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의 맛

오늘 오전 조조로 보려던 영화 <녹차의 맛> 예매를 부랴부랴  취소했다.
내 딴에는 이 동네에 살며 마지막으로 본다고 엄선한 영화였다.
그런데 한손으로 딸아이 밥을 먹이며  머리를 질끈 묶어주는데
아이쿠, 등짝에 찌르르 담이 왔다.
무거운 옷상자며 잡동사니 박스를 번쩍번쩍 들어도 암시랑토 않더니
한 움큼도 안 되는 딸아이 머리 꽁댕이 하나에 지랄이다.
모레 이산데 다행히 증세가 미미해 한나절 쉬어 주면 괜찮을 듯.
녹차 대신 커피를 곱배기로 타서 벌컥벌컥 마셨다.


전망 값

관리사무소 아저씨들이 요즘들어 아침마다 우리 집에 출근도장을 찍는다.
4년 동안 살면서  두 번인가 본 얼굴인데.
무슨 일이냐고?  안방 확장공사 한 것 때문에.

뉴욕 마천루가 부럽지 않다고 자랑질을 한 페이퍼도 있었지만
본의 아니게 확장공사를 하여 중간 문이 없는 바람에
안방 침대 위에서 창 밖, 직통으로 보는 전망이 꽤 괜찮았다.

사정이 있어 거의 맨손으로 서울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던 주제에
전망을 위해 쓸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이사를 앞두고 어느 날 들렀더니 어떤 아저씨가 안방 창쪽으로 난 벽을
허물고 있는 게 아닌가.(순전히 실수로, 호수를 혼동하는 바람에......)
얼굴이 사색이 된 아저씨, 기본 재료값만 받을 테니
거의 허문 벽, 그냥 확장공사를 하게 해달라고 사정하여 우리 부부 그러라고 했다.
그 재료비도 만만한 액수는 아니었다.
거의 공짜로 확장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창가에 붙어 서서
비 오는 날은 비 온다고, 눈 오는 날은 저 눈 보라며 좋다고 웃었더니.

복구를 해야 한단다.
오죽잖은 전세금에서 일단 그 돈을 제하고 내줄 거라나!

오오래 전 읽은 고우영의 만화 <수호지>가 생각난다.
나쁜 짓만 일삼던 성게가 모처럼 착한 일을 한 번 했다.
그런데 그 착한 짓으로 인하여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이렇다카이, 이렇다카이, 목숨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꼬,
내가 왜 안하던 짓을 했을꼬!"(대강 이런 뜻의 대사로 기억.)

더 기가 막힌 건 안방 확장공사 사실을 고지식하게 주공에 보고하지 않고 넘어갔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는 아저씨의 말이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이 정도는 괜찮은데,
일단 신고를 했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니!

그 사실을 전하며 누구에게랄 것 없이 화를 막 냈더니
책장수님 이런다.
4년 동안 좋은 경치 감상하며 잘 살았으니 됐다고.

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화를 내면 무엇하나.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 다시 한 번 확인.
그것이 설령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이라도......



이 창가......




















 


댓글(33)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6-11-2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주하천사가 있는 안개낀 그 창가, 생각나요.
책장수님 넉넉하십니다.
두 분이 참 잘 어울리신다는 뜬금없는 인상은, 뜬금없지만은 않겠지요? ^^

로드무비 2006-11-2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순진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잘 모르겠어라.
저런 식이니 좀해서 싸움이 안 되어요.
어울리는 커플로야 플레져님 부부만한 쌍이 또 있겠습니껴.^^

물만두 2006-11-2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 생각하시니 다행입니다.

2006-11-23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1-2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로 이사가시나요.??? 가서 이삿짐 날라드리면...짜장면에 탕슉 시켜주시나요?

로드무비 2006-11-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양장피에 고량주도 추가.ㅎㅎ
그런데 댓글에 날갯짓도 아니고 이삿짓이 뭡니까?=3=3=3
(못숨--목숨 고쳤어요.ㅋㅋ)

물만두 님, 저렇게 생각 안하면 우짜겠습니까.^^

Mephistopheles 2006-11-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쳤어요....흑흑 -오타쟁이 메피스토-

로드무비 2006-11-2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제가 요즘 빨간펜 선생 할 여유가 없어요.
잠시 자습하고 계시라요.^^

rainy 2006-11-2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안그래도 이사하려면 생각못한 지출도 꽤 늘어갈텐데.. 그런데 이사는 먼 곳으로 가시나요? 가끔 <녹차의 맛>같은 영화를 보는 것조차 힘든 곳은 아닐까 괜한 걱정 됩니다. 오늘 하루는 무리하지 마시고 몸 만드세요.. 괜찮다고 무리하시면 이사당일에 정말 힘듭니다. 화이팅 ^^

깍두기 2006-11-2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수님 말씀이 부처님 말씀이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말도 요즘 매일 실감^^

건우와 연우 2006-11-2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등뒤로 분위기 있는 창가가 문제의 창가로군요...
속은 쓰리시겠지만 주하는 정말 예뻐요, 특히 창앞의 주하...
조심조심 이사준비 잘 하세요.

로드무비 2006-11-2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 님, 예전에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면 너무너무 듣기 싫더니!
책장수님은 입만 까졌어요.^^

rainy 님, 이상한 건 빚이 느니까 간뎅이도 함께 커지는군요.ㅎㅎ
극장이 삼십 분 거리에 있어서 영화는 되려 자주 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제가 또 워낙 청개구리라서 말이죠.
핑계김에 모처럼 컴 앞에 진득하니 앉아 있습니다.
몸 만들라는 말 너무 웃겨요.^^

건우와 연우 님, '미소' 포스터가 붙어 있던 창가,
잊지 못할 겁니다.
1년 전, 저 때에 비하면 딸아이가 부쩍 키가 컸어요.
이사 가는 집 안방 창에는 무엇을 붙일까 즐거운 고민중입니다.^^


2006-11-23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6-11-2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잘 하시구요. 액땜(?)했다 생각하세요.
대한민국은 솔직한 사람들에겐 불이익이 오는 나라인가 봐요.
다들 확장하고 잘들 사는데..ㅠ.ㅠ

oldhand 2006-11-2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삿짐 날라드리고 싶네요. 저도. 이삿짐 나르는 척 하면서, 좋은 책 있으면 쌔벼갈라고 그러는 걸지도 몰라요. 참고로 저는 양장피 보다는 유산슬, 고량주 보다는 이과두주를 좋아합니다. =3=3=3

에로이카 2006-11-2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이사간 동네 얘기 많이 올려주세요. 아마 그립겠지요. 지금 떠나시는 곳... 뭐... 다시 또 처음이고.. 지금 계신 곳이 처음였던 때보다 지금이 낫지 않겠어요? 부디 "잘" 사세요... 로드무비님, 책장수님, 주하 모두... 아.. 근데.. 동주는 어찌 되는지?...

로드무비 2006-11-2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동주네도 따라 갑니다.
같은 동네에 집을 얻었어요.
좋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헤헤,"잘" 살게요. 이곳에서처럼.^^
(일일이 이름을 호명해 주시니 뜨뜻합니다.)

올드핸드 님, 이과두주 좋지요. 후륵 쩝.
메피스토 님과 연락하여 함께 오세요.
유산슬도 시켜드릴게.^^

수니나라 님, 솔직한 사람에게 불이익.
그 말 맞아요.
이런 일은 꿈에도 생각 못했거든요.
그래도 그동안 저 창가에서 잘 놀았으니
깨끗하게 미련을 접으렵니다.^^

이번 주말에는 춥지 않았으면 해주신 님,
님의 바람 덕분에 그 날, 화창하겠지요?^^



산사춘 2006-11-2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쪽에서는 정말 좋은 분들 만나셨어요.
이사가실 곳도 쥑이는 장점이 꼭 있을 거야요.

로드무비 2006-11-2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 님, 한 명 이미 확보해 뒀어요.
우리 동네 살다가 먼저 이사 간 노총각 시인 한 명.
우리 가족이 곧 떼거지로 몰려오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더군요.^^
(다정한 인사, 땡큐!)

2006-11-2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06-11-23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도, 댓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사하신 곳의 새로운 소식이 벌써부터 궁금해 지는군요. 푹 쉬어서 이사하는 날, 아줌마의 힘을 발휘하시길......

마노아 2006-11-2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페이퍼예요^^ 담은 풀리셨나요? 이사 무사히 하시기를 바래요^^

라주미힌 2006-11-2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20년 전인가... 우리 집도 내부 공사 했다가.. 아랫집이 신고해서 복구 한적 있어요 ㅡ..ㅡ; 벽돌로 된 중간 벽이라 없어도 되는데... 아랫집의 과민반응에.. 흐읍...
그냥 '기억' 하나 내려놓고 갑니다. 이사 잘 하세용... 근데 어디로 가세요?

2006-11-23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11-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 시인 분이랑 같은 동네로 가시는 건가요? 동주네까지.. 알콩달콩하게 사시는 거 늘 부러워요. 저희 집은 가족 모이면 완전 납골당인데....ㅋ

2006-11-23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연사랑 2006-11-2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로 이사오시지....
서연이랑 주하랑 언니동생하면 좋을텐데요....멀리 가시는 건가요?
요즘 날씨가 이사하기 좋은 날씨인 것 같아요. 그렇게 춥지도 않고요...그래서 다행이네요^^

하루(春) 2006-11-2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미소 한 번 지어 드리죠. ^^

짱꿀라 2006-11-2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도 무사히, 그리고 기다리는 새집에도 잘 정착하시기를.......

비로그인 2006-11-2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도 이사가시는군요...~

저두 이사가야 되는데 며칠 안남아서 그런지 심란해죽겠네요 ㅠㅠ

2006-12-0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 좋고!
그 잡지 꼭 챙겨봐야겠군요.
그곳, 지난 여름에 님이 들른 곳 아닙니까?
소설이 한 편 탄생했군요.
읽어보고 싶구만요.
기운이 나신다니 저도 다행,^^

로드무비 2006-12-0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후에야 비로소 이곳이 앞으로 제가 비비적거리고 살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사는 얼렁뚱땅 잘 마쳤고요.
정리라 할 것도 없는 짐 정리는 올해 안에 해치울 생각입니다.
댓글 남겨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헤헤~~~
 

10여 년 전, '거의 섹스리스 부부'로 알고 있는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안방 침대를 장악하고 있는 프릴까지 요란하게 달린 퀸 사이즈 진분홍색 이불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막연하게 승려나 수녀의 그것 같은 간소한 침구를 기대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요란하고 수상쩍게 생긴 이불을 찾았는지, 의문이었다.
(참고로 그때 나는 미혼.)

그런데 그 의문이 조금 전에 스르르  풀렸다.
어떤 경로로 굴러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지인에게 이불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진분홍색이든 프릴이 요란하게 달렸든......
이렇게 말하고 나니 또 다른 의문이 하나 새끼를 치는데.
그만, 여기까지!

왜 갑자기 이불 이야기냐?
오늘 아침 세탁하려고 호청을 뜯으며 가만 생각해 보니
두툼한 이불이 하나 더 필요하겠다 싶어 잘 가는 인터넷 쇼핑몰을 찾았다.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극세사 이불을 검색하다 보니
하나같이 분홍에 바이올렛 색상에 똑같이 생겨먹었는데, 한 상품이 눈에 확 들어왔다.
빨간색에 알록달록 요란한 무늬.
예전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색상이요 무늰데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저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찜을 해놓고 나서 아이들 이불을 살펴보니 역시나, 또 요란한 무늬의 상품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일단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은 후 페이퍼를 하나 쓰러 알라딘에 들어왔다.

'이불' 하면 일본 사소설의 선구로 불리는 다야마 가타이의 대표작을 빠트릴 수 없다.
1907년에 발표된 이 중편소설은 어린 여제자를 상대로  애욕에 몸부림친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옮겼다 하여 또 화제가 되었다.
여제자에게 애인이 생기자 질투심에 눈이 먼 주인공이 여제자의 아버지에게 알려
고향으로 데려가게 한 후,  그녀의 이불에 코를 박고 머릿기름 냄새 등의 체취를 맡는 모습.
과연, '자연주의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권태와 애욕은 이어달리기처럼 바통을 주고받는 걸까?

<이불>이 그렇게 읽고 싶었는데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숨이 턱에 닿도록 책방으로 달려가던 어느 날이 생각난다.

그나저나 빨간색에 이리 마음을 빼앗기는 걸 보니 나도 늙나보다.
아니면 권태냐, 애욕이냐,
어떻게 저런 이불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owup 2006-11-2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권태냐, 애욕이냐.
이거 늦가을에 꽤나 야시시합니다.
몸부림 같은 단어와 이불이 결합하니, 참, 후끈합니다.
한낮에 이불이라니. 어쩐지 이상 오라버니도 떠오르고.
음--;;

로드무비 2006-11-2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저 이불 괜찮아요?
살까요, 말까요?

sooninara 2006-11-2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워낙 빨강색 좋아해요.
지르세요. 지름신 강림^^

sweetmagic 2006-11-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거 조아요 ~!

로드무비 2006-11-2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 님, 솔깃.^^

수니나라 님, 전 빨간색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요즘 갑자기 좋아져서
그게 너무 수상한 것 있죠.ㅎㅎ

mong 2006-11-2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겨울 맞이 담뇨를 샀는데 아부지가 느무 탐을 내시길래
밝은 보라색으로 하나 사드렸어요 ^^

반딧불,, 2006-11-2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맛, 멋지구만요.

2006-11-20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1-2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록 달록 ...
저도 저런게 끌려요....음...

2006-11-20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hand 2006-11-20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5년전부터 빨간색이 좋았습니다. 좀 이른가요? -_-;

로드무비 2006-11-2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 님, 젊은 날부터 빨간색을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정열적이라는 의미 아닐까요?^^

그래도 괜찮을지요 님, 물론입니다. 괜찮고 말고요.^^

건우와 연우 님, 저만 그런 게 아니라니 다행입니다.=3=3=3

겨울이불천사 님,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일 듯.
전 흰색은 꿈도 못 꿉니다.
침대 위에서 책 읽고 커피 마시고 과자 먹고......ㅎㅎ
님이 예쁘다고 하시니 사도 후회없을 듯.^^

반딧불 님, 차암 이상하죠?
이제까지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수수한 색만 눈에 들어왔는데......^^

mong 님, 요즘은 담요도 어쩜 그리 이쁜지.
잘하셨어요.
밝은 보라색 담요 예쁘고 화사할 것 같아요.
그, 그런데 빨간색 담요는 없던가요?=3=3=3




nada 2006-11-2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얼마 전에 읽은 빨간 책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비님 페이퍼를 보니 무지 반가워요. (뭔가 통했다며 혼자 좋아하고 있어요.) 왼쪽 이불, 빨간색도 빨간색이지만 퀼트 같은 패치워크가 너무 이뿐데요. 부부 금실 얼마나 더 좋아지시려공~~ (주하가 부러워요. 어릴 때 나만을 위한 이불 같은 것, 꿈도 못 꿨어요.^^)

2006-11-2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2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 책 페이퍼에 넣는 사이에 짠~하고 나타나신 님,
정말 화려하네요.
그러면서도 묘하게 침착하달까.
멋집니다.
제가 찜한 건 아이들 장난 같군요.ㅎㅎ
뭘 안 사려고 몸부림을 치는데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게 많은지.
아이보리 두툼한 면 러그 나중에 사진 찍어 보여드릴게요.
님의 모직 러그에는 비할 바 아니겠지만.
생각해 보니 이 페이퍼 올려놓고 은근히 님을 기다렸던 듯.^^

꽃양배추 님, 페이퍼 빨랑 올리세요. 빨간책 페이퍼.ㅎㅎ
제가 오늘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빨간색 이불로라도 좀
덮어주고 싶은 게 아닐까.
그게 유력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호호, 우리 부부 금실은 괜찮은 편입니다.=3=3=3
(사실은 주하 이불이 더 마음에 듭니다.)


마태우스 2006-11-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레지던트 이불,이란 영화까지 만들어졌잖아요.
-죄송합니다. 요즘 피곤해서 잘 못웃기겠어요^^-

2006-11-20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11-20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이불 만빵 멋진데요.. 이 기회에 이불이나 바꿔봐... (흐흐. 전, 아이 낳은 뒤로 드넓은 더블 침대를 혼자쓰는 즐거움을 깨달아버렸어요.. 신랑이 들어온다해도 싫어할터여요.... ^^;;;)

짱꿀라 2006-11-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 정말 중요하죠. 사람에게 있어서 무진장 중요한거 아니겠어요. 이불 색상이 너무 이쁘네요.

해리포터7 2006-11-2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빨간이불이라..예전에 황씨아자씨가 나오는 일일연속극의 그 정육점조명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하핫! 썰렁한 농담이구요..저도 빨간색 좋아해요.히~ 이불 멋진대요!

에로이카 2006-11-2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또 하나 다른 새끼친 의문은 뭔가요? ^^

산사춘 2006-11-21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맘에 들어요. 불 지르세여!
권태나 애욕이라니여. 상쾌한 기운이 팍팍 나겠는데여.

sudan 2006-11-2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퀼트를 좋아하시는건가 싶었는데, 잘 읽어보니까 그게 아니고 빨간색이 좋은신거죠? 그런데 전 저 이불에 반대하고 싶어요.(반대해도 되는거에요? ^^) 빨간 이불 덮고 자면 무서운 꿈 꿀거 같아요.

로드무비 2006-11-2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님, 너무 요란한 이불인가요?
갑자기 저런 이불이 눈에 들어와 저도 당황하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도 고맙지요.^^

산사춘 님, 상쾌한 기운이라, 정, 정말 그럴까요?^.^


에로이카 님, '섹스리스'에 대한 어떤 의견인데
입밖에 내기는 좀 거시기합니다요.
궁금하시겠지만.=3=3=3

해리퍼터7 님, 님 마음에도 드셨군요. 호호~~

santaclausly 님, 그럼요, 이불 중요하고 말고요.
밥 다음인가요?ㅎㅎ

클리오 님, 이불 마음에 든다는 건 좋은데 뒤의 말은 조금
거시기한데요.^. ^

저 빨강이 딱 저 색 님, 참고하겠습니다.ㅎㅎ
(듣고보니 그렇군요.)

마태우스 님, 레지던트 이불, ㅋㅋ
저도 그 영화 무지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비로그인 2007-03-0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빨간색을 좋아하면 늙는겁니까....?
그럼 예전부터 좋아했던 나는... 아하하하하핫.....;;;
 
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책을 읽고 나면 리뷰와 상관없이 어떤 글이든 한 편 당장 써갈기고 싶을 때가 있다.
<미국의 송어 낚시>는 엊그제 받자마자 단숨에 읽었는데  컴 앞에 바로 달려오고 싶었고,
손이 근질거렸다.
이 책의 무엇인가가 내 마음속의 깊은 곳을 슬쩍 건드렸다는 말이다.

손창섭이라는 작가의 일절로 기억하는데,오래 전  '혈서 쓰듯 하루를 살고 싶다'는 구절을 읽다가
책을 떨어뜨릴 뻔했다.  너무 놀라서.
혈서라니, 끔찍해라!
소설이든 실제든 나는 그런 자세를 좋아하지 않는다.
건들거리고 딴전 부리는 듯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스타일이 딱이다.

일찍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회귀성에 대해 윤대녕, 안도현, 신경숙을  비롯하여
수많은 작가들이 이야기하고 강산에는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지만, 사실 나는
연어든 은어든 송어든 문절망둥어든 상관없다. 맛만 있다면......
문절망둥어는 히라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에서 처음 만난 물고기 이름.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이 대목에서 써먹네.)

--에스키모인들은 평생 얼음 속에서 살지만 그들의 말에는 '얼음'이라는 말이 없다.
                                   (<인간, 그 첫 100만 년>,  M. F. 애슐리 몬테규)

--인간의 필요를 표현한다면, 나는 언제나 '마요네즈'로 끝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231~ 232쪽)

언제 어떤 책(아마도 하루키?)에서 옮겨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송어낚시>의 이 구절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은 '마요네즈 주는 걸 깜빡 잊었어. 미안해!'라는
편지의 추신으로 끝나니 '마요네즈로 끝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던 말을 작품 속에서
그대로 실행한 것.  나는 똑똑히 눈으로 확인했으니 됐고.
보충설명과 작가 인터뷰가 부록으로 달려 있었지만 아무튼 본문의 마지막 페이지를 탁 덮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서랍 한 개가 정리된 기분?
그 정도로 이 책이 궁금했다는 말이다.

--1967년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대학생들은 이 소설에 담겨 있는 반체제 정신,
기계주의와 물질주의 비판,  목가적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허무감 등에 매료되어,
마치 성서처럼 이 책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책 날개의 작가 소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을 읽은 영혼의 절반은 이미 히피인 그 젊은이들이
2년 뒤 전설적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군중이고, 또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맨 앞에 서지 않았을까?
잠시 그런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자연 보호'나 '문명 반대'의 직접적인 메시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송어낚시를 위해 발명한 회전낚시 미끼 이름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라거나
송어하천을 피트당 얼마에 파는 가게(폭포는 옵션으로 따로 판다)를 구경하다 보면
실실 웃음이 나온다.

보내는 족족 출판사들에서 퇴짜 맞은 이 원고를 거둔 것이 <제5도살장>의 커트 보네거트라니,
말끝마다 '그렇게 가는 거지!'라고 하여 배꼽을 잡게 했던 작가답다.

쓰다보니 멋진 에세이는커녕 '마요네즈 병에 꽂힌 시든 꽃' 같은 리뷰가 되어버렸구나.
아무튼 '마요네즈'로 마무리했으니 됐다.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6-11-1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서평단 뽑히신 건가요?
아~ 이 리뷰 보니까 신청하고 싶어집니다.

로드무비 2006-11-1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어떤 분이 보내주셨어요.
아주 재밌습니다.
(그런데 의욕에 비해 리뷰 쓰기는 쉽지 않았다는......)
꼭 뽑혀서 리뷰 올리시길.
궁금해요.^^

건우와 연우 2006-11-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로드무비님의 리븁니다.
연어든 송어든 문절망둥이든 맛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님의 말씀에 적극 동감하면서 추천하지 않을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딧불,, 2006-11-1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로드무비님 리뷰 읽으면 안읽으면 큰일날 듯. ...;
그나저나 요새 글이 뜸하세요.

mong 2006-11-1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무비님 꼬옥~ 읽도록 하겠습니다
^^

Mephistopheles 2006-11-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들거리고 딴전 부리는 듯한.....(저군요...)
연어든 은어든 송어든 문절망둥이든 상관없다. 맛만 있다면......(역시 또 저군요..)

마노아 2006-11-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에 있던데 되든 안되든 신청해야겠어요. 갑자기 호기심이 화르륵!

프레이야 2006-11-1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요네즈 병에 꽂힌 시든 꽃이라니요? 직접 코를 대고 비벼보고 싶은 꽃인걸요. 마요네즈냄새는 나겠죠.^^ 갑자기 마요네즈를 머리카락에 바르던 배우 김혜자가 생각나요. 예전에 최진실과 나왔던 영화요... ^^

2006-11-17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11-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 나왔군요!

sudan 2006-11-1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주문했어요. 헤헤. 이제 페이퍼 읽을께요.

nada 2006-11-1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부르는 숲의 하천 버전이지 않을까 싶어 무지 궁금했어요. 서평단을 모집하기에 얼른 신청했는데 무비님까지 불을 지르시네요. 아, 꼭 뽑혔으면..

perky 2006-11-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무지 읽고 싶었었는데 드디어 재출판 됐군요. 너무 반가운 소식이네요. 거기에 포스트모더니즘에 해박한 김성곤교수님이 직접 번역하신 책이니까 더더욱 반가운 소식이구요. 저도 조만간 읽어봐야 겠어요. ^^

sudan 2006-11-1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우티건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워터메론'을 닉으로 쓰시는 분이 있어요. 잠적하신 후로 쭉 안부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제 홈에 인사를 남겨주셨더라구요.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오늘 브라우티건 소설이랑, 연락이 뜸했던 옛지인들이랑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출근했었는데, 꼭 이럴때 이런 리뷰를 써주시다니요. 로드무비님. 게다가 마요네즈로 마무리까지 하셨으니, 누가 뭐래도 훌륭한 리뷰에요. ^^

sandcat 2006-11-1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 님이 책의 필자였다면, 마요네즈보다는 걸죽한 다른 무엇이었을 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2006-11-17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8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2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멋지게 님, 님 덕분에 주말 멋지게 잘 보냈습니다.^0^

휴대폰줄 님, 이번 주말에 하는데요.
헤헤 그런데 무슨 핸드폰줄일까?
님 방에 갈게요.^^

샌드캣 님, '와사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요네즈와 바꾸어도.
저, 저는 좀 콤콤하지요?^,.~

수단 님, 워터메론도 곧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있던데......
저도 그분이 궁금하네요.
그런데 여기 알라딘 말고 님 홈피가 따로 있나요?
저도 좀 가보고 싶은데.
마요네즈로 마무리한 것이 저도 무척 기뻤답니다.
무슨 심오한 구절도 아닌데 왜 그렇게 좋았던지 모르겠어요.^^

차우차우 님, 김성곤 교수의 번역은 물론 훌륭하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한 문장에 같은 단어가 두세 번 들어가는 등.
아무튼 꼭 읽으시길요.^^

꽃양배추 님, <나를 부르는 숲>의 하천 버전이라니, ㅎㅎ.
서평단 꼭 뽑히시길,
떨어지면 제가 한 권 사드릴지도.( '')

sudan 님, 오늘쯤 책이 도착했겠군요.^^

마요네즈 못 먹는 님, 그런데 아직 책이 도착 안했어요.
못 부치신 건가?

배혜경 님, 저도 그 영화 봤어요.
책보다는 좀 재미가 없었죠.
마요네즈 요즘 튜브로만 나오는 건가요?
갑자기 궁금합니다.^^

마노아 님, 반가운 소식 들려오기를 바랍니다.^^















로드무비 2006-11-2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한마디로 저랑 같은 과라는 거죠?^^

mong 님과 찰떡궁합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는 책!^^

반딧불 님, 예전에 비하면 좀 뜸하지만 이 정도가 딱 좋다는 생각이.
님도 그러시면셔셔셔.^^

건우와 연우 님,
님의 격려 덕분에 제 서재가 유지되고 있는 듯해요.^^




라주미힌 2006-11-2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흐...
문절망둥어를 마요네즈에 찍어먹으면 무슨 맛일까가 궁금하다는...

로드무비 2006-11-2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라주미힌 님, 문절망둥어입니까?
문절망둥이가 아니고?
찾아보니 문절망둥이가 맞네요.;;

아무튼지간에 그 맛은 좀 느끼할 듯.ㅋㅋ


2006-11-21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2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콩달콩 재밌게 님, 나중에 정리 대강 마치고 빌려드릴게요.
지금은 막 섞여 있어서 정신이 없어라.
이사는 모레 토요일입니다.^^

2006-12-0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3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친 자의 오만함을 충분히 만끽하기엔 집이 구석구석
너무 엉망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딸아이 남친과 그 엄마가 어제 놀러왔어요.
그 먼 곳에서 이 추운 날......하는 마음에 뭉클했답니다.^^

브리즈 2006-12-3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 참 좋지요. 제 서재 대문에 걸려 있는 문구가 바로 "미국의 송어낚시"에서 따온 것이나까요.
혹시 읽지 않으셨다면 "워터멜론 슈가에서"를 추천해드립니다. 반어법이나 아니러니는 고스한히 살아 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서정성이 가득합니다.(아시죠? 몇 마디로 줄이다보면 과장하게 되는 거 ^^)
아무튼 브라우티건의 소설은 한때 제가 즐겨 선물했던 책이었고,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브라우티건에 대해 생각하니 그 또한 기분이 좋네요.
아 참, 로드무비 님의 감칠맛 나는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ㅊㅊ하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7-01-0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터멜론 슈가에서는 절판이네요.
최승자 시인이 번역했고.
안 그래도 읽고 싶은 소설이었어요.
꼭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서정성이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군요.
추천 고맙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작은글씨) -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3년 4월
구판절판


욕심은 못하는 말이 없고 못하는 역할이 없다. 심지어 욕심이 없는 사람의 역할도 해낸다.-27쪽

정신의 세련됨은 즐거운 일을 유쾌하게 말하는 솜씨다.-51쪽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 섬세하다는 뜻은 아니다. 진정한 섬세함은 믿음직한 예민함이다.-63쪽

최고의 재능은 사물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는 것이다.-111쪽

우리의 행위는 각자 마음에 드는 음을 늘어놓는 각운脚韻과 다를 바가 없다.-159쪽

자연스럽게 보이려는 욕심만큼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178쪽

우리가 받은 혜택을 되돌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한 우리가 친구에게 빚진 것을 갚음으로써 친구가 어떤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진정한 감사일 수 있다.


--------------

--'놀라지 말라'는 말보다 놀랍고, '부담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말처럼
부담스러운 게 또 있을까.

이사를 앞두고 새 냉장고를 사주겠다는 사람이 둘.
"지금 냉장고가 낡았고 작긴 하나 고장도 안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최대한의 겸양으로 일단 사양은 하고 있으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자, 이제 어떻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남의 돈으로 새 냉장고를 들여놓을 것인가.

17세기의 모럴리스트 라로슈코프의 잠언과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표지에는,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라고 떠억하니 적혀 있다.
511개의 잠언은 대부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술궂은 표현들로 가득하다.
특히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그럼에도 그의 몇몇 말은 통쾌하고 음미해 볼만하다.-181쪽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우와 연우 2006-11-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섬세함은 믿음직한 예민함이다.
로드무비님의 글에서 느끼는 점이 딱 그렇더군요.^^
참, 이사는 언제 하시나요?

blowup 2006-11-1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마음은 카탈로그인가요?^.^
로드무비 님은 그 심술이 어떤 놈이냐에 따라 귀여워도 하시잖아요.
뜨끔도 하고, 통쾌도 하고.
거 참. 복잡하겠는데요. 저런 책.

2006-11-14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1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심술백과 님, ㅎㅎ 이사 준비는요,
이게 바로 저의 심술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폼 잡는 것보단 심술을 내는 쪽이 낫더라고요.^^

namu 님, 마음은 하이마트입니다. 헤헤~~
제가 좀 변덕이 심하지요?!
그나마 쪼매 솔직하긴 합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거의 안하니까요.
이런 식으로 변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책은 따끔하게
일침을 놓더군요.=3=3=3

건우와 연우님, 25일입니다.
'믿음직한 예민함' 저도 갖고 싶어요.^^

프레이야 2006-11-1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을 경계해야겠어요. 이 말을 하는 순간, 저는 또 하나의 욕심을 더 부리고 있는 꼴이네요.^^

마노아 2006-11-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에서 진한 감동을...!

로드무비 2006-11-1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 헤헤 감동씩이나요.
읽다 보면 밑줄긋기 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배혜경 님, 욕심 좀 부리면 어떻습니까.^^

2006-11-16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둔기로 머리통을 한 대 맞은 듯 얼얼해서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영화가 있는데  6, 7년 전 본 지아장케의 <소무>가 그랬다.
떡진 머리에 담배는 얼마나 뻑뻑 피워대는지 옆에 가면 퀘퀘한 냄새가 풍길 것 같은 소매치기 소무.
세상 어느 골목과 마찬가지로 구멍가게와 작은 식당이 있는 소읍의 신통할 것 없는 거리를 어정대며
지나가는 여자들을 슬쩍슬쩍 훔쳐보던 쥐새끼 같은 그의 몰골.
화면 속으로 펼쳐지던 그 누추한 배경과 꼬지리한 일상은 이상하게도 내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주었다.

-- 그래, 삶은 본래 그런 거야. 부끄러워 하지 말고 힘내서 살아보자!

뭐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휙 스치고 지나갔던 것 같기도 하고

두 번째 보는 지아장커의 영화 <세계>.
백만장자처럼 극장을 혼자 세내어 영화를 보긴 처음이다.
그날 그런 상황을 예감이라도 했던 것일까?
종종걸음으로 인사동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배가 몹시 고파서 샌드위치와 카페라떼를 한잔 샀다.
전철 안에서 읽은 체스터 브라운의 만화 속에 나오는 '바다코끼리 비계 샌드위치'가 마침
눈에 띄었다.

실물의 3분의 1크기인 에펠탑, 개선문 등 세계의 명승지 모형들로 가득 찬 베이징의 '세계'공원.
손님을 실은 모노레일이 도는 동안, 그리고  불을 켜면 무척 화려하지만 관람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을씨년스럽고 초라한 것이 화장빨로 간신히 미모를 유지하는
늙은 여인의 맨입술 같다.

따오와 따이셩은 이 이상한 테마파크에서 무희와 경비로 근무하는데 애인 사이이다.
이 세상의 질서에 편입되어 간신히 밥벌이를 하고 있다곤 하나 자신들의 근무지처럼 
껍데기만  화려한 속빈 인생이요, 청춘이다.
고향에서 친구나 친지들이 찾아오면 공원 안내를 도맡는데, 그의 제복을 부러워하기는커녕
"북경까지 와서 제국주의의 수호자가 됐구나!"하고 이기죽거리는 놈이 없나!










 

 

 

 


그래도 장편 데뷔작 <소무>의 소매치기와 비하면  제법 반듯하고 유능한 주인공들.
예쁘고 야무진 애인을 두고도 바람을 피우지 않나 자본주의 질서 속에도 순응하는데.
이상한 건 하릴없고 속절없어 보이는 건 똑같다는 것이다.
따이셩의 친척 동생은 형의 '빽'으로 역시 경비로 취직한 주제에
분장실 무희들의 핸드백에 상습적으로 손을 대다가 쫓겨난다.

공사판에서 인부로 일하던 따이셩의 고향 후배는 사고로 죽는다.
그가 유서랍시고 남긴 종이쪽지엔 누구누구에게 2원 빌림,  집 앞 국수집 외상값 1원 60전
등의 메모만.......
전율이 흐른다.

'소무'는 이 영화에서 늙어 더욱 초췌해진 몰골로 병원 현관 앞에 쪼그린 일가친지 역할을 맡고 있다.
왕홍웨이라는 배우, 반가워라.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소품은 보온병이다.
중국인들이 차를 즐겨 마셔서 그런지 집은 물론이요,  공원 무대 뒤편의 분장실에도,
병실에도 투박한 모양의 큰 보온물병들이 빠지지 않는다.
보온물병에서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는 장면들이 참 좋았다.
그 물은 따뜻한 차로 변해 사람들의 입에 들어가고 세숫물로 변해 화장을 지워주고
찬물 빨래로 시린 손을 잠시 녹여주는 것이었다.
공원 꼭대기 전망대의 파라솔 밑에서 따이셩이 배달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을 때
나도 참지 못하고 바다코끼리 비계 샌드위치와 커피를 꺼내었다.

영사실을 흘낏 봤더니 필름만 돌아갈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몰래 반입한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만약 극장 로비에 성금통이란 게 있어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감사의 표시로
얼마간을 넣는 그런 제도가 있다면 차비를 제외하고 지갑 속의 돈을 몽땅 털어넣었을 것이다.
영화도 좋았고,  그 큰 극장에 혼자 앉아 몰래 샌드위치를 먹는 재미도 각별했다.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春) 2006-11-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름포럼에서 보신 모양이네요. 요즘 이상하게 가볍고, 흥미로운 영화만 보게 돼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타짜' 같은 거요. 보고 싶긴 한데 선뜻 마음이 움직이질 않네요.
바다코끼리 비계 샌드위치는 뭐죠? 사진 없어요?

로드무비 2006-11-12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님, 어라, 이미지가 뭐죠?
구경 가야겠다!
그 감독의 영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에 포함되는 감독이어서요.
바다코끼리 비계 샌드위치는 세븐 일레븐에 팔아요.
1700원.
(카메라를 아직 안 고쳐 사진은 못 찍었는데요.=3=3=3)

2006-11-12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2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6-11-1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코끼리 비계라고요??

2006-11-12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라 2006-11-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도 개봉 하나요? 몇 주전 딱 한주만 걸린다 그래서 봤는데 그땐 사람들이
한 열 명은 됐던 것 같은데... 조조로 영화 시간 삼십분 전에 도착하니까 매표소
직원이 안 와서;; 저도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랑 커피를 사 먹었었던 기억이... 다 먹을 때 쯤 되니까 직원이 오더군요.. 소무도 한번 보고 싶네요

로쟈 2006-11-1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는 지난주엔가 EBS에서 나왔었는데, 녹화해놓고 아직 못 보고 있습니다. 그의 신작 <스틸라이프>를 얼마전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올해 최고의 영화로 미리 못박아놓았더군요...

에로이카 2006-11-1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영화 얘기들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이거예요. 주로 낮에 혼자 보신다는 것.. 저는 그, 영화와 님과 둘만이 존재하는 세계가 참 멋져보인답니다. ^^

로드무비 2006-11-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조조로 영화 보는 게 참 좋아요.
퇴근 후 애인이랑 만나 영화 보는 것(상상하고는...)과 혼자 조조로 보는 것
둘 중 택하라면 조조로 혼자 보는 것.
남들 눈에는 궁상맞아 보일 텐데 저는 그 순간이 너무 흡족합니다.
특히 마음에 쏙 드는 영화를 만났을 때.^^

로쟈 님, 언젠가 정성일 씨가 지아장케 영화를 국내에서 개봉하게끔
압력을 넣자는 무슨 운동을 펼쳤던 것 같은데.
<임소요>였던가? 아무튼요.
<스틸라이프>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라 님, 영화를 보고 나오니 잘 차려입은 노인분들이
매표소 맞은편의 콜라텍으로 몰려들 가시더군요.
전 나중에도 영화관을 선택할 겁니다.
님은 무슨 샌드위치 드셨어요? 헤헤~~
<소무>는 비디오로도 안 나와서......기회 되면 꼭 보시길.

브리니 님, 체스터 브라운의 <똑똑 리틀맨>에 나오는
만화 제목입니다.
제가 사먹은 건 참치샐러드 샌드위친데 바다코끼리 비계 샌드위치라고
생각하며 먹었어요.

아이슬란드 영화 님, '노'로 시작하는 제목이죠?
저도 그것 보고 싶었는데 겨울, 눈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또 좋아하거든요.
뼛속까지 얼어붙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텅빈 극장에서 스쳐지나며 만나게 되길 저도 기대합니다.^^

예매하신 님, 뭐라도 한 마디 꼭 쓰고 넘어가고 싶은 영화가 있어요.
님은 어떻게 보실지.
신기루 같은 세상 속의, 명멸하는 불빛 속의 초라한 삶.
꼭 부둥켜안고 싶더군요.
힘내서 글 쓰세요.
자신감을 가지고.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nada 2006-11-1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볼 때 서민적인 소품을 좋아해요. 모든 게 짜증스럽고 무의미할 때 그런 보온병이나 잘생긴 책, 나무 숟가락 같은 데서 조금은 더 참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로드무비 2006-11-1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품, 하다못해 300원짜리 라이터 하나에도 눈길을 빼앗기고
위안을 얻을 때가 있어요.
ET 모양의 귀후비개가 대표적인데 몇 년 전 미국 출장 다녀온 사람이
선물했거든요.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보고 또 보고 그러다가 분실.
이번에 짐정리할 때 어디선가 튀어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보온병들이 하나같이 뭉툭하니 볼품이 없는데
물은 얼마나 뜨거운지, 왜 김을 보면 알잖아요.
그 온기가 흐뭇하더군요.^^

2006-11-13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oooiiilll 2006-11-1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추위가 몰려왔던 지지난 주말, 혼자 노이 알비노이를 보며 화면을 넘어 전해지는 눈보라와 외로움 덕에 어찌나 바들바들 떨었던지, 극장을 나서자마자 국일관 옆 식당에서 곰탕에 소주로 몸을 녹였습니다. 영화 속 노이에게도 소주 한 잔 권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이번 주에는 세계를 꼭 봐야겠는데 아이코! 수요일에 막을 내리는군요;;

로드무비 2006-11-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트 님, '노이 알비노이' 예고편만 세 번 봤어요.
보고 싶은 영화.
곰탕에 소주라니, 멋져요.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가수 싸이 누나가 동대문에 천 뜨러 갔다가
근처 생선구이 골목에서 대낮에 혼자 소주 마시며 고등어 갈비 뜯는 것 보고
반했었는데.ㅎㅎ
<소무>만큼은 아니지만 <세계>도 좋았어요.
큰 화면으로 보셨으면 좋겠네요.

20년도 더 된 코끼리보온병 님, 이번주도 괜찮고 이사한 후도 좋습니다.
편한 대로 하셔요.^^


2006-11-15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취했답니다 님, 따로 메모 안 남기셔도 돼요.
아침에 해장은 하셨어요?
풀무원 생라면도 좋던데.....^^

2006-11-15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5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6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1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포트인지 보온병인지 탐나더군요.
심플하고 뭉툭한 선에 끌립니다.
너무 날카롭지 않은.
조금 찌그러진 듯한 것은 더욱 좋고요.
새로 올린 사진들 보고 왔습니다.^^

눈 살짝 찌그러진 커플 님, 사진은 이미 서랍에 모셔뒀답니다.=3=3=3

쎈연필 2006-11-1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왓! 로드무비님 정말 감사합니다!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공원 속 세계, 저도 낙원 같은 극장에서 보았어요...

로드무비 2006-11-2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마 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