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 도시주의의 현실이지만, 그 고립의 일반 운동은
반드시 계획될 수 있는 생산과 소비라는 요구에 의존하여
노동자들의 통제되는 재통합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체제 내로의 통합은 고립된 개개인들이 재포획되고
함께 고립되어 있기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 공장들과 문화시설들, 관광단지와 주택개발은
명백히 고립된 개인권리를 따라가 마침내 가족세포까지 쫓아가는
사이비 공동체봉사하기 위해 조직된다.
스펙터클적 메시지를 수신하는 기기들의 광범위한 활용으로 인해
개인은 자신의 고립을 지배적인 이미지들 - 그 힘은 바로 이 고립으로부터
끌어오는 이미지들 - 로 채울 수 있게 된다.
(기 드보르 <스펙터클의 사회>139쪽)

1.
어제 아침 방송에선가 얼핏 우리나라 인구가 오천만 명을 넘어섰으며
그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아침밥을 준비하고 아이 등교 준비를 돕는 바쁜 시간이라 그냥 흘려들었는데
어젯밤 '도시적 생산조건에 의해 위험할 정도로 군집하게 된 노동자들(138쪽)'
어쩌고 하는 구절을 읽다보니 문득 아침의 그 뉴스가 생각 났다.

어제 내 눈에 들어온 또 하나의 뉴스는  해고된 E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비 지원 약속을 어겼다는 민주노총 소식이다.
겨우 9월 한 달, 약속한 50만 원씩을 지급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지원을 약속한 산하 15개 연맹의 납부율이  21프로에 그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이 많을수록 납부율이 저조한데 제일 기가 막힌 건
언론노조교수노조는 그나마 예정액 중 한푼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서비스연맹과 여성연맹, 보건의료노조의 순으로
납부금액과 납부율이 제일 높았다.)

2.
10년 구독하던 신문을 끊은 지 1년이 넘었는데 문득 신문의 냄새와 촉감이 그리워
어제 다시 구독 신청을 했다.
컴퓨터를 켜면 굳이 내가 알고 싶지도 않은 괴상한 뉴스들이 무차별로 달려든다.
이혼소송에 휘말린 연예인 부부의 잠자리 횟수까지 알게 되고
한 방송 프로그램에 첫 출연해 남자 패널들의 혼을 빼놓은 외국인 미녀가 얼마나 섹시한지
남이 퍼다놓은 동영상으로 확인한다. 침울한 낯짝으로......
내것이 아닌 미모와 몸매와 거액과 남의 로맨스와 질탕과 끌탕을 훔쳐보며
아까운 시간을 흘려 보내는 꼴이라니.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며 내가 선택한 신문과 기사를
골라 읽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신문과 관련하여 생각나는 이야기.
얼마 전 부산에 내려갔을 때 방에 굴러다니는 신문이 하도 꼬질꼬질해
무심코 버리려고 했더니 엄마가 못 버리게 했다.
아직 다 못 읽었다고.
예전부터 정치에 얼마나 관심이 많았던지, 어쩌다 우리가 <신동아> 한 권을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구석구석 읽는 사람이 당신이었다.
요즘은 사나흘에 한 번 가까운 신문 지국에 가서 남는 신문 있으면 한 부 달라고 하여
얻어 읽는다는 것이다.(허탕 칠 때도 있다니 가슴이 찡했다.)
엄마 앞으로 신문 구독을 신청하겠다고 했더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극구 말리셨다.
이번에 박완서의 책을 몇 권 가져다 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셨는데
생각난 김에 그의 모든 책들을 읽게 해드려야겠다.

3.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다가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의 사회>를 읽고,
오래 전 건성으로 읽어치운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가 문득 생각나 책꽂이에서 빼들었다.
이상하게 요즘은 책을 이런 식으로  엄벙덤벙  읽게 된다.
마무리는 최승호 시인의 <세속도시의 즐거움>이 어떨까 싶은데,
아쉽게도 그의 시집이 보이지 않는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1-2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경기도에 2천 2백만....언젠가는 그 지역만 숟가락처럼 움푹~ 가라 앉을지도
몰라요.(웃음) 난, 한적한 곳이 좋은데.

로드무비 2007-11-20 12:22   좋아요 0 | URL
L-SHIN 님, 반갑습니다.
숟가락처럼 움푹 가라앉는 정도에서 그쳤으면 좋겠어요.(찌그러진 웃음)
우리집 햄스터 보여드릴게요. 페이퍼 만드는 중.^^



Mephistopheles 2007-11-2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드무비님과는 반대로 사무실로 들어오는 신문을 끊어버리고 싶습니다.
M모 경제일보인데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 S기업의 내부고발에 대해 지나치게 기업두둔주의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이더라구요. 경제신문이라는 이유때문인 것은 알겠는데 너무나 지나치게 편파적인 활자모음을 보고 있으면 이것도 언론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얼굴인가 하는 불신까지 생겨날 판인거죠..(이미 안믿은지는 오래되었지만.)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신문을 끊어버리던가 할려고요. 내가 일해 번 돈 몇만원이 이 신문을 정기구독하는데 쓰이고 이따위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밥값으로 지불된다는게 생각할수록 억울하더라구요.

로드무비 2007-11-20 12:57   좋아요 0 | URL
저는 서재활동에 매진하느라 신문을 거의 읽지도 않고 내다버리게 되고
마침 이사까지 하게 되어 아무 생각 없이 끊었는데요.
신문을 안 읽고 포털 뉴스로만 세상을 접하니 세상이 너무
기괴하게 느껴져서요.
신문으로 접하는 세상도 뭐 다를 건 없겠지만 아무튼 하다못해
삼겹살 구워먹을 때 바닥에 깔 것도 필요하고 해서.^^
(그 경제신문은 확 끊어버리시지. 정신건강상 안 보는 게 더 좋은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아요.)

치니 2007-11-2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을 닮으셨군요. ^-^

로드무비 2007-11-22 11:06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 점은 닮았고요.
신문지국에 가서 신문 공짜로 달라고 할 수 있는 용기와 바지런함은
아쉽게도 물려받지 못했습니다.^^

icaru 2007-11-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머님께서 저희 시어머니하고 비슷하시다는~ ㅎ
수잔 손택의 책을 위시하여~ 요즘 읽고 계시는 책들이... 인용문구를 봐도 글코.. 내공이 장난이 아닌 책들. 언젠가는(지금 당장은 목구멍에 풀칠이라..ㅜ.ㅡ) 제 손에 들렸으면 하는 책들 임돠~!

로드무비 2007-11-22 11:10   좋아요 0 | URL
우리 엄마는 옷을 사는 데는 돈을 안 아끼셔요.
icaru 님 시어머님은 어떠신지?ㅎㅎ
<스펙터클의 사회>는 짐작건대 번역이 제일 이상하게 된 부분을
제가 인용한 것 같은데요. 페이퍼를 하나 쓰려다 보니.
사실은 제목처럼 거침없는 문장이며 내용이 스펙터클한 책입니다.
내공 하나도 없는 제가 심지어 재밌게 읽은 책이니까
님은 훨씬 가볍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요?
갑자기 이상은의 노래가 듣고 싶네요.^^




니르바나 2007-11-2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절이 계절이다보니 '세속도시의 즐거움'보다는 '대설주의보'생각이 나는군요.
최승호 시인하면 언젠가 들었던 시인의 아내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소설같은, 아니 소설 이상이였던 이야기가요.
그런데 시인은 왜 시 아니면 시같은 우화집만 발표할까요.
시인의 내면읽기에는 수필집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로드무비 2007-11-23 12:45   좋아요 0 | URL
전 그 우화 식의 글들이 싫어요.^^
니르바나 님, 님도 알고 계시는군요.
어떤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이야기였죠.
꽃을 들고 온 여인도, 시를 쓰던 아내도......
눈도 왔지만 전 11월을 아직 가을이라 우기고 싶은데
'겨울의 한가운데'라고 오늘 아침 어느 아나운서가 그러더군요.

니르바나 2007-11-2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론노조와 교수노조들은 그간 입으로 적선을 많이 하셨으니까
그냥 패스해주면 안될까요. 로드무비님 ㅎㅎ

로드무비 2007-11-23 12:40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글고보니 저도 입만 나불나불.ㅎㅎ
우리 모두 나빠요.
니르바나 님은 빼고요.^^


2007-11-25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주의 마이 리뷰에 뽑혀서 적립금 오만 원이 들어왔다.
이때다 싶어 박창근의 음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과  
꼭 보고 싶었던 스파이크 리의 다큐멘터리 <제방이 무너졌을 때> DVD를 주문했다.
크게 인심을 써서 딸아이를 위해  '고래가 그랬어'에서 나온 만화 <태일이>도 주문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세일중이라는 메일을 받고 한 가게에 갔더니
마녀배달부 키키 오르골이 눈에 띈다.
가지각색 빵들이가지런히 쌓인 진열장 위에 팔을 얹고
고양이 지지와 함께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정겹다.
태엽을 감으면 나오는 음악은 당연히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겠지?

-- 음반과 영화는 언젠가, 어차피, 적립금이 없었대도 살 것이었잖아.
<태일이> 만화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알라딘 적립금 들어온 걸로 이 오르골을 사는 거야.

언제나 그렇듯 나를 설득하기는 '식은 죽 먹기'다.

방과후 영어공부가 재밌다며 얼마 전 외고에 가겠다고 선언을 한 딸아이가
어느 날 텔레비전 뉴스에서 외고 학비가 엄청 비싸다는 보도를 접하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걱정 마,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딸 외고 아니라 달나라라도 보내줄게."

책장수 님의 말에 이어 나온 딸아이의 말이 충격적이었다.

"그게 아니라, 엄마가 예쁜 걸 너무 많이 사잖아. 그래서 집에 돈이 없어!"

"내가 뭘 그렇게 많이 샀다고!" 소리를 빽 질렀지만,  나를 바라보는 부녀의 눈길이라니!
억울하기도 하고, 체면이 정말 말이 아니다.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7-11-12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키...지부리 애니 중에 제일 주변 배경과 분위기가 아름다웠던 애니라는 기억이..^^

로드무비 2007-11-12 11:22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지브리보다 지부리가 더 그럴싸하네요.=3=3
음악도 괜찮죠?^^

2007-11-12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7-11-1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르골 너무 예뻐요오~~>.< 저도 지부리 애니 중에서 키키가 제일 좋아요. 정겹달까요. 잔잔하달까요. 근대 초기의 어수선함과 마법이 묘하게 잘 어울려서 더 좋구요. 그나저나 주하는 키키만큼이나 나날이 현명해지는군요. 엄마가 '예쁜 것만' 사는 줄도 알고 말이죠.ㅋㅋㅋ

로드무비 2007-11-12 12:33   좋아요 0 | URL
로렌초의 시종 님, "예쁜 것이지만 쓸데없는 것"이라고 말할 줄도 압니다.
딸아이가 조르면 제가 큰맘먹고 사주고, 그랬으면 딱 좋겠는데 말이죠.( '')
저 오르골 시종 님도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


BRINY 2007-11-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그런 딸이 있다면 쓸모없는 것들 안 사들일 수 있을까요?

로드무비 2007-11-12 22:10   좋아요 0 | URL
브리니 님, 딸이 있고 없고 간에 우리는 그냥 운명에 따를 수밖에.=3=3=3

2007-11-12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7-11-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케이블에서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라는 영화를 했어요. 중간에 좀 봤는데, 주인공 남자가 재산을 탕진(?)해가면서 모은 피규어를 이베이에 내놓으려고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끝까지 못봤는데, 아마 그 피규어를 팔아서 떼돈을 벌고 여자친구랑도 해피엔딩이고 하는 그런 결말이었을 것 같아요.
알게모르게 무비님은 지금 재테크중이신건지도 몰라요.

로드무비 2007-11-12 22:02   좋아요 0 | URL
sudan 님, 여차하면 저도 어느 날 벼룩시장에 제 장난감들을
들고 나가려고요.
그런데 싸구려 허접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몇 푼이나 받을 수 있을지.=3=3
그 영화 결말 정말 궁금하네요.
혹시나 하는 부푼 마음으로 검색해 봐야겠습니다.^^

홍수맘 2007-11-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홍/수가 생각나 웃었어요.
"마트가자!!!" 그러면 "에잉~. 마트가면 엄만 맨날 옷 구경만 할거면서" 하면서 꼭 한마디씩 하는 홍/수랍니다.
에궁~ 부끄부끄 ^^;;;

로드무비 2007-11-12 21:58   좋아요 0 | URL
홍수맘 님, 저도 옷 진열장 앞에서 마음을 뺏겨봤으면 좋겠어요.ㅎㅎ
마트에서 제 정신을 뺏는 건 오로지 식품부의 냉동냉장고 앞입니다.
홍/수는 그런 엄마를 귀여워 하는 것 같은데요?^^

라주미힌 2007-11-1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비는 미덕이죠 머... :-)
ㅋㅋㅋㅋㅋㅋㅋ

로드무비 2007-11-12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함돠.
라주미힌 님, 이상하게 두 다리가 자동으로 떨리네요.=3=3=3

icaru 2007-11-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 아아악! 마녀배달부 키키 오르골...
제품이 도착하면~ 실사 찍어 올려 주시는 센스를 기대함돠 ^^
음향을 들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워요..

로드무비 2007-11-12 21:50   좋아요 0 | URL
저의 탁월한 센스는 조금도 녹슬지 않았는데 바뀐 카메라 탓이라고 할까요?
이카루 님,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세요.^^

누에 2007-11-1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갖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오랜만에 느끼는..

로드무비 2007-11-12 21:48   좋아요 0 | URL
누에 님, 저도 이렇게 순식간의 단호한 결정은 거의 몇 개월 만이라고 할까요?
반성하는 척은 하고 있지만 삶의 이런 순간이 좋습니다.^^

프레이야 2007-11-12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찍한 주하가 그러는게요? 님?
엄마가 예쁜 걸 너무 많이 사잖아 ㅎㅎㅎ
그래도 예쁜 게 좋은 걸..히힛..

로드무비 2007-11-12 21:45   좋아요 0 | URL
키키 오르골은 양반이고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해골이나 몬스터 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가 무심히 내뱉는 말은 제게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혜경 님도 그러시죠?(물귀신 작전.)


마노아 2007-11-1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라고 하고 싶어도 오르골은 사고 싶겠죠? 저는 사세요에 한 표예요^^

로드무비 2007-11-12 21:37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의 응원에 힘입어 슬그머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헤헤, 사실 주문완료 후 올린 페이퍼입니다.^^

瑚璉 2007-11-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만화를 보고 하도 마음에 들어 물건너 나라에 OST를 주문했다지요(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요즘 들어도 참 좋은 노래들입니다.

로드무비 2007-11-13 11:14   좋아요 0 | URL
아이고, 호련 님, 정말 빠르시네요.
10년 전에 만화를 보셨다니!
11월 말에 이 영화 극장개봉 한답니다.
딸아이와 함께 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치니 2007-11-1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극장 개봉! 다들 너무 알고 계시는 애니인거 같은데 저만 몰라서 살짝 소외되다가 마지막 댓글을 보고 희망 가집니다.
영화부터 보고 나서 오르골도 살까 말까 생각해야겠어요.

로드무비 2007-11-16 12:19   좋아요 0 | URL
치니 님, 그런데 영화는 딱 이틀 상영하네요.
평일에 너무 멀고 먼 극장이라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엉망인 화질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딸아이와 함께 큰 화면으로 꼭 보고 싶었거든요.
치니 님은 자신의 모성에 깜짝깜짝 놀라지 않으세요?=3=3=3

2007-11-14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5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7-11-1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찍한 녀석^^
로드무비님이 가지고계신걸 다 합해도 주하만큼 예쁜건 없다고 전해주세요.^^

로드무비 2007-11-2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 님, 연우에게도 그 말 그대로 전해 주세요.^^
 

지난달부터 운동이랍시고 하루 한 번 동네 한 바퀴, 공원 한 바퀴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어제는 낮에 일찌감치 과제를 마쳤건만, 부득부득 자전거를 타겠다는 아이와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한 번 더 동네를 돌았다.
아파트 주위를 따라 두툼하게 깔아놓은 푹신푹신한 초록빛 길이 끝날 즈음에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불 위에 뭐 올려놓고 나왔어?"
전화를 받던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아, 먹다 남은 대구탕! 쉴까봐 끓여 놓는다는 것이 그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만치 오는 딸아이는 본체만체 나도 숨이 턱에 닿도록 뛰었다.

다행히 우리 동 앞에는 치솟는 불길도, 검은 연기도, 구경하는 주민도,
소방차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던 관리실 직원 한 분과 경비 아저씨가
나를 보자마자 끌끌 혀를 찼다.
갈색 반투명 유리냄비는 내용물이 꺼멓게 눌러붙은 채 깨지지도 않고 멀쩡했다.

앞으로 제발 조심하라는 부탁을 남기고 아저씨들이 나가는데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냄새를 처음 맡고 관리실과 경비실에 신고했다는
3층의 여성과 바로 옆 106호 할머니가 현관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허리를 90도 각도로  접어 사죄하고 잠시 집 안으로 모셨다.
내 인상을 척 보아하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것 같은지
3층 여인이 내게 전화번호를 알려줄 것을 요구한다.
전화번호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달래도 끽 소리 없이  술술
불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사실 어제 낮 나로서는 정신없는 일이 있었다.
멀리서 고통에 동참하는 의미로 아침점심을 굶으며 엄마의 수술 소식을 기다렸다.
동네 공원의 돌탑에 돌멩이 하나를 더 얹기 위해 예쁜 돌을 찾아 눈에 불을 켰으며
모든 화분에 물을 듬뿍 주고 방범창 안쪽에 매달린 징그러운 벌레도 
고이고이 떼내어 날려 보냈다.
자기 전 딸아이와 함께 간절한 기도를 올린 건 물론이고
베개 속에 워리돌(과테말라의 걱정인형)을 넣으며 한참을 중얼거렸다.
그 며칠 전부터 기도와 함께 자기암시격인 행위들로  하루를 채우는 형국이었는데,
어제 오후 다행히 경과가 아주 좋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긴장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머리가 나쁜 나는 그만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헤롱헤롱거렸던 것이다.
그러다 자칫 우리 아파트를 홀랑 태워먹을 뻔했다.

아들을 스물다섯에 낳았고 지금 아들이 스물몇 살이라는 3층의 여인에게 나는
늦게 결혼했고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넉살 좋게 대꾸하며
그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마음속으로 몰래 한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그만 열 손가락을 모두 동원하여
꼬부리고 있었으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었다.

냉장고에 있는 큼지막한 사과 두 알을 꺼내어 한 알씩 내밀며 "사과 드립니다!"하고
재치(?)까지 부리고 나니 내가 꽤나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아서 잠시 의기양양했는데,
오늘 새벽 눈을 떴을 때 이부자리 속에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그 민망한 장면이었다.
생각해 보니 사과는 빨간색 스티로폼 머리띠까지 두르고  때깔만 좋았지
추석 무렵에 들여온 것이라 속이 부석부석하지 않았을까?
문득 얼굴이 벌게졌다.

조만간 차라도 한잔 마시자며 그들에게 전화할 생각이다.
이유야 어쨌건 이웃의 전화번호를 두 개나 얻고 보니 
생각잖은 보너스라도 들어온 것처럼 기분이 두둑하다.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11-06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6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11-0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에요..냄비만 태워먹으셨다니..
그리고 더더군다나 어머님 경과가 좋다면 그깟 냄비 몇개쯤이 재로 변한들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나저나..사과...ㅋㅋㅋㅋ

로드무비 2007-11-06 14:59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님은 역시 저의 유머(!)를 알아주시는군요.=3=3=3
그러믄요, 그깟 냄비 태워먹은 게 대수겠습니까.
그나저나 머리띠 두른 사과가 몇 개 남았는데 자셔보실랍니까?ㅋㅋ

Mephistopheles 2007-11-06 15:26   좋아요 0 | URL
왠지 운동권 사과같다는 뉘앙스가 팍팍...^^

로드무비 2007-11-06 18:33   좋아요 0 | URL
운동권 사과면 그래도 싱싱함이 좀 남아 있겠네요.^^

조선인 2007-11-0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병이 홀랑 다 타서 나간다는 징조일 거에요. 쾌유를 빕니다.

로드무비 2007-11-06 15:00   좋아요 0 | URL
앗, 조선인 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믿을랍니다.^^

Koni 2007-11-0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큰일날 뻔하셨네요. 그래도 냄비 하나 태우고 끝난 게 참 다행이에요. 이웃과의 연도 잘 이어가면 좋겠네요.

로드무비 2007-11-06 16:48   좋아요 0 | URL
냐오 님,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웃과의 연'이라는 말 듣기 좋네요.

산사춘 2007-11-0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다행이어요. 조선인님 말씀대로 수술경과 좋으려구 그런 걸 거야요.

로드무비 2007-11-07 10:13   좋아요 0 | URL
산사춘 님,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그런 거지요, 뭐.^^
(믿셥니다.)

2007-11-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청국장 쉬지말라고 끓여놓는다는것이 두시간뒤에 들어와 보니 까맣게 탔더군요. 근데 그 갈색 반투명 유리냄비 진짜 강한가보네요 우리집것도 깨지지않고 지금도 사용하고 잇답니다. 웃고 넘겨야지 어쩌겟어요.

로드무비 2007-11-07 10:12   좋아요 0 | URL
청국장 탄 냄새도 그렇게 지독하던가요?
현관문을 열면 지금도 그 냄새가 확 달려듭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모두 그 냄비로 개비할까봐요.
정 님 댁은 두 시간이나 타고도 멀쩡했다니!^^

니르바나 2007-11-0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이 참 명쾌한 해석을 남기셨군요.
어릴 적 친구분 책꽂이에 있던 책을 다 기억하시면서
머리 나쁘다는 말씀은 어찌 통하는 구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새 이웃과 친하게 지내라는 하늘의 뜻 아닐까요.^^

로드무비 2007-11-07 10:10   좋아요 0 | URL
언제 어떻게 해서 처음 인상 깊게 들었던 유행가와 책 제목은
잘 안 잊히더라고요.
다른 건 거의 백치 상태에 가깝습니다.
니르바나 님, 이웃과 친해지는 건 둘째고, 다시는 그런 실수 안하도록
마음 단속을 좀 해야할까봐요.^^

oldhand 2007-11-0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엔 문신(스티커)박은 사과들도 많았는데 말이죠. '부사'라고 처억 붙여 놓았던..
(3번째 추천은 제가 했어요. 속닥)

로드무비 2007-11-07 10:05   좋아요 0 | URL
요즘은 부사라고 뭐 특별히 쳐주지도 않잖아요.ㅎㅎ
제가 먹어본 것 중엔 '밀양 얼음골 사과'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세 번째 추천에 대한 답례로 언젠가 그 사과를 몇 알 얻어 드리고 싶군요.^^

icaru 2007-11-0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액막이 뭐 이런 상징적인 해석이 일단 들었는데요.
로드무비 님 "사과 드립니다."에서 너무너무 귀여우신데요 ^^
만약 우리 옆지기 같았음 책장수 님처럼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고, 일단 나를 닦달했을 듯 싶어요..ㅎㅎ

로드무비 2007-11-07 10:03   좋아요 0 | URL
icaru 님, 헤헤, 사람들 모두 나가고 문을 닫고 돌아서자마자
책장수님 품으로 머리통을 들이밀었죠.(두 팔에 못 안깁니다.)
한마디 듣기 전에 꼼수를 썼다고 할까요?
"사과 드립니다"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3=3=3



에로이카 2007-11-0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드라마 한 편 본 것 같습니다... ^^

로드무비 2007-11-07 12:30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 님, 그 중에서도 시트콤?^^

마노아 2007-11-0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랐지만 유쾌한 결말이에요. 사과드립니다~ 애교쟁이 로드무비님, 센스쟁이로 임명합니다! ^^

로드무비 2007-11-12 11:43   좋아요 0 | URL
얼마만에 받아보는 임명장이랍니까?
마노아 님, 고맙습니다.
님이야말로 센스쟁이!^^

딸기 2007-11-0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글 읽으면서 저도 깜딱 놀라고 걱정하다가... 웃었네요 ^^
근데 그 갈색 반투명 유리냄비.. 그거 눌어붙은 거, 지워지던가요?
그거 갖고싶은데... 거기다가 튀기면 기름이 안 튄다고 들었거든요.
(진지한 글에 냄비 얘기... 죄송, 제가 워낙 살림에 관심이 많다보니 -_-;;)

로드무비 2007-11-12 11:45   좋아요 0 | URL
딸기 님, 그 냄비 다시 사용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웠는데
숟가락으로 긁어내고 쇠수세미로 빡빡 씻었더니 말짱해졌습니다.
조금 더 짙은 갈색이 되었다고 할까요?
딸기 님이 살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진 않은데=3=3=3
성실하게 답변 드렸습니다.^^

딸기 2007-11-21 17:04   좋아요 0 | URL
살림에 관심... 많다고도 할 수 없고 많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어딜 도망가셔요!

roadmovie 2007-11-22 10: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확히 말하면 '살림'이 아니라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으신 것 아닌가요?
저처럼.=3=3=3
(메일의 답글 따라 들어왔더니...저도 이런 댓글 한 번 달고 싶었써요.)

프레이야 2007-11-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다 보니 어머니 수술 이야기가 보이네요.
모쪼록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빌어요.
참, 그 사과는 아마도 아주 맛날 거에요^^

로드무비 2007-11-12 11:40   좋아요 0 | URL
혜경 님, 그 사과는 다행히 맛이 괜찮더군요.
님 덕분입니다.^^

2007-11-07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dcat 2007-11-0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 마시게 되면 꼭 얘기 전해주세요.
어머님 경과가 좋다니 참말 다행.
:)

로드무비 2007-11-12 11:37   좋아요 0 | URL
샌드캣 님, 차보다 가까운 비오는 날 막걸리 두어 병 사놓고 부를까봐요.
메밀묵이랑 부침개 몇 장 부쳐서.^^
(전 요즘 뜨거운 국수처럼 만들어 먹는 메밀묵에 꽂혀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워낙 게을러서......^^
 

어제는 무량 스님의 <왜 사는가>라는 제목의 수행기를 읽었다.
부산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였다.
도로가 너무 꽉 막혀 동생네 책꽂이에서 이 책이라도 들고 오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하며 감지덕지 읽어내려 갔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구절이 나온다.

--숭산 스님은 행동(수행)을 함께 하는 것을 두고 감자를 씻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감자를 씻을 때 한 번에 하나씩 씻지 않고 감자들을 전부 물이 가득 찬 통 속에 넣고 저으면
서로 부딪치면서 표면에 묻어 있던 흙이 씻겨진다는 것이다
.
(무량 스님 수행기 <왜 사는가> 1권 153쪽)

얼마 전 읽고 알라딘 서재 페이퍼에 인용했던  정호승 시인의 시구가 아닌가.
(이해를 돕기 위해 페이퍼 다시 긁어옴.)

며칠 전에 나온 정호승의 시집 <포옹>을 읽었다.
너무 유창하고 시 한 편 한 편이 딱딱 맞아떨어져서
시인의 진정성이 의심될 지경이었다.

예를 들어 '감자를 씻으며'라는 시는 이런 내용이다.

"감자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면서 흙이 씻겨 나간다
우리가 서로 미워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것도
흙 묻은 감자가 서로 부딪히면서
서로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것과 같다
"(부분 인용, 46쪽)

아직도 저런 시를 쓸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시인은 이 시를 발표하면서 숭산 스님의 말씀을 듣고 좋아서 시로 썼다고 밝혔을까?
그게 만약 아니라면 시를 읽으면서 공허하기 짝이 없다고 느꼈던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닌지......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니 2007-10-29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걸 찾아내시는 로드무비님은 분명 신끼가 있는거에요.

로드무비 2007-10-29 18:45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신끼'는 저랑 거리가 멀고.ㅎㅎ
조금은 신기하죠?
그런데 독서를 통하여 이상하게 여러 부분들이 섞여
실체를 드러내는 구석은 있어요.

비로그인 2007-10-2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누가 먼저일까라고 가리는 것이 참 힘들죠...
단순히 '출판일'을 가지고 가리자니, '출판은 늦게 했어도 생각은 먼저' 했을수도 있고,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자니 확인할 길이 없고..
게다가 말이죠, 60억 인구라는 숫자가 생각보다 많다보니, 이 세상에 -
적어도 같은 나라에 나와 비슷한 심지어 아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난 다음부터는 '누가 먼저일까'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의미 없다고
예전에 느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로드님이 의도하는 대로 '누군가 누군가의 글을 자기 것인양 쓴 것이라면'
응당 질책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말입니다. ^^
과연 어느쪽일까요.

로드무비 2007-10-2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SHIN 님, 아이고, 저도 그 생각은 했어요.
시인도 감자를 씻으며 그런 생각을 했을 수 있겠다.
그런데 페이퍼를 쓸 때는 사실 시인을 막 의심했거든요.ㅎㅎ
시시비비 같은 것 가릴 생각은 전 없고요.
그냥 얼마 전 읽은 시와 스님의 법문이 겹치니 신기해서 페이퍼 올렸다고
가볍게 생각해 주세요.(책 좀 읽은 것 자랑 겸해서.=3=3=3)



2007-10-30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30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7-10-30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인 시마모토 가즈히코 씨는 자신의 만화 호에로펜 4권에서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더군요.

"지상에는 우주에서부터 무수한 아이디어 파가 내려오고 있는데 예민하거나, 파장이 맞는 사람들이 이걸 캐치해서 작품으로 만든다."

웬지 설득력있는 설명이다 싶었습니다(^^).

로드무비 2007-10-30 10:11   좋아요 0 | URL
호련 님, '호에로펜'과 작가 이름 메모합니다.
저도 감자를 이때꺼정 대여섯 관은 족히 껍질을 벗겼을 텐데
맛있게 만들어 먹을 욕심만 앞섰을 뿐 아무런 느낌이 없었거든요.
설득력 있는 말이고요.
그런데, 호련 님도 그 예민하거나 파장이 맞는 사람들에 속하십니까?^^

瑚璉 2007-10-30 10:30   좋아요 0 | URL
아,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1) (예단은 위험하지만) 가즈히코 씨의 만화는 로드무비 님 취향과는 5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보여요. 허무개그에 가깝거든요(예: 사사건건 대립하는 기성 만화가 두 명이 만화신인왕 선발대회에서 대치하게 된다. 각자 대리인을 한 명씩 두고 지도해주던 수준에서 - 구체적 시나리오 지시 - 그림의 직접 수정 - 아예 대신 그려주기의 단계로 에스컬레이팅되다가 결국 한 명은 본인이 직접 신인인 양 응모하여 1등이 된다는... 쿨럭)

2) 아마 이 양반 만화은 거의 다 절판되었을 겁니다요(쿨럭).

로드무비 2007-10-30 10:35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알라딘은 품절이더라고요.;;
그림을 보고 제 취향은 아니다 싶었지만 인용해 주신 부분이 마음에 와닿아서.
저 그리고 삐리리 재규어 이런 만화도 좋아합니다.
허무개그도 잘만 해주면......
호련 님 잘 지내시죠?
두 번씩이나 와주시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에로이카 2007-10-3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가다 이런 상황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표절이든 아님 우연의 일치든 일종의 희열 같은 것을 느끼는데요.. 어떨 때는 그게 내가 해야할 어떤 일에 대한 중복적 암시가 아닐까 하는 공상도 하고 그런답니다.

로드무비 2007-10-30 10:04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 님, 집구석에 처박혀 살아가는 저에게 주는 메시지일까요?
세상에 나가 사람들과 섞여 사랑하고 구체적인 일을 하며 살라는?
고흐의 그림 중에서도 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것도 이것과 뭔 연관이 있을랑가요?^^
('희열'이라는 단어와 '중복적 암시'라는 단어에 깔깔깔~~)

2007-10-30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4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에 2007-11-01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를 씻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이 들던데... '니들 참 못생겼구나', '그래도 제각각이네', '미안하다 얘들아'...

로드무비 2007-11-04 12:20   좋아요 0 | URL
누에 님도 생각이 많으시군요.ㅋㅋ
전 이 감자가 타박타박한 감자일지, 물기가 많은 감자일지
맛있을지 맛없을지 그런 것에만 관심이 있답니다.^^

하늘바람 2007-11-0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를 씻으며 저런 시를 생ㄱ가하시는 님이 더 대단해요

로드무비 2007-11-04 12:1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 아기가 참 예쁘네요.
그런데 감자를 씻으며 저런 시를 생각한 건 아니고,
책 읽다가 문득 생각나서요.^^

2007-11-0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4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8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엇이 착함이고 무엇이 악함인가
어디선가 닭 우는 소리가 들려
나는 천수경을 외었다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1' 첫머리)


네게 불성이 있다니,
그럼 나는 불성을 포기하리라

마음 내킬 때마다의 선행으로 구원되리라 믿진 않는다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2' 중에서)


밤새 밥통의 밥이 말라 있었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 것은 없다
졸작을 남기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4' 중에서)


오늘은 하도 아파, 이틀치 반야심경을 한꺼번에 복용했다

내겐 멀리서 찾아올 친구가 없다, 슬픔도 없다
공자에게도 신통력이 있었다면
아버지, 저는 차력사의 아들입니다
칼날 위를 거닐어야 밥이 나온답니다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7' 중에서)



----------------------

-- 가을입니다요.
요즘 같으면 돌덩어리라도 씹어 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쁜 일감 있으면 좀 보내주시라요.


지난주 아는 사람에게 일을 좀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아무리 능청을 떨더라도 부탁은 부탁이다.
시큰둥한 짧은 답장을 다음날 오후에야 받고 조금 무안했다.

살다보면 없는 용기를 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시인의 말대로 칼날 위를 거닐어야 밥이 나온다.

간신히 인간의 흉내나 내며 사는 삶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쩐 일인지 삶이 또 아주 쾌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고맙습니다!" 절을 하고 싶은 것도
요즘 같은 가을에나 가능한 일.

어제는 진이정 시인의 시집을 꺼내어 읽었다.
열 편의 연작시('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를 읽으며 밑줄을 긋다가
그 밑줄들만 한 군데  옮겨 적어 보았다.
그의 시들은 이상하게 막 섞어 놓아도 또 한 편의 시가 된다.(고 우긴다.)

10년이 넘도록 몇 번을 읽어도 눈에 띄지 않았던 시 한 편이
어제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시 읽는 맛 중의 하나다.)

멍한,

저녁 무렵
문득
나는 여섯 살의 저녁이다

어눌한
해거름이다

정작,

여섯 살 적에도
이토록 여섯 살이진 않았다
(詩 '어느 해거름' 전문)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07-10-1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학의 풀밭,이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나는,/마음만 먹으면/일곱 살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로드무비 2007-10-16 12:24   좋아요 0 | URL
자명한 산책 님, 전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어요.
돌아갈 것도 없이 지금 마음 상태가 바로 일곱 살.=3=3=3

조선인 2007-10-1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내킬 때마다의 선행으로 구원되리라 믿진 않는다... 정말 자명한 진리네요.

로드무비 2007-10-16 16: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변덕에 놀아나는 선행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생각해서
아무런 선행도 하지 않는 저의 태도는 옳은 걸까요?^^

2007-10-16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6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6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6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6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7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07-10-1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이 시집을 사러 갔더니 품절이에요... 안타까워서... 안타까워서...

로드무비 2007-10-17 11:00   좋아요 0 | URL
오즈마 님, 오래도록 절판 상태였다가 다시 나온 시집이니
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알아볼게요.^^

2007-10-17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9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9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0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7-10-2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날위를 거닐어야 밥이 나온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좋을 몇몇이 부러워 미치겠습니다.

2007-10-29 0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