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 한 포털에서 '훔친 양복 너무 커서 백화점서 바꾸려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읽었다.

울산에 거주하는 35세 모 씨가 원룸에 들어가 한 벌 180만 원 상당의 고급 브랜드 양복 두 벌과
골프채(도합 960만 원)를 훔쳤는데, 훔친 양복이 너무 커서 부산의 모 백화점 매장에 들러
수선을 맡겼다가 도난품임을 알게 된 백화점측의 신고로 덜미가 잡혀 구속되었다는 것.

자기 딴에는 머리를 써서 양복을 훔친 지역을 멀리(!) 벗어나  부산까지 갔는지도 모른다.
그 고급양복은 부직포 케이스에 잘 보관된 채로 그의 고물차 뒷좌석에 걸려 있었을 것이다.

평소 연예인이나 연예계 소식에 유독 관심이 많은 나같은 사람의 경우
우연히 거리나 마트의 주차장에서 정장을 옷걸이에 걸어  뒷좌석 창문 가에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차를 보면 혹시라도 막 공연을 떠나는 연예인이 탄 차가 아닌가 하여
유심히 차창 안을 들여다 보게 된다.

어쩌면 그 도둑은 '울산 - 부산' 간 고속도로를 달리며 며칠 후면 자신의 것이 온전히 될 고급양복을
백미러로 훔쳐보며 휘파람이라도 불었는지 모른다.
트로트 가수 박상철이라도 된양 기분을 내며 '자옥아' 라는 노래를 흥얼거렸을지도.

양복과 골프채를 도난당한 울산의 40대 원룸 주인은 자신의 집이 털린 사실을 알고
자신이 양복을 샀던 백화점의 매장에 즉각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점원으로 하여금  양복의 종류와 치수까지 꼼꼼히 기록하게 했다.

허름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손님들이 매장을 맴돌며 혹여라도 고가의 상품을 슬쩍 만지기라도 하면
잽싸게 달려와 그 양복의 가격을 통보함으로써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떼게  하고
그 표정을 은밀히 즐겼던 매장의 거만한 점원과 점장은 전화를 받자마자
그 사실을 전국의 백화점에 알렸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그 브랜드의 모든 매장에 있는 컴퓨러 단말기에는
180만 원짜리 양복을 원 주인에게 찾아준다는 사명에 의거해서라기보다는
훔친 도둑이 그 브랜드의 양복을 입게 할 수는 없다는 사측과  점원들의 대동단결로
도난당한 양복의 정보가  빠짐 없이 입력되었다.

그리하여 이왕 훔친 고가의 양복이니만큼 자신의 몸에 맞게 고쳐서 입어보겠다는
도둑의 야무진 계획은 무산되었다.

도난당한 양복을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울산 원룸의 그 주인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멍청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그 도둑의 낯짝도 슬며시 궁금해지니,
에라이 이 화상아, 별게 다 궁금하다.(혼잣말)

이 세상은, 특히 우리 사회는 이것저것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데,
어떤 건 깜짝 놀랄 정도로 확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철옹성으로 느껴질 정도로 견고하다.
부자들의 집 담벼락과 대문은 어찌어찌 뚫었는데  결과적으로 도둑이 뚫지 못한  옷장처럼.

4월 들어 알라딘에서 준 4000원짜리 영화 예매 할인권을 오랜만에 사용해 보겠노라
한 시간여  컴 앞에서 낑낑거리다 결국 실패하고 이 기사를 읽었다.
예약실패 영화의 제목처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이 아니고,
혐오스런 도둑과 로드무비의 무능한 일상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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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2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제 컴터 수리는 끝나신 건가요? :)
5분대기조는 면하신 건지 궁금합니다~아~ ^^

로드무비 2007-04-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 님, 알라딘 툴바가 안 보이고 결제창이 아직 안 뜹니다.ㅎㅎ
5분대기조는 면했습니다만.

sooninara 2007-04-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지름신은 당분간 안내리시겠네요^^
저도 저 도둑보고 운도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명품을 안사봐서, 그렇게 고객관리가 잘된다는 것에도 놀랐구요.
만원미만의 옷만 사다보니 (아울렛 균일가 세일 매대가면 만원이면 한벌도 가능)
흠..흠...

로드무비 2007-04-1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 님, 어쩌면 책장수님의 농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문득.ㅋㅋ
고친다고 며칠간 본체를 떼가서 컴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님처럼 만 원짜리 명품족이랍니다.^^
(그 도둑 참 어리숙하고 안쓰럽죠?)

프레이야 2007-04-1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에 에러 발생하던걸요. ㅜㅜ
그 도둑, 참 안됐네요.

2007-04-12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4-1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알라딘]...갈수록 걱정됩니다. 오전에 어떤 글을 읽고 있었는데 댓글을
달려고 하니 난데없이 [로그인]이 창이 뜨더군요. 그래서 별 생각없이 재로그인했더니
왠일 - !!! "님의 서재입니다" 하고 나온 것이 텅텅 비어 있는 서재를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정말, 그 황당함이란. "으이그..또 에러인가보군" 하면서 나와버렸지만.
정말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알라딘]이 폭발라도 해서 우리의 모든 글이 공중분해
되는 건 아닌가 심히 염려됩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로드무비님의 글을 보니 반갑군요. (웃음)

로드무비 2007-04-1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옹성 님, 무모했죠? 감히......

배혜경 님, 그게 알라딘 에러였어요?
전 제 컴만 그런 줄 알았죠. 하하^^

로드무비 2007-04-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SHIN 님, 툴바는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던가요?
툴바가 안 보인다고 페이퍼 쓰셨던 게 기억 나서.
어느 날 폭발이라도 해서 공중분해 어쩌구 하시니
전 그 말이 왜 이리 재밌을까요?
하하, 그런 일은 절대 없겠지요.

진/우맘 2007-04-12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4000원, 저도 아직 안 써봤는데...ㅎㅎ

마노아 2007-04-1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너무 맛나게 읽었어요^^ '대동단결'한 백화점 직원들이 어쩐지 무서워졌습니다. 그럴때는 또 어찌나 서비스가 투철하던지^^;;;;
알라딘의 에러는 정말 걱정스럽네요. 오전엔 바빠서 에러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어요.
전 4,000원 쿠폰 매달 잘 썼어요^^;;;

비로그인 2007-04-1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울컥)
저의 툴바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ㅜ_ㅜ 포기했다가도..가끔씩 울컥거립니다만.
언젠가는 [알라딘] 담당자의 목을 붙잡고 마구 흔들 제가 상상이 됩니다. (웃음)

국경을넘어 2007-04-1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훔친 양복... 일련의 장면을 생각하니 너무 웃기네요 ^^*

2007-04-12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4-1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 오랜만이네요 님이 오랜만이 아니라 제가 그렇다구요. 그나저나 양복 수선을 맡기다니....이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닌데.... 전 왜 그사람이 잡힌 게 안타깝게 느껴질까요...

니르바나 2007-04-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예계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차 안까지 들여다보신다니 참 재미있어요. 로드무비님.^^

2007-04-13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키타이프 2007-04-1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도둑 어지간히 재수 없었군요. 이런식으로 뒷덜미 잡힐줄 알았겠어요.
연예계에 관심이 많으시다는걸 지금에서야 알았네요.
그동안 무심했었는데 건강하시죠.
님의 글은 항상 생활의 온기가 있어서 좋아요.

2007-04-13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4-13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양복을 훔쳤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보통 훔치는 물건이라면 부피가 작아야 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앞으로 자주 뵈어요.

하루(春) 2007-04-1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어요. 님, 소설 한 번 써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icaru 2007-04-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쓰셔요. 웬만한 신문에 기재되는 칼럼보다 훌륭하심..

자옥아..자옥아....~내 자옥아! 하던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궁금했었는데.. 박상철이란 사람이군요. 그 노래를 처음 듣던 날, 나와 친구의 대화..
나 : "난 저게 ‘좌우간’인 줄 알았어.”
친구 : "하여간 사상이 불순해. 저게 어떻게 ‘자고 가’로 들리냐.”


2007-04-16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6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6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4-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 허랑방탕 님, 전 에브리데이 365일 허랑방탕이랍니다.
새글 소식은 꼭 전해주세요. 챙겨볼게요.^^

다시 봐도 이 얘긴 님, 아유 별 말씀을......
아무 생각 없이 써갈긴 글인데요.
그래도 뭔가 끄적이고 싶을 때가 가끔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제 의기소침을 아시고 격려해 주시는 센스! ~. .~

이런저런 생각들을 님, 아닌데요.
전 아무 생각 없이 살아요.
그날 그 기사를 보고 그냥 느낀대로 끄적인 것에 불과한데요.
근황이 멋집니다. 부러워라!
그 시간들 알차고 멋진 것들로 가득 채우시길......
(예쁜 아내는 잘 있어요? 그 소녀는?)

이카루 님, 헤헤, 제가 좀 잘 쓰나봐요.=3=3=3
박상철이란 가수는 어디 이동할 때마다 아줌마 팬들이
우르르 몰려오는데 떡이며 인삼이며 호화도시락이며
바리바리 싸들고 오더군요.
그래서(?) 전 박상철은 별로예요.
곤드레만드레를 부른 청년(이름을 까먹었음)이 좋더군요.^^
(자고 가, 자옥아... 무지 웃겨요.ㅋ)

하루 님, 꽁트 정도라면 몰라도. 헤헤......^^

승연 님, 옆 골목에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요?
요즘은 집에 현금을 손수건에 싸서 장롱 속에 넣어두는 사람이 없잖아요.
기동력과 운송력도 필수이니 그짓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나중에 놀러갈게요.^^

아키타이프 님, 오랜만입니다. 반갑고요.
글에서 생활의 온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니 기분좋은데요?
요즘 제가 하도 미지근해서.
연예계 소식에 관심이 많다고 페이퍼에 몇 번 흘렸던 것 같은데. 하하~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로드무비 2007-04-1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 들여다본다기보다 흘끔흘끔 곁눈질하는 거죠.ㅎㅎ
제가 호기심은 있으나 그리 용감한 인간은 못 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고요.^^

마태우스 님, 오랜만입니다.
저도 그날 너무 안타까워서 읽자마자 이런 글을 썼답니다.
그의 미련함과 어리숙함에 화가 나더군요.^^
(동병상련의 기분도 어쩌면.......)

어쩐지 통쾌 님, 호호,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폐인촌 님, 한 편의 콩트감이죠?^^*

L-SHIN 님, 어떻게 하면 툴바가 모습을 나타낼까요?
알라딘의 문젤까요, 컴의 문젤까요?^^;
(알라딘 담당자 목은 말고 다른 델 누르세요.
위험하니까.=3=3=3)

마노아 님, 저도 쿠폰 두 번인가 잘 썼답니다.
그런데 최근엔 그게 여의치 않아서.
백화점 직원들 이야기도 꼭 한마디하고 넘어가고 싶었어요.^^

진/우맘 님, 아니, 왜 안 쓰셨을까?
그 아까운 걸.
지금은 제 컴으로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할인쿠폰도
그림의 떡이랍니다.^^;





2007-04-17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7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8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9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4-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런저런 생각들을 님, 아닌데요.
전 아무 생각 없이 살아요.
그날 그 기사를 보고 그냥 느낀대로 끄적인 것에 불과한데요.
근황이 멋집니다. 부러워라!
그 시간들 알차고 멋진 것들로 가득 채우시길......
(예쁜 아내는 잘 있어요? 그 소녀는?)

잉~ 저한테는 님, 이 댓글 안 보이세요?
위에 있는데......
귀여우셔라.ㅋㅋ

짧은 하루여행 님, 코너 어쩌구는 마음에 드셨는지요?
전 지금 모든 종이를 둥글게 잘라보느라 신났어요.^^





2007-04-19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20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4-2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센스 55단 님, 헤헤, 제가 좀 그렇죠?=3=3=3

20대라고 우기면서 님, 골병은 왜요오?
골치 아픈 일 없이 편안하시길.

구리스탈 2007-06-27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늘 알라딘에서 헤엄치다가 밤을 꼴딱 샜네요
오랜만에 로드무비님의 페이퍼랑 리뷰도 감상했지요... 그런데 왜이리 비밀댓글이 늘어난건지... 로드무비님께 귓속말을 속닥거리는 분이 많으시네요 호호호...역시 또한번 님의 글맛에 감탄하며.
 
 전출처 : 하루(春) > 플루토에서 아침을(Breakfast on Pluto)




난, 심각한 건
딱 질색!

눈물을 흘리는 대신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
그게 내 삶의 방식이야

내가 라디오에서 들은 게 맞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보고 "Two thumbs up!"이라 했단다. 이딴 영어 집어치우고, 그러니까 "최고"였다는 거다.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내가 사는 시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조만간 서울에 가서 볼 거다. 언제나 그렇듯 큰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기대는 하련다. 왜냐하면 포스터의 저 문구가 딱 내 스타일이거든.

(이상은 하루 님의 페이퍼입니다.)

----------------------------------

어찌어찌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잡았다며 어젯밤 책장수님이 의기양양
고친 컴퓨러를 들고 왔는데 어찌된 셈인지
사진이나 그림을 싣고 활자를 지정하는 등의 시스템이 보이지 않아
궁리 끝에 하루 님의 페이퍼를 퍼왔다.

어제 오전 광화문 극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니
조조 관람은 힘들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나온 탄식이,
"아이고, 나 죽어!"였다.
(30분에 한 대 오는 직행버스를 25분 기다려 타는 바람에......)
처음 써본 말인데, 입 밖에 내뱉고 보니 너무나 익숙하다.
생각해 보니 오래 전 소설가 *** 선생의 입에 달려 있던 전유물 같은 말.
배가 너무 고파도 "아이고, 나 죽어!"
약속 시한은 다가오는데 원고가 잘 안 써져도 "아이고, 나 죽어!"
어찌저찌 연락을 안하고 산 지 몇 년이 되어 가는데,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그 말은 내 속에 납작 매복해 있었나 보다.

더 웃긴 건 영화를 보는데 서른번째인가의 에피소드 제목이 
글자 하나 안 틀리고 '아이고, 나 죽어!'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영화를 보다가 어둠 속에서 혼자 낄낄 웃었다.

컴이 고장나 잠시 연결이 되다말다 하던 지난 한 달여 동안
메일로 어렵게 '재입고' 소식을 접하고 미친듯이 달려가 장바구니에 담고
몇 번 껐다 다시 켰다 하며 주문을 완료하고 결제까지 그 어려운 장정을 마치고
엊그제 내 손에 무사히 들어온 상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바쇼의 詩句 광고문안이  그토록 인상적이던 펀숍의 스노우돔 '겨울단상'.

5분 안에 써야 할 글이 있을 리 없고 5분 안에 장바구니에 담아야 할 상품이
있을 리 없다고 페이퍼를 써서 올린 지 불과 며칠 뒤의 일이었던가?

고장난 컴 궁둥이를 두드려 가며 한 시간 여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룩해낸 쾌거이고 보니
스노우돔을 내 두 손에 받아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 말을 언제부턴가 믿지 않았는데
이번 '겨울단상' 때문에라도 슬며시 수정해야 할까.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보고 나와 오랜만에 극장 안내원을 붙잡고 졸랐다.
포스터를 한 장 살 수 없냐고.
이 얼마나 모처럼 맛보는 생의 알토란 같은 집착이란 말이냐.
살 수 없다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포스터를 갖고 싶기는 또 오랜만이어서, 거절을 당하고도 무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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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하게 마음에 드는 포스터군요. 저도 가지고 싶은걸요.

2007-04-0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7-04-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겨울 단상.
바쇼의 하이쿠에 대한 답가로
로드무비 님의 短想도 들려 주세요.
포스터는요. 혹시 수입사에 전화해 보면 안 될까요?
(택배비 정도만 내면 보내 줄 것 같은데...)


비로그인 2007-04-0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포스터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산다는 건데
굳이 불가하다는 냉담함은 뭐람?
저라면 홍보를 위해서라도 적극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할 텐데요.
그 사람 센스 참...!

로드무비 2007-04-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 2 님, 포스터를 달라는 사람이 많았나 보죠.
그래도 조금 서운하긴 합니다. 헤헤~

namu 님, 수입사에 전화라니, 너무 먼길 같습니다.
그 정도로 갖고 싶은 건지 생각해 보고요.ㅎㅎ
겨울 단상, 기대했던 그대로더라고요.
단상은 떠오르는 거이 없어서 패쓰!^^

타인의 삶 님, 컴이 먹통이다 보니 프로그램 상영 시간을 몰라서
<씨네21>에 의지, 닥치는 대로 나선 길이었습니다.
타인의 삶은 오후 2시 지나서 시간이 잡혀 있더군요.
님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L-SHIN 님, 묘하게...그죠? 묘하게 마음을 끄는......^^

하루(春) 2007-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보셨군요. 저도 볼 거예요. 꼭!! 포스터도 이왕이면 손에 넣고 싶네요.

히피드림~ 2007-04-0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나 죽어!! ㅎㅎ 나도 평소에 그 비슷한 말 잘 써요^^
그나저나 닐 조던 감독작품이군여
그 분은 동성애소재 영화를 좋아하시는군여 그래두 그 감독영화중 본 건
다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7-04-1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 님, 닐 조던 감독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는 좋더군요.
극장에서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요.
역시 영화는 극장 가서 봐야 해요.
"아이고 죽갔구만!"은 저도 몇 번 써봤는데. 헤헤~~

하루 님, 포스터 혹 두 장 얻으시면 제게 한 장. 비굴비굴.^^
 

토리(햄스터)를 데리고 바깥에 잠시 나갔다 왔다.
지루한 얼굴로 피아노학원 차를 기다리고 있는 딸아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마시던 커피 잔까지 챙겨서 나가니 딸아이 얼굴이 활짝 펴졌다.
꿈틀거리고 뭉클쿵클한 거라면 그것이 뭐든 무서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토리에게 푹 빠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토리가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해
마루로 달려 나간다.
기척을 느끼고 창살에 붙어서서 두 손을 맞잡고 있는 앙증맞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딸아이는 하루에도 열두 번 토리를 꺼내어 안고 놀다가 집에 넣어주고
손을 씻느라 손등이고 손바닥이고  꺼칠하다.
토리를 만진 후에는 그것이 아무리 잠시라도 꼭 손을 씻는 딸아이.
침대에 내려놓으려고 하면 기겁을 하며 말리는데 이유인즉슨
토리의 몸에 있는 세균맨이 이불에 묻으면 우리가 잘 때
세균맨의 침공을 받기 때문이란다.

2주 전 토요일 아침에는 토리로 인해 작은 소동이 있었다.
딸아이는 학교에 가고 그 틈에 토리를 마음껏 주무르며 놀던 나,
운동 좀 하라고 마루에 내려놓았더니 순식간에 에어컨 설치를 위해
파놓은 벽의 동그란 구멍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속이 무슨 미로처럼 되어 있는지 토리가 나올 줄을 모르는 것이다.
구멍 속으로 손을 넣고 한참을 휘적이던 남편,
단안을 내렸다. 벽의 구멍을 더 크게 뚫기로.
이사 오기 전 텔레비전 홈쇼핑으로 충동구매 했던 전동공구 세트가
이렇게 요긴하게 사용될 줄이야!
토리 구출작전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무심코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영문 모를 어둠 속에 30여 분 갇혀버린 토리.
딸아이가 돌아오기 전 무사히 구출해서 다행이었다.
남편은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토리를 꺼내다가 손등을 심하게 긁혔다.
영광의 상처......

토리를 두고 가는 게 아쉬워 딸아이는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피아노 차량에 오르고, 나는 열린 창문으로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우리 토리를 소개시켰다.
“그거 쥐 아니에요?”
얼굴을 찡그리시는 아저씨.
‘에잉? 토리가 쥐라니!’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기분이 나빴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토리는 쥐 종류였다.

아파트 화단에 토리를 풀어놓고 서서 싸늘하게 식은 커피를 마셨다.
“아줌마, 그거 뭐예요?”
처음 보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온다.
지나가는 여고생에겐 “얘 예쁘죠? 햄스터예요. 운동 나왔어요.” 하고
내가 먼저 말을 걸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흙과 풀이 깔린 화단에서 토리는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하루에 10분씩 꼭 맑은 공기를 쐬어 줘야지.
우리 집 토리는 주인을 정말 잘 만났다.
지난 주말에는 경춘가도까지 달리지 않았는가.
양평과 가평을 지날 때 딸아이는 창문을 조금 열고 토리에게
강바람을 맞게 해주었다.
친한 네 가족이 콘도에서 만나 놀고 하룻밤을 잤는데 토리는
아이들에게 대인기였다.


토리 재출연~~

 

-----------
지난주에 쓴 글을 이제야 긁어 올린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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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7-04-03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산책은 어떻게 하시나요? 목줄같은거 매나요?

플레져 2007-04-0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행복한 토리네요.
토리를 구출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쯤에서 이야기가 멈출까봐 괜히 조마조마했어요 ^^

마노아 2007-04-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리는 정말 주인을 잘 만났네. 완전 가족이잖아요^^

비로그인 2007-04-0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 미치겠군요 정말!!! >_<

BRINY 2007-04-0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바람까지 쐬다니...우리집 녀석들은 창문 열고 창가에 갖다대주는 게 전부였는데.잉...정말 주인 잘 만났구나, 너!!! 근데, 새로운 사진 안 찍으시나요? 토리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더불어 저도 새로운 햄돌이를 데리러가고 싶어요~~

2007-04-03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4-07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 님, 몇 달 미루다가 카메라를 사고 보니 컴이 고장나고, 쩝.
새로운 햄돌이라니 지금은 식구가 몇인데요?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컴이 정상화되면 새 사진 무더기로 올리겠습니다.^^

체셔고양 2 님, 더 미치게 해드릴게요.^^

마노아 님, 책장수 님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녀가 겪어야 할 토리의 부재로 인한
정신적 공황.(그대로 옮겼습니다.^^)

플레져 님, 어쩐지 전동공구 풀세트를 사고 싶더라니요.
만물과 모든 행위에는 심오한 뜻이......^^

라일라 님, 손에 받치고 품에 꼭 안고 나갑니다.^^

 

 

문학적 사색을 잉태하게 하는 것은 허심(虛心)과 고요함이다.
이러한 허심과 고요함의 성취는
마음속을 깨끗이 하는 것과 정신을 맑게 하는 일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인간은 학식을 축적함으로써 보물을 저장해야 하고
사물의 이치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재능과 학문을 풍부하게 해야 하며,
경험을 연구함으로써 철저한 관찰을 수행해야 하고,
그것들을 문학적 사색에 잘 조화시킴으로써 아름다운 언어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 다음에라야 비로소 그는 자신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그 신묘한 영감에 위탁함으로써 성률(聲律)에 조화되도록 글을 쓸 수 있게 되며,
또한 자신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견줄 것이 없을 만큼의 독특한 견해를 지닌 장인(匠人)으로 하여금
자신의 직관적 통찰력과 조화될 수 있도록 도끼를 휘두를 수 있게 된다.
 

                                 --<문심조룡> 유협 지음, 최동호 역편, 2005년, 민음사 刊


컴퓨터가 고장 나 수리를 한다고 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딱 5분(에서 7분)만 연결된다.(그것도 2,3일 전부터)
덕분에 한 2주간 알라딘 책도 장난감(!) 쇼핑도 올스톱이었다.
5분 동안 미친듯이 읽어야 하는 글이 특별히 있을 리 없으며
또 5분 동안 급히 써제껴야 할 만큼 절박한 글이 있을 리 없다.
5분 안에 미친듯이 장바구니에 넣어야 할 상품도 없다.

올해 들어 짬짬이 읽고 있는  <문심조룡>을 오늘 낮에도  몇 장 읽는데(제26장 神思 편)
이건 뭐 창작론 중 거의 총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베껴 쓰고 싶다.
꾀를 내어 '한글 2005'로 써서 바탕화면에 저장하고
긁어서 급히 페이퍼로 올린다.

덧붙이는 글도 5분 안에 마쳐야 해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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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7-03-2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분만 연결되는 컴퓨터라니..참...
로드무비님 쇼핑 그만 하시고 책 좀 많이 보라는 심오한 뜻일까요? ^^

비로그인 2007-03-2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분 안에"...그랬군요. 요즘 로드님의 글이 안보여서 섭섭했는데. 그런 이유가.
그런데 왜인지, 세상에 5분밖에 남지 않은 심정으로 무언가를 해치우는 기분은 -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과 가슴이 계속 두근두근거립니다.
그러니까, 로드님의 불행이 저에게 교훈이 되었다는...이제 귀찮은 일을 할 때마다
"5분 안에 해치우자 !" 라고 마음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빨리 컴이 정상화되어 로드님의 글을 만나고 싶습니다. (웃음)

로드무비 2007-03-2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SHIN 님, 스위치까지 모두 껐다가 켜야 다시 연결되니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님의 '5분' 해석이 근사하군요.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리뷰나 페이퍼 써서 저장해놨다가
올릴게요.^^

블루 님, 하하, 겸손한 저도 그런 메시지로 받아들였는데.( '')
그런데 내가 뭘 그리 많이 샀다고. 징징.

Mephistopheles 2007-03-27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가 공중전화기도 아니고..^^

히피드림~ 2007-03-2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소개해주신 책은 어떤 책인지 구경하고 왔슴다.
아주 옛날 책이라 깜딱 놀랐어요 ^^;;

비로그인 2007-03-2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벽에 걸어져 있는 화이트보드에 "5분 안에!"라고 써놓았더니 뭔가 근사해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제한 시간을 두니 집중력이 평소보다 2,3배 높아진 것 같은.(웃음)
그래도 역시 우주 최강 게으름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습니다만...(긁적)

로드무비 2007-03-2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쓰다 두 번 날렸어요.(어제와 오늘)
5분 안에 쓰지 못하여.ㅎㅎ
<문심조룡> 옮겨 적고 싶은 구절이 많네요.
말 걸어주신 님들 반가워유.^^

2007-03-28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7-03-2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안녕하세요.
우리집에도 저 책 한 권 있거든요.
손을 안 타서 깨끗한 책이요.
로드무비님 文才에 날개를 달아드려야겠군요. 용의 날개 ㅎㅎ

2007-03-28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8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로밋 2007-03-28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ㅋㅋ
저도 때때로 '5분안에'가 될때가 있더라구요. 아들놈 때문에^^
언제쯤 '5시간안에'가 될런지....
간만에 어려운 글을 읽었더니 머리가 아파요^^

국경을넘어 2007-03-2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올리시는 게 거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군요. 긴장...

그러나



임무 완수 뒤에 남는 감정은 ?

(아마도 쾌감은 아닐 것 같은 느낌 -.-;;;)

로드무비 2007-04-0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 님, 인천상륙작전이랄까.
이런 상황도 아슬아슬하고 재밌어요.^^

그로밋 님, 아들놈 때문에~의 그 시간이 얼마나 달콤하고
소중한 시간인가요.^^

플래시 모드 님, 전 언제나 글을 쓰든 안 쓰든
아무튼 글을 쓰고 있는 듯합니다.^^

품절 님, 오늘 책이 도착하여 일착으로 읽었답니다.
재밌었어요. 능청스러우시긴......^^

니르바나 님, 이게 웬일일까요?
로그인하고 20여 분째.
주옥같은 글을 밤새 써제끼고 싶어요.^^
 

화이트데이라고 남편에게 뭘 꼭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어젯밤 막상 빈손으로 당당하게 귀가한  책장수님을 보니 좀 놀려먹고 싶었다.

지난해에만 해도 내 단골숍에서 장난스레 찜한 디쉬소파라는 걸
상대의 메일주소를 작성하고 누르라는 대로 버튼을 눌렀더니
남편의 메일함에 떠억하니 날아갔고,
고지식한 남편은 숍의 안내에 따라 착실하게 결제를 마쳤고,
이틀 후 그 엄청나게 큰  빨간색 동그란 소파가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막상 박스 속의 소파가 그 실체를 드러내자 나는 그 크기와 색상에 놀라
기쁘기보다 좀 황당했던 것 같다.
물론 잽싸게 사진 찍어 자랑페이퍼를 올리긴 했지만......

어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밤 열 시에 주민 모임이 있었다.
책장수 님이 모임에 참석하고, 저녁을 일찍 먹어서 좀 출출했던 주하와 나는
난생 처음 회를 시켜먹기로 했다.
19000원에 광어 1킬로그램(2, 3인분),  매운탕 혹은 기본 스끼야끼 중 택1.
소주 한 병과  함께 매운탕을 선택했다.

"주하야, 아빠에게 사탕 대신 회를 먹는 거라고 하자."

그런데 분명 선택사항  중 매운탕을 골랐는데 메추리알과 굴과 해초무침 등
기본 스끼야끼가 왔다.
전화를 걸어 사실을 알렸더니 매운탕을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세상에나, 드물게 보는 친절한 식당이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전화는 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라
매운탕을 꼭 얻어먹겠다는 꿈은 꾸지 않았는데.

"사탕을 못 사준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릴까봐 사탕 대신 회 한 접시 주문했어."

"마음에 하나도 안 걸리는데?"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말과는 달리  밤 열한 시의 회가 반가운 모양이었다.
더구나 어젯밤 자정에는 아랍 에미리트와 우리나라 대표 팀의 축구경기가 있을 예정이었다.

주문이 밀렸는지 매운탕거리 팩은 전화를 건 뒤 30분 뒤에야 도착했고,
준 대로만 끓이면 맹탕 같은 매운탕에, 온갖 양념과 야채를 추가해
대포항 단골집 부럽잖은 매운탕이 완성됐다.

매운탕을 기다리다 기본 스끼다시를 야곰야곰 먹어버렸는데
배달 온 총각은 주인으로부터 회수 요청을 받지 않았는지 아무 말 없이 그냥 가서
주하와 손뼉을 마주 치며 환호작약!

오늘 점심에는 남은 매운탕 국물에 신라면을 한 개 넣어 끓여 먹었다.
하마터면 잔가시에 걸릴 뻔했지만, 무지하게 맛있었다.

이보다 더 알뜰할 수 없다는 자기만족으로 흡족했던 오늘 점심과 어제 화이트데이의 기록.






대포항의 우럭매운탕




*** '스끼야끼'   고치지 않고 그냥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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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쩡히 있다가도 로드무비님 페이퍼만 읽으면 심히 결혼이 하고 싶다는...-.-...

비로그인 2007-03-1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회무침이 먹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생겨나 버렸습니다. (웃음)

히피드림~ 2007-03-15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 빨간색 동글이 소파 생각나요.
잼잇는 페이퍼 잘 읽엇어요.^^

nada 2007-03-15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따옴표 칠 만하네요. 사탕 대신 회라니. 사탕에서 회충이 나왔대도 이보다 놀라울... 건 아니구 하여튼 귀여우세요.^^

로드무비 2007-03-16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 님, 올해도 그 가게의 위시리스트를 메일로 보낼 걸 그랬나요?
아무튼 회와 매운탕이 맛있었습니다.
싼 가격에 먹어서 더 좋았어라.
귀엽다기보다 알뜰한 주부죠.=3=3=3

punk 님, 그 소파 페이퍼 올렸을 때 민망할 만큼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
재밌다고 해주셔서 고마워요.^^

L-SHIN 님, 미주구리 막회도 맛나더군요.
가장 최근에 먹은 회무침.
정말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면 제일 먹고 싶은 게
회무침과 비빔냉면 종류죠.
가까운 날 꼭 맛있게 드시길.^^

체셔고양2 님, 이 페이퍼 어디에 결혼하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 있나요?( '') 아무리 찾아봐도......
체셔고양2 님은 정말 멋지고 열정적인 아내가 되실 것 같아요.^^

진달래 2007-03-1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네요... 사탕 대신 회... ^^
사달래기... 그게 왜 필요한가 했더니... 그렇게 하는 거군요. ^^;;
한번도 못해봐서...

로드무비 2007-03-1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 님, 한 번 해보실 거면 회 한 사라 정도 말고
크게 나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