대한 원망과 현실의 어려움을 생각지 않고 학문을 게을리함에 대한 꾸짖음에 대한 섭섭함, 그리고 아버지의 그 큰 사람됨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속상함이 곳곳에 배어 나오는 학유의 글을 읽었을 때처럼 아버지에 대한 아미르의 마음 또한 다산에 대한 학유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음 붙일 곳 없는 아미르에게 그의 마음을 붙잡아 줄 수 있는 라힘칸 같은 어른이 주변에 있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에게는 라힘칸처럼 아버지의 모습보다도 더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잊혀지지 않는 분이 계시다. 바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그 당시 선생님의 아들이 같은 학년이었으니 연세도 딱 아버지 정도의 나이셨으리라.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정말 따뜻하셔서 우리 아버지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선생님의 모습 하나하나는 지금도 내가 그려보는 참교사상이기도 하면서 따뜻한 아버지상으로 아직도 나의 마음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에게 보여주셨던 특별한 사랑도 큰 기억에 남지만, 그 특별했던 사랑이 모든 친구들에게 다 그러했다는 기억이 더욱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준다. 당시 아버지가 없는 친구(반에는 모자원이라는 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들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셨는데,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때 선생님의 시선은 보는 나의 마음 또한 기분좋게 해 주었다. ‘아버지라는 것은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하는 것을 우리 아버지에게서가 아닌 선생님에게서 느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아미르 또한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라힘칸에서 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바가 아들인 아미르에게 한 거짓말도 나빴지만, 아미르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상처를 준 부분도 부모로서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인 것 같다. 그 모습은 어쩌면 세습되지 않아야 할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표상으로서의 바바가 아닌, 늙어 다소 초라해 보이는 아버지로서의 바바에게서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라면, ‘넘치기 때문에’가 아닌 ‘부족하기 때문에’ 자식을 더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니, ‘아버지라면’이 아니라, ‘부모라면’ 그러해야 하리라.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아울러 원망을 품으면서도 그래도 이다음에 아버지가 된다면 ‘바바와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아미르의 독백은 바바의 삶을 더욱 값지게 해준다.

4. 도망치다와 돌아가다(배반과 속죄)

이 이야기는 또한 현실에 대한 도피로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묶여 버림으로써 갈등을 낳는 것에서 시작되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속죄하는 맘으로 위험을 무릎쓰고 돌아감으로써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게 되어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도망치는 것은 해방이 아니라 구속이었으며 돌아가는 것은 희생이 따르더라도 치루어 내야 할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아미르는 위험 지역인 카불에서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해 내기 위해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탈레반이 된 아세프를 만나게 되지만,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며 자신을 믿고 따라 준 하산에 대한 배신을 목숨을 내 놓고 그의 아들을 구해 내 옴으로써 갚아 나가게 된다. 26년간의 마음의 짐을 벗고 드디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자식을 간절히 원했지만, 자식을 얻을 수 없었고, 어려서 형제애를 가지고 함께 자랐던 하산의 아들을 양자로 받아들였으나 그의 마음을 얻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5. 연

이 글에서 연은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연결짓는 매개로 등장한다. 현재에 머물러 있으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른이 된 아미르는 연을 볼 때마다 하산과의 엇갈린 길이 떠올라 괴롭기만 하다. 하지만, 과거의 연을 끊어버린 아미르는 현재에 머물면서 미래를 대신하는 하산의 아들 소랍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에 너무나도 많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소랍의 미소를 현재의 연을 통해 봄으로써 무언가 일말의 가능성을 보면서 미래를 그리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연은 현재의 아미르와 미래의 소랍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어린 시절 연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연싸움을 직접 해 보지 않아 2학년 슬기로운생활 시간의 교육과정에 등장하는 연만들기 지도에서 고전을 겪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연을 날리며 운동장을 달릴 때의 그 상쾌함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연싸움에서 자신만의 뛰어난 기술로 상대의 연을 끊어버린 경험이 있는 이라면 끊어져 날아올라가는 연과 함께 맺혀 있던 그 무엇들이 저 하늘로 함께 날아올라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으로 시작된 갈등은 연으로 인해 해결이 나고, 연으로 인해 희망의 여운을 남겨 주는 것이다.

6. 나가는 말

뜬금없지만, 나는 작가로 데뷔하게 되는 아미르를 보면서 나의 꿈을 생각 해 보았다. 이 나이에도 꿈이라는 것을 하나 가지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참 기분좋은 일인 나의 꿈이라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글을 한 편 써 보고 싶다는 거다. 부자간 소통의 문제를 책으로 달래던 아미르, 그의 무수한 책읽기는 창작으로 이어졌다. 엘리너 파전이라는 작가는 <<작은 책방>>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어린시절 ‘작은 책방’이라는 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집의 모든 방이 책방이었지만 작은 책방은 그녀에겐 정말 특별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잘 정돈되어 있지도 않았고 멋지게 꾸며지지도 않았고 다른 방에서 쫓겨난 온갖 책들이 길 잃은 떠돌이 마냥 있었던 공간! 그 속에서 어린 시절 진짜 보물 찾기를 했을 작가의 축복받은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며 한없이 부러웠다. 송승훈 선생님이 언급하셨듯이 외국의 위대한 인물들은 지역의 공공 도서관에서 자신의 인격과 교양을 형성하고, 우리나라의 성공한 이들은 다락방에서 책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책보물을 많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는 것과 나도 그러한 보물찾기를 함께 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도 무언가를 한 번 끄적거려보고 싶다는 꿈을  가져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연수(독서토론 지도 교사 직무연수)를 신청하였고,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비록 죽은 표현이라고 해도 괜찮다. 나는 이 책에 대한 총평을 ‘참 재미있었고, 참 감동적이다.’라고 적고 싶다. 소설이 남기는 가치는 그것을 읽어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 내용이 어딘가에서 본 것도 같고, 통속적이라 할지라도, 혹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할지라도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혹은 작가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누리고 있는 인기에 내가 한몫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려 본다. 참 재미있는 소설 덕에 정신적 영양제를 듬뿍 먹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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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식물에 너무도 무지한 나.  

항상 산에 다닐 때면 식물도감을 들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관심이 부족해서 그런지 
난 참 아는 것이 없다.  

얼마 전 화단에 피어있던 들꽃들을 넋이 나가서 쳐다 보면서(태교라고는 오로지 그거 하나했네.)
나도 식물도감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들꽃들이 얼마나 이쁜지 최근에야 알았다.
금낭화가 너무 예뻐서 디카로 사진도 찍어보고, 둥글레 꽃도 참 작고 예쁘다는 걸 알았고,
할미꽃도 어떻게 생겼는 줄 알았다.  

길가에 피어있는 흔하디 흔한 강아지풀도 사랑스럽고...
(내가 이래봤자 아는 꽃은 정말 몇 개 안 된다.) 

그런 중에 지난 번 책을 읽읍시다에서 추천했던 야생초 편지를 펼쳐들었다. 
읽으려고 사 두고 그 동안 읽지 못 했던 책
참 괜찮은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어 더 좋네. 이 책을 보고 사진도감말고 세밀화 도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생화의 재미있는 이름들과 거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좀 더 찾아 보면 좋을 것 같다.


(2006년 11월에 써 두었던 글을 여기에 옮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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