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옛날에 로드무비라는 아이가 살았어.
여동생이랑 남동생이 있었는데 셋 중 공부를 제일 못했지.
엄마는 학교에 올 일이 있어도 여동생과 남동생의 교실에만 갔지.
로드무비는 그런 이유로  6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 뺨을 맞은 일도 있단다.

"네 엄마는 왜 학교에 오셔도 우리 교실엔 들르지 않고 그냥 가시지?"

운동장이나 복도, 교무실에서 몇 번 부딪힌 엄마가 동생들 담임선생님과만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니 서운하셨던 가봐.
선생님이라도 가끔 보면 아주 어리고 외로운 영혼이 있단다.

-- 가만 있자, 아직 어린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막 해도 되나?(자기검열)

이사를 온 후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예전 동네로 돌아가자고 울부짖는 아이를
달래며 재우다 보니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나하나 끄집어 내게 되었다.
인생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시절이 없으니 내용도 하나같이 구슬프다.
심지어는 내가 나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일 정도.
(기가 막혀서 '빵구'도 안 나온다!)

재밌는 건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일화가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는 것이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기검열의 과정을 반드시 밟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아이가 선생님이나 어른 들에 대해 가지고 있을 나름의 기대와 환상이 있을 텐데
깨트리면 안 되지 않나!' 하는 문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가 인생을 더욱 회색빛으로 느끼면 어쩌지 하는 우려.
이런 염려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누구 딸 아니랄까봐 아홉 살에 지나치게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보이는 딸.

예를 들어보자.
어제가 결혼기념일이라고 단단히 착각한 나, 딸아이를 졸랐다.

"생각해 보니 오늘이 엄마아빠 결혼기념일이네. 작년에는 쌍둥이 문구점에서
예쁜 크리스털(사실은 플라스틱) 장식품을 사서 선물했잖아. 올해는 뭐 없어?"

"생각 못했는데!  엄마 뭐 먹고 싶어?"

"돼지갈비!"

"그럼 7000원 줄게 가서 돼지갈비 사먹어!"

"나 혼자?"

"응. 지갑에 돈이 8000원밖에 없어!"

"그럼 주하야,  아빠에게 전화해서 엄마 근사한 선물 사오라고 하면 어때?"

"아빠 선물은 준비했어? 결혼은 엄마아빠 둘이 한 거잖아."

"......"(할 말이 있을 리 없음!)

밤마다 다시 이사 가자고 울부짖는 주제에 한편으로는 이렇게 똑 부러지는 마이 도러다.
이런 아이에게 엄마의 신통할 것 없는 옛날 이야기를 밤마다 계속 들려주어야 할까?





딸아이의 작년 선물 크리스털(!) 장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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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12-0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따님은 너무 똑똑해서, 아마도 로드무비님이 따님께 얘기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

그나저나

'인생에서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시절이 없으니 내용도 하나같이 구슬프다.
심지어는 내가 나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일 정도.'

흑흑 저도 그래요.

저는 자의반 타의반--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관심 얻으려고 해도 눈에 안 띄는 아이였다는 것 -_-

해리포터7 2006-12-0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주하양 말솜씨에 넋이 나갔다가 왔네요..한방 먹었어요..ㅋㅋㅋ
저도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다보면 항상 말문이 막힐때가 있더군요..아들이 엄마는 그럴때 어떻게 했어요? 하면 우물쭈물.주섬주섬 구렁이 담넘어가듯 올바르게 끼워맞추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이 떠오르네요.ㅎㅎㅎ
로드무비님.12월에 결혼하셨어요? 저도 이달에 결혼했어욤..아주 추울때 눈도 흩날렸었지요..

로드무비 2006-12-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님, 반갑습니다.
결혼식 마치고 후련해서 만세삼창을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어린 시절 이야기를 건너뛰어 소녀 시절 이야기를 해줄까도 했으나
그 역시 신통치가 않네요.
엄마의 길은 멀고도 험해요.^^

딸기 님, 리얼리?
안 믿겨서요.( '')
저 위로해 주려고 하시는 말씀이죠?
그게 아니라면, 아이고, 반갑습니다!^^

Mephistopheles 2006-12-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천하의 로드무비님을 제압하는 주하의 모습..^^

마냐 2006-12-0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에서 늘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착각하면서, 욕구불만으로 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 그리고 주하의 어록은 예전에도 야무졌지만 갈수록 일신우일신.

플레져 2006-12-0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크리스탈 장식품 생각나요^^
주하의 저 무심한듯 쿨하게 톡 쏘는 한마디, 오랜만에 듣습니다.
주하 말대로 책장수님 선물 준비는 하셨어요? =3=3

로렌초의시종 2006-12-0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지로 엄마에게 떠받들려서 주인공 노릇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세상 모든 건 한때의 꽃날일 뿐이라는 진리가 남죠. 단지 나를 떠받들어주는 사람이 내 눈에 보이느냐 안보이느냐의 차이만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주하는 정말 최고에요!!!ㅋㅋㅋ

mong 2006-12-0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느새 일년~
안부 못 전해 죄송스럽습니다
잘 지내시죠? ^^

sooninara 2006-12-0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슬픈 이야기네요. 주하도 전학가서 힘들겠어요.
저흰 다행히 새학기 시작과 맞추어 전확 와서 그나마 덜 뻘쭘했는데..
친하던 친구들..특히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얼마나 외로울까요?

저도 인생에서 주인공인 적이 없어서...그래도 로드무비님은 주인공으로 보이시는데..아니라고 하시니 놀랐습니다.

7,000원 돼지갈비의 뒷이야기도 올려주세요^^ (이쁜 주하~~~엄마가 못당하시네요)

2006-12-06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6-12-0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얘기가 이런건가요? ^^ 정말 극적인 반전입니다. 엄마의 옛날 눈물은 딸의 안중에도 없는 겁니다. 딸이 보기엔 우리 엄마가 벌써부터 늙은건가 싶고... 하지만 엄마의 과거보다는 자신의 현재가 훨씬 더 소중한, 아마도 우리 모두처럼 (감히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으나.... 헤...) 따님도 벌써 사람인게지요. 그리고 주하 마음 쓰임도 참 넓네요. 8000원 중에서 7000원이나 엄마한테 줄 생각을 하다니.... ^^

2006-12-06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6-12-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1학년 따님과 이런 대화가 가능한 님이 부러워요. 가끔 저도 이런 대화를 꿈꿔요. ^^;

마노아 2006-12-07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발언에 놀라는 중이에요. 순수하면서 날카로운 질문이었어요.^^ 헌데 로드무비님은 그 선생님이 용서가 되셨나요? 전 읽으면서도 부르르였는데..ㅡ.ㅜ

니르바나 2006-12-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따님 자랑하시려고 쓰신 페이퍼지요.^^
그런데 6학년때 담임선생님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군요.
엄마가 찾아오시지 않은 일이 뺨맞을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로드무비 2006-12-0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 뭐 다 아시면서 그러셔요.ㅎㅎ
그 선생님은 존함과 얼굴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좀 비뚤어진 형태의 관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어리고 외로운 영혼'이라고 썼고요.
제가 아직 어린데도 분하다기보다 그걸 느꼈어요.^^

마노아 님, 그 선생님이 그 전에 제 성적을 확 올렸어요.
제가 머리도 노력도 별로인데 이상하게 높은 점수를 부여해 주면서
시험 쳐서 그 점수가 안 나오면 혼난다고 다그쳤거든요.
아마 자신의 공을 몰라준 부분에 대한 섭섭함이 포함되었겠죠?
딸아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많은 이야기가 생략되어서.
그래도 이상하게 생각되긴 해요.^^;;

하루 님, 제가 좀 모자라는 역할을 맡았죠.
아니 참, 진짜 모자라는 거지.ㅋㅋ
어딜 빠져나가려고!
이런 대화가 저도 즐겁습니다.^^

어린 딸과 도란도란 님,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순간이
아이가 제 품에 쏙 들어오는 그때라고요?
저도 그걸 느낍니다.
아이가 더 안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심코 하다가
놀랄 때가 있어요.
영화에서 보면 어린 시절에 주인공이 뛰어놀던 모습
회상 장면으로 보여주잖아요.
볼 때마다 뭉클합니다.
저도 어여 빨리 카메라 고칠래요.
한 장이라도 어린 딸아이 모습 더 찍어놔야지.
전 따님의 얼굴이 무지 궁금합니다.^^

에로이카 님, 이런 페이퍼를 위해서 이런 제목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는지 몰라요.ㅋ
어떤 이야기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냥 넘어가고 싶어요.
중요한 문제를 일단 발설은 했으니 되얐고, 하는 심리.
딸아이는 엄마가 불우했을수록 열광합니다.
아주 못됐어요.
8000원 중 7000원은 그리 감격할 것도 없는 게,
중국요리값 몇만 원도 척 낸 아인걸요.
어른처럼 돈을 지갑에서 꺼내 지불하는 그 기쁨을 맛보고 싶어서.^^



로드무비 2006-12-0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기념일 착각에 선물 강요 님, 그래요, 전 그런 인간입니다. 버럭=3
처음엔 좀 망가져 줄까 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몸에 딱 맞는 옷처럼 되얐어요.
태권도장은 바로 등록해 동주랑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쪽으로 매진할 듯합니다.
좀전 님의 사연 읽고 왔어요.^^


수니나라 님, 아이가 울고불고해서 지난주 일요일
남자친구와 엄마를 초대했어요.
가고 난 밤에는 통곡을 하더군요.
단칸방이라도 옛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돈이 없어서 이사 못 간다 했더니......
다행히 어제오늘은 좀 나아졌습니다.
어제가 결혼기념일이었는데 회초밥과 족발(메뉴가 좀 웃기죠?),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주하는 제게 선물이라며 3000원을 내밀더군요. 받았습니다.^^


mong 님, 별 말씀을!
그럭저럭입니다.
님도 잘 지내시죠?^^

로렌초의 시종 님, 그러셨군요. 어린 시절에......
어쩐지 귀티가 나더라니.ㅎㅎ
주하의 냉철한 대답에 움찔했답니다.
그러면서도 전 박박 말도 안되는 제 의견을 우깁니다.
존경받는 어머니상은 이미 글렀다고 봅니다.
아무튼 주하 대답 멋지죠?=3=3=3

플레져 님, 선물은 무슨.
제 존재 자체가 선물인데!=3=3=3
주하는 평소에는 맹하다가 가끔 생각도 못한 대답으로
나를 놀래킵니다.
주하의 결혼기념일 선물 기억하시는군요.^^

마냐 님, 헤헤, 오랜만에 한마디 건진 거랍니다.
전 기다렸다는 듯 페이퍼로 기록해 올리고.
그리고 어딜 가나 항상 주인공이었을 것 같은 마냐 님인데
인생의 모든 형편과 사정에 대한 통찰이 눈부십니다.^^


메피스토 님, 천하의, 뭐, 뭐라고요?
큰소리로 말씀해 주세요. 잘 안 들려요.=3=3=3










2006-12-07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7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7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심의 괴로움 님, 헤헤, 그런 건 아니고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
일없이 들어와 한두 시간이니 버르장머리를 좀 고치고 싶었죠.
과격한 방법으로.

그런데 그 멋진 분을 왜 고까워들 할까요?
깎아놓은 밤송이 같은 마스크여서?

카메라 고쳐 오지 않으면 한 대 사려고요.
사는 게 더 낫다고 군시렁대며 당췌 움직이덜 않네요.;;

어리고 외로운 영혼 님, 내일 아침 님 방에 갈게요.
댓글 쓰려니 환경이 안 받쳐 주네요.^^

'제가 보기에도 존경받는 어머니 상은 글렀다'는 분,
뭐시라요?
이리 좀 와보시요.=3
ㅎㅎㅎ 우스워 죽겠네요.



건우와 연우 2006-12-1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한 주하가 이제는 좀 새동네에 적응이 되었을까요?
중국에서 돌아온후로 며칠을 게으름을 부리다가 오늘에서야 택배를 부칩니다.
일찍 돌려드렸어야하는데 이래저래 늦어졌어요. 죄송...
주하에게 늦게나마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응원이 필요없이 이미 기운을 차렸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요...^^

산사춘 2006-12-1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런 선생님들 덕분에(?) 어른들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 넘 고생했었어요. 으... 그 차별과 폭력이란... 부모님한테 말하면 더 혼나고... 로드무비님이 계시니 주하는 걱정없어요!

로드무비 2006-12-17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 님, 아이고 그리 말씀해 주시니......
이상한 어른이 안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훌륭한 사람은커녕!!!)

건우와 연우 님, 조금 나아졌습니다.
겨울방학 때 남자친구와 교환숙식을 며칠씩 하기로 했거든요.
서로의 집에서.
그 기대로 삽니다.
택배상자는 잘 받았습니다.^^

2006-12-16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예진 2006-12-2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간 뒤 길어도 일주일?? 정도면 친구 잘~~~사귈거예요.
그때까지만 조금 수고하시면 ^^ 금방 잘 지낼거랍니다 !!
 
회송전차
호리에 도시유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호리에 도시유키의 산문집 <회송전차>는 듣도 보도 못한 모양과 맛의
화과자로 가득한 선물세트 같다.
목차에서 제목을 보고 페이지를 펼쳐 한 편씩 야곰야곰 읽어나가고 있는데,
그 순간은  마치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생긴 화과자를  골라 비닐을 벗길 때처럼 
두근거리고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오늘은 "1980년 윔블던 결승 중계를 보지 않은 사람과는 스포츠든 문학이든
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써서 테니스 선수 비욘 보그와 맥켄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비노동으로서의 왼손목'과,  <산타클로스 사전>이라는 그림책을 가지고
짧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산타클로스의 등'을 읽었다.
'비노동으로서의 왼손목'은 특히 테니스와 문학, 나아가 인생을 절묘하게 버무리고 있는데
그 솜씨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사람들이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기미와 기운을 포착하는 능력이라니!
그래서일까?
아무리 멋진 모양의 화과자도 앉은 자리에서 두 개 이상은 먹지 못하는 것처럼
그의 멋진 산문은 하루에 딱 한두 편씩만 읽는 것이 좋다.
이런 독서 방식도 산뜻하지 않은가?

오늘 재밌게 읽은 '산타클로스의 등' 이라는 그의 산문을 통째 옮긴다.
'그레구와르 솔로타레프'라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름의 작가가
실제로 있으며 우리 나라에도 그의 그림책이 두어 권 나와 있다는 걸 알고
쾌재를 불렀다.
(검색하다 보니, 연말이 코앞이라 그런지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 모집 대공고'도
눈에 띄더라는 사실.)


--또다시 그레구와르 솔로타레프의 <산타클로스 사전>을 펼치기에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15센티미터 x 15센티미터 정사각형 판형을 산타클로스의 의상이기도 한 선명한 빨강으로 장정하여
금방 눈에 띄도록 한 이 책은 들고 읽다 보면 점점 무거워지는 그야말로 사전같은 풍모와
그에 뒤지지 않는 풍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1991년 출판 당시 입수한 이래,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데 그때마다 정말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산타클로스라는 어딘가 모르게 비인칭적인 존재를 솔레타레프는 'a'에서 시작해서 'z'로 끝나는
사전 형식을 빌린 그림을 통해 멋들어지게 그려내고 있다.

산타클로스는 한 남자가 선택한 직업이다.
"어렸을 때 그는 불행했다. 산타클로스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전제돼 있는 것처럼,
해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면서 다니는 일은 어렸을 때의 불행을 다소나마 줄이기 위해
그가 생각해낸 것이다. 즉 그것은 어디까지나 직업이지 천직은 아니다.
"산타클로스는, 이 직업을 선택하기를 잘한 것인가, 하고 간혹 자문하는" 일이 있으며,
자기에 대해 얘기한 어린이책을 보면 그 한심함에 때로 어이가 없기"도 하다.

독신이라 아이가 없는 그에게는 작은 산타라 할 수 있는 장난꾸러기들이 따라다닌다.
유모와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피면서 반대로 위로받는 일도 있는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침울해 있는 모습을 주위에 보여야 하는 고독은 치유되지 않는다.
이 그림책은 사전이기도 하니까 어떤 순서로 읽든 상관이 없다.
침묵한 산타클로스의 뒷모습. 그 등에 떠다니는 쓸쓸함을 지워버릴 수 있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산타클로스가 등 뒤로 머리를 땋아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조차 거의 없는데 말이다.
('산타클로스의 등'  118~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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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6-12-05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세이 잘 쓰는 이가 진짜 '고수'라는 말이 또다시 귓가를 울림다. 근데 정말 먹음직스러운 리뷰네요. 화과자라...^^

Mephistopheles 2006-12-0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과자라....일단 겉으로 봐서 화려하고...한개 먹으면 질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보면 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와 결국 다시 입으로
가져가는...^^

2006-12-05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12-0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일까요? 산타클로스가 등 뒤로 머리를 땋아 내렸다는 것이? ㅎㅎ 처음 듣는 이야기야요. 화과자를 딱 한 번 '얻어' 먹어봤는데 별 것 아니게 생긴 녀석이 꽤 비싸다더군요. 이마에 꽃잎 한 장 턱 붙이고 있는 꼴이 영 새침해서..

짱꿀라 2006-12-0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근데요. 산타클로스는 머리를 땋아 내렸다는 것이 사실인지요. 저도 꽃양배추님과 같은 의심이 드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로드무비 2006-12-06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ntaclausly 님, 헤어스타일에 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가 고독했으리라고 짐작했을 뿐.^^

꽃양배추 님, 화과자도 화과자 나름 아니겠습니까.
황남빵이 다 황남빵이 아닌 것처럼.
이마에 꽃잎 한 장 붙이고 있는 녀석이든 아니든 한입 묵고 싶으요.
자다 일어났더니.^^

나쁜 남자 통 님, 그의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던 때가 있었어요.
최근 영화 중 두 편은 챙겨볼 생각입니다.
'산타클로스의 등'은 짧아서 통째로 옮겨봤고요.
'비노동으로서의 왼손목'과 같은 글이 참 좋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읽어보시길.
그리고 바쁘실 텐데 뭘 그리 서두르셨답니까.
저야 좋지만요.^^

메피스토 님, 한 편 한 편의 산문이 너무 맛깔스러워서
화과자에 비유했지만 맛은 훨씬 담백합니다.
그 비싼 과자 많이도 드셔보셨군요.
그리 잘 아시는 걸 보니.....^^

마냐 님, 리뷰 제목에 음식 이름을 넣어주면 이렇게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님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리뷰'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2006-12-06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2-0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톡, 두드리는 산문을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황인숙씨 산문집을 틈틈이 보고 있는데 요 책, 참 맘에 드네요. 목차부터 구미가 당겨서 장바구니에 넣어버렸어요.
공항에서 무료하게 비행기를 기다리며 테니스를 본 적이 있는데...
라켓에 부딪치는 공 소리가 참 좋구나, 하는 생각밖엔 못해봤어요. 흑.

2006-12-12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2-1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과자는 먹기보다 바라보는 게 더 설레여요. 다니엘 헤니처럼... (춘, 철 좀 들어!)

2006-12-12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1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제이의 꿈 님, 님은 제게 이미 멋진 디제이인걸요.^^*

산사춘 님, 다니엘 헤니처럼...ㅋㅋㅋ
절묘한 비유입니다.^^

2006-12-17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십육 년 동안 구멍가게의 주인이었던 어머니 아버지는

가게를 정리하시며

따로 나가 사는 아들을 위해 따로 챙겨둔 물건을 건네신다


검은 봉지 속에는

칫솔 네 개

행주 네 장

때수건 한 장

구운 김 한 봉지


치르려 해도 값을 치를 수 없는 검은 봉지를 들고

흔들흔들 밤길을 걸었다

문 닫힌 가게 때문에 더 어두워진 거리는

이 빠진 자리처럼 검었다

검은 봉지가 무릎께를 스칠 때마다 검은 물이 스몄다

그늘이건 볕이건 허름하게나마 구멍 속에서 비벼진 시절이 가고

내 구멍가게의 주인공들에게서

마지막인 듯

터질 것처럼

구멍의 파편들이 가득 든 검은 봉지를 받았다

 

                                       -- <바람의 사생활>  이병률,  창비, 2006년 11월 刊



하나같이 변변찮은 허름한 옷가지 상자를 한꺼번에  마루에 부려놓고 보니
과장해서 1톤 트럭 분량이었다.
대학 다닐 때 남포동(신창동) 옷 골목에서 사입은 고동색 모직 투피스도 끼어 있었다.

며칠 전 그 난장  속에 철퍼덕 주저앉아,  방금 도착한 모르는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그렇게 읽는 시의 맛이라니!
'거인고래' 등 몇 편의 빼어난 시가 눈에 들어왔는데,
오늘 새벽 정색을 하고 다시 읽자니 페이퍼로 옮기고 싶은 시는 따로 있었다.
검은 봉지 속의 내용물처럼 수수한 이 시.


-- 칫솔 네 개
  행주 네 장
  때수건 한 장
  구운 김 한 봉지


'고척동 이쁜이네'를 찾아 아버지와 함께 낯선 서울의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닌 
옛날옛날  어느 날이 생각난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사정사정하여 빌리고
1년인가 이자를 꼬박꼬박 부치다가 잠적했다는 돈의 액수도 생각난다.
영등포에서 건대 부근 화양동 뒷골목까지, 물어물어 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그녀가 이사 갔다는 곳을 찾아다녔다.
아버지도, 나도, 고척동 이쁜이네도, 인생이 그렇게 초라할 수 없었다.

"아버지, 제발 그 돈은 잊으시지요! 그 아줌마도 오죽하면 떼먹고 달아났겠습니까!"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꿀꺽 삼켰다.
그때 나는 대학에 갓 입학한 남동생과 함께 상경하여 고모 집 문간방에 잠시 기식하던 처지.
미우라 아야꼬의 에세이에 의하면 "아버지의 정강이를 파먹고" 있는.

딸네와 아들네가 함께 이사를 했으니 이모저모 궁금하기 짝이 없는지
우리  부모님,  이번 주에 올라오신다고 한다.
울 아버지, 얼마 전 한쪽 눈 수술을 받았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은 듯.
고속 타고 오시라 했더니 차를 몰고 오는 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부득부득 손수 운전을 고집하신다.

이번에는 또 검은 비닐봉지에 무얼 주섬주섬 담아 오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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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4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2-0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동주네도 같이 이사하셨구나 ^^
모처럼, 간만에 마음에 드는 시집을 만나 저도 기뻐요.
로드무비님이 골라주신 시를 보니까 맛이 또 다르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2006-12-04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6-12-0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듣는 시인인데요... 이것이 씸플이네요... 하지만 저 검은 비닐봉다리 속 가득든 "구멍의 파편들"(잘 모르지만 정말 기막힌 시어인듯..)을 씸플하다고 하기에, 그 씸플이란 말은 참 속알머리가 없네요... 잘 봤습니다.

2006-12-05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잊으셨을까요 님, 까맣게 잊으셨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워낙 야무진 분이라, 그런 부분에.......
부모님과 정말 속깊은 얘길 많이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만나도 딴청을 부리게 되지요.
예전 일(혹시 그런 게 있다면)은 잊고 부모님껜 무조건 엉겨붙으세요.
그게 부모님이 바라는 겁니다.
나이가 좀 드니 알겠어라.=3=3=3

벌건 대낮에 님, 아아, 그러셨어요?
냉철하게 쓰느라고 썼는데도 그러셨다니.
네, 알겠습니다.
때때마다 님 말씀을 기억하고.^^

플레져 님, 두어 분께 댓글로만 썼으니 아실 리가 없지요.
기뻐해 주시는 게 느껴지네요.
이 시집 좋았어요. 시인의 마스크도 멋지고.^^

이사는 돈 많이 드는 대청소 님, 맞아요.
부모님이 아직 젊으시죠?
60대는 무조건 젊다고 생각합니다.ㅎㅎ
글루코사민도 사드리고 곰탕도 자주 사드리고
그러셔야겠네요.
님은 아마 무척 살뜰하고 다정한 따님일 듯.^^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기 집을 공개(자랑)하는 연예인들 중
내가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신발장과 냉장고 속, 심지어는 속옷 서랍까지 보여줘놓곤
침실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 시늉을 하며,
"처음으로 공개하는 거예요!"라고 생색내는.
("나는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 그러니 안 보여줘도 되거든!"
괜시리 기분이 좀 안 좋은 날은 이렇게 궁시렁대며 채널을  돌린다.
그래놓고 다시 돌려서 구경한다.)

침실이 별것이어서 꽁꽁 감춰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게 어색해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워 할 건 또 뭐람.

두 번째 밥맛 유형.
으리으리한 호화저택의 현관문을 열며 "누추합니다!" (그런 겸손은 절대 사절!)하질 않나, 
대부분을 외제 가구로 치장한 인테리어의 방, 거실 혹은 주방에서 겸손한 척 거드름을 피며
"저는 심플한 걸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그런 주둥이는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다.)

'심플'이라는 단어는 아무데나 갖다붙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자신에게 내재된 모순을 여러 차례 깨달았다.
벽지를 고를 때, 내가 내세운 것도 심플.
소파를 구경하면서도 심플심플.
이래서야 주둥이로는 심플을 외치지만 자신의 안목에 대단히 자부심을 가진 듯한,
그동안 화면으로 본 재수없는  누구누구와 무엇이 다르랴.

이사 첫날부터 어제까지 휴지뭉텅이를 들고 찾아온 손님이 네다섯.
현관문을 열면 내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런 인사가 제일 먼저 튀어나온다.

"호호, 집이 좀 넓고 호화스럽습니다. 각오하시고......"

그리고는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엉망인 방들을 의젓하게 보여준다.
우리집보다 훨씬 넓은 집에 사는 손님들이 나의  장단에 맞추어 줄 때 기분이 좋다.

이사 와서 제일 좋았던 건 그동안 모아둔 대형 스티커를 새 냉장고며 욕실 유리창이며
아이 방 창문에 종류별로  붙이는 일이었다.

구름이 흘러가는 모양의 아이 방 창문과, 키스 하링 스티커(60 x30센티미터?)를 붙인  냉장고가
특히 마음에 든다.
스티커를 붙인다면 무조건 질색을 하는 나의 남편도 이번에는 아주 흡족한 눈치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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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12-0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공개하셔야지욧!!!

blowup 2006-12-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텐텐에서 틈틈이 사모으셨던 스티커겠네요.
궁금한데, 아직도 디카는 요양중인가봐요.
디카 얼른 고쳐서 30센티미터짜리 스티커 보여 주세요.^-^

Mephistopheles 2006-12-0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저도 모 연예인들의 집자랑 프로그램이 보여는 족족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려버리긴 합니다만...^^
그래도 로드무비님 집안 풍경과 스티커는 사진으로나마 공개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팬들이 이리 열화같은 요구가 있는데 말이죠...ㅋㅋ

로드무비 2006-12-0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팬들의 열화같은 요구가 어딨어요? 두리번.=3=3=3
사진 찍어 페이퍼로 올리고 싶어 미치겠슴다.^^

namu 님, 뭔 스티컨지 짐작하시죠?
소파 고를 때보다 그 스티커 고를 때가 더 힘들었다니깐요.ㅎㅎ
카메라는 요양중인가 했더니 아직도 책장수님 책상 위에 있다는군요.
님의 독려에 힘입어 불끈. 이 인간을! =3=3

FTA 반대조선인 님, 그러지 못하는 제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욧.


icaru 2006-12-0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보고싶어요...
근데 연예인 집자랑하는 프로~욕하면서도 열심히 보게 된다는..

2006-12-04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6-12-0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사진! 키스하링 스티커 사진!

에로이카 2006-12-0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께서 언제 맘 잡고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으셔야 할텐데요... ^^ 주하의 남친은 어찌 됐는지? ^^ 좋은 새 이웃들도 많이 만드시기를..

플레져 2006-12-0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반듯하고 너무 잘 꾸며놓은 집은 푸근함이 없더라구요.
좀 지저분해야 그게 정말 집이죠! 아니 그렇습니까? ^^*
이불은 사셨어요? 젤 궁금 ㅎㅎ

2006-12-04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6-12-0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커 사진 공개해주세요요요 ^^
이사간 집에선 복이 통째 굴러오길 바래요. ^^

마노아 2006-12-0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근조근 소박하게 얘기하시면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로드무비님, 이맛에 님 페이퍼가 기다려져요. 그리고 저도 사진 원츄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 화려한 볼거리라니 언제요? 어리둥절.
사진은 조만간 꼭 찍어 올리겠습니다.^^

차우차우 님, 복이 통째라,
아주 정겨운 덕담입니다.^^

플레져 님, 초록색으로 샀습니다.
전화를 걸어 색상을 바꿔달라고 했어요.
잘했다고 속으로 안도하고 있습니다.ㅎㅎ
(고럼요, 집은 어디까지나 좀 추저분해야......)

에로이카 님, 이런 페이퍼로는 양에 안 차신다는 말씀 같구만요.ㅎㅎ
기다리시라요.
어제 오랜만에 상봉한 주하 남친 소식도 곧......

진우맘 님, 좀만 지둘려주시면......^^

'심플' 취향 님, 맞는 말씀입니다.
벼락부자의 요란한 꾸밈과는 절대 다른,
안 꾸며도 묘한 간지가 흐르고 거기다 품격이 있는 듯한.
그런데 님은 이미 그 단계에 오르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요?
'열화'를 외쳐주시니 흐뭇하군요.^^

이카루 님, 그러니까요. 콧방귀를 뀌면서 시선은 계속......^^




2006-12-04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4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4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12-0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거실 좀 넓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어 좀이 쑤실 지경입니다.. 따땃한 거실에서 기어다니는 예찬이를 상상하지만... 이사한지 1년도 안되었는데, 참아야겠죠? ^^;

rainy 2006-12-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요~ (번쩍) 열화와 같은 요구 여깄습니다 ^^

sweetmagic 2006-12-04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열화와 같은 요구~~~

해리포터7 2006-12-0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무사히 끝내셨군요..님의 사진을 기다리겠습니다.그때 러브하우스 구경실컷해야겠습니다~

아영엄마 2006-12-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들이 기다린다고 독촉을 하셔서 언능 카메라 가져 오게 하셔요. (정리는 언제 다 하시려나... 나두 심플하게 살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가고 싶당~)

sudan 2006-12-04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데, 심플하신 취향과 스티커는 어딘가 좀 안 어울려요.
사진을 어서 올려주셔서 스티커도 잘 붙이면 지저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세요. ^^ (저 진짜로 궁금해요.)

nada 2006-12-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불 왜 빨간색 안 사시고 초록색 사셨어요.. 기어이(?) 새 냉장고를 선물받으셨군요. 흐흐 새 냉장고에 스티커 붙이시는 심장도 보통 심장은 아닌걸요~

짱꿀라 2006-12-05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사간 집이 너무 좋으신가봐요. 다들 칭찬이네요. 언제 한번 사진으로 공개좀 해주세요. 구경하고 싶네요. 좋은 하루가 되기시를....... 행복하세요. 잘 읽고 갑니다.

산사춘 2006-12-05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무비님이 넘 져터라... 전 오늘 선물받은(선물뇨가 몰래 떼어온) 다니엘 헤니 포스터를 새벽 네시에 붙였사와여. 방에 드갈때마다 깜딱깜딱 놀랄듯해여.

로드무비 2006-12-0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 님, 다니엘 헤니 포스터 참 탐나는군요. 꿀꺽.
스티커 붙인 냉장고 보면 우리 산사춘 님 춤추실 텐데.....
꼭 보여드릴게요.^^

santaclausly 님, 사진기 고쳐 빨리 찍어 올리겠습니다.
아, 이 소리를 한 지 두 달이 지났군요.;;
기분좋은 오후 시간 되시길.^^

꽃양배추 님, 빨간색이 갑자기 자신이 없더군요.
제 방과 안 어울리는 것 같고.
어느 님 말씀처럼 꿈자리도 걱정되고.
제가 또 귀가 좀 얇잖아요.ㅎㅎ
그리고 스티커도 스티커 나름이지요.
자신있습니다.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sudan 님, 그게 그러니까 가설라무네, 제가 좀 인간이 조잡합니다.
그래서 그토록 심플을 외쳤던 거고요.(마음속으로!)
스티커를 붙인 심플하고 화려한 냉장고 기대하세요.^^

아영엄마 님, 홧김에 카메라도 한 대 살까요?
이사 땜에 이왕 쓴 김에 확실히.ㅋㅋ
저란 인간은 100평에 살아도 마찬가질 겁니다.
사실 심플하고는 거리가 멀답니다.^^

해리포터7 님, 러브하우스라니 부끄럽사옵니다.
조금만 지둘려 주세요.^^

스윗매직 님, 레이니 님, 유덕화의 <열화전차> 보셨어요?('' )=3=3=3

클리오 님, 아이에겐 더 좋은 걸 자꾸 주고 싶죠?
그 심정 압니다.
이사한 지 1년밖에 안 됐다니 조금만 더 참으시고요.^^

원고정리 님, 그러셔야죠.
중요한 일을 먼저.
그런데 궁금해라. 뭘 보내셨다는 걸까?^^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님, 이 단어를 보니
갑자기 가곡이 듣고 싶네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제가 느끼기엔 상당한 경지인 걸요.
제가 바라마지않는......^^















박예진 2006-12-2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티커 매니아에요.
서랍이 넘쳐도 사고 또 사고 싶다니깐요.
아~제 방 문에도 스티커 붙이고 싶어져요~ 히히
 

카프카가 1912년 8월 20일 일기에 쓴 '비탈길을 올라가는 비쩍 마른 말'의 묘사.
그리고 "그 모든 곳 위에 마부의 채찍질"이라는 구절.
니체가 광증 발병으로 쓰러진 토리노 광장.
어떤 마부가 말에게 채찍을 내리치는 모습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달려가
말을 껴안으며 가로막았다는, 그러다 쓰러졌다는 니체.(1889년 정월)

10여 년 전, 괴테가 살았던 독일의 도시에 잠시 머물며  전영애는
카프카와 니체, 괴테를 종횡무진하며 이렇게 썼다.

--자신의 '안락'을 위한 인간의 잔혹에는 그것을 누리는 인간마저도
미치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니체의 말에다, 이제 카프카의 말이 더해져......그 모든 것 위에 채찍 든 손......
자신의 등짝 위에 내리쳐지는 채찍......
그 등짝과 손이 제 마음 속에 한꺼번에 있어, 이 은유에서 헤어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등짝이 치워지지도 않고...... 손길이 멈추어지지도 않는......
그건 바로 제 몰골입니다.(1996. 1. 23.)

오늘 아침,  수상한 박스를 하나 정리하다가 튀어나온 조그만 수첩, 
2000년 1월의 독서기록.
딱 여덟 장만 끼적이다 만.
(난 언제나 한 권의 수첩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채워보나?)

아무튼 이 글,  다시 읽어도 좋길래  페이퍼로 옮긴다.
책을 읽으며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을 꼭 사서 읽어야겠다"고 흥분하여 메모해 놓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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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2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히 남편과 수다 떨어야 한다는 님, 저녁 메뉴 고르시는 거죠?
다 앱니다.^^

치니 2006-12-0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사 잘하셨어요?

로드무비 2006-12-0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그러문요. 잘 지내셨죠? ^^

2006-12-02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2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6-12-0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새 이사하셨구나. 몸살 안 나셨어요?

날개 2006-12-0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집은 어떤가요?^^ 정리는 거의 다 되셨나요?
이사하느라 수고하셨어요..!

짱꿀라 2006-12-0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는 잘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새로운 집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이사하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일요일 잘 보내세요. 행복하시구요.

balmas 2006-12-03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사하셨군요. 힘든 일 하셨네요. :-)
저처럼 혼자 살고 짐도 몇 개 안되는 사람도 이사하는 일은 힘들던데 ... ㅋㅋ
어디서 어디로 이사하셨나요?

로드무비 2006-12-0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 balmas 님, 그곳 생활은 어떤지요?
혼자 살림이든 뭐든 이사는 힘든 것.
이것저것 결심하게 만들더군요.
끝도 없는 짐보따리를 보며......
그리고 뛰어봤자 벼룩입니다.
경기도에서 경기도.^^

santaclausly 님, 덕분에 이사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정한 인사 고맙습니다.
님도 쾌적한 주말 보내시길요.^^

날개 님, 책정리만 빼고 대강 끝났습니다.
책은 아무렇게나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 책장수님이
정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른체.
새집은 궁궐같습니다.=3=3=3

FTA반대벼리꼬리 님, 몸살 안 났습니다.
몸살이 날 만큼 일을 안하니까요.
아무튼 이사는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Welcome back 님,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책상 앞이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바뀐 창밖 풍경도 그렇고요.
극장 가는 길을 아직 몰라서 그것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채찍을 들고 님, ㅎㅎ 멋있었나요?
님 방으로 갈게요.^^













야클 2006-12-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보니 이사하셨군요. 저도 이사하려고 여기저기 알아 보고 있는데 신경 쓸 일이 한두개가 아니네요. 새집에서 앞으로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2006-12-03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끓여 먹을 만큼 정리하는 데만 사나흘.
맞아요.
가스레인지를 들어내고 보니 녹이 슬고 엉망이라 버리고 왔죠.
덕분에 휴대용가스레인지로 사흘을 버티는데 재미나더군요.
캠핑 온 것 같아서.
푸른색 벽을 침대가 절반이나 가려버렸어요.
너무 아까워요. 숨어 있는 절반의 푸른색 벽이......^^

야클 님, 귀찮아도 일단 옮겨놓고 보니 새 소꿉장난 기분도 나고.
이사도 급한 마음으로 알아보지 말고 느긋하게.
아시죠?
집이든 인연이든 마음이 급하지 않을 때 어느 날 우연처럼
찾아드는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따뜻한 인사 고맙습니다.^^



nada 2006-12-0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제 2의 신혼 분위기군요. 휴대용 버너에 캠핑 기분이라니.. 여기서 카프카를 다시 보니 반가워요. 괴테 자서전은 저도 궁금한 책 중의 하나구요. (저도 수첩 끝까지 써보는 게 인생 목표예요..- -;;)

로드무비 2006-12-0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아이가 약속을 어겨서 신혼 기분은 못 내고 있습니다.
무슨 약속인지 궁금하시죠?ㅎㅎ
당시 저 책을 읽고 전영애 씨가 무지 좋아졌다죠.
안 읽으셨다면 그녀의 편지 꼭 읽어보시길.^^

sandcat 2006-12-0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약속이라면 침대 관련한 것인가요?( ")
전영애 씨의 문장이 좋아서 보관함에 바로 넣었어요. 로드무비 님이 담이 왔다고 말씀하신 게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온몸을 슬슬 돌아다니는 담이 꿈에 나왔어요. 검푸르딩딩한 무엇이 바로 담의 실체더군요.
(푸른 벽과 새 냉장고 사진이 이번 주 내로 올라오지 않겄나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새집으로 이사 가면 당췌 정이 안 든다고 투덜거리면서 속으로는 엄청 좋아해요. 부러워라.)

icaru 2006-12-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두색 포스트 잇... 화수분 같아요~! 문학과 삶과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의 향연..

로드무비 2006-12-0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 님, 헤헤, 가볍디가벼운 포스트잇인데요.
붙였다 마음대로 떼내는.....^^

샌드캣 님, 침대 관련, ㅋㅋ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담'은 참 불길한 무엇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요절한 젊은 시인이 '담'이 오는 느낌에 대해
생생하게 썼던데.
님은 절대 담 같은 것 경험하지 마세요.

전영애 씨는 이상하게 김수현 씨처럼 뭔가 마음이 안 가는 구석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엎어졌습니다.
에고이스트(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덮어씌운 혐의?)든 뭐든 알게 뭐예요.
글이 좋으면 됐지.ㅎㅎ
샌드캣님도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에 미리 흐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